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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야전렬차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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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091회 작성일 22-11-22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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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회


6


1월 하순에 접어들었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강추위가 계속되는 속에서 강행군현지지도를 이어나가시였다.

정방산종합식료공장, 국가과학원 생물공학분원, 룡악산샘물공장, 사리원기초식품공장… 그이께서 한달도 채 못되는 기간에 인민생활향상, 경공업발전을 위해 찾으신 공장, 기업소들은 허다하다.

중낮이 지나 당중앙위원회청사에 돌아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여러날동안 비워두었던 집무실에 들어서시기 바쁘게 문건더미와 마주앉으시였다.

달리는 렬차집무실에서, 승용차안에서, 현지숙소들에서 짬시간을 내여 당과 국가사업에서 제기되는 중요문건들을 제때에 봐주군 하셨지만 집무탁을 마주 앉으시니 그에 못지 않게 비준을 기다리는 문건들이 많다. 자신의 의도와 결심으로부터 당과 국가사업이 설계되고 전진하고 성과가 이룩되는것이니 아무리 피로하고 힘들어도 이 중하를 떠메고 나가야 하며 시간을 바치고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밑줄을 그으며 문건을 보시면서 다른 손으로 송수화기를 들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찾으시였다. 그러나 그 일군은 방에 없었다. 시내의 한 공장에 기술문제협의차로 나갔던 그는 30분가량 지나서 전화를 받았다.

《장군님, 정말 죄송합니다. … 사무실에 붙어있지 못해서…》

《좋은 습관입니다. 과학기술문제는 탁상공론으로 풀기보다 현장에 직접 나가 해결해보는게 낫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물으시였다.

《위원장동무, 대흥청년영웅광산에서 기술문제가 제기된게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박토변두리경사각을 변경시키는 새로운 로천채굴방법에 관한 문제입니다.》

《과학기술심의를 하려고 합니까?》

《채취공업성 담당부서를 거쳐 공식 제출된 문제인만큼 심의에 붙이려고 합니다. 2월 중순쯤 해서 저의 방에 모여 과학기술심의를 하겠습니다.》

《평양에서 한단 말이지… 어떤 사람들이 심의에 참가합니까?》

《광업부문기술문제이므로 중앙광업연구소 소장동무와 채취공업성 국장, 청진광산금속대학 로천채광학부장, 이 동무는 공학박사입니다. 그리고 광산설계사업소 설계실장, 김책공업종합대학 지질학부 채광강좌장과 제가 참가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이 광산과는 거리가 먼 기계공장출신이라는 생각을 하시면서도 묻지 않을수 없으시였다.

《위원장동무는 그 로천채굴방법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있습니까?》

《장군님, 저는 대흥동무들이 제출한 로천채굴법을 연구해보았습니다. 기존방식을 벗어난 측면이 좋다고 생각되였고 성공하면 박토처리량을 대폭 줄이면서 종전에 비할수없이 많은 광석을 채굴할수 있다는 점이 흥미를 끌었습니다. 경제적가치가 대단히 크므로 심의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우려되는건 박토변두리경사각도를 그렇게 엄청나게 변경시키면… 계단채굴장이 무너질수 있다는겁니다. 박토변두리경사각 43도는 세계광업학분야에서 로천채굴장 중력중심이 파괴되지 않도록 선정한 수치입니다.》

《로천광산채굴에서 세계적으로 공인된 경사각도란 말이지요. 그런데 로천채굴장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담보는 없습니까?》

《대흥동무들의 주장에는 이렇다할 과학적론거가 없습니다.》

《그들이 위원장동무한테까지 찾아간 모양이구만.》

《예, 대흥청년영웅광산 당비서가 저를 찾아왔댔습니다. 대소한추위에 먼 대흥땅에서 왔기에 과학기술심의를 해주겠다고 좋게 말해서 돌려보냈는데… 이번 심의에서 과학기술문제를 우습게 여기고 덤비는 그 동무들을 한번 정신차리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대흥동무들을 하나도 안 참가시키고 어떻게 정신차리게 해준다는겁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벼이 웃고나서 물으시였다.

