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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설 <새나라>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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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8,619회 작성일 15-10-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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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날은 유난히도 해빛이 따스하였다. 두대의 승용차가 서성교를 넘어 남포방향으로 달리고있었다. 앞차에는 김일성동지께서 타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지금 보통강개수공사장으로 가시는 길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거리를 바라보고계시였다. 보통문을 지나서부터는 도시라는 맛이 없고 농촌마을같은 한적한 느낌을 주는 풍경이였다. 해는 벌써 중천에 솟았는데 성안의 장마당으로 들어오는 장사군들이 저마끔 이고지고 늦어진 걸음을 재촉하고있었다.

아직은 형편이 여의치 못해서 농촌지역 주민들은 저렇게 농토산물을 장마당에 가져다 팔아야 아이들 검정고무신이라도 살수 있었다.

(빨리 북조선소비조합련맹을 창설해서 리단위로 소비조합상점을 하나씩 차려놓으면 농민들이 저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하고 장군님께서는 생각하시였다.

길가녁으로 끌려오던 돼지가 갑자기 나타난 승용차에 놀랐는지 뒤다리를 버드럭거리며 꽥꽥 소래기를 지른다.

《차를 천천히 몰라구.》

장군님께서는 운전사에게 한마디 하시고는 다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지금 인민들은 생활의 곤궁에 시달리고있다. 무슨 일이나 첫걸음이 어렵다는데 이해 봄만 넘기면, 그래서 분여받은 땅에서 첫해농사를 지으면 인민생활이 조금이라도 허리를 펼수 있을텐데… 모든 객관적조건을 종합해보면 한해만이라도 참았다가 개수공사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내가 지금 모험을 하려고 한단 말인가? 이제라도 차를 돌려세워야 하는가?)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인츰 고개를 저으시였다.

보통강개수공사문제는 조건이나 따지면서 하느냐 마느냐, 할수 있느냐 없느냐 하고 론리적으로만 대할 문제가 아니기때문이였다.

승용차는 어느덧 적굴동을 지나 봉수산기슭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북쪽으로 향했다. 모란봉기슭에 피여있던 개나리들이 여기 봉수산 남쪽기슭에도 큼직큼직한 다발을 이루며 노랗게 피여있었다.

얼마쯤 더 가느라니 서재골로 불리우는 남쪽기슭에 벽돌로 지은 단층건물이 나타났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여 공사장을 죽 둘러보시였다. 왜정때부터 벌려놓았다는 공사장풍경은 마치 대수술을 받느라고 험상스럽게 째고 헤쳐놓은 상처처럼 그이의 안정을 앗아갔다. 그 상처가 자기를 제때에 치료해주지 않은데 대한 분노를 안고 묵묵히 장마철을 기다리는듯싶었다. 이제 장마철이 되면 지금껏 자기를 방심해둔데 대한 울분으로 끓어번지려고 벼르고있는것 같았다.

장군님께서는 천천히 주변을 거니시며 생각에 잠기시였다. 치수공사란 준비를 잘해놓았다가 단기간내에 해제껴야 하는건데 이렇게 파헤쳐놓기만 하면 더 큰 수해를 입을게 아닌가. 물은 사정을 모른다. 그래서 불보다 더 무섭다고 한다. 인간의 생활에 크게 덕을 주기도 하고 해를 주기도 하는것이 물이다. 고대중국에 첫 통일국가를 세운 진시황은 주나라가 불을 덕으로 삼았다면 주나라를 대신한 진나라는 불을 이기는 물을 덕으로 삼는다고 했다. 인류문명의 발상지들인 닐강류역이나 황하류역, 인다스강류역만 꼽아봐도 예로부터 물을 얼마나 중시했는가를 잘 알수 있다. 우리 나라의 대동강문화도 례외가 아니다. 력사적으로 대도시의 기원과 발전의 자취를 더듬어보면 사람들의 생활과 강하천의 관계는 불가분리적이라고 할수 있었다. 고대도시 로마가 멸망한 원인중에는 도시의 인구팽창과 더불어 물이 부족했다는 설도 있다. 로마의 통치자들은 토목공사를 벌려 도시에 물길을 끌어들였지만 지배계급의 위세를 뽐내고 향락의 수단으로 리용했을뿐 일반백성들의 물고생은 아랑곳하지 않았던것이다.

우리 나라 력사에서도 삼국시기나 고려, 리조시기 도읍을 정할 때 하천을 제일 중시했다. 신라만이 하천을 무시하고 경주산지에 수도를 정했다지만 그래도 그 세력범위는 락동강, 금강, 한강류역에 뻗어있었다.

