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서울 지국장 트윗 속의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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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 자체에서, 그가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을지가 딱 다가왔습니다. 완전 코미디다, 웃긴다, 기가 차다, 뭐 그런 뜻의 비웃음이 섞인 것이지요. 하긴 우리는 "혼이 비정상"이란 표현을 보며 과연 누구의 정신세계가 초현실적인건지를 분명히 구별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런 이상한 언어와 사고의 체계에서 나오는 명령들이 현실에서 이뤄지는 지상명령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쯤 되면 종교의 세계입니다. 그리고 신정 일치의 사회입니다. 애매한 말씀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기적(?)을 뉴스를 통해 매일 체험하며 내가 나고 자란 나라가 얼마나 특별한 곳이었는가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날씨도 맑고, 인심도 괜찮고, 아름다운 시애틀에서 사반세기를 살면서 한국 땅을 봐 왔습니다만, 지금이야말로 그분 말씀대로 가장 혼이 정상이 아닌 듯 한 모습들을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상식이란 것이 있습니다. 상식이라는 것이 움직이는 원리는 아마 양심이 마음 속에서 작동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존재할 겁니다. 그냥 생각하기에 마땅한 것, 보편적인 것, 그리고 대략 해서 될 것과 안될 것을 구별하는 그런 가장 기본적인 사회 안전 작동장치이기도 할 것입니다. 개인마다 상식의 편차가 있고, 양심이란 것이 움직이는 것의 편차가 있긴 하겠으나, 문화적인 차이를 배제하고 나면 인간의 기본적인 생각은 비슷할 겁니다. 내 욕망을 적당히 챙기되, 남에게는 피해 주지 말자는 생각들, 이런 것들은 상식의 범주 안에서 세계 어디에서나 보편적인 인간의 마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회가 이상해지면 그 사회가 강요하는 기준에 따라 이 보편적 기준들도 영향을 받고 망가집니다. 알라스터 게일의 트윗은 그가 생각했던 보편적인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고 나온 감탄사, 혹은 탄식이었을 겁니다. 그의 트윗 속의 "Really." 라는 한 단어가 눈에 더욱 띄는 것은, 저도 역시 보편적인 상식을 가졌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의 "헐." 에 공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막말로 말하자면 "쪽팔리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상식이 이상한 건 그렇다고 칩시다. 그러나 권력을 이용해 그들이 자기들의 상식 기준을 우리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파시즘입니다. 보편적인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상식들이 황폐화되는 상황을 보면, 기가 막히고 '헐,' 이라는 탄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거지요. 하긴, 그 연설의 내용을 들어보니 IS라는 단어가 그 분에 의해 '아이스'라고 읽히더군요. 더 창피했습니다. 얼마나 우리가 더 비웃음을 사야 할까 싶기도 하고.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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