《광업부문 과학기술심의위원장은 누굽니까?》

《중앙광업연구소 소장입니다.》

《누구더라?…》

《리대세라고… 전에 채취공업성 부상을 하던 동무입니다. 광업부문에서는…》

《아, 그 사람입니까. 내가 리대세동무를 만나보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리대세를 잘 알고계시였다.

지난 세기 70년대와 80년대에 광업부문사람들은 리대세를 반롱조로 《광업대가》라고 불렀다. 지하채굴, 로천채광, 광산설계, 운광, 버럭처리, 광산설비에 이르기까지 광업의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막힘이 없는 리대세의 학식을 당하는 사람이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놓으신 다음 문건들을 계속 보시였지만 반가움짙은 추억이 간단없이 떠오르시였다.

1946년 가을, 해방산기슭에 있는 수수한 저택, 다리아와 접중화, 글라디올라스, 백일홍들이 핀 꽃밭, 황이 든 느티나무잎새들사이로 더위를 가시지 못한 저녁해살이 비쳐들고 싱그러운 숲향기 풍기는 자그마한 정원…

수령님께서는 지식인인 아버지를 따라 공화국북반부로 넘어온 열서너살전후의 리대세형제를 따뜻이 맞아주시였다. 몸둘바를 몰라하는 그들을 정원의 탁자와 걸상에 앉히고 김정숙어머님께서 손수 부어주신 얼음쪼각을 띠운 시원한 물을 어서 들라고 하시였다.

그들이 행상인들속에 끼워 서울을 떠나 38도선을 넘어오느라 갖은 고초를 겪던 이야기를 다 듣고나신 수령님께서는 앞으로 희망이 무엇인가고 물으시였다.

리대세의 형은 외교일군을 희망하고 그는 기자가 되겠다고 말씀올렸다.

《둘다 공업부문엔 애착이 없단 말이지. … 아버지가 조선언어학박사이니 그럴만 하지.》

수령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너희들의 희망에 반대는 없다. 그렇지만 아버지도 있는 자리여서 말해줄게 있다. 우리는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서 새 민주조선을 건설하고있다. 나는 개선연설에서 힘있는 사람은 힘으로, 지식있는 사람은 지식으로, 돈있는 사람은 돈으로 새조국을 건설하자고 호소를 하였다. 해방의 열광에 휩싸인 인민들이 모두 떨쳐나서고있다. 땅을 받은 농민들과 공장의 주인이 된 로동자들, 정신적멍에에서 벗어난 지식인들이 당의 주위에 뭉치고있다. 정치형편은 날이 갈수록 나아지고 안정되고있지만 난관이 이만저만 아니다.

내가 말하는 난관은 경제형편이다. 일본놈들은 쫓겨가면서 식민지조선의 얼마되지 않던 공장, 기업소들마저 일떠서지 못하게 죄다 파괴하였다. 온전한 광산도 없고 제철소라는건 파철무지다. 철도운수는 마비되였고 기계공장 사촌도 못되는 철공소에는 모루조차 변변치 않아 호미가락이나 겨우 벼리고있다. 새 민주조선 국고에는 돈 한푼 없다. 그렇다고 우릴 도와줄 나라도 없다. 전쟁을 갓 치른 쏘련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복구건설을 하느라 우릴 도와줄 형편이 못된다. 중국공산당은 장개석과 한창 싸우고있다. 오히려 부족되는 총기류를 우리가 보내주고있다. 남조선을 강점한 미국놈들은 우리가 경제를 일떠세우기 전에 북조선을 먹어치우겠다고 벼르고있다.》

수령님께서는 반쯤 몸을 돌리시고 걸상등받이에 한팔을 얹으시였다.

《나는 장차 새 조선의 주인이 될 너희들이 자연과학을 했으면 한다. 해방된 우리 조선에는 무엇보다 공업계통의 유능한 기사, 기술자, 인재가 필요하다. 그래야 나라의 경제를 일떠세우는데 실질적으로 이바지할수 있는것이다. 우리 나라는 지하자원이 많지만 이 공업의 원료와 자금을 충당할수 있는 방대한 자원을 캐는 기술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허리도 못 펴는 오소리굴에서 곡괭이로 뜯어낸 광석을 삼태기에 담아내는 정도이다. 채굴공학이라고 할만 한 학문조차 없다. 화학공업도 마찬가지다. 흥남에 가보니 로동자들이 류산에 녹아 너덜너덜해진 토스레옷을 걸치고 숨막히는 반응로안에 들어가 일하고있다.》

《장군님, 저의 자식들이 소견머리가 짧았습니다.》

리대세의 아버지는 몹시 가책이 되는지 두 아들을 일으켜세워 수령님앞에 나란히 세웠다.

