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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설 <아리랑>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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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460회 작성일 16-01-1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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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뭐, 휴양?》 림진우는 문을 열려다말고 안해쪽으로 돌아섰다.

《그 애가 간다는거요?》

《예, 직장에선 휴양권을 받아놨는데 휴양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봐요. 그래서 당신이 힘써주었으면 하더군요.》

《그 애가 정신이 나갔군. 지금이 어느때게 휴양이요?》

림진우는 마치 안해가 외손녀 한정미이기나 한것처럼 화를 내였다.

《몸이 불편하니까 그러겠지요. 그리고 그야 해마다 정기적으로 가는거 아닌가요.》

《불편하긴 뭐가 불편해, 심기가 뒤틀려서 그러겠지.》

《당신 제 외손녀한테 무슨 정이 그렇소. 그 애가 제 할아버지한테 노상 손을 내밉디까. 어쩌다 애가 도움을 청하는건데.》

《정말 한심하군. 그 애가 제 직장에서 요즘 무슨 일을 저지르며 다니는줄 아오?》

림진우는 국제교예축전참가자선발때의 일을 들려주었다.

《당신한테도 책임이 있소, 계속 받자만 하고. 그러니까 애가 돼가는걸 보오. 온통 제멋대로란 말이야. 그 애에게 휴양이고 뭐고 싹 그만두구 교예장 훈련지도에나 전심하라고 이르오.》

림진우는 안해가 더 항변을 못하게 뒤를 꾹 눌러놓고 문을 닫았다.

아빠트현관을 나서니 어느새 승용차가 층계밑에 대기하고있었다.

《김일성경기장으로 가기요.》

림진우는 차문을 열고 들어앉으며 운전사에게 첫 행선지를 알려주었다. 그가 탄 검청색승용차는 곧 아빠트구역을 빠져나와 오가는 차량들로 분주한 제1백화점앞도로에 들어섰다.

생각할수록 언짢은 감정이 치민다. 휴양? 거기다 휴양소타발까지 한다.

림진우는 한달전 교예단의 오랜 한 연출가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상기되였다. 그날 《아리랑》의 연출실무적인 문제를 토론하던 끝에 그가 문득 진우에게 량해를 구하는 식으로 사연을 말하는것이였다. 국제교예축전에 못 나가는것때문에 외손녀가 상당히 신경을 쓰며 불만을 품고있는것 같은데 실제로 정미는 대상선발기준에 맞지 않는다는것이였다.

그때 진우는 그에게 뭐라고 말해주었던가. 다른 일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국제축전과 같이 조국의 존엄과 명예와 관련된 일에서는 관록이나 경험, 나이를 가지고 대상을 고르면 안된다. 꼭 필요한 사람, 꼭 맞는 적임자를 선발해야 하는것이다. 심사위원회가 옳게 확정했다. 그런데 왜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것인가라고 되려 그를 질책하였었다.

정말 속담 그른데가 없군. 림진우는 시창너머에서 보이는 인파속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젊은 부부를 여겨보며 중얼거리였다. 부모는 자식을 겉만 낳지 결코 속까지 낳지는 못하는것이다. 진우는 도저히 원인을 알수 없었다. 언제부터 이 애에게 온당치 못한 견해가 자리잡게 되였을가. 여러가지로 추측을 해보았지만 당장에는 애꿎은 로친네만 탓하게 되는 그였다. 엄하게 키울 대신 어루쓸기만 했으니 결국 저렇게 된것이다.

하긴 로친탓만이 아니지. 림진우는 이제부터 외손녀를 자주 만나 신칙을 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김일성경기장의 앞광장에 도착한 림진우는 차에서 내려 곧장 훈련장에로 향했다. 훈련장에서는 얼굴이 둥글납작한 50대 중반의 아동장담당 녀성창작가가 확성기를 입에 대고 한창 총화를 짓고있었다. 진우는 수인사를 하는 교원들에게 머리를 끄덕이고나서 창작가에게 알리려고 하는 한 교원을 멈춰세웠다. 그리고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였다.

