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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조국 방문기 48. 원산 앞바다에서 직접 도미를 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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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2건 조회 8,197회 작성일 15-03-0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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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년만에 다시 찾은 북부조국 방문기 48


원산 앞바다에서 직접 도미를 낚다


창밖의 원산 앞바다가 훤해질 무렵에 잠이 깨어 일어나니 깊은 수면을 취해서인지 아주 개운하다.  창으로 내려다보니 겨우 어둠이 물러났는데도 방파제엔 벌써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자그마한 배 한 척은 예전에 흔히 보던 노를 젓는 배다.  참 잔잔하고 평화로운 모습의 바다다.6시에 어제 만났던 강원도 해외동포사업처의 김 처장이 우리를 안내하여 새벽산책을 하기로 하였기에 로비로 내려가니 벌써 도착하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안내원을 동반하여 새벽산책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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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의 호텔 주변의 바닷가 도로.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빗자루를 들고 서있는 인민의 모습이 이 글 전반부의 배경이다.



호텔 밖을 나서며 기분좋게 힘찬 발걸음을 떼는데 저만큼에서 어떤 사람이 빗자루로 보도를 쓸고 있다.  사진을 한 장 찍고는 좀 더 가까이에서 찍으려는데 옆에서 함께 걷던 김 처장이 손으로 제지를 하면서 “좀 좋은 것들을 찍으라요”라고 말한다.   즐거운 기분으로 나섰다가 그렇게 제지당하고는 갑자기 상쾌했던 기분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동안 사진을 찍는 것은 무제한의 자유를 누렸는데 갑자기 그걸 막는 이유가 무엇인가?  원산이 평양보다는 외진 곳이기에 이곳 안내원은 사진을 찍는 것도 부담으로 여기고 간섭을 하는 것인가?  저렇게 아침 일찍 주민들이 나와서 길을 청소하는 모습은 아주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이어서 원산의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인데 이 안내원은 그것을 그리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별 생각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내가 그 안내원이나 이곳 인민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정말 아름답고 좋은 모습들만 사진에 담아가서 원산을 알려주면 좋겠는데 그들이 보기엔 대수롭지 않은 것들을 찍곤 한다.  어제 처음 만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도 못하니 아무 것이나 함부로 사진을 찍어서는 그동안 서방세계에서 이상하게 사진을 조작하여 온갖 모략을 다한 것처럼 이 원산을 비하하지는 않을까하고  생각하고는 그냥 한마디 건네서 조심을 시켜야지하고 생각했을 수도 있으리라.


사실 내가 북부조국에 가서는 좋은 것이나 아름다운 것뿐만 아니라 보이는 모습들 모두가 귀한 모습이라 아무 것이나 사진을 찍었지만  대체로 누구든지 사진을 찍을 때는 뭔가 특별하거나 기억할 만한 것들만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이다.  실제로 내가 남부조국에 갔다가 시골의 5일장을 두 번이나 방문하게 되었는데 지참한 카메라로 단 한 장의 사진도 찍을 수가 없었다.  늙은 할머니가 쪼그려앉아서는 작은 함지박에 이고 온 물건을 파는 모습같은 것을 찍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의 초등학교 동창이 얼마 전에 내게 말해준 그의 어머니의 모습도 시골장날에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의 돌아가신 어머니가 깊은 산속을 헤메면서 캔 산나물을 20리 떨어진 장에 내다 팔아서 그의 중고등학교 시절의 학비를 대었다고 하였다.  너무 고생을 하여 일찍 돌아가셨는데 잘 모실 기회조차 없었다며 회상하던 그 동창생의 눈가엔 이슬이 맺혔고, 그의  형제들이 여럿 되는데다 논밭 또한 얼마 되지 않던 그 집안사정을 잘 알던 나 또한 마음으로 울었다.  그의 어머니같은 할머니들이 수십 수백명이 모여든 것이 시골장이 아닌가.


이제 나는 시골 장날을 무슨 진귀한 구경거리가 있나하고 돌아보던 그런 나이가 아니라 거기 모여든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의 삶의 애환을 꿰뚫어보게 될만큼 삶을 살아온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런 내가  외국에서 살다가 남부조국의 장터를 둘러보러 나갔지만 내가 기억하기 위하여 그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함부로 사진기를 들이댈 수 있으랴.  무엇보다 내 부모와 같은 서민들의 남에게 썩 보여주기 싫은 생활을 내가 존중해주고 싶은 것이다.  일부러 그런 것을 찾아서 찍는 예술사진사가 아닌 이상 우리들 모두는 그런 모습을 대체로 피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 안내원의 제재 또한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다. 