그런데 저 보통강은 언제까지 원한의 대상으로 되여야 한단 말인가. 유구한 세월 맑은물 흘러내리던 강이 왜놈들의 산림란벌에 흙탕물로 변하고 강바닥이 높아져 그 울분을 참을수 없다는듯 제곬을 벗어나 범람하는데 하루빨리 사람들에게 해가 아니라 덕을 주는 강으로 되게 해야 할게 아닌가.

장군님께서는 한참동안 주변을 거니시다가 일행과 함께 공사사무실로 올라가시였다.

그때 장혁수는 사무실에 있었다. 승용차소리에 창밖을 내다보니 길우에 차가 멎어서고 사람들이 내리는것이 보였다. 공사장을 둘러보던분들이 사무실로 올라올 때까지 그는 창가에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그랬다가 정신을 차리고 황황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순간 혁수는 자기 눈을 믿을수 없었다. 맨앞에서 걸어오시는 젊으신분은 김일성장군님이시였던것이다. 작년에 모란봉공설운동장에서 개선연설을 하시는 장군님을 먼발치에서나마 직접 뵈왔고 초상화를 통해서도 낯을 익혀둔 그분이 틀림없었다. 분명 장군님이시였지만 그이께서 이렇듯 공사장에 찾아오시였다는것을 대번에 인정하는것은 혁수에게 있어서 너무도 아름찬 현실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달려내려오던 자세로 망두석이 되여버린 혁수에게 먼저 손을 내미시였다.

《수고합니다. 동무가 여기 책임자입니까?》

《예? 저… 》

《그러니까 장혁수동무로구만.》

그 순간에 장혁수는 정녕 이분이 김일성장군님이 틀림없다는 심장의 귀속말을 들은듯싶었다.

천리혜안을 지니셨다는 장군님이 아니시고서야 어떻게 자기 이름까지 아시겠는가. 모든게 꿈만 같았다. 꿈보다 더 황홀한 현실이였다.

《장군님!》

혁수는 뿜어나오는 격정에 몸을 떨며 허리굽혀 인사를 올렸다.

《반갑습니다. 향토건설대동무들을 만나보고싶어서 나왔습니다.》

장군님께서는 혁수의 솥뚜껑같은 손을 잡으시고 한참이나 놓지 못하시였다. 더부룩한 머리, 해볕에 탄 흙빛얼굴, 다 낡은 작업복, 발가락이 삐여져나온 로동화, 혁수는 신발이 꿰진것만이라도 감추어보려고 발가락을 오무작거렸으나 장군님께서는 벌써 다 보고계시였다.

잠시후 그이께서는 혁수의 안내를 받으시며 사무실로 향하시였다. 나들문이 서너개씩 달린 단층건물 두채가 크지 않은 마당가녁에 나란히 자리잡고 그보다 좀 우에 꼭같은 건물이 또 한채 서있었다.

서남방향으로 앉은 널직한 사무실에는 중심에 량수책상이 있고 좌우에 보통책상이 두개씩 있었다. 량수책상우에는 왜놈들이 작성했던 개수공사평면도가 유리밑에 놓여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도면을 유심히 들여다보시다가 장혁수에게 말씀하시였다.

《그래도 설계가 용케 살아남았구만. 왜놈들이 그냥 내버리지는 않았겠는데…》

장혁수는 장군님께서 자기들의 공로를 알아주시는 바람에 사기가 났다.

《예, 왜놈들이 가지고 달아나려는걸 마침 사무실뽀이가 알려주어서 우리가 목고채를 들고 막아나섰댔습니다.》

《그러니까 동무들은 왜놈들이 달아나도 이 공사를 끝까지 해야 한다는 성각을 하고있었구만.》

장군님께서는 혁수를 대견하게 바라보시였다. 이것은 스쳐지날수 없는 귀중한 발견이였다. 이 공사에 대한 자신의 결심이 옳았다는것을 여기 로동자들은 행동으로 지지해준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이께서는 다시 설계도를 바라보시며 혁수를 가까이 부르시였다.

《그런데 말이요, 내 보기엔 설계를 고쳐야 할것 같소. 왜놈들은 형제산에서 내리까지의 강폭을 이렇게 좁게 잡았는데 그러면 대홍수때에는 물이 미처 빠지지 못할거요. 경사각을 45도쯤 되게 푹 낮추어서 널직하게 파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큰물이 난다 해도 평양을 홍수의 피해로부터 철저히 보위할수 있습니다.》

혁수는 아무래도 잘 믿어지지 않는지 열띤 어조로 장군님께 말씀드렸다.