《오늘 오전훈련에 모든 동무들이 하나같이 잘 참가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훈련규률이 없습니다. 왜 그럴가요?》

우아래 까만 훈련복차림을 하고 줄을 지어 서있던 아이들이 모란봉골안이 울리도록 일제히 입을 모아 합창했다.

《지각하는 동무들때문입니다.》

《그럼 그 동무들이 왜 지각할가요?》

아이들은 저저마다 제 주장을 펴며 벅적 끓어댔다. 녀성창작가는 확성기를 바꿔들며 한손을 내흔들어 조용하라는 손짓을 했다.

《동무들의 말이 옳아요. 아침에 늦잠을 자기때문이예요. 그러나 기본은 자기만 잘하겠다고 이런 동무들을 도와주지 않는거예요. 어린 동무들, 어디 대답해보세요. 서로 돕고 이끌어서 훈련을 잘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이들은 또다시 중구난방으로 웨쳐댔다. 저마끔 주장을 내드는 속에는 왕왕 엉터리가 없지 않았는데 시간을 맞춰놓은 탁상시계를 늦잠꾸러기동무에게 주겠다고도 했고 그런가 하면 얼굴이 새빨개가지고 아예 잠보네 집에 가서 같이 자다가 나와야 한다고 과따치는 아이도 있었다.

녀성창작가는 떠들썩한 소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조리있게 하나하나 일깨워준다.

《예, 동무들이 말을 잘했어요. 그렇게 해야 합니다. 늦잠을 자는 옆집동무, 한아빠트동무, 같은 학급동무가 늦지 않게 깨워주고 함께 훈련장에 나와야 합니다. 훈련에 열성적으로 참가하는 동무들을 보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부모님들의 일손도 도와주고 우리 말공부도 하고, 그러고나선 전날 진행한 훈련을 복습합니다. 지각하는 동무들은 이 동무들의 모범을 따라배워야 합니다.

그러니 어린 동무들, 래일 아침부턴 모두들 그렇게 할수 있나요?》

《예-》

모란봉골안이 또 한번 들썩했다.

《수고하는구만.》

림진우는 인사를 하며 다가오는 창작가에게 물었다.

《지각하는 아이들이 많은게지?》

《훈련강도가 차츰 세지니까 힘들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저, 총연출가동지, 아이들이 헐헐해하는데 간식량을 더 늘여 못 줍니까?》

림진우는 속시원히 대답을 할수 없었다. 후방사업은 그의 사업밖의 일이였으며 나라의 어려운 경제형편으로 하여 《아리랑》국가준비위원회의 후방분과를 비롯한 보장부서들의 사업이 매우 힘들게 진행되고있다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이 녀성도 실정을 모르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오죽 안타까왔으면 그런줄 알면서도 제기하겠는가.

《토론해보기요.》

림진우는 무거운 어조로 응대하고나서 심혜영교양원을 돌아보았다.

《혜영선생, 영아 엉덩판이 아직도 깨지오?》

중키에 이목구비가 아련하고 이쁘게 생긴 혜영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정말 속상해죽겠습니다. 하필 몸이 약한 강이에게 뚱뚱보가 차례질게 뭡니까. 다른 아이와 교체하거나 자리를 바꾸재도 둘다 버티는 바람에 그렇게도 못하고있습니다.》

영아는 창광유치원생이고 강이는 지방에서 올라온 유치원생이다. 아동장형상에는 남자애의 어깨우에 녀자애가 올라서서 동작을 수행하는 대목이 있는데 강이는 영아가 뚱뚱보여서 다루기 무척 어려워하고있었다.

《이자 심혜영선생이 다 말 안해서 그렇지 강이랑 지방에서 올라온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땐 요구성을 높이자고 작정했다가도 애처로와서 그만두고맙니다.》

녀성창작가가 한발 나서며 다시 하소연하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오. 여하간에 나도 준비위원회에 현실태를 보고하고 꼭 풀도록 노력해보겠소.》

