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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설 <새나라> 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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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4,780회 작성일 15-11-2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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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수영은 현장치료실에서 침식하고있었다. 누가 시킨것은 아니지만 야간작업을 하는 단위가 많아지면서 치료실을 비울수 없다고 생각했기때문이였다.

지휘부에서도 수영의 발기를 지지해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영에게 한가지 마음쓰이는 일은 지휘부식당에서 김운상과 자주 마주치게 되는것이였다. 운상은 기술부사무실에서 침식하면서 수문설계에 정력을 쏟아붓고있었다. 그래서인지 수영을 만나도 건성으로 알은체를 하고는 얼른 지나치군 했다. 하긴 그 사람한테 무시당한다 해도 할수 없었다. 그날 운상이가 모두의 규탄을 받을 때 자기한테서만이라도 믿음을 얻고싶어했지만 수영은 그렇지 못했었다. 후에 리주연부위원장을 찾아가 자기 심정을 토로하긴 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수영은 그가 다시 나타난것이 반가왔다. 그러나 그 반가움을 표현할 길은 없었다. 괴롭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감정의 변덕으로 하여 수영은 운상에 대한 립장을 명백히 가질수 없었다. 어쨌든 이상한것은 그 사람때문에 마음쓰는 자신을 꾸짖으면서도 조용히 미소를 짓게 되는 그것이였다. 그때마다 수영은 어머니가 해주던 말이 생각나군 했다.

수영이가 녀학교를 졸업하는 해 설날이였다. 그날 어머니는 수영에게 설빔을 새로 지어주었다. 연분홍빛 비단치마에 노란 양단저고리는 수영의 마음을 나비처럼 팔랑거리게 해주었다. 어머니가 설빔을 입혀주며 고름을 매여줄 때 설음식을 준비하던 그 손에서 풍기던 파, 마늘냄새 그리고 손이 터서 옷고름을 만질 때마다 비단을 뜯던 사르륵 소리를 수영은 오늘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있었다.

수영은 어머니와 함께 광화문앞거리에 사는 외할머니네 집에 세배하러 갔었다. 밖에서는 함박눈이 소리없이 내리고있었다. 뽀드득뽀드득 숫눈이 밟히는 소리가 기분좋게 들려왔다.

어머니는 자기와 키가 비슷해진 수영을 대견스레 바라보다가 불쑥 말했다.

《너도 이젠 처녀꼴이 다 잡혔구나. 소녀시절은 끝났어.》

수영은 까르르 웃고나서 물었다.

《엄마, 그건 어떻게 가르나?》

《소녀시절은 사랑을 받는 시절이란다. 그러나 처녀시절엔 사랑을 받기도 하지만 보다는 많이 주어야 한단다.》

어머니는 딸에게 인생의 법칙들을 조용조용 가르쳐주었다.

《너에게도 그런 때가 찾아올게다. 혹시 그런 일이 생기면 엄마한테 솔직히 말해줄수 있겠니?》

《말하지 않구.》

수영은 서슴없이 대답하는데 엄마는 소리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넌 아마 말하지 못할거야. 그건 꼭 숨겨두고싶어지는 그런거란다.》

《그건 왜? 엄마한테 말못할게 뭘 있다구?》

그런데 지금 어머니가 말하던 그런 일이 자기에게 생긴게 분명한데 그걸 말해달라던 어머니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럼 누구하고 이 일을 의논해본단 말인가?

수영은 이날 이때껏 마음속깊이에 봉인해두었던 그 감정을 누구에게든 헤쳐보이며 조언을 받고싶었다. 그런데 그럴만 한 사람이 없었다. 하기야 어머니를 대신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현장치료실의 조용한 방에 앉아 끝없는 상념에 잠겨있던 수영은 다급히 문두드리는 소리에 흠칫 놀랐다. 문을 열고 들어선것은 쌍태머리를 땋은 낯모를 처녀였다.

처녀는 깍듯이 인사를 하고 용건을 말했다.

《선생님! 현장에 좀 가주시겠습니까?》

《환자가 생겼나요?》

《예. 우리 어머님께서 발을 상하시였는데 선생님께서 치료해주셔야겠습니다.》

그 처녀는 요청이 아니라 명령조로 말했다. 그런데도 그 표정이며 억양에서 풍겨오는 정중성때문이랄가 하여튼 수영은 두말없이 일어나 치료가방을 챙겨들었다.

(참, 별일이야. 환자쪽에서 의사에게 당당하게 소리치는것도 별일이고 의사가 군소리없이 환자를 찾아가는것도 별일이고… 예전같으면야…) 하고 수영은 생각하였다.