《어서 말씀올려라. 김일성장군님의 높은 뜻을 따르겠습니다 하구말이다.》

정전직후 리대세는 도이췰란드의 뮨헨광업대학에 류학을 갔고 형은 레닌그라드화학공업대학에 입학했다.

1960년대초에 리대세는 류학을 마치고 어엿한 광산기사가 되여 조국에 돌아왔다. 내각에서는 리대세를 중공업위원회 과학기술국에 파견하려고 했지만 수령님께서는 그가 조선의 광업실정을 잘 알도록 성천광산에 보내시였다. 그는 갱막장에서 매캐한 돌가루먼지를 들쓰면서 착암을 하고 광차를 밀었다. 채광기사로 갱설비설계를 담당했고 기술참모, 중대장도 해보았다.

리대세는 풍부한 광산현장경험을 쌓고 듬직한 당원광부가 되여 중공업위원회 과학기술국에서 일하게 되였고 몇해후에는 단천지구련합기업소에 배치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1970년대에 광업부문의 당조직에서 단천지구련합기업소 기사장 리대세한테서 극심히 발로되는 유럽숭배주의, 수정주의경향을 비판하고 해임처벌할데 대한 문건을 제출했던 일을 기억하시였다.

20대에는 지식을 터득하고 30대에는 경험을 쌓고 40대에는 명성을 날려야 한다는 유럽나라의 격언을 속에 품고있던 리대세는 불현듯 광업계에 하나의 론문을 던져 파문을 일으켰다.

《락후한 광업기술로부터 현대적인 광업기술로 전환하여 광물생산을 중대시키기 위한 문제》라는 이 론문은 광업기술경영에 관한 의견서였다.

골자는 우리 나라 광업의 본질적결함이 식민지잔재후과로 갱아구리가 작은데 비해 사람, 레루, 광차, 동발, 압축기… 이렇게 들어가는게 많고 광석은 적게 나온다는것이였다. 도이췰란드나 핀란드광산처럼 갱을 크게 뚫고 채굴대차, 운반차, 큰 륜전설비를 넣으면 적은 인원으로 쉽게 많은 광석을 캘수 있다는것이다.

그랬으면 오죽 좋겠는가. 그런데 무슨 돈이 있어 대형광석운반차들과 다이야, 채굴대차를 사오겠는가.

조국실정을 모르는 《광업대가》, 《유럽숭배주의자》 리대세에 대한 맹렬한 비난은 엄중한 사상적결함으로 자료화되였다. 그가 결혼당시 처녀한테 말했다는 우리 나라 광산의 3대락후성 즉 작업의 락후성, 문화의 락후성, 생활의 락후성속에 사는 광산기사한테 시집오겠는가 하는 말도 첨부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을 부결하시고 광업부문을 맡아보는 당중앙위원회 일군을 불러 말씀하시였다.

동무는 수령님께서 인재 한사람을 키우시기 위해 얼마나 품을 들이시는지 알고있는가. 리대세 한사람만 보아도 수령님께서는 그를 전후의 어려운 시기에 외국에 보내여 공부를 시켰고 광산현장에서 채광, 운광 작업을 직접 해보면서 책상지식을 공고히 다져 재능과 실력이 겸비된 광산기사, 인재가 되도록 하시였다. 굳은 암석, 자연과의 힘겨운 투쟁으로 광석, 공업의 원료를 생산해내는 광산부문인재는 더구나 귀하다. 조선의 광산에 《광업대가》가 한사람이라도 더 있으면 좋지 나쁠게 무엇인가. 나는 리대세가 유럽숭배주의자나 수정주의자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조선의 광업계를 가슴아파하고 발전된 나라들의 광업수준을 따라잡으려는 열망이 드높은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사회주의나라든 자본주의나라든 그들이 갖춘 발전된 기술은 인간의 지혜가 담긴 우수한 창조의 발현이다. 우리는 우리 나라 광업의 실태를 허무적으로 대하지 말아야 하지만 락후한 실태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하고 일떠세우기 위한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뒤떨어진 측면, 부진실태를 숨기지 말고 빠개놓고 인정하고 경제기술적인 원인을 도출해내지 않으면 언제든지 발전은 한갖 말공부에 그치고만다.