《분명 공사를 다시 한다는겁니까?》

《그렇소. 동무가 이 설계를 지켜내고 오늘까지 공사장에 남아있는것도 공사를 계속하자는게 아닙니까? 우리 현장에 직접 나가봅시다.》

장군님께서는 먼저 사무실을 나서시였다. 그제서야 장혁수는 서둘러 따라나서며 기본공사현장까지는 차길이 없어서 갈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동행한 리주연이도 혁수의 편을 들었다.

《그럼 걸어서 가봅시다.》

《장군님, 저기 봉수산을 넘어가야 하는데… 길이 험합니다.》

《일없소. 가봅시다.》

장군님께서는 운전사에게 차를 돌려 서평양조차장부근에 차를 대기시켜놓으라고 이르시고는 산허리를 파헤쳐놓은 곳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리병설은 딱한 표정을 짓고 안절무절하다가 할수없이 장군님의 뒤를 따랐다.

멀리 하당벌에서는 아지랑이가 가물거리는데 농민들이 제땅에 거름을 내느라 분주히 돌아가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봉수산언덕에 서시여 기본공사현장을 쭉 둘러보시였다. 서포천과 형제산강이 합쳐지는 곳은 공사를 시작하다 그만둔 상태이고 봉수산을 가로짼 강줄기도 품을 많이 들여야 할 형편이였다.

본래의 보통강은 제산리쪽에서 뻗어내려온 형제산강과 서포천이 봉수산기슭에서 합수되여 인흥리, 기림리, 서성리 순서로 우불구불 흐르다가 내리근방에서 대동강과 합쳐지는데 장마철에는 강물이 범람하면서 서평양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어놓군 했다. 때문에 보통강개수공사의 요점은 봉수산허리를 뚝 잘라 팔동교방향으로 새 물길을 내고 형제산강과 서포천의 합수목에는 제방을 쌓아 물길을 팔동교쪽으로 꺾어돌리는것이였다. 결국 본래의 보통강과 팔동교쪽으로 뽑은 새 물길로 갈라져흐르던 강물은 운하동에서 다시 합수되여 대동강으로 흘러드는데 그렇게 되면 보통강일대(오늘의 보통강구역)는 큼직한 섬으로 되는셈이였다.

장군님께서는 혁수를 자신의 가까이에 부르시였다.

《동무 생각엔 공사를 끝내자면 얼마나 걸릴것 같소?》

장혁수는 이미전부터 속구구를 해오던 문제여서 자신있게 대답했다.

《3년이면 해낼수 있습니다. 왜놈들은 5년으로 보았지만 해방된 제땅에서 하는 일인데 왜정때보다 두몫은 해낼수 있습니다.》

《3년이라?… 3년내에 홍수가 터지면 어떻게 하겠소?》

《예?》

혁수는 대답이 궁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단순하고도 어려운 질문이였던것이다. 공사가 끝나기 전에 홍수가 닥치는거야 어찌겠는가, 지금껏 그렇게 겪어왔는데.…

장군님께서는 혁수의 생각을 바로잡아주시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였다.

《물론 해방전에는 자연이 인간을 이겨왔습니다. 인간은 그것을 어쩔수 없는것으로 받아들였지요.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허락하지 말자는겁니다. 이제는 인간이 자연을 이길것입니다. 나는 올해장마철전으로 이 공사를 끝내자고 합니다.》

하늘땅이 바뀐다 해도 혁수는 그렇게까지 놀라지 않았을것이다. 리주연이도 놀랐다. 놀란 정도가 아니였다. 올해장마철전이라면 이제 극상 석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무리 기적이 일어난다 해도 그때까지는 불가능했다.

《책임자동무 생각엔 안될것 같소?》

장혁수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아 우려하던바를 조심스레 비쳤다.

《저… 왜놈들이 10년동안에 공사량의 절반도 못했는데… 더구나 석달동안에 이걸 끝낸다는게.》

《그러니 믿지 못하겠다- 혁수동무, 축지법에 대한 소문을 들은적 있소?》

장군님께서는 웃음을 담으시고 롱조로 물으시였다. 장혁수는 얼굴이 환해지며 목청을 돋구었다.

《예, 아마 그걸 모르는 조선사람은 없을겁니다. 그러니까 장군님께서 이번에두 축지법을 써서…》

장혁수는 뭔가 깨도가 되는지 얼굴이 밝아졌다.

《하하… 내 오늘 공사장을 구경한 값으로 혁수동무한테 축지법의 묘술을 한가지 대주어야겠구만. 그래야 혁수동무가 신심을 가질것 같애.》

《장군님! 정말입니까?》

장군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제방공사를 하느라고 날라다놓은 돌무지에 허물없이 걸터앉으시였다. 그러시고 혁수에게도 자리를 권하시였으나 그는 감히 앉지는 못하고 축지법을 배워주신다는 바람에 온몸이 귀가 되여 그이의 말씀을 기다렸다.

