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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마이웨이,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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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710회 작성일 15-01-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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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 제대로 된 소득 분배를 해야 한다." 

오바마의 2015년 연두교서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주된 내용은 '분배'였습니다. "위기의 그림자는 지나갔다"는 말로 축약될 수 있는 그의 말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었고, 이를 통해서 비록 의회가 공화당에 의해 장악됐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강하게 비쳤습니다. 실제로, 현재 등록된 민주당원인 제게 오바마 이름으로 되어 있는 전체 메일이 연설 직후에 발송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정책에 대한 지지,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홍보를 해달라는 내용, 그리고 역시 빠지지 않는 '소액 후원'을 해 달라는 내용과 함께.  

 

경제, 특히 중산층에 대한 세금 감면이 이날 대통령 의회 연설의 핵심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산층에 대한 기회의 확대가 정치에 발목잡혀 있지 않은 한 계속해 미국을 성장시키게 될 것이라며 공화당에 대해 디스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모든 이들이 노력에 대한 공정한 댓가를 받아야 하며,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의 규칙 아래서 경기를 해야 한다"는 말로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및 기업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으로는 더이상 미국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는 강한 주장을 내비쳤습니다. 

  

이미 연두교서 연설 발표 전에 밝혀진 주요 내용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독특한 학제인 커뮤니티 칼리지의 무료 수업 확대부터 모기지 보험료 인하까지 다양한 실생활과 밀접한 것들을 광범위하게 다뤘고, 전국민 의료보험에 대해서는 "있으면 좋은 게 아니라, 누구나 꼭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말로 의료보험,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비쳤습니다. 또, 1%의 최상층 부유층에 대한 강력한 증세 드라이브도 예고된 바 있습니다.

 

특히 최저 임금 인상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만일 연봉 1만 5천달러 미만의 (최극빈층) 수준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어디 한번 해 보시길 바란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열심히 노동하는 수백만의 미국 노동자들의 실질적 임금 인상에 투표해 달라"는 말로 지지층의 마음을 자극했습니다. 

 

오바마의 이러한 연두교서 선언은 적어도 오바마 정부로부터 신자유주의 포기 선언이 나온 것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비록 공화당이 반발하고 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한 공화당이 이 이슈에 대해 내놓고 반발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미국의 정치 상황은 두고볼 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오바마의 연두교서 발표를 지켜보면서 느꼈던 것은 그가 이번엔 맘 먹고 오기를 부리고 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그동안 그의 인상과는 달리, 이번엔 결기가 넘친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입니다. 일단 경제가 제 트랙으로 올라왔기에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의 발현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 기저엔 그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정치와 경제에 대한 철학들을 나름대로 이 자리에서 결기를 가지고 쏟아냈다는 인상을 받은 것입니다. 분명히 저항이 있을 것임을 알고, 그 저항을 누를 수 있는 명분과 방법도 제대로 찾은 듯 합니다. 일단 지금이야말로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는 인식 하에, 공화당이 제대로 반격하지 못할 것도 계산을 했던 듯 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작정하고 '불통의 정치인'이란 말을 듣는다고 해도 자기 뜻대로 가겠다는, 일종의 '마이 웨이'를 외친 것이지요.


뭐, 마이 웨이를 외치는 대통령을 굳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만 - 물론 제가 있는 곳에선 오바마가 더 가까이 있긴 하지만 - 철학과 실천력, 그리고 합리적 사고를 갖춘 사람이 마이웨이를 외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마이웨이를 외치는 게 이렇게 와 닿는게 다르구나, 그런 생각을 안할 수 없었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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