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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야전렬차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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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411회 작성일 22-11-2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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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검푸른 새벽하늘에서는 별들이 아직 밤기운을 잃지 않고 파르끄레한 빛을 냈다.

랑림산줄기와 적유령산줄기가 어울려 파도쳐간 산발들너머 아득한 하늘장막기슭가리에서 희푸르스름한 려명이 트기 시작하였다.

김정은동지께서 타신 승용차는 곳곳에 눈버캐가 깔린 험준한 명문고개길을 넘어서자 경사가 완만한 산굽이길을 달려 전천읍에 들어섰다.

《대장동지, 좀 쉬였다 가시지 않겠습니까?》

운전사가 차의 속력을 늦추며 말씀올리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차창으로 어둠속에 잠긴 산간도시를 내다보시였다. 차에서 내려 려로의 피곤을 풀고싶은 생각도 없지 않으시였다. 전연군부대에서 재밤중에 떠나 줄창 달려오신것이다. 룡림언제건설장까지는 이제 얼마 멀지 않다. 이대로 가면 너무도 이른새벽에 건설장에 도착하게 되니 공사현장을 돌아보는데 여러모로 불편할것이다.

그러나 장군님의 웅지를 받들어 떠나신 길이고 군인건설자들의 불굴의 정신력, 결사관철의 투쟁에 의해 쌓아지는 룡림언제를 한시바삐 보고싶은 마음이 앞서시였다.

《밤새 운전사동무가 힘들었지. 이젠 내가 몰자구. 난 오면서 눈을 붙였으니까 일없소.》

김정은동지께서는 너그러운 미소를 담으시고 차를 멈추게 하시였다.

이런 때면 김정은동지의 의사를 막을수 없다는것을 잘 알고있는 운전사는 어쩌는수없이 그이께 운전대를 넘겨드렸다.

전천읍거리를 벗어나자 석비레를 깐 얼어붙은 흙도로가 전조등빛아래 뻗아갔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능숙한 운전솜씨로 산골짜기를 감도는 가파로운 구배길로 승용차를 몰아가시였다.

강폭이 반쯤 얼어붙은 장자강상류의 물줄기를 오른편에 끼고 50리남짓이 달려서야 새로 이설하는 룡림읍에 들어섰다. 이전 룡림읍지구는 언제가 완공되면 물에 잠기므로 도양리소재지자리였던 이곳에 읍을 건설하고있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차를 멈추고 내리시였다.

컴컴한 새벽음영이 덮인 룡림읍은 강물소리만이 고요히 들리였다. 집집의 가정주부들이 단잠에서 깨여날 시간도 안되였지만 건설중에 있는 소층주택들과 사람이 들지 않은 집들이 많은 까닭에 더 고요한것 같았다.

그이께서는 미끄러운 눈길을 걸으시여 둔덕진 곳에 이르시였다. 동터오는 려명빛에 산간도시의 형체가 우렷이 드러났다. 강을 사이에 두고 반달형으로 쪼개진 량쪽분지에 산간도시의 구색에 맞는 3~4층짜리살림집들과 단층집들이 건설되고있었다.

창문을 달지 못하고 벽체에 외장재를 칠하지 못한것이 눈에 띄였고 블로크를 갓 쌓은 살림집벽체도 보였다.

룡림읍지구건설은 그동안 자강도당이 맡아했지만 아직 할일이 많아보였다. 힘들어도 언제건설군부대에서 도와주어야 할것 같았다.

룡림언제건설장까지는 가파로운 산협길이였지만 10리가 채 안되였다.

그이께서는 승용차를 몰아 산중턱경사면에 늘어선 가설막앞길에 들어서시였다.

길옆에 장령복을 입은 두사람이 차렷자세를 하고있다가 김정은동지께서 차에서 내리시자 힘차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룡림언제건설을 맡은 군부대장과 정치위원이였다.

야외건설장에서 바람과 볕에 시달리고 강추위에 얼며 병사들과 고락을 같이해서 얼굴빛이 아예 철색으로 되여버린 두 장령은 입주위와 눈섭까지 허옇게 성에가 불려있었다. 새벽추위가 여간 아닌데 밖에 오래동안 서있은게 분명했다.