수영은 마당에서 음료수를 끓이는 간호원에게 치료실을 부탁하고 그 처녀와 함께 현장으로 향했다. 수영은 그 처녀와 나란히 걸으며 먼저 물었다.

《그 집에선 어머니까지 일하러 나온 모양이지요? 이자 동무가 말하는걸 보니 어머니를 몹시 존경하는것 같던데… 정말 부러워요.》

처녀는 수영을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의사선생님두 김정숙녀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셨겠지요?》

《장군님 부인 말씀인가요?》

《예, 제가 말하는 어머니는 김정숙녀사이십니다.》

수영은 뚝 멎어섰다.

그리고 의문이 가득 실린 눈으로 그 처녀를 바라보았다.

처녀는 갑자기 말뚝이 되여버린 수영을 잡아끌면서 여전히 웃는 얼굴로 덧붙였다.

《전 장군님의 저택에서 함께 산답니다. 강일복이라구 해요. 김정숙녀사님은 저에게 친어머니같으신분이예요.》

그래도 수영은 뭐가 뭔지 석연치 않았다.

《그러니까… 김정숙녀사님께서 발을 상하셨다는거예요?》

강일복은 수영에게 좀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산에서 싸우실 때 발에 입은 상처로 신고하시면서 얼마전부터 뜸치료를 받고계시였다. 오늘 작업장에서 갑자기 샘줄기가 터지는 바람에 작업이 중지되였을 때 어머님께서는 선참으로 삽을 드시고 차디찬 물웅뎅이에 뛰여드시였다. 그때에야 남자들도 저마다 삽을 찾아쥐고 샘줄기를 막아서 작업을 계속할수 있었다.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감탕속에서 맨발로 일하신탓으로 상처가 더해지시였다는것이였다.

《어머님께서는 자꾸 일없다고 하시는데 곁에서 보기만 할수 없어서 제가 몰래 선생님한테 찾아온거예요.》

수영은 항간에서 돌아가는 백두산녀장군에 대한 전설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번만이라도 꼭 만나뵙고싶었던 김정숙녀사를 이제 뵙게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이미전부터 김정숙녀사께서 공사장에 매일같이 나오신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러나 그이를 직접 만나볼 기회는 좀처럼 차례지지 않았다. 세상에 빨찌산녀장수로 소문난 그분은 어떤 녀성이실가? 어쨌든 우리같은 보통녀자들하고는 전혀 다른분이실거야…

휴식시간이여서 건설자들은 일하던 자리에 삽자루며 맞들이채를 깔고앉아있었다. 한쪽에서는 오락회를 하느라 들썩거리고 저쯤 떨어진 곳에서는 어느 예술단이 위문공연무대를 펼쳐놓고있었다.

강일복이 제먼저 달려갔다.

《어머님께서 저기에 앉아계셔요.》

그 처녀는 수수한 차림새로 맨땅에 허물없이 앉아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시는 녀인에게로 달려가 뭐라고 여쭈었다. 수영은 믿을수 없었다. 그분은 너무도 평범한 녀인이시였던것이다. 보통녀인들처럼 흰 저고리에 까만 치마를 입으시고 끈으로 허리춤을 동여매신 저분이 김일성장군님의 부인이시란 말인가?

그 순간 수영은 김정숙녀사께서 자기같은 보통녀인이라는것을 알게 된것이 굉장히 큰 발견으로 생각되면서 이루 말할수 없는 친근감에 휩싸였다.

어머님께서 이쪽을 돌아보실 때 수영은 그이의 안광에서 해빛처럼 찬란히 빛이 뿜어져나오는것을 본듯싶었다.

어쩌면 녀인의 눈빛이 그토록 광채로울수 있을가? 그러고보면 그분은 결코 보통녀인이 아니시였다.

수영은 어머님의 곁에 다가서며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자리에서 일어나신 김정숙동지께서는 밝은 웃음을 지으시며 수영의 손목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의사선생님한테 수고를 끼쳐서 미안해요.》

어머님의 겸허하신 말씀에 수영은 몸둘바를 몰랐다.

어머님께서는 인적기없는 풀밭으로 수영을 이끄시였다.

《우리 조용한데 가서 이야기나 하자요.》

수영은 그이께서 내색하시지 않아도 오른쪽발을 디디기 힘들어하신다는것을 알아보았다. 그는 풀밭에 치료가방을 내려놓고 어머님께 정중하면서도 강경하게 말씀드렸다.