《혁수동문 보통벌에 땅을 분여받은 농민의 립장에서 이 공사의 절박성을 생각해본적이 있습니까?》

《전…》

《우리는 이 땅에서 인민을 주인으로 내세우고 인민이 바라는것을 철저히 실현시켜주는 새세상을 세우자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보통벌농민들은 땅을 분여받고도 올해장마를 걱정하고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토지소유권증서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쓸어만지시며 오성재농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였다.

장혁수는 깜짝 놀랐다.

《아니? 성재형님이?…》

《그 사람을 압니까?》

《예, 아래토성랑에서 같이 살았습니다. 나한테 와서 공사를 언제부터 하는가 묻길래 대답을 못했댔는데 그 형님이 그런 망녕된짓을 하다니.》

장군님께서는 진지한 안색으로 물으시였다.

《그 사람에 대해 아는대로 말해보시오.》

장혁수는 애초의 어려움도 잊고 장군님께 사실대로 말씀올렸다. 42년도 수해때 두 자식을 홍수에 떠내려보내고 막냉이는 물독에 빠져죽고 지금은 늙은 내외만이 바람부는 언덕우에 구부러진 로송처럼 외롭게 남았다는것.…

《이번에 받은 토지가 왜정때 소작부치던 땅인데 그 땅때문에 성재형님은 웃을 날이 없었습니다.》

장혁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날카로운 송곳처럼 그이의 마음속 제일 여린 곳을 아프게 찔러댔다. 더 듣지 않아도 그 농민의 형상이 구체적으로 안겨오시였다. 장군님께서는 그를 위해주고싶으시였다. 땅타발을 한다고 남들의 비난을 받고있는 그를 옹호해주고 편역을 들어주고싶으시였다. 그가 토성랑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그 한마디면 그가 어떤 왕청같은 일을 저질렀다 해도 모든 사람들이 그를 리해해주고 너그럽게 용서할것이라고 생각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저으기 갈리신 음성으로 장혁수에게 말씀하시였다.

《동무도 토성랑에서 살았다는데 이젠 동무이야기를 좀 들어봅시다.》

장혁수는 갑자기 당황해졌다. 가슴이 활랑거려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지금껏 그는 누구에게도 자기의 불우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해본적이 없었다. 그 누구도 그의 과거사를 들어주겠다고 한적이 없었던것이다. 그런데 김일성장군님께서 막돌무지에 허물없이 걸터앉으시며 자기의 피눈물나는 인생사를 진지하게 들어주시겠다니.…

장군님께서는 얼굴이 벌개서 머뭇거리는 장혁수에게 어서 마음놓고 말해보라고 다시금 재촉하시였다. 장혁수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시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실 생각을 안하시였다.

장혁수는 그만에야 다 털어놓았다. 친부모보다 더 인자하신 장군님께 든든히 지질러놓았던 마음의 돌뚜껑을 활짝 열어제꼈다. 거기에는 서른다섯해동안 쌓여온 재가 가득차있었다. 일찌기 부모를 여의고 떠돌아다니던 일, 나이 서른이 다 되여서야 가정을 이루던 일, 안해와 아들을 수해로 잃던 일.…

다 털어놓고나니 마음이 한결 개운해지는것 같았다. 그러나 자기 가슴에서 날린 재가 장군님의 가슴속에 그대로 내려앉는다는것을 혁수는 미처 몰랐다. 리병설이며 리주연이 곁에서 자꾸 눈짓했지만 제 흥분에 사로잡힌 혁수는 그것을 볼수 없었다.

장군님께서는 자리에서 무겁게 일어나시며 혼자소리로 말씀하시였다.

《그랬구만. 그래서 동무가 여기를 떠나지 못하고있었구만.》

그다음에는 또 침묵하시였다. 장혁수나 오성재 같은 사람들에게 과연 열백마디 위로의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공사를 하루빨리 완공해서 짓눌리고 비틀리웠던 그들의 인생을 곧게 펴주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지 않겠는가.

그이께서는 제 모양을 바로잡아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듯 한 공사장전경을 바라보시다가 장혁수를 향해 돌아서시였다.