《내가 아침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몸이 다 얼었겠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두 지휘관의 손을 잡아주며 가볍게 나무람하시였다.

《저희들은 대장동지께서 새벽에 꼭 오실것 같았습니다.》

정치위원이 행복감에 젖어 말씀드렸다.

《언제건설장에서 수고하는 동무들을 빨리 만나고싶은 마음에 시간을 당겼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친근한 어조로 물으시였다.

《우리 군인건설자들이 한창 자겠지요?》

《예, 겨울에 밤기온이 지내 떨어지는 이 시간에는 언제 콩크리트타입을 중단하고 쉬우군 합니다.》

《부대장동무, 곤히 자는 병사들을 깨우지 말아야겠습니다. 나는 조용히 룡림언제를 돌아보고 건설정형을 료해하겠습니다. 두사람 다 내차에 타시오.》

김정은동지께서는 군인건설자들이 번듯하게 닦아놓고 옹벽공사를 한 길을 따라 승용차를 몰아가시여 언제좌안우에 림시로 지은 전망대에 오르시였다.

룡림언제는 해발 700메터를 헤아리는 높이의 도양골산봉우리들과 키돋움하며 장엄하게 솟아올랐다. 언제가배수로를 빠져 굽이쳐흐르는 장자강은 흰띠오리처럼 눈덮인 산골짝사이로 멀리 뻗어갔다. 장차 룡림언제에 막혀 흐름을 달리할 강이였다. 상류의 이 장자강은 룡림언제라는 거대한 물동이에 채워졌다가 수십리물길굴을 거쳐 청천강에 떨어지며 십여만키로와트의 전기를 생산할것이다.

반나마 얼음이 녹은 강상에서 피여오르는 새벽물안개는 거대한 화강암인양 흰빛이 번쩍이는 콩크리트언제의 중간에도 미치지 못하고 기슭의 나무숲과 얼기설기 엮은 언제가설방틀에 부딪쳐 서리로 굳어졌다.

《굉장하구만.》

김정은동지께서 군부대장을 향해 말씀하시였다.

《이렇게 올라와보니 확실히 룡림언제를 명당자리에 잡았습니다.》

《희천―룡림지구는 우리 나라에서 비가 많이 내리는 고장입니다. 적유령산줄기와 랑림산줄기가 병풍처럼 둘러막혀있기때문에 남쪽에서 불어오는 덥고 습한 공기와 북쪽에서 나오는 찬공기가 합쳐지는 곳이여서 여름철에는 한달에 마흔다섯번 비가 온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군부대 정치위원의 자상한 설명을 흥미있게 들으시였다.

《년평균강수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정치위원이 확실한 수량을 몰라 머뭇거리자 곁에 섰던 과묵한 군부대장이 겸손하게 입을 열었다.

《장자강상류인 룡림일대는 년평균강수량이 1 052미리메터이고 청천강상류의 희천지역은 1 242미리메터입니다.》

《우리 나라의 년평균강수량이 850미리메터이니 희천수력발전소는 비고장에다 건설하는셈입니다. 기상학적으로 보아도 명당자리입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일찌기 이런 좋은 곳에 수력발전소자리를 정해주신 어버이수령님을 후더운 심정으로 추억하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우리 나라를 전기부자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로고를 바쳐오셨던가. 인민경제의 기초인 동력생산에서 기본은 화력발전소보다도 금수강산 내 조국에 풍부한 물자원을 리용한 수력발전소라는것을 헤아리신 수령님이시였다.

장자강발전소, 서두수발전소, 위원발전소, 어랑천발전소, 녕원발전소. 수령님께서 몸소 지질수문학자, 발전소설계가, 언제건설시공주가 되시여 자리를 잡아주고 일떠세우신 대규모수력발전소들이였다.