《상처를 보여주십시오.》

어머님께서는 어쩔수 없으신듯 수영의 요구를 고분고분 받아주시였다.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어머님께서는 수영에게 나이는 몇이고 집은 어디인가, 부모들은 무슨 일을 하는가 하는것 등을 차근차근 물으시였다. 수영은 친혈육의 다심한 정을 느끼며 물으시는대로 대답올렸다. 정녕 오래간만에 포근한 안정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시간이였다.

처치를 끝낸 다음 수영은 의사의 권리로 어머님께 요구하였다.

《이제부터는 절대안정하시면서 매일 처치를 받으셔야겠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수영을 자신의 곁에 앉히시였다.

《처치는 여기에 나와서도 받을수 있어요. 수영선생이 현장치료실에 있으니 내가 꼭꼭 찾아가겠어. 그러면 되지요?》

마치 무리한 요구를 내대는 철부지동생을 달래시듯 어머님께서는 진정으로 사정하시였다.

《지금 나한텐 <절대안정>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아요. 장군님께서는 이 공사를 발기하시였는데 내가 어떻게 편안히 누워있겠어요? 난 그렇게 못살아요. 난 수영선생도 장군님의 새 조국건설로선을 받드는 길에 언제나 앞장서리라고 믿어요. 그러면 좋은 세상에서 꼭 행복해질거예요.》

어머님께서는 이 세상의 래일을 황홀하게 펼쳐보이시다가 문득 화제를 돌리시였다.

《참, 애인이 있어요?》

수영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전 아직…》

《그건 거짓말이예요. 아무렴 평양총각들이 눈이 멀었다고 이런 미인을 가만놔둘가?》

그때 수영의 머리속에 떠오른것은 운상의 모습이였다. 그런데 그가 자기의 애인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도 그 설계가청년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는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수영은 자기가 알고있는 인생살이의 빈약한 지식으로써는 이 복잡한 감정의 모순을 풀이해낼 자신이 없었다.

불현듯 처녀는 어머님께 자기의 마음을 헤쳐보이고싶었다. 그것은 친어머니에게만 할수 있는 말이였다.

《전 사실 생활에 자신을 못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사는것자체가 쓰겁고 무서웠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지금은 마음속에서 어떤 노래같은것이 울리군 한답니다. 생활이 즐겁고 희망을 가지게 되고 그리고… 아이참…》

김정숙동지께서는 따뜻한 미소로 수영의 마음을 덥혀주시며 정답게 말씀하시였다.

《수영선생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있지요? 그건 이상할게 없어요. 우리 세상에선 서로 화목하고 사랑으로 사는 방식이외에는 달리 살수 없을거예요. 장군님께서는 머지않아 남녀평등권법령을 발포하신답니다. 녀자들의 권리, 녀자들의 존엄을 나라에서 법으로 지켜준단 말이예요.》

《남녀평등권법령?!》

수영은 가슴속에서부터 솟구치는 환희를 걷잡을수 없어 나직이 부르짖었다.

《그래요. 수영선생두 앞으로 가정을 이루고 어머니가 되면 녀자로 태여난 행복감을 더 크게 느낄거예요. 저기 아이들을 보세요.》

어머님께서는 어른들의 오락회를 구경하고있는 일여덟명의 아이들을 가리키시였다. 부모들을 따라오거나 주변마을에서 놀러 나온 베잠뱅이아이들이였다. 김정숙동지와 함께 공사장에 나오신 아드님께서도 그 애들속에 계시였다. 아이들을 정답게 바라보시는 어머님의 안광은 다함없는 행복감으로 밝게 빛나고있었다.

《우리도 저기에 가보자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수영이도 치료가방을 들고 어머님을 따라나섰다. 어머님께서는 휴식참에 오락회를 벌려놓은 건설자들의 흥을 깨뜨릴세라 그들의 등뒤에 조용히 다가서시였다.

방금 앞에 나선 사람은 고개를 젖히고 한손을 쳐들며 시를 읊었다. 보매 공부를 좀 한 사람같았다.

 

생의 향락은 꿈도 못 꾸고

생을 저주하며 죽기를 바라던

어제날의 인생들!

민족의 생명과 명예를 칼질당하고

빼앗길대로 빼앗겼던 불쌍한 백의동포들!

어제날이 남겨준 유산이란

헐벗은 가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나름의 몸부림…

 

사람들은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숨소리마저 죽이고 들었다.

 

행복의 태양은 솟아올랐다

새 나라 새 조선의 건설자들아!

동에서 달음치고 서에서 뛰쳐나오라

건국의 급행차에 너도나도 올라타자

참생이 움돋는 해방의 새 봄날에

새 나라의 주인들아 만세를 부르자!