《물론 이 공사를 두석달안에 끝낸다는게 쉽지는 않을거요. 혁수동무도 잘 믿어지지 않겠지. 그러나 믿으시오. 우린 해낼수 있소! 만약 오성재농민을 만나거든 분여받은 땅에 마음놓고 씨앗을 묻으라고 하시오. 장마철전으로 공사를 완공해서 다시는 땅때문에 울게 하지 않겠다는것을 약속합니다. 일본놈들이 이 공사를 질질 끈것은 그들이 조선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고 우리 조선의 재부를 귀중하게 여기지 않았기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민정권은 인민의 존엄과 리익을 모든것의 첫자리에 놓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이 보통강반에서 민주건설의 첫삽을 박자는것입니다. 이제 애국심이 불타는 평양시민들이 건국의 기발아래 떨쳐나선다면 얼마든지 장마철전으로 공사를 끝낼수 있습니다. 혁수동무, 이게 바로 축지법의 묘술이요.》

장혁수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그이를 우러르기만 했다. 아직은 그 말씀의 심오한 뜻을 다는 리해할수 없었지만 세상을 놀래울 기적이 펼쳐지게 되리라는것은 분명히 깨달았다.

장군님께서는 공사를 최단기간내에 끝내자면 준비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공사준비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시였다. 그리고 현재 공사장에서 일하고있는 로동자들의 생활형편도 세부적으로 료해하시였다.

장군님께서 떠나가신 뒤 혁수는 날개라도 달린듯 강변을 내달렸다. 당상동을 지나 내리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이 기쁜 소식을 제일먼저 알리고싶은 곳이 있었던것이다. 그는 안해와 자식이 묻혀있는 강변에 퍼더버리고앉아 마음속으로 웨쳤다.

(여보! 기뻐하오. 김일성장군님께서 보통강개수공사를 장마철전에 끝내주시겠다오. 이름없던 이 공사장을 건국의 맨 첫자리에 내세워주시였단 말이요. 장군님께서는 축지법을 쓰시겠다고 했소. 이젠 당신도 맘편히 잠들거요.…)

장혁수는 한낮이 퍽 기울어서야 자기가 살던 토성랑마을로 향했다. 오성재를 찾아가는것이였다.

 

×

 

그날 밤도 장군님께서는 자정이 넘어서야 저택으로 돌아오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얼른 식탁을 차리시였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밥상을 마주하시고도 수저를 드실념을 안하시였다. 그이의 안색은 여느때없이 무거우시였다.

《장군님, 국이 다 식습니다.》

곁에 앉아계시던 김정숙동지께서 조심스레 말씀드려서야 수저를 드시였으나 밥술을 뜨지 못하시였다.

《정숙동무, 술 한잔 주겠소?》

수저를 도로 놓으시며 하시는 말씀이였다. 그이의 음성은 몹시도 갈려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조용히 부엌으로 나가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오늘까지 장군님을 모셔오면서 그이께서 괴로와하시는것을 여러번 보시였다. 마안산의 아동단원들이 추운 겨울에 홑옷을 입고 떠는것을 보시였을 때에도 그랬고 귀중한 혁명가들이 《민생단》루명을 쓰고 억울하게 불행을 당했을 때에도 그랬다. 항일의 혈전장에서 동지들을 잃고는 식사도 못하시고 잠도 못 이루시던 장군님이시였다. 자신의 괴로움은 내색하지 않으시면서도 남들의 불행앞에서는 자신을 걷잡지 못하시는것이 우리 장군님이시다.

조국에 개선하신 후로는 오늘처럼 괴로와하시는것을 보시지 못했는데 과연 누가 또 정에 무른 우리 장군님의 마음을 아프게 허비여놓았을가.

김정숙동지께서는 따끈하게 데운 술주전자와 놋잔을 쟁반에 받쳐들고 들어오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찰랑거리는 술잔을 단숨에 비우시였다.

무슨 일때문에 그리도 심려가 크신가고 묻는듯 한 김정숙동지의 시선을 느끼시며 장군님께서는 오전에 보통강개수공사장에 나가시였던 이야기를 해주시였다. 오성재농민에 대해서, 장혁수에 대해서.…

《어째서 조선인민은 사람답게 살수도 없었고 죽어서도 제대로 묻힐수조차 없었단 말이요? 어째서 조선인민은 그렇게도 비참하게 살아야만 했는가?》

장군님의 음성은 비분에 잠겨있었다.

《이제는 조선사람이 그렇게 살지 않을것이요! 다시는 조선민족의 존엄이 모독당하지 않을것이요! 나라형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보통강개수공사부터 해야겠소!》

김정숙동지께서는 장군님께서 얼마나 어려운 용단을 내리시였는가를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정당한것인가를 심장으로 느끼시였다.

《장군님께서 그렇게 결심하시였으니 토성랑인민들의 재난도 끝장나게 됐습니다. 공사가 시작되면 저도 나가겠습니다.》

《고맙소, 정숙동무!》

《이젠 어서 식사를 하십시오.》

그래도 장군님께서 수저를 들지 못하시자 김정숙동지께서는 부엌에서 자신의 밥그릇을 가지고오시였다. 언제나 장군님께서 밥상을 물리신 다음에야 식사를 하시던 김정숙동지께서는 이 저녁만은 겸상을 해서라도 장군님께서 끼니를 번지시지 않도록 하고싶으시였던것이다.