지난 세기 80년대 중엽에 수령님께서는 청천강과 장자강을 전기강, 보배강으로 만드실 일념으로 수력발전소건설부문 학자, 전문가, 일군들과 희천일대의 립체모형사판을 놓고 여러차례 진지한 협의를 하시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온 나라가 대고조진군이 한창이던 2009년 3월 25일 이 룡림산정에 오르시였다. 어버이수령님의 유훈을 관철하여 경제의 기간공업부문의 활력을 보장하고 인민들이 보다 훌륭한 문화정서생활을 누리며 중요하게는 평양시전기문제를 푸는것이 장군님의 의지였고 결심이시였다.장군님께서는 장자강의 물소리와 산새 우짖는 소리만이 들리는 한적한 이 심산속에서 전당, 전군, 전민을 희천발전소건설에로 불러일으키시였다.

장자강과 청천강을 길들이는 룡림언제, 희천언제건설, 류역변경식인 희천1호, 2호발전소와 수십리물길굴건설… 방대한 대자연공사를 시작한지 2년이 채 안되였는데 벌써 희천언제와 룡림언제를 거의 쌓았고 물길굴은 관통하여 피복공사를 마무리하고있으니 희천발전소건설은 장훈을 부를 날도 오래지 않았다.

《언제를 거의다 쌓은것 같은데 다음공사는 어떤겁니까?》

김정은동지께서는 사색에서 깨여나 물으시였다.

《며칠어간에 기본콩크리트언제를 완성하고 무넘이구간의 다리보와 비상수문구공사를 하게 됩니다.》

군부대장의 말은 짤막하고 별로 자랑기가 느껴지지 않는 실무적인 대답이였다. 안변청년발전소와 같은 중요대상건설들을 맡아 기념비적창조물로 훌륭히 일떠세워 수령님과 장군님으로부터 여러번 치하를 받은 장령이지만 말수더구가 적고 명령관철을 앞세우는 기풍을 소유하고있었다.

《기적입니다. 군부대가 가지고있는 결사관철의 투쟁전통이 이 룡림전역에서도 승리를 가져오게 되였습니다. 이젠 언제건설장에 가봅시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콩크리트타입온도를 보장하느라고 허공중에 쇠바줄을 늘이고 남새온실처럼 비닐박막을 씌운 언제건설장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부대장동무한테서 수자와 실행여부만 간단히 들으니 궁금해 견디겠습니까. 어디 정치위원이 기적을 창조한 이야기를 펼쳐놓으시오. 부대자랑을 한바탕 들어봅시다.》

전망대에서 언제건설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우둘투둘한데다가 미처 눈얼음을 까내지 못해 미끄럽기까지 했으나 김정은동지께서는 군부대정치위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가파로운 산중턱의 암반을 들어내면서 언제건설장으로 이어지는 수십리 도로닦기와 가물막이전투, 가배수로형성은 장군님께서 다녀가신지 불과 석달동안에 끝냈다.

장마철의 불리한 조건에서도 수천평방메터의 부재생산기지를 꾸려놓고 부재생산을 선행시켰고 언제기초공사, 방대한 토량을 처리하는 기초굴착과 언제중심바닥의 콩크리트타입은 5개월동안에 해치웠다. 반년만인 2009년 9월17일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여기 룡림언제건설장에 또다시 찾아오시여 군인건설자들이 세상을 놀래우는 기적을 창조해가는걸 보시고 새로운 천리마속도, 희천속도라고 명명해주시였다.

장군님의 고무격려에 무한한 힘을 얻은 군부대는 기본언제건설에서 능률적인 로라다짐식 콩크리트치기방법을 창안도입하였고 언제좌안과 우안의 암반굴착을 동시에 밀고나갔다. 혼합장의 대형화를 실현하여 골재선별, 파쇄, 혼합물생산, 수송을 본격화하였다. 대형기중기와 자동차, 벨트콘베아를 통해 혼합물폭포가 쏟아졌다. 그리하여 언제좌안과 우안, 중심 전구간에서 립체전, 콩크리트타입전선이 형성되였고 하루에 1만립방메터의 콩크리트치기를 돌파하였다.