 

모두들 와- 하고 박수를 쳤다. 자기들의 심정을 시원하게 터쳐준 시인에게 박수를 보내느라 김정숙녀사께서 뒤에 서계시는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행히도 그 시인이 다음사람을 지명하려고 두리번거리다가 김정숙동지를 알아보았다.

《아니, 김정숙녀사님께서?…》

사람들의 놀라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저… 저분이? 분명 토성랑녀인인데 그럼?…》

혼자소리로 중얼거리던 그 사람은 암만해도 그럴수 없다는듯 입을 다물고 눈을 더 크게 떴다. 분명 자기가 잘못 보았다고 생각했던것이다. 모색이 신통하다 해도 대비할데 해야지 장군님의 부인을 토성랑녀인과 삭갈리다니…

그러나 그 사람은 잘못 보지 않았다. 건설장에 소문난 토성랑녀인은 다름아닌 김정숙동지이시였다. 어머님께서 서성리작업구간에서 일하실 때 현장속보원이 찾아온적이 있었다.

《아주머니의 이름이 뭐요? 속보에 내자구 그러오.》

《속보에요?》

《그렇수다. 내 늘쌍 볼적마다 남정들만큼씩 흙을 담아가지고 다니길래 서성리작업대에 녀장수가 한사람 나타났다 생각했소. 이름과 주소를 대시우.》

곁에서 같이 일하던 경위중대가족들이 사실을 밝히려고 나서는걸 어머님께서는 슬쩍 눈짓하시며 시치미를 떼시였다.

《난 이름을 대고싶지 않은데요.》

《아주머니, 이건 지휘부에서 내놓은 규정이란 말이요. 한사람을 통해서 열사람을 교양하자는건데 선전사업에 방해를 주자는거요?》

현장속보원이 어찌나 세도를 쓰는지 어머님께서는 무작정 시치미를 뗄수 없으시였다.

《저… 우리 집은…》

《챠 이런, 겸손하다구야. 내가 알아맞춰보라우?》

《어떻게요?》

옆에 있던 강일복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야 간단하지. 여기는 서성리작업구간이고 아주머닌 누구보다 열성이니 토성랑에 사는게 틀림없을거요. 내 추리가 어떻소?》

《예, 딱 맞아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웃음을 함뿍 머금으시고 현장속보원의 추리를 긍정해주시였다.

현장속보원은 사기가 났다.

《그럼 속보제목두 <토성랑녀인>으로 합시다.》

이렇게 되여 어머님께서는 토성랑녀인으로 공사장에 소문이 나게 되시였다.

토성랑녀인, 어머님께서는 그렇게 불리우시는것을 최대의 표창으로 받아안으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벌떡벌떡 일어서는 건설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이시였다.

《제가 여러분들의 즐거운 기분을 방해한게 아닙니까?》

책임자인듯 한 사람이 작업복자락을 여미며 어머님께 정중한 자세로 말씀올렸다.

《녀사님께서 저희들의 작업장을 찾아주신것만도 감격스럽습니다. 우리한테야 녀사님을 한자리에 모신것보다 더 즐거운 기분이 뭐가 있겠습니까?》

《말씀을 낮추십시오. 저도 여러분들처럼 장군님의 건국로선을 받드는 건설자들중의 한사람일뿐입니다.》

어머님께서는 가까이 서있는 더벅머리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며 아직 휴식시간이 남았는데 오락회를 계속하자고 말씀하시였다.

《우리 아이들의 노래를 들어보는게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박수소리가 잦아들자 어머님께서는 아까부터 손을 잡고있던 더벅머리소년을 사람들앞으로 돌려세우시였다.

《네 이름이 뭐냐?》

《강영환.》

《영환아! 어서 노래를 불러봐라.》

그러나 더벅머리소년은 고개를 수그리고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한마디 했다.

《난 노래를 몰라요.》

《아는 노래가 하나두 없니?》

《예.》

어머님께서는 아프신 마음으로 더벅머리소년을 바라보시였다. 그 애는 결코 사람들앞에 나서기 부끄러워 노래를 못 부른것이 아니였다. 지난 세월은 아이들에게 노래를 주지 못했던것이다. 그 애는 노래와는 너무도 인연이 멀었었다. 인연이 있는것이 있다면 그것은 가난뿐이였다. 가난은 절대로 서정적일수 없는것이다. 가난은 그 애가 걸치고있는 다 해진 람루이고 참기 어려운 굶주림이며 두군데나 맨 자리가 있는 검정고무신이였다. 가난의 노래가 있다면 그것은 울분의 웨침뿐일것이다. 노래조차 모르는 이 아이들에겐 아직 앞날의 주인이 될만 한 아무런 자격도 없다. 아직은 이 애들이 나라의 기둥감으로 자라리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지 못하다.