림진우는 그의 제기를 긍정해주며 다른것은 몰라도 아동장간식보장문제만은 어떻게 하나 풀어줘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그러한것처럼 오후에도 진우는 무사분주하게 시내를 일주하며 《아리랑》의 경별훈련정형을 감독료해하였다. 오늘까지 그가 훈련정형을 알아본데 의하면 두달전에 시작된 야외훈련은 성과가 많았다. 어떤 경들은 완전한 체모를 갖추어서 이제라도 경기장에 끌어들여 훈련시켜도 되였다. 그러나 개중에는 림진우가 걱정거리라고 생각되는 경들이 있었다. 담당창작가들은 밤낮 책상에 마주앉아 떠들썩하며 론쟁을 하는것 같은데 내놓은것을 보면 기름진 장면과 눈에 확 들어오는 구도가 없었으며 농업장 같은것은 대본수정단계에서 전진하지 못하고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문제는 《아리랑》전반부에 해당된 작품들이였다.

이래가지고 과연 당앞에 결의한 날자까지 부문별훈련을 끝낼수 있을가. 림진우는 은근히 걱정되였다.

최근에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전선시찰을 하는 그 바쁘신 속에서도 여러차례나 인민군대와 사회의 예술부문을 지도하시면서 귀중한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그속에는 조선인민군 제×××군부대예술선전대,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과 《복무의 길》을 비롯하여 영화부문에서 제작한 수편의 예술영화를 보시고나서 주신 교시도 있었으며 지어 인민보안성협주단과 사회예술교육기관 교원, 연주가들의 바얀, 손풍금연주를 지도해주시면서 하신 교시도 있었다.

이와 같은 소식들이 귀에 들려올 때마다 림진우는 부러움과 함께 자책감이 들군 하였다. 특히 조선인민군공훈합창단(당시)의 공연활동을 높이 평가하신 그이의 교시내용을 전달받고나서는 더욱 그러하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모든 창작가, 예술인들은 조선인민군공훈합창단의 전투적인 창작기풍과 일본새를 따라배워야 한다고 간곡하게 이르시였는데 그에 따라서지 못하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의 현 훈련실태가 돌이켜져서였다.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림진우는 속으로 뇌이였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재능이 없어 일을 제끼지 못한다면 창작가들을 대담하게 교체해야 한다.

김일성광장이며 동평양대극장 앞마당, 대동강유보도를 비롯하여 시내중심부에 위치하고있는 훈련장들을 돌고 통일거리 한끝의 훈련장까지 돌아보고난 림진우는 오늘계획의 맨 마지막목적지인 광복거리의 평양교예단으로 차를 달리였다. 그가 교예단으로 가는 리유는 이때까지 교예배우들의 훈련장에 한번도 나가보지 못한데도 있지만 흩어진 북남가족친척상봉차로 저녁부터 보름정도 《아리랑》을 떠나있어야 하므로 실동훈련에 참가하는 교예장출연자들의 준비상태를 알아보자는것이였다.

극장에 들어서자 낯익은 연출가들이 그를 마중했다. 진우는 그들의 안내를 받으며 훈련장으로 들어섰다.

《다들 바쁘겠는데 일을 보시오. 난 훈련이나 봐주고 조용히 돌아가겠습니다.》

연출가들을 돌려보낸 림진우는 객석통로를 따라 무대앞 맨 앞좌석에 가앉았다. 그는 배우들의 훈련모습을 주의깊게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고공을 날으는 비행훈련, 락하훈련, 출연하는 배우들은 하나하나의 동작을 정열적으로 정확히 수행하고있었다. 그런데 실내보다 면적이 몇십배, 지어 몇백배나 더 될 야외에서 정확히 수행해내겠는지, 예측할수 없는 일기조건도 타산했을가.

림진우는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한가닥 미심쩍은 불안감을 털어버리였다. 과학을 믿었고 강진호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컸던것이다.

훈련이 끝나자 진우는 무대우로 올라갔다. 그는 배우들중 키가 작고 애티나보이는 한 처녀배우에게 말을 건넸다.

《몇살이요?》

《열아홉살입니다.》

《다들 나이가 같소?》

그들의 대답을 들은 림진우는 속구구를 해보았다. 열아홉이면 금방 교예학원을 졸업하고 무대에 나선 그야말로 신인배우들이다. 그는 믿음에 찬 눈길로 애어린 처녀들을 쭉 둘러보았다.