《저희들이 이렇게 착공한지 2년이 되나마나해서 언제를 거의다 쌓게 된것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가르쳐주신 기계화전, 립체전의 기본공격방식대로 전투를 벌렸기때문입니다.》

군부대정치위원은 자랑을 하면서도 성과의 요인을 흥분속에 조리있게 말씀올리였다.

《장군님께서는 세멘트와 강재, 연유를 비롯해서 대형화물자동차, 착정기에 이르기까지 언제건설에 필요한 자재와 설비, 수송수단을 죄다 보장해주셨습니다. 장군님께서 저희들 희천발전소건설자들에게 특별감사문을 보내주시고 후방사업에 큰 관심을 돌려주셨기때문에 언제건설을 이렇게 빨리 할수 있었습니다.》

정치위원의 심중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는 김정은동지께서도 잘 아시는 일이였지만 가슴이 뭉클하시였다. 장군님의 령도와 사랑의 직접적체험자인 공사지휘관의 가식없는 진실한 말이여서 더 감동스러운것 같으시였다.

군부대장은 안쪽에 모포를 덧댄 방수포출입문을 들치고 김정은동지를 중심언제공사장으로 안내해드렸다.

쇠바줄란간우에 비닐박막을 두겹으로 씌운 공사현장은 온실처럼 훈훈해보였다.

랭기가 서릴가봐 거의나 통풍을 하지 않아선지 공사장안은 담배연기와 사람들의 체취, 운반차들의 연소가스내와 세멘트혼합물냄새가 뒤섞여 풍겼다.

김정은동지께서는 탁한 작업장공기가 병사들의 숨결이기나 한듯 개의치 않으시고 채 굳어지지 않은 콩크리트우에 서시여 주변을 살펴보시였다.

쇠바퀴테가 엄청나게 큰 로라다짐차옆에는 세멘트혼합물이 묻은 전기식진동기들과 삽, 간살이 굵은 고르개, 긴 정대와 함마 같은 작업도구들이 질서있게 놓여있었다.

수백명군인건설자들이 전투를 벌린 작업장같지 않게 언제공사장은 규모있고 질서정연하였다. 그것만 보아도 군부대의 건설전투력을 대번에 짐작할수 있었다.

《지금 작업장온도가 얼마입니까?》

김정은동지의 물으심에 군부대장이 말씀올렸다.

《령하 7도입니다.》

《콩크리트치기를 몇도에서까지 할수 있습니까?》

《령하 5도입니다. 이제 난로불을 더 피우고 아침에 병사들이 장작불과 숯불을 담은 쇠통들을 가지고 올라오면 공사장온도가 쑥 올라갑니다.》

《부대장동무, 로라다짐식콩크리트치기공법이 언제공사에서 종전의 공법과는 대비할수 없는 기적을 창조하지만 언제질보장에서 우려되는점도 있다지요?》

군부대장은 뜻밖에 대장동지께서 자상히 알고 물으시는데 저으기 놀랐다.

《대장동지, 콩크리트로라다짐중에 잘못하면 기포와 붕괴현상이 생겨 후에 물이 샐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였습니다.》

《심중한 의견입니다. 국가건설감독성의 집중감독에서 제기된거라지요?》

《그렇습니다.》

《어떤 대책을 세웠습니까?》

《언제건설공학부문의 과학자, 기술자, 시공단위 책임일군들이 모여서 협의를 했습니다. 수밀구역콩크리트타입에서는 혼합물농도를 달리하고 전기식진동기로 진동을 충분히 보장하는것과 시추주입을 동반하면 그런 시공상결함은 퇴치할수 있습니다.》