하지만 장군님께서는 아이들을 제일로 사랑하신다. 장군님의 그 사랑을 자양분으로 해서 아이들은 성장할것이며 반드시 새 조선의 미래를 책임질것이다. 어머님께서는 영환이라는 더벅머리소년을 꼭 안아주시며 확신에 넘친 음성으로 그 애의 미래를 확인해주시였다.

《너희들이 오늘 노래를 못 불렀다고 해서 부끄러워할건 없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장군님께서 세워주신 인민정권의 품에서 공부도 하고 앞날의 주인으로 자라나게 될게다. 그때 가서 너희들은 오늘 못 부른 노래까지 다 합쳐서 새 나라를 노래하는 가수가 되여야 한다.》

말씀을 하고나시니 어머님께서는 마음이 어느 정도 후련해지는것 같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아이들과 함께 서있는 아드님을 손짓해부르시여 소곤소곤 말씀하시였다.

《요전날 배운 노래를 부를수 있지요?》

《예!》

《그럼 어서 씩씩하게 불러봐요.》

어머님께서는 아드님의 옷차림을 바로잡아주시고 앞으로 떠미시였다. 여기저기서 수군수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애는 누구요?》

《글쎄…》

앞에 나선 어리신 장군님께서는 사람들을 향하여 깍듯이 인사를 하시고 씩씩하게 노래를 부르시였다.

노래가 끝났어도 사람들은 넋을 잃은듯 박수칠 생각도 못하고있었다. 도대체 저 아이는 누구인가? 이제 겨우 네댓살밖에 안되였을 어린 아이가 어쩌면 그렇게 영특할수 있을가?

어리신 장군님께서 인사까지 하시고 어머님의 곁으로 가신 뒤에야 사람들은 한순간에 깨달았다. 김일성장군님의 자제분이시다! 하는 생각들이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줄달음쳤던것이다.

군중들은 순식간에 어머님과 어리신 아드님을 에워쌌다.

고령의 야장간늙은이가 사람들을 헤치고나왔다. 늙은이의 주름깊은 눈가에는 뿌연 눈물이 맺혀있었다.

《내 여태 지루한 인생을 살아온것이 바로 오늘을 보자는것이였소이다. 백성을 하늘처럼 여기시는 천사같은 국모님이 아니시고서야 어찌 토성랑녀인으로 변신하실수 있으며 해님의 정기를 타고나신 새별같은 장군이 아니시고야 어찌 이렇게 기특하실수 있겠소이까? 아! 참으로 이 땅에는 백성들이 소원하던 지상락원이 왔소이다!》

수영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심장속에 사진찍어두고있었다. 그것은 모두 아름답고 감동적인 새세상의 모습들이였다.



42

 

수리날 이른아침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저택마당에 나서시여 크게 심호흡을 하시며 간단한 아침운동을 하시였다. 그러시고는 양복단추를 마저 채우시고 부엌문을 여시였다.

《정숙동무, 뭘하오?》

강일복과 함께 아침식사를 준비하시던 김정숙동지께서는 얼른 문께로 다가오시였다.

《왜 그러십니까?》

《밥이 다됐으면 우리 아침산보나 합시다.》

뜻밖의 말씀에 김정숙동지께서는 당황함과 기쁨이 한데 섞인 표정으로 굳어지시였다. 그것은 한순간이고 그이께서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시며 재빨리 행주치마를 벗으시였다. 머리모양새도 만져보시고 저고리고름도 살펴보시였다.

대체로 장군님께서는 아침산보를 혼자서 하군 하시였다. 그 산보길에서 펼쳐지는 위인의 사색은 심오하고 새롭고 위대한것이였다. 그걸 모르지 않기에 김정숙동지께서는 장군님의 아침산보를 따라나서고싶을 때마다 애써 그 욕망을 눌러오군 하시였다.

백두산시절에도 그랬고 조국에 개선하신 후에도 두분이 아침산보를 함께 해본적은 몇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수리날 이 아침에 장군님께서 산보를 같이하자고 하시니 김정숙동지께서는 즐거운 나들이를 떠나는것만치나 기쁘시였다.

《일복이, 국이 다 끓으면 불조절만 해줘요.》

《알겠습니다. 어서 가보십시오.》

쌍태머리 강일복이 생글생글 웃으며 김정숙동지의 등을 떠밀었다.

