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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시스템의 부재를 드러낸 메르스 창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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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2,385회 작성일 15-06-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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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라고 불리우는 질병이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됐고, 이미 그 피해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 자체가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물론 그게 친이계 좌장이라는 이재오 의원의 목소리가 가장 두드러진다는 게 한계긴 하지만) 이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질병 자체의 확산 속도도 빠르지만 정보가 통제돼 있는 상황에서 언제 이 질병에 노출될지 모르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져가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이것이 정권에 대한 직접적 불신(이미 세월호 사건 등으로 인해 무뎌지긴 했다고 하더라도)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그들에게 있는 것으로 봐도 되겠지요. 


이 질병의 확산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겁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당연히 국민의 행복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하고 그 구성원이 공동체를 이루면서 안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 국민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들은 사태가 진행될수록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지요. 게다가, 이것은 질병의 문제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위협이 되고 있는 무엇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왕좌왕하고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잡아가겠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그대로 이들의 무능을 드러내고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최근 몇 시간 동안 한국의 메르스 창궐에 관한 보도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시간 단위로 새로운 보도들이 나오는데, 보도 내용들이 천천히 한국에도 소개되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대부분은 부정적입니다. 이러다가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무조건 검역하는 그런 망신을 넘어선, 국가적으로 더 망신스러운 대응들도 국제사회에서 나올 듯 합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 등이 검역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자기들의 정치적인 속셈까지도 담아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부정적 전망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어떤 질병이 확산된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것은 불행하게도 '정치의 부재' 입니다. 집권 새누리당,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박근혜 대통령과 그 세력은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권력에 대한 욕심만큼은 강한 듯 합니다. 집권욕이 강한 지도자가 능력이 있거나, 혹은 능력을 빌릴 수 있는 능력이나 그 능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터키의 케말 파샤처럼 유능한 독재자가 되겠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독재자들이 그렇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자신은 스스로를 독재자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가가 아닌 박정희교라는 유사종교의 교주 혹은 신녀가 통치하고 있는 일종의 '신정일치 정치'가 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김어준 총수가 늘 이야기하듯 그녀에게 집권 행위는 국가를 운영하기보다는 '박정희'라는 개인을 숭배하는 종교의 제사장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가가 가져야 할 당연한 시스템들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이 내재하고 있는 가장 큰 비극입니다. 정치가의 옆엔 정치가들이 모이겠지만, 지금의 이 망가진 시스템에선 직언을 해서 나라를 구할 사람도, 책임을 지고자 하는 사람들도 점점 사라져가는 겁니다. 국가라는 시스템 자체가 망가졌다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위급 사태에서 가장 극적으로 자기 모습을 드러냅니다.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의 초기 대응이 그랬고, 지금 메르스 사태의 진행 과정이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무엇보다 개개인의 위기의식과 맞물려 그 양상이 제대로 된 방역대책과 정확한 정보의 공개가 없다면 국민 개인의 위기의식 안에서 증폭될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이 정권의 위기 의식도 증폭될 겁니다. 이걸 잡고자 일단은 유언비어를 조장하는 사람들을 잡아 넣겠다는 공포정치의 틀 안에서 움직일 수 밖에 없겠지요. 


얼른 이 질병이 잡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여름은 역병이 창궐하는 계절이라는 것이 마음이 쓰이기도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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