《부대장동무, 공사를 맡은 지휘관들이 국가건설감독성일군들의 통제와 요구에 절대복종하도록 강한 규률을 세워야 합니다. 언제를 빨리 쌓는것도 좋지만 만년대계의 창조물인것만큼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질보장입니다. 지난 기간 수력발전소건설에서 속도에만 치우치다나니 후에 재시공을 하느라 고생한 일도 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낯빛이 심각해지는 군부대장과 정치위원을 향해 진중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동무들도 알다싶이 희천발전소건설은 어버이수령님의 유훈관철입니다. 장군님께서는 강성국가건설에 활력을 주고 평양시전기문제를 풀기 위해 희천발전소건설을 직접 발기하시고 진두지휘하고계십니다. 우리 나라 발전소건설력사에 희천발전소처럼 장군님께서 여러차례 현지지도하시고 관심하신 대상은 없습니다. 희천발전소는 장군님께서 수령님탄생 100돐에 우리 인민들에게 안겨줄 가장 귀중한 선물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이 룡림언제를 포함해서 희천발전소건설에서 질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해 완공된 다음에 언제에서 물이 새거나 이런저런 결함들이 발생하는 경우 어떻게 되겠습니까. 재시공으로 완공이 늦어지는건 말할것 없고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장군님께서 얼마나 가슴아파하시겠습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그런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언제공사의 질을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하겠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부대장동무, 정치위원, 〈천년을 책임지고 만년을 보증하자!〉는 구호는 바로 동무들 희천발전소를 건설하는 군인건설자들한테서 나왔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인민군대에서 나온 이 구호가 좋다고 군대는 물론 온 나라 인민들이 이 구호의 정신대로 일할걸 바라십니다. 천년, 만년이 지난 뒤의 후손들이 우리를 진정 고마와하고 존중하도록 공사를 잘합시다.》

날이 훤히 밝아왔다.

서리꽃 날리는 장자강물줄기가 뻗어간 동켠산발우에 장미빛아침기운이 어리고있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승용차곁에서 작별하는줄 알고 서있는 두 장령에게 이르시였다.

《차에 타시오. 나하구 같이 룡림읍에 내려가봅시다.》

룡림읍을 꿰질러 흐르는 장자강은 골이 깊었다.

세월의 흐름에 등때기가 거멓게 풍화된 큼직큼직한 강바위들이 널려있는 기슭은 버석눈얼음에 덮여있었다.

밤에는 아직 한겨울추위가 거접하고있는데 버석얼음속에 줄기를 박고있는 키낮은 강버들아지들에는 하얀 솜털이 돋은 버들강아지들이 매달려 이른봄을 재촉하고있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새벽에 머무르시였던 강기슭 둔덕진곳에 승용차를 멈추고 내리시였다.

아침나절이니 새로 이설하는 산간도시의 헐렁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보였다. 블로크로 벽체만 쌓은 살림집들이 많았고 소층주택들은 대개가 지붕을 씌우지 못하였다. 빈집벽체들 언저리에 묵은 눈이 덮여있는것을 보면 겨울기간 살림집건설을 거의나 중단한 모양이였다. 봄부터 건설을 시작한다 해도 언제완공보다는 기일이 퍼그나 뒤떨어질것 같았다.

《부대장동무, 어떻습니까. 룡림읍지구 건설형편이…》

김정은동지께서 관심조로 물으시였다.

《대장동지… 솔직한 말로 한심합니다. 군에서 건설을 벌려놓은지는 오랜데…》

군부대장은 잘못이 자기에게 있는듯 저으기 자책스런 어조로 뒤말을 달았다.

《저는 여기를 자주 지나다니면서도… 완만한 살림집공사가 그저 진척되겠지 하고 관망했습니다.》

《부대장동무, 룡림언제와 희천언제에 물이 차면 발전소침수지역에서 철거하는 집들이 4천세대가 넘습니다. 게다가 룡림군과 동신읍지구를 이설하는것은 옹근 두개의 산간도시를 건설하는만치 품이 드는 공사입니다. 자강도당에서 그동안 살림집들을 많이 지어 철거지역주민들을 입사시켰다지만 보다싶이 아직 할일이 여간 많지 않습니다. 희천발전소건설 현장지휘부가 침수지역이설공사까지 맡아하느라 몹시 힘들어하는것 같습니다.》

《대장동지, 우리 부대가 도와주겠습니다.》

《군부대장의 대답이 시원하니 기쁩니다. 군부대가 기본언제의 콩크리트를 끝내고도 가배수로를 막아야 하고 뒤처리공사량이 많겠지만 어떻게든 룡림읍지구건설을 도와줍시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두 장령에게 믿음어린 눈길을 보내시였다.