류달리 청명한 아침이였다. 산기슭에 띠염띠염 들어앉은 독립가옥들에서 곧추 솟구쳐오르던 밥짓는 연기도 깨끗한 아침공기를 흐려놓는게 미안스러운지 허공에서 자취를 감추군 했다. 두분께서는 저택뒤 정원에서 해방산숲속으로 뻗은 오솔길에 나란히 들어서시였다.

숲은 이 행복한 순간을 위해 밤새껏 준비한듯 신비한 고요속에 두분을 맞이했다. 땅을 덮고있는 풀잎새는 말할것도 없고 잣나무의 뾰족뾰족한 바늘잎 하나하나에도 맑은 이슬이 반짝거려 숲은 한껏 청신하고 정갈해보였다. 깊이 들어갈수록 숲속의 정취는 더 짙어졌다.

《좋은 아침이요.》

장군님께서는 숲의 향기를 한껏 호흡하시며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아름드리 소나무에 붙어있던 딱따구리가 왜 이 순간에조차 인사 한마디 못하느냐고 핀잔하는듯 벙어리나무를 야무지게 쪼아댔다.

《딱따그르르-》

그 신호를 기다리고있었는지 산새들은 자기들의 보금자리를 찾아주신 두분에게 인사를 드리느라 일제히 청아한 목청들을 뽑아댔다. 숲속은 온통 새들의 노래소리로 가득찼다.

새들의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던 장군님께서 먼저 말씀을 건네시였다.

《어제 안길동무랑 리병설이랑 수군거리는 눈치를 보니 오늘 무슨 계획을 세운것 같은데 정숙동문 눈치챈게 없소?》

김정숙동지께서는 가볍게 웃으시였다.

《벌써 짐작하고계셨습니까. 사실은 오늘 모란봉에 놀러 가자고 동무들이 장군님 모르게 준비를 한것 같습니다. 안길동지는 저한테 장군님께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휴식하시겠다는 허락을 받아내라고 과업을 주었는데 전 자신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김정숙동지께서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으시고 장군님의 대답을 기다리시였다.

《허허… 그랬구만… 어쩐다? 난 오늘 보통강개수공사장에 나가 볼 생각인데…》

《공사장에 말입니까?》

《그렇소. 공사장에 나가서 또 한번 땀을 흘려보고싶소. 나한테야 그게 휴식이지.》

장군님께서는 말씀을 끊으시고 산보길우에 차단봉처럼 드리워있는 오동나무가지를 오른손으로 쳐들어주시며 김정숙동지를 지나보내시였다. 잎새들에 매달려있던 령롱한 이슬방울들이 두분의 어깨우에 떨어져내렸다. 장군님께서는 산보길을 나란히 걸으시며 모처럼 마련한 휴식의 한때를 즐길수 없는데 대해 량해라도 구하시는듯 절절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정숙동무에게 솔직히 말한다면 새 나라를 건설하는 일이 산에서 왜놈들과 싸울 때보다 몇갑절 더 힘든것 같소. 할 일은 많은데 손에 쥔건 아무것도 없지. 게다가 정세는 점점 더 긴장해지고있소. 어제 밤에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리승만이가 전라북도 정읍에 가서 쏘미공동위원회가 재개될 가망이 없으니 남조선에서만이라도 단독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는거요. 참 가슴아픈 일이요. 국토분렬의 위험성이 커가고있는 조건에서 우리는 북조선에서 제반 민주개혁들을 실현하고 그 성과를 공고히 해서 전조선적인 민주주의통일정부수립의 가능성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하오. 그러니 나한텐 휴식이란 말이 어울릴수 없지.》

정말이지 장군님께서는 조국에 개선하신 날부터 오늘까지 어느 하루도 마음편히 쉬여본적이 없으시였다.

당을 창건하고 인민정권을 세우고 토지개혁을 실시하고 파괴된 산업을 복구하고… 농민들이 땅을 받았다고 기뻐하고 로동자들이 공장의 주인이 되였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실 때에도 그이께서는 해놓은 일에 대한 만족감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 조선인민을 가장 행복한 인민으로 되게 하시려는 책임감으로 밀려드는 피로를 막아내군 하시였다. 건국의 출발선에서 혹시 로선상의 자그마한 잘못으로 인민들의 리익이 침해당할가봐, 그래서 인민들의 기쁨이 실망으로 변하고 새 조선의 새 력사가 순간이라도 멈추어설가봐, 인민이 주인된 나라로 정해진 민주건설의 방향각이 약간이라도 편차날가봐 그이께서는 발편잠에 들지 못하시였고 온갖 심혈을 깡그리 바쳐오시였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력사는 시험해볼수 없다. 한번 흘러가버리면 다시는 돌려세울수 없는것이다. 때문에 한 나라의 령도자로서 력사의 요구, 인민의 요구에 자신을 따라세우자면 단 한순간도 휴식이 차례지지 않는것은 당연한것이라고 그이께서는 자신을 달래군 하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장군님의 마음속 고충을 읽으시며 눈굽이 후더워지시였다.