김 처장은 이날 차를 타고 멀리 여행을 함께 하면서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내가 그런 일을 아침에 당하였기 때문에선지 별로 의식하진 않았는데도  불편하여  교외에선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원산 시가지를 지나는 동안은  차 안에서 찍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바람에 원산 시내에서 교외로 나가는 동안 시가지를 지나면서 찍은 사진들이 거의 없는데 그 부분이 제법 아쉽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하고 차를 타고 지나면서 눈앞에 스쳐 지나간 것들은 기억에 남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 제지를 당하기 전에 찍은 이 사진이 거의 유일한 길거리의 사진이 된 셈이다.  원산이 고향인 나의 인터넷 친구들도 있는데 사진을 좀 더 찍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김 처장이 내가 북부조국에서 찍은 사진을 방문기에서 이렇게 활용하여 원산과 강원도를 잘 알리는데 기여하게 될 사람이란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김미향 동무처럼 나를 믿고 아무 간섭을 하지 않았으리라.   북부조국에 뭐 딱히 부끄러운 것도 없고 보여줘서 안될만한 군부대 같은 곳엔 우리가 가지도 않았으니까.  차가 달리는 도중에 인민들이 도로공사를 하는 현장을 지나칠 때도 있었는데 사실 그런 곳도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나 쉬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도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다.  스스로 조국을 위해 노동을 하며 땀흘리는 모습보다 더 귀한 모습이 어디에 있는가?  지금은 이미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나선 인민군들의 드센 육체노동의 사진을 이미 북부조국 언론매체가 널리 공개하고 있는 시절이 아닌가?  강제노동이 아니라 인민들이 나라를 위해서 스스로 건설하는 모습을 자랑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자랑할 것이 뭐가 있으랴.  내가 찍지 못한 그런 공사현장 부근의 사진을 옆의 노길남 박사가 한 장 찍은 것이 있는데 아쉬운대로 나중에 그걸 대신 사용할 수밖에 없다.

...................


몇발자국 걷지 않아서 방파제 입구에 이르렀는데 방파제로 들어가는 입구에 관리인이 입장료를 받는다.  그러니까 이곳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공원인 셈이다.  세 사람이 입장하는데 얼마인지 기억할 수 없는 아주 적은 금액을 내고 들어가니 바다 한가운데를 향하여 까마득하게 방파제 위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잘 닦여 있다.  얼마 들어가지 않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이른 아침부터 낚시를 하고 있는데 바로 어젯밤에 들은대로 검은도미를 낚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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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 앞바다 방파제 공원에서 검은도미를 낚는 인민들.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듯하다.



내가 워낙 낚시를 좋아하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좀 더 고기가 잘 낚이는 곳을 지나다 사진만 찍고 떠나기가 아쉬워 막 고기를 연이어 낚은 어떤 노인에게 부탁을 해보았다.  “죄송하지만 낚싯대를 잠깐만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도 낚시를 아주 좋아합니다.  멀리 미국에서 이렇게 원산을 찾았는데 저도 낚싯대를 꼭 한번 던져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부탁을 하자 그 노인은 “한번 던져 보시라우” 하면서 쾌히 자신의 낚싯대를 건네준다.  


사실 낚시꾼에게 그가 사용하는 낚싯대를 빌려달라는 것은 보통 실례되는 일이 아님을 낚시 전문가인 나는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낚시를 하기 위하여 아침 새벽부터 준비해서 집을 나섰을 것이다.  미끼는 그 전날부터 준비하느라 신경을 썼을 것이고 낚싯줄도 내가 잘 못던져서 어디 바닥의 바위에 걸리기라도 하면 뒤처리를 하느라 낭패를 보게 되고 시간도 날아간다. 이렇게 자리를 잡고 지금은 고기를 낚고는 있지만 물고기란 물때가 되어 물다가도 금방 모두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니 낚일 때 열심히 낚고 재미를 보아야 하는데 낚싯대를 난생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맡긴다는 것은 자신의 낚시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 낚시꾼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면서도 나도 한번 해보자고 부탁한 것은 평소에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어려워하는 내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아마 북부조국을 찾은 김에 내가 좋아하는 바다낚시를 그분께는 크게 무례한 일이긴 해도 꼭 한번 해서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한 마음이 컷고, 또한  그 노인의 인상이 좋아서 내가 용기를 내어 청한 것 같다.