갱아구리가 작고 들어가는게 많은데 나오는건 적다. 이것은 수령님께서 수다한 광산들을 현지지도하시면서 론의하신 문제이다. 광산작업의 대형화, 현대화는 수령님의 뜻이다. 리대세부총국장의 론문은 우리 나라 현 광업실태, 전반적공업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급진적주장일따름이지 종당에 앞날의 광산은 그렇게 굴아구리를 넓히고 채굴대차로 광석을 캐서 대형광석운반차에 직접 실어날라야 한다.

그후 리대세는 검덕광업련합기업소 기사장을 하다가 중앙광업연구소 소장직무에 조동되였다.

수령님께서는 언젠가 김정일동지께 리대세에게 나이로 보나 학식과 현장경험으로 보나 적합한 직무를 맡겼다고 말씀하시였다. 우리 나라에 리대세를 견줄만 한 광산쟁이, 광산권위자가 없다고, 결함이 있다면 아는것에 비해 실천력이 약한것이라고 하시였다. 사람들을 직접 틀어쥐고 사업을 전개하여 광물을 캐내는 광산지배인, 총국장같은 경제지도일군이 아니라 채굴학, 로천채광학, 광산기술운영계통에 밝은 학자형의 광업일군이라고 하시였다.

며칠후.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방현지지도를 떠나시기에 앞서 중앙광업연구소장 리대세를 부르시였다. 1980년대말에 중앙의 어느 회의때 휴계실에서 만나보시고는 처음이였다.

《오래간만입니다.》

그이께서는 창황히 달려오느라 넥타이도 온전히 매지 못한 리대세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시였다.

큰 키에 어울리게 체격이 좋고 학자답게 잘 다듬어진 목소리를 가진 리대세는 번듯하니 열린 이마우에 성칼스레 뻗은 총이 센 흰머리칼마저 지난날 수령님을 충직히 받들어온 아버지를 닮은것 같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반가움과 회억의 깊은 감정속에서 리대세의 건강이며 가정형편에 대해 알아보시고는 대흥청년영웅광산의 로천채굴문제로 넘어가시였다.

《소장동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모름지기 국가과학기술심의에서는 광업부문의 과학기술심의위원장인 소장동무의 견해가 기본일텐데.》

《장군님… 사실 저는 그 일루 해서 고민이 큽니다. 기존채굴방식으로 볼 때는 채취공업성 국장이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동무의 주장이 옳습니다. 그러나 마그네사이트광석을 다량채굴해내려는 대흥광산동무들의 기술안은… 박토변두리경사각을 크게 하는건 모험적이긴 하지만 경제적가치를 론할 때 흥미가 대단합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결심하기 어려운데… 과학기술심의를 해봐야 알것 같습니다. 아직 날자가 있는만큼… 저도 연구를 해보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젊었을 때 리대세의 성격이 차분히 숙어들지 않고 이마우에 올려뻗친 총이 센 머리칼처럼 고집스럽고 자기 주장을 좀처럼 물리지 않았다는것을 되새기시였다.

아마도 지난날 리대세가 학식을 뻐기고 코대를 세운다고 보수주의자들이 그를 더 유럽숭배주의자로 몰아붙였을지 모른다. 그는 광업기술문제를 놓고는 망설이거나 상급의 립장에 발라맞춘적이 없었다. 어느때건 자기의 확고한 지론이 있었고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았으며 자기의 고집스런 지론때문에 뒤따르는 행정적조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리대세가 지금은 반대하지도 지지하지도 않는 우유부단적이고 책임을 멀리하는 자세였다. 리대세의 학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너무도 엄청난 채굴안이여서인가? 아니면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유약한 성격의 일군으로 되였는가? 하긴 70이 넘은 로년기에 들어선 사람에게서 단번에 어떤 결단성이나 결패있는 주장을 바라는것은 무리이다.