장군님께서는 그 정성을 외면하실수 없어 숟가락을 드시였다. 밥을 한술 뜨시였으나 목이 메여 넘기실수가 없었다. 조밥이여서가 아니라 정말로 모래알을 씹으시는것 같았었다. 그날 저녁 두분께서는 종시 저녁식사를 들지 못하시였다.



10

 

김일성동지의 집무실에는 여러 사람들이 둘러앉아있었다. 집무탁과 대칭되게 놓은 긴 책상의 오른쪽에는 김책과 안길이 앉고 맞은켠에는 림시인민위원회 선전부장을 하다가 로동부장으로 옮겨앉은 오기섭이와 평남도당의 장시우가 앉았다. 그리고 벽을 따라 놓인 의자들에는 농림국장, 재정국장, 교통국장 외에도 평안남도인민위원회 리주연부위원장과 평양시인민위원장이 앉아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먼저 그들에게 자신의 품속에 간수하시였던 토지소유권증서를 보여주시였다. 그것을 돌려가면서 보는 동안 그 증서에 깃든 사연과 보통강개수공사장에서 일하고있는 장혁수에 대하여 이야기해주시였다.

그들이 토성랑주민들이라는것을 특별히 강조하시면서 장마철전으로 공사를 끝낼데 대한 자신의 결심을 터놓으시였다.

모두들 뜻밖에 소집된 이 회의에서 자기들의 견해를 선뜻 내놓기 주저했다. 누구도 보통강개수공사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기때문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8. 15해방바람에 잊어버렸던 보통강이였다. 이미 장마가 지나간 계절이여서 보통강의 물란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것이다. 그다음에는 가을이 와서 겨울나이를 걱정하느라 장마를 잊었고 겨울에는 겨울대로 할 일이 많아서 한가스레 여름장마를 걱정할새가 없었다. 지금은 봄이여서 겨울의 묵은 때를 씻어버리느라 바쁘고 분여받은 땅에서 첫해농사차비를 하느라 바쁘고 파괴된 산업을 복구하느라 바빴다. 한마디로 누구 하나 다가올 장마와 보통강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설사 생각해보았다 한들 당장 공사를 시작할 엄두는 내보지 못했을것이다. 그런 대담한 구상은 아무나 할수 있는것이 아니였다.

그런 형편에서 장군님께서 보통강개수공사를 시작해야겠다고, 그것도 장마철전으로 끝내야겠다고 말씀하시니 모두 당황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김책은 옴니암니 따질게 없다는듯 좌중에 대고 한마디 했다.

《장군님말씀대로 평양시민들이 다 달라붙으면 얼마든지 해낼수 있습니다.》

그래도 서로 눈치만 보는게 속상했던지 안길은 가만있지 못하고 일어섰다.

《이거야 하늘에 가서 별을 따오는것도 아니고 질통으로 흙이나 나르는건데 뭐가 무서워서 그러우?》

안길의 말도 방안의 침묵을 완전히 깨뜨릴수 없었다. 오기섭은 부시럭거리며 대통을 꺼내들다가 마주앉은 김책의 엄한 눈총을 받고 할수 없다는듯 다시 주머니에 쓸어넣었다.

장군님께서는 회의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였다. 자신께서 오성재와 장혁수의 가슴아픈 인생사를 이야기하시면 일군들에게 공사의 절박성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것이라고 생각하시였었다. 그것이 너무 주관적이라고 생각하시면서도 그 주관을 주장하고싶으시였다. 일군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매 사람의 견해를 들어보고싶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앞상에 앉아있는 김책과 안길은 제외하고 오기섭의 이름부터 찍으시였다.

《로동부장동무부터 자기 견해를 말해보시오.》

오기섭은 자기에게 첫 발언권이 차례진것을 만족스럽게 여기는듯 의자등받이에서 몸을 떼여 자신있게 일어섰다.

《에- 나는 저 토지소유권증서를 보면서 우리 조선농민들의 정치적암둔성을 개탄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내가 함남지방에서 농조운동을 지도할 때에도 이런 미개한 현상이 더러 있었습니다. 농민들이란 원래 소소유자적근성이 뿌리깊은 계급이여서 공짜로 땅을 받고도 같은 값이면 분홍치마라는 격으로 욕심을…》

《오기섭동무!》

김책의 날카로운 소리가 오기섭의 장광설을 잘라버리였다.