《동무들이 이제 나서야 할 무대는 여기보다 어방없이 큰 경기장이요. 그래 어떻나? 신심들이 있소?》

《꼭 해내겠습니다.》

맨끝에 선 얼굴이 갸름한 처녀배우가 훈련조를 총책임진듯 일동을 대표하여 대답했다.

《힘들어도 해내야 해. 동무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교예장의 운명이 좌우되오. 한데 우리 정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미동진 휴양준비때문에 낮에 조퇴를 받고 먼저 들어갔습니다.》

례의 그 처녀배우가 알려주었다.

기가 막히군, 진우는 쓰거워서 입을 다시였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림진우는 안해에게 래일 국가수훈식에 참가하니 옷손질을 해놓으라고 이르고는 정미와 마주앉았다.

《어디 말 좀 해보아라. 너 요즘 왜 그러니?》

《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납득이 되게 이야기하면 되는건데 흥분이 앞서다나니 감정을 산 모양이예요.》

《아니다. 넌 단순히 무슨 말하는 방법이 틀린것이 아니라 이게》

진우는 한손가락으로 자기의 관자노리를 꾹꾹 짚었다.

《바로 이게 틀려먹었단 말이다. 생각해보아라. 이번 축전에 네가 반드시 가야 한다는 법이 어데 있느냐. 국제축전수상자이고 공훈배우여서? 아니면 나이가 많아서? 전번에 내 그 얘기를 듣고 놀랐다. 너 언제부터 그렇게 교만해졌니. 언제부터 그렇게두 방자해졌나 말이다.》

《할아버지, 난…》

《마저 듣거라.》

림진우는 뒤짐을 풀며 뭐라고 중언부언하려는 외손녀의 언행을 제지시켰다.

《휴양소문제도 그렇지. 부지깽이도 뛰여야 할 불같은 세월에 휴양을 가는것도 남 보기 부끄러운 일일진대 거게다 타발을 해, 타발을. 너 이 할애비가 얼마나 높아보이느냐. 당신도 거게 앉소.》

림진우는 한손에 진우의 양복저고리를 든채 문가에 서서 목소리를 낮추라는 뜻으로 손을 내젓는 안해에게 쏘파의 옆자리를 권했다.

《김일성상계관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인민예술가, 교수, 박사, 〈아리랑〉총연출가.

여보, 이 앤 아마 이 명예칭호때문에 제 할애비가 그리도 높아뵈는것 같아. 흠- 높기야 높지. 하지만 이 모든 명예칭호와 학직, 관직은 당에서 이 할아버지가 일을 더 많이 하라고 신임을 베풀어준것이지 네 휴양소문제나 풀라고 준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너는…》

《여보!》

안해가 림진우의 말을 푸접없이 잘랐다.

《사정이 그러면 안된다고 하면 되지 한밤중에 이게 뭐요. 마치 제 직장사람을 추궁하는것 같구려. 제발 음성은 낮추고 이젠 그만하자요.》

뭐 사정? 림진우는 눌러오던 노기를 삭이느라 전실을 몇번 오가며 신고를 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렇게도 쟁쟁하고 경우바르던 대학교수 정순선동무도 집에 들어앉으니 다 됐구려. 애의 일을 사정에 빙자하는걸 보니.》

림진우는 푹 가라앉은 음성으로 안해를 견책했다.

《이 앤 오늘 훈련지도를 줴버리고 휴양준비를 한다며 오후내껏 나돌아다녔소. 배우들은 저들끼리 훈련하게 놔두고.

〈아리랑〉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아오? 정미가 몸을 담그고있는 교예장의 창작가, 보장성원들은 어떻게 땀을 흘리고있는지 아는가 말이요. 정미가 이렇게 된건 당신탓이요, 내탓이기도 하고. 그래, 어떻게 하겠니?》

《…》

얼굴이 발깃해가지고 아무런 대답을 안하는 정미였다. 그러는 한정미를 지켜보던 림진우는 단호하게 결정했다.

《두말할것 없다. 그만두거라. 정 몸이 불편하면 며칠 쉬더라도 휴양은 가면 안돼.》

《할아버지.》

림진우는 애원에 차서 항변하려고 입을 씰룩거리는 손녀를 엄하게 스쳐보고나서 건너방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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