김정일동지께서 기쁘게 생각하시는것은 리대세소장이 예나지금이나 제기된 문제앞에서 눈치를 보면서 가식을 부리거나 비위를 맞추려 하지 않고 자기 번민과 립장을 솔직히 터놓은것이였다. 나무는 오래되여 아무리 줄기가 상하거나 구새먹어도 돋는 잎사귀는 제 모양의 푸른 잎인것이다.

《내가 소장동무를 만나자고 한건 서로의 립장이 대치되는 광업기술문제, 말하자면 다량채굴이냐, 채광장붕괴냐 하는 심각하게 상반되는 채광학문제를 론쟁하자고 해서도 아니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기술적론거를 일축하거나 부정하자고 해서도 아닙니다. 내게는 과학기술적문제에 대한 어느 일방의 편역을 들 권리가 없습니다. 과학기술문제는 어떤 권력의 힘이나 다수가결의 원칙이 아니라 오직 과학적정의, 진리의 힘에 의해 풀어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 한켠구석에서 보풀이 인 장갑을 집어 야전솜옷주머니에 밀어넣으시였다. 이 강추위에 함경남도에 가면 아무래도 공장, 기업소들의 현장에 나가있는 시간이 많겠으니 장갑을 잊지 말아야 하는것이다.

《나는 다만 과학기술부문 일군들이 해당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서 국가에 막대한 리익을 가져올수 있는 이런 과학적정의를 어떻게 도출해내는가 하는걸 놓고 좀 말하려고 합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동무는 대흥광산의 로천채굴안심의를 평양에서 하겠다고 하는데 나는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물론 심의일군들이 대체로 평양에 있고 다들 광업전문가들이니 사무실에 앉아 론의해도 별로 지장은 없을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과학기술심의를 대흥광산 로천채굴장현장에서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기술안도면종이가 아니라 거창한 로천채굴계단우에서 문제의 박토변두리경사각을 심의성원들이 손으로 직접 재보고 그곳 광산 기술자, 기능공들의 주장을 들어보면서 심의를 한다면 론박할수 없는 견해를 세우고 정의를 내릴수 있지 않겠습니까.》

《장군님, 정말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이번 심의를 대흥광산에 직접 가서 하겠습니다. 사실 과학기술심의를 현지에서 열면 심의할 내용의 실체를 명백히 확인하는 기초에서 하기때문에 좋은 점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기간 이런저런 사정으로 대체로 평양의 과학기술위원회에서 진행하군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대세가 면구스러워하는걸 보시고 아량의 미소를 지으시였다.

《소장동무, 숱한 과학기술문제를 일일이 현장에서 하기는 어려울것입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동무를 비롯해서 심의일군들이 거의나 나이가 많으니 어데 다니기도 불편할것입니다.》

《일없습니다. 장군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 나라에 막대한 리득을 줄수 있는 과학기술문제인데 다리가 부러져도 가는게 옳습니다. 대흥북두봉 로천채굴장에 가지 않고 책상머리에서 도면을 놓고 심의를 한다는건 광산로동계급을 우롱하는거나 같습니다.》

《소장동무가 광산로동계급편역을 드니 나도 기쁩니다.》

《저야 원바탕이 광산로동계급출신이 아닙니까. 대흥광산동무들의 주장을 지지하고싶은 생각이 굴뚝같은데 과학적담보가 서지 않아 우려할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난날 리대세한테 나타난 부족점이 아는것에 비해 실천력이 약하다는것을 상기하시였다.

혹시 이번 기회에 이 《광업대가》가 팔을 부르걷고 나선다면 머리속에 든 굉장한 학식이 남들을 감탄시키는 박식으로 끝나거나 기술론쟁에 그치지 않고 다량채굴이라는 실천의 큰 열매를 딸지도 모른다. 다만 젊었을 때와 같은 의지와 열정이 있겠는지. …

《소장동무는 그전날 단천지구광업총국장으로 있었으니 대흥, 검덕지구가 생소하지 않겠지요. … 그때 광석생산을 높이자고 일욕심이 여간 아니였다는걸 알고있습니다. 이번에 대흥청년영웅광산에서 한번 본때를 보이십시오. 광산동무들의 주장이 공허하달 정도로 무리한 욕망이라는 평가를 듣는데 아직은 싹에 불과한 이 새로운 다량채굴방법을 자래워 성사시키고 과학기술적담보를 줄 사람은 소장동무밖에 없다고 난 생각합니다. 아무리 세월이 가고 나이가 많다 해도 〈광업대가〉란 명성이야 보존해야 할게 아닙니까.》

《장군님 … 고맙습니다. 그걸 다 기억해주셔서 …》

리대세의 눈굽에 물기가 축축히 어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대세를 집무실밖에까지 바래주시였다.