《농민을 그렇게 천시하면서 어떻게 농조운동을 했다는거요? 여러 말 말고 공사에 대한 견해나 말하오.》

김책에게는 장군님앞에서 감히 제 자랑이나 하려들고 농민의 미개성을 운운하는 오기섭의 말투가 귀에 거슬렸던것이다. 오기섭은 다른 사람같으면 해보자고 덤벼들겠는데 상대가 김책인지라 어쩔수없이 마른기침을 한번 하고나서 말머리를 돌렸다.

《에- 나는 보통강토목공사 그자체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견해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짤막하게 물으시였다.

《리유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첫째로는 그것이 시기상조라는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혁명은 그 조건이 얼마나 성숙되였는가, 그 시기를 어떻게 정하는가 하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말하자면 혁명의 씨뚜아찌아를 정확히 규정해야 한다는것입니다. 레닌이 발찍함대 장병들을 볼쉐비크들의 편으로 끌어당기지 못하고 10월혁명을 일으켰다면 <아브로라>의 포성도 울리지 못했을것이고 애당초 10월혁명은 일어나지 못했을것입니다. 둘째로는 건국의 순서를 어떻게 정하는가 하는것입니다.》

《여보! 당신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만 자꾸 하는거요?》

책상우에 묵직하게 올려놓은 김책의 주먹이 후들거리는것을 오기섭이 못 볼수 없었다. 거기서 눈길을 돌리다가 안길의 눈과 마주쳤는데 그 눈에서는 불이 나오고있었다. 자기의 실언을 깨달은 오기섭은 아까처럼 등받이에 기대앉으며 투덜거렸다.

《아, 나야 로선상 자그마한 착오도 없게 하자고 한마디 한건데 그렇게 욱박지르면 민주주의가 기를 펴겠소? 내가 말하자는건 우리에게 당장 급하고 중요한건 토목건설이 아니라 정권건설이라는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야 잠정적인 정권기관으로서 림시인민위원회밖에 없지 않습니까? 국가가 있어야 계획적인 경제건설이 가능하다는것은 쏘련의 국가건설경험에 비추어봐도 초보의 초보입니다. 때문에 하루빨리 공화국을 창건하고 산업을 증진시켜 국력이 축적된 다음에 토목공사를 하는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오기섭은 자리에 앉아서도 제 할소리는 다하고야 입을 다물었다.

김책은 장군님앞이라 무례하게 처신할수가 없어 간신히 분노를 누르고있었다. 본래부터 오기섭을 소인취급해오던 김책으로서는 무엄하게도 장군님께서 결심하신 문제를 흥정하려 하고 훈시하려드는것을 그냥 넘길수 없었던것이다.

장군님께서는 그다음에 장시우를 지명하시였다.

장시우는 오기섭이처럼 쫄랑거리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는지 일어서는 자세부터 점잖고 틀스러웠다.

《나는 이자 토성랑주민들에 대한 김일성동지의 말씀을 들으면서 보통강개수공사를 하긴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때문에 당장 토목공사를 벌려놓는다는건 아무래도 잘 리해되지 않습니다. 제가 무엄한 소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김일성동지께서 개별적인 인간들의 불행앞에서 너무 인정에 사로잡히지 않았는가 우려됩니다. 건국의 방향타를 잡고있는 우리 공산주의자들이 보채는 아이에게 먼저 젖을 물리는 식으로 일할수 없지 않습니까. 토성랑사람들이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는데 해방된 오늘에야 몇해 더 못 참겠습니까? 나는 그들도 나라형편을 리해하리라고 봅니다. 그걸 리해 못할 우리 인민들이 아니지요.》

장군님께서는 그냥 듣고만계시였다.

박헌영이 파견한 장안파공산당의 핵심인물인 장시우는 파쟁의 묘리는 알고있지만 우리 혁명의 목적과 본질은 모르고있다. 그이께서는 소위 혁명을 한다는 사람들이 혁명을 실무적으로 대하면서 왕왕 인민을 잊군 하는게 안타까우시였다. 혁명을 한다고 하면서 인간을 외면하는건 어불성설이다. 장군님께서는 장시우에게 앉으라고 손짓하시고 이번에는 창문곁에 앉은 리주연에게 기대의 눈길을 돌리시였다.

《리주연부위원장동무의 립장은 어떻습니까?》

장군님께서는 리주연의 얼굴에 비껴있는 먹장구름을 보시며 신통한 대답을 들을수 없다는것을 예감하시면서도 어쨌든 그의 견해를 명백히 알고싶으시였다.

리주연의 머리속에서는 일진광풍이 몰아치고있었다. 해방직후부터 장군님의 가까이에서 일해오면서 그는 단 한번도 장군님의 뜻을 거역해본적이 없었다. 장군님의 말씀은 하나에서 열까지 다 옳았기때문이였다.