내가 받아들은 낚싯대는 릴이 붙어있지 않지만 아주 길어서 방파제에서 제법 멀찌감치 던질 수 있었다.  미끼로는 살아있는 자그마한 새우를 사용하였는데 그 새우가 촉촉한 톱밥 속에서 살아있는 것이 참 신기하였다.  내가 예전에 하와이에서 바다낚시를 갈 때엔 바닷가 연못 풀섶에서 새우를 뜰채로 수십마리 정도 잡으면 그걸 물통에 넣고는 배터리로 공기를 불어넣는 장치로 산소공급을 하여 살려서 밤을 새워 낚시질을 하였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톱밥 속에 묻어놓아도 새우는 살아있는 것이다.   낚싯대를 빌려준 노인이 내친김에 새우도 한 마리 낚시에 꿰어주신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낚시는 지방마다 모두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곳에선 어떻게 미끼를 낚시에 꿰는지를 지켜보았다.  내가 사용하는 방법과 대동소이하다.  이제 준비가 다 되었다 . 낚싯줄  중간에 찌가 있어 던져 두었다가 입질을 하면 채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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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기를 낚은 곳 부근에서 낚시하는 원산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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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미끼용 새우가 톱밥속에 묻혀있는 미끼통



낚싯대를 슬쩍 들어올려 저만큼 다른 사람들의 낚싯줄을 피해서 던졌다.  가만히 앉아서 고기가 물기를 기다리려는데 내가 던진 낚싯대의 찌가 보이질 않는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나야말로 낚시의 전문가 강태공인데 던진 낚싯대의 찌가 바로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린 것이다.  이상하게 여긴 옆의 노인이 던지자마자 고기가 물은 것 같다고 말해준다.  그래, 그것 외엔 찌가 사라져버릴 이유가 없다.  얼른 낚싯대를 채어보니 재법 힘차게 요동을 치며 손바닥만한 검은도미 한마리가 올라온다.  역시 원산의  도미도 나의 낚시실력을 알아주는구나.  도미가 물기까지는 낚싯대를 던져서 1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던져놓고 기다리는 재미와 입질이 와서 뜸을 들이다가 채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싱겁게 도미 한 마리를 낚고는 노인께 깊은 감사를 표하고는 낚싯대를 돌려주었다.  어쩌면 그렇게 빨리 고기가 물 수도 있는 것인가?  노인이 낚싯대를 빌려주고는 무료해할 수도 있었는데 내가 바로 돌려드릴 수 있어서 그래도 다행한 일이었다.  원산하면 앞으로 그곳 방파제에서 도미를 낚아보았다는 것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검은도미는 크진 않지만 참 실하고 잘 생긴 고기였다. 이렇게 물때가 맞을 때는 많이 낚이기도 하니 인민들이 즐겨 낚아서 회로도 먹고 구워서도 먹고, 또한 매운탕으로도 맛있게 먹기 좋을 생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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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잠깐 동안 이만큼 낚았다는 마음씨 좋은 낚시꾼이 낚은 검은도미들



저만큼에서 노길남 박사님과 김 처장이 내가 낚시하는 줄도 모르고 천천히 걸어가면서 대화하고 있기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합류하였다.   이제 곧 일출시간이다.  원산 앞바다에서 바라보는 시내쪽으로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참 아름다운 항구다.



아래 링크에서 방문기 47회를 읽을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통일그룹 '우리는하나'로 통일을 꿈꾸는 민중을 초대합니다.

https://www.facebook.com/groups/Koreaisone/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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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왕님의 댓글

광개토왕 작성일

던져넣자마자 도미가 낚인 것을 보니 고기들도 좋은 땅
미국에 온 사람이란 것을 알았던 모양입니다.

어차피 낚일몸이니 미국에서 북부조국을 그리워하여 굳이
방문한 사람에게 낚여주자는 심보를 가졌겠지요.^^

아마도 원산을 방문한 조선일보 기자가 본 광경을 보았다면..
물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먹거리가 부족하다보니
생선이라도 잡아서 끼니를 때워야한다는 절박감에서 모두들
낚시터에 올망졸망 허기진 모습으로 모여있다는 식으로 방문기를
쓰지않았을까 추측됩니다.

같은 광경을 보고도 개인들이 가진 선입견에 따라 이처럼 내용이
달리 보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실제 같이 동행하여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처럼
그 해석과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도 합니다.

과연 누가... 주어진 광경과 현상을 온전하게 해석한 것일까요.
누구말마따나 이리도 저리도 해석해 볼 수 있는 것일까요.
그래서..그런 가운데 진실은 과연 해체되어 없어지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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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광개토왕 님, 재밋는 댓글 주셨군요.

먹거리로 생선을 사서 먹을 수 있어도 저는 종종 제가 직접 낚는 싱싱한 물고기를 먹기를 좋아합니다.  한때 한국마켓이 없는 곳에 살때는 직접 낚은 물고기로 냉장고를 채워놓고 일년 내내 생선걱정은 않고 살았던 적도 있지요.

원산 주민들이 취미로도 낚겠지만 반찬용으로 낚시질을 한다해도 그래 그것은 좋은 일이라 봅니다.
시간이 나지 않으면 낚시도 할 수가 없지요.  여유가 있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은퇴한 노인뿐만 아니라 사진으로 봐서 젊은 층들도 낚시를 하더군요.  아주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는데 워낙 세뇌가 깊다보니 우리에겐 모든 것을 의심하게도 되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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