《장군님께서는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을 해놓으시였습니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은데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장군님께서는 고맙다는 말씀대신 김정숙동지의 손을 꼭 잡아주시였다. 밋밋하게 뻗어가던 오솔길은 점점 경사가 심해졌다. 이쯤하면 산보길이 아니라 등산길이라고 해야 할것이였다. 그래도 장군님께서는 그냥 비탈길을 오르시였다.

《힘들지 않소?》

《아닙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장군님께서 돌아가자고 하실가봐 겁이 나신듯 발걸음을 가볍게 옮기시였다. 실지로 장군님과 함께 령마루를 오르는 지금 그이의 심신은 구름처럼 둥둥 뜨는것 같으시였다.

드디여 령마루에 올라서시였다. 령마루에서는 멀리 서평양일대와 그아래로 보통강을 따라내려오면서 평천리주변까지 한눈에 바라보였다. 무연하게 펼쳐진 보통강일대에는 진펄이 태반이고 농경지와 공장지구들은 여기저기에 띠염띠염 몰려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서성교아래 토성랑마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시고 혼자소리로 말씀하시였다.

《토성랑마을에는 연기가 오르는 집도 많지 못하구만.》

장군님께서는 양복주머니에서 습관처럼 담배를 꺼내드시였다. 아침공기에 누기가 찼는지 세번째만에야 성냥가치에 불이 달렸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곁에서 장군님을 지켜보시다가 문득 땅바닥에 시선을 떨구시였다.

장군님께서 서계시는 주변은 이미전부터 무수한 발자욱에 다져져있었다. 그러고보면 장군님께서는 토성랑이 바라보이는 이곳에 자주 와보신것이 분명했다. 아침산보길에 여기까지 오시여 토성랑인민들에게 마음속으로 아침인사를 보내시고는 혼자서 속을 태우시였을 장군님!… 세월이 흐르면 장군님의 발자취는 가을락엽에 묻혀버리고말것이다. 이 길이 그렇게 쉽게 묻혀버려도 되는 길이란 말인가?

《정숙동문 무슨 생각을 하고있소?》

김정숙동지께서는 눈물이 핑 도는것을 어쩔수 없으시였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신채 말씀드렸다.

《장군님께서 아침산보길을 왜 여기로 정하시였는지, 여기에 몇번이나 오시였댔는지 그리고 이 사실을 누가 알겠는지 생각해보던중입니다.》

《허허…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소?》

순간 김정숙동지께서는 장군님께서 무엇을 심려하고계시는지 력사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싶으시였다. 왜냐면 바로 그것이 당대 사회의 본질을 규정해주기때문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따뜻한 눈길로 김정숙동지를 바라보시다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주시였다.

《눈물을 닦소, 동무두 참…》

또다시 토성랑쪽으로 돌아서시며 장군님께서는 의논조로 말씀하시였다.

《중요한건 토성랑인민들이 하루빨리 홍수의 위협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거요. 정숙동무 생각엔 올해에 큰 장마가 질것 같지 않소?》

《전 평양지방의 날씨를 잘 모르긴 하겠지만 요즘 가물이 계속되고 날이 물쿠는걸 보면 큰비가 올것 같습니다.》

《틀림없이 보리장마가 일찍 닥쳐올것 같소. 리주연동무의 보고에 의하면 1단계공사가 빠듯하다는데…》

장군님의 생각은 자연히 공사장으로 이어졌다. 사실 공사를 시작하여 스무날남짓한 기간 그이의 마음속에서는 공사장이 떠나본적이 없으시였다. 하루공사계획이 미달되고 반동들의 책동이 심해지고 수문설계에 문제가 생기고… 그때마다 그이께서는 누구에게 선뜻 터놓을수 없는 고충으로 속을 태우군 하시였다. 과연 이 공사를 자체의 힘으로 장마철전에 끝낼수 있겠는가? 장마가 눈앞에 닥쳐온 현상황에서 장군님께서는 보통강개수공사장에 민주건설의 첫삽을 박으신 자신의 결심이 옳았다는것을 다시한번 확인하고싶으시였다. 그만큼 사태는 심각했다. 만약 1단계공사에서 계획된 새 통수로를 제기일내에 돌려놓지 못하고 보리장마를 겪게 되면 아직 완공하지 못한 남교제방은 순식간에 허물어질것이고 토성랑을 비롯하여 서평양일대는 또다시 큰물피해를 입게 될것이다. 그러면… 그 후과는 생각해보고싶지도 않으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심중한 표정으로 김정숙동지에게 물으시였다.