그런데 이번만은 암만해도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평안남도의 산업을 책임지고있는 리주연에게는 이 시각에도 나라에서 도와주기를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있는 공장들과 탄광, 광산들이 머리속에서 순서다툼을 하고있었다. 그런 판에 공사비용을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돈이 없이야 토목공사를 할수 없지 않는가? 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덮어놓고 공사를 할수 있다고 타산없는 소리를 한다는건 자기기만이 아닐가? 장군님앞에서는 어느때건 솔직해야 한다. 리주연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힘들게 말씀올렸다.

《도인민위원회에서는 현재 공사장에서 일하는 로동자들의 로임도 내주지 못하고있습니다. 암만해도 공사비용을 마련하기 전에는…》

《그러니 돈이 없어서 힘들단 말이지요?》

《예. 왜놈들이 파괴한 공장, 기업소들중에 복구정비를 끝낸 공장들도 있지만 아직 국가적방조를 절실히 요구하는 대상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형편이 어렵다는건 더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앉으시오.》

리주연이까지 그런 립장을 취하니 장군님께서는 마음이 더 답답해나시였다. 물론 리주연의 견해를 부정할수는 없지만 건국을 하자면 실무적인 타산보다 인민에 대한 사랑을 먼저 놓아야 할것이 아닌가.

찬성하는 사람보다 미타해하는 사람이 더 많은 랭혹한 현실앞에서 장군님께서는 정말 속이 타드시였다. 그렇다고 비판이나 하고 우격다짐으로 공사를 내밀수도 없었다. 그들이 공사의 필요성을 스스로 깨닫도록 가르쳐주고 손잡아 이끌어주어야 했다. 그것이 장군님의 몫이였다. 누구도 대신할수 없는것이기에 그만큼 힘에 부치시였지만 다른 방도는 없었다.

장군님께서는 목단추를 터쳐놓으시고 온화한 어조로 말씀을 시작하시였다.

《나는 오래전부터 토성랑을 우리 민족의 수난이 집대성된 곳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참으로 보통강은 평양의 슬픔이였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장혁수동무는 사랑하는 안해와 갓난 자식을 보통강감탕속에 묻었습니다. 난 이제라도 보통강이 내려다보이는 봉수산기슭의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아서 시신을 다시 잘 안장해주자고 생각했습니다.》

김책이나 안길이까지도 장군님의 말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긴 새삼스레 놀랄것도 없었다. 언제 한번 인민의 불행을 스쳐지나신적이 없는 장군님이 아니신가.

《지난날의 력사는 우리 인민이 노예취급을 당하고 감탕속에 묻혀온 력사였습니다. 누구도 인민이란 존재가 위대하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었으며 따라서 백성이 먹고사는것은 백성들자신이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공산주의자들은 인민을 나라의 주인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들이 아직도 토성랑감탕속에서 살고있는데 그래도 공사가 절박하지 않다는겁니까? 인민의 신음소리를 증폭해들을줄 모르는 사람들을 어떻게 공산주의자라고 말할수 있습니까? 방금 동무들은 건국의 순서를 말했는데 토성랑을 빼놓고 어떤 건국을 하자는겁니까. 토성랑을 그냥 두고서는 성안에 아무리 큰 집을 짓고 공장을 일떠세운다고 해도 건국의 의의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 공사를 통해서 인민에 대한 무관심의 력사에 종지부를 찍고 우리가 세우는 새 나라가 인민사랑의 나라라는것을 밝히자는게 그렇게도 납득이 안됩니까?》

격정을 터치시던 장군님께서는 숨이 가쁘시여 잠시 말씀을 끊으시였다. 속이 타는대로라면 덤덤히 앉아있는 일군들의 가슴을 쾅쾅 두드리며 토성랑의 수난사를 생각할 때마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던가고 소리쳐묻고싶으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오성재농민의 증서를 다시 품안에 간수하시며 결론조로 말씀을 마치시였다.

《이 공사의 절박성이 납득되지 않는 동무들은 토성랑에 한번 가보시오. 그다음에 다시 이야기해봅시다.》

그것으로 협의회는 끝났다. 그래도 일군들은 받아안은 충격들이 하도 커서인지 선뜻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일군들의 관점에서 볼 때 보통강개수공사는 너무나도 관심밖에 있던 작은 문제였었다. 당시형편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것이 일군들의 잘못이라고만 볼수도 없었다. 그런데 장군님께서 너무도 작은 문제에 너무도 크게 마음쓰시는것을 보면서 장군님을 너무도 모르고있었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일군들의 가슴을 두드렸던것이다. 과연 우리 장군님은 어떤분이신가? 인민이란 어떤 존재인가? 건국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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