《이 추운때 나이많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동무랑 먼 대흥땅에 가 수고를 하겠습니다. 솜옷을 두툼한걸 입고 속에 털실내의를 껴입어야 합니다.》

《걱정마십시오. 바람을 쏘일겸 오금을 놀리겠습니다. 단천, 대흥지구는 저의 고향땅이나 같습니다.》

《수고를 해주시오. 난 채굴이 꼭 기존방식에 국한돼야 한다는 론리는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광산작업은 자연과의 투쟁이 아닙니까. 도이췰란드나 스웨리예광산의 지반, 암석이 조선의 대흥땅암석과 꼭같을수 있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미 할 말씀을 다 하셨지만 괴로운 심중은 시원히 풀지 못하시였다. 마그네사이트광석의 다량채굴, 그것은 국가적으로 볼 때는 한 기업소에 관계되는 작은 문제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아가서 마그네샤크링카다량수출로 이어지고 자금획득과 인민생활향상, 국가부흥에 도움이 되는 큰 문제이다. 이런 일을 즉석에서 소원하는대로 해결을 지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것인가. 이제 국가과학기술심사일군들이 먼 대흥땅에 가서 심의를 하느라면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것이다.

《나도 심사성원들과 같이 대흥땅에 가보고싶은 심정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추억깊은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재작년 5월에 … 대흥북두봉광구에 올라가보니 진달래와 철쭉꽃이 한창이였습니다. 분홍빛안개속에 묻힌 온 북두산정이 해빛에 하야니 은백색으로 빛났습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하얀 마그네사이트광체, 백금산이였습니다. 이 광대한 백금부원을 한시바삐 대량 캐내서 우리 인민들의 생활을 유족하게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하는 생각에 … 좀처럼 북두봉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세상에 없는 이 진귀한 마그네사이트광석을 몽땅 캐서 우리 조국을 강성부흥시킬수 있다면 나의 목숨을 바쳐도 아까울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군님.… 》

리대세는 자책감에 젖어 떠듬거렸다.

《저는 … 평생 광산쟁이로… 마그네사이트에 미쳐돌아갔지만 대가라는 명예에 만족했지 나라를 생각할줄… 몰랐습니다. 류학에서 배운 지식을 가지구 고작 론문이나 내구 입씨름이나 벌렸지 광업계에 이렇다하게 해놓은 일이 없습니다.》

《아, 지나친 겸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소장동무가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뜨거웠기때문에 젊은 시절에 락후한 조선의 광업실태를 분석하고 가슴이 아파 비판하는 학술론문을 낸것입니다. 애국심이 없는 사람은 뒤떨어진걸 번연히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모르쇠합니다. 아무런 창발성이 없이 그저 시키는대로 일하면 그만이다 하는 랭담하고 회의적인 태도와 보신적인 일본새가 우리 사람들속에 내재하고있는 하나의 병페입니다. 그런데 소장동무한테는 그런 병집이 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대세의 커다란 손을 잡아주시였다.

《헤여집시다. 대흥에 가면 리천일당비서를 만날텐데… 참, 그 동무를 압니까?》

《잘 압니다. 제가 단천지구광업총국장을 할 때 천일동무는 대흥광산 북두분광산 책임기사였습니다. 배짱 세구… 운반공이 락광정에 떨어지는걸 제 몸을 내대여 구원한 사람입니다. 알쭌한 광산토배기입니다. 》

《그 동무한테 내 인사를 전해주시오. 다량채굴도 중요하지만 광부들을 변함없이 사랑하구 생활을 책임지는 당비서가 되여 달라구 말입니다.》

《장군님말씀을 꼭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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