《정숙동무, 솔직히 말해보오. 우리가 이 공사를 장마철전에 끝낼수 있을가?》

《…》

《여긴 우리 두사람뿐이요. 난 동무의 진심을 듣고싶소.》

그이께서는 이제 김정숙동지로부터 시원스런 대답을 듣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것만 같으시였다. 만약 인민의 힘에 대한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이께서는 애당초 공사를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시였을것이다. 그런데 이 공사를 제기일내에 끝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인민의 힘을 믿고 새 나라를 세우시려는 자신의 건국방식에 대한 부정으로 되지 않겠는가.

김정숙동지께서는 이 시각 장군님앞에서 이 나라 천만인민을 대신하여 얼마나 책임적인 대답을 해야 하는가를 온몸으로 느끼시였다. 그이께서는 그동안의 공사진행과정에 혁명을 위해 인민이 필요한것이 아니라 인민을 위해 혁명이 필요하다는 장군님고유의 혁명원리를 다시한번 새롭게 체험하시였다.

력사를 거슬러보면 자기의 정치리념을 실현하고 정치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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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력사를 거슬러보면 자기의 정치리념을 실현하고 정치적지반을 다지기 위해 인민의 힘을 필요로 했던 정치가들이 한둘이였던가. 그러나 우리 장군님의 혁명은 하나에서 열까지 다 인민자신을 위한것이였다. 때문에 인민의 령도자로서의 장군님의 조국애, 인간애가 집중적으로 구현되여있는 이 공사는 그이께서 착공의 첫삽을 뜨시던 력사의 그 순간에 벌써 그 결과가 명백해질수밖에 없는것이였다. 보통강개수공사뿐인가? 인민의 힘으로 인민의 세상을 세우시려는 그이의 건국방식에 따라 전국의 방방곡곡에서 미증유의 기적들이 창조되고있지 않는가. 김정숙동지께서는 정중한 자세로 장군님께 말씀올리였다.
《장군님, 저는 이 공사가 장군님의 뜻대로 완공되리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믿을수 있는 담보가 있습니다.》
《그게 어떤거요?》
《전 매일 <정로>에 실리는 보통강개수공사소식을 읽으면서 건설자들의 건국열의에 감동되군 합니다. 이것은 인민들이 장군님의 뜻을 받들어 하나같이 떨쳐나섰다는게 아니겠습니까. 인민들은 장군님께서 자기들을 믿고계신다는것을 잘 알고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전국적으로 보통강개수공사를 지원하고있지 않습니까. 평안남북도는 물론이고 멀리 함경도에서까지 많은 지원금을 보내왔다는데 이건 우리 인민들이 이 공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기들의 애국심을 바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이면 장마철전에 얼마든지 공사를 끝낼수 있습니다. 장군님곁에 진실한 동지들이 있고 인민들이 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군님께서는 가장 가까운 동지로부터 진심어린 대답을 들으시니 마음도 가벼워지고 안색도 밝아지시였다. 그이께서는 볼우물이 패이는 례의 인상적인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시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고맙소. 내 여기로 아침산보를 오던중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구만. 동무도 알겠지만 난 해방된 오늘까지 인민들이 큰물피해로 고생하는것을 차마 볼수 없어서 이 공사를 결심했소. 우리는 어떻게 하나 장마철전에 공사를 끝내서 사람들에게 새 조국건설을 제힘으로 할수 있다는 신심도 안겨주고 조선사람의 힘을 믿지 못하는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어야 하오.… 세상은 이 김일성이 축지법을 쓴다 어쩐다 떠들썩하지만 동무도 알다싶이 나한테야 한가지 수밖에 더 있소? 그것은 인민을 믿고 인민에게 의거하면 천하를 얻는다는것이요. 우리는 언제나 이 절대불변의 진리에 충실하여 인민을 하늘처럼 받들어야 하오.》
그 순간 김정숙동지께서는 지구의 무게와도 맞먹는 거대한것이 흉벽을 쿵- 하고 치는듯 한 느낌을 받으시였다.
저기 대동강너머에서 불덩어리같은 아침해가 솟아올랐다. 천만가락으로 부서지는 아침해살이 저아래 토성랑마을까지 따사롭게 비쳐들었다.
《이젠 그만 내려갑시다.》
두분께서는 올라오실 때처럼 나란히 산을 내리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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