《그전에 장군님께서는 삼수발전소건설장을 찾으셨을 때 현장지휘부일군들이 발전소침수지역에서 철거하는 주민세대들에 대해 관심을 돌리지 않는것을 보시고 비판하셨습니다. 우리는 몇만키로와트의 전기를 잃으면 잃었지 민심을 잃을수는 없다고 하시면서 이설지역 주민들의 살림집건설을 앞세우라고 간곡히 당부하셨습니다. 인민을 아껴주고 지켜주는것은 우리 군대의 근본사명입니다. 그래서 인민군대인것입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군부대장에게 도로웃켠쪽에 듬성듬성 늘어선 건물들을 가리키시였다.

《이곳 룡림군에서 군당청사와 행정기관청사 같은것들은 지은것 같은데 문화회관과 편의봉사시설건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부대에서 살림집건설을 도와주면서 읍내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하고 여러가지 편의봉사를 받을수 있게 건물을 지어줍시다. 짓는바에는 멋지게 큰 도시 회관, 봉사건물 못지 않게 현대적으로 지으시오.》

김정은동지께서는 군부대장과 정치위원을 데리고 강기슭으로 내려가시였다.

갈수기인데도 물량이 꽤 많은 강물이 버석얼음을 녹이며 세차게 흐르고있었다. 눈석임물이 섞이고 이끼낀 강바닥을 씻으며 흐르는 강물이건만 물빛은 맑고 푸른 아침하늘색이였다.

그이께서는 이 욕심나는 푸른 물을 그대로 흘려보내기에는 너무나 아깝게 생각되시였다.

《부대장동무, 저 여울목에다 교각을 세우고 다리를 놓읍시다. 강건너분지에 저렇게 많은 살림집들을 건설하고있는데 주민들이 행정중심인 이쪽으로 건너다닐 다리가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대장동지, 알았습니다. 다리를 란간이랑 보기 좋게 건설하겠습니다.》

《그리구 여울 저 아래켠 벼랑굽이쪽엔 물동을 막읍시다. 물동우에는 사람과 자전거, 밀차들이 지나다닐수 있게 줄다리를 놓아줍시다. 물동을 막으면 우리가 선 이 강기슭이 넘치게 물이 찰텐데 어떻습니까. 정치위원동무, 산골수영장, 물놀이장으로서는 제격일것 같지 않습니까?》

《대장동지… 룡림읍사람들이 정말 좋아하겠습니다.》

군부대 정치위원은 그이의 구상에 감동하여 두손을 마주 비볐다.

《저 낮은 벼랑우에는 청소년들이 물에 뛰여들수 있게 조약대도 만들어줍시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심한 어조로 계속하시였다.

《언덕에서 수영장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세멘트를 섞어 돌층계를 만들고 알맞춤하니 잔교도 부설하시오. 물동을 다 막을 때쯤 되면 평양의 대동강에서 배놀이하는 쪽배들 못지 않은 좋은 배들을 보내주겠습니다.》

둔덕길에 올라서신 김정은동지께서는 군부대장과 정치위원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시였다. 승용차문을 열고 차에 오르시려던 그이께서는 생각나신듯 돌아서시였다.

《부대장동무, 한가지 잊은게 있습니다. 여기 강바닥은 물살이 세서 모래가 붙어있지 못하고 온통 돌투성이입니다. 물동을 막은 담에는 수영장바닥에 모래를 깔아주시오. 기슭에도 모래불을 펼쳐주면 좋을것입니다. 백사장이 없이야 무슨 수영장이겠습니까.》

《존경하는 대장동지!… 대장동지의 인민사랑의 높으신 뜻을 우리 부대가 꼭 관철하겠습니다.》

과묵한 군부대장의 눈시울이 젖어올랐다.

김정은동지께서 타신 승용차가 산굽이길로 멀어졌지만 두 장령은 거수경례를 붙인 손을 내리지 못하였다.

승용차가 떠나간 그쪽 흰눈덮인 산정을 장미빛으로 물들이며 아침해가 떠오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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