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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설 <아리랑>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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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072회 작성일 16-01-2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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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01년 8월 17일.

이날 5만여리에 걸치는 력사적인 로씨야련방에 대한 방문을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오시는 길에 하바롭스크에 들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방문일정을 끝내시고 렬차에 오르시였다.

그이께서 타신 렬차는 곧 출발하였다. 로씨야 원동련방구주재 대통령전권대표를 비롯하여 전송나온 하바롭스크변강과 시의 지도일군들의 손을 흔드는 모습이 멀리 사라지자 차창으로 아득히 드러누운 로씨야 특유의 푸른 대지와 흰 벽에 파랗고 빨간 뾰족지붕을 얹은 마을들이 도간도간 펼쳐지였다.

차창에서 시선을 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렬차집무실벽에 걸려있는 대형텔레비죤을 켜고 조국의 소식을 청취하시였다. 인차 화면에는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로 들끓는 조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련이어 흘러갔다. 현대화를 다그치는 함남도 단천지구의 광산들이며 나라의 서북부와 자강도에 한창 건설중인 발전소들, 황해남도토지정리 제2단계전투에 진입한 도내 각지의 전투장들이 나오는가 하면 사동벌에 자태를 드러내고있는 대동강맥주공장이며 현대적으로 꾸려진 대홍단감자가공공장의 가동정형이 흘러가기도 했다. 때로 화면에는 조선인민군 군부대들의 전투정치훈련도 간간이 현시하고있었다.

방송원이 표현했듯이 조국인민들은 지금 이 시각도 맡은 초소에서 전에 없는 로력적성과를 이룩하며 자신께서 돌아오실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있었다.

그리움이 한가득 치밀어오르시였다. 로씨야련방을 방문하는 기간 한시도 잊어본적이 없는 조국과 인민들, 얼마나 보고싶었던 인민이였고 얼마나 그리웠던 조국땅이였던가.

이번에 우리는 로씨야련방을 방문하여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성과중의 성과는 로씨야련방방문기간 우리 식 사회주의제도의 공고성을 온 세상에 시위한것이다. 세계는 내가 오래동안 마음놓고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를 방문한데 대하여 놀라움을 금치 못해하고있다. 서방나라들이 다 그러했지만 특히 미국인들이 우리 제도의 공고성을 인정하면서도 머리를 기웃거린다고 한다. 수령과 당, 인민대중이 하나의 피줄로 이어진 혼연일체가 우리 제도의 생리라는것을 피상적으로밖에 알지 못하는 그들로서는 응당한 일이 아닐수 없는것이다.

나는 정말 인민복이 있다. 우리 인민은 참으로 세상 훌륭한 인민이다. 화면을 보시면서 김정일동지께서는 줄곧 이런 자부심에 넘쳐계시였다. 이들을 위해서라면 내 무엇인들 아낄것이 있겠으며 이런 인민들과 함께라면 내 무슨 일인들 못해내랴.

김정일동지께서는 피여오르는 기쁨을 새기시며 집무탁에 다가앉으시였다. 그이께서는 긴장한 집무활동을 시작하시였다. 어느덧 집무탁 한켠에는 결론을 주신 문건들이 키를 돋구며 쌓이고있었다.

한절반가량 문건을 축내고 잠간 피로를 푸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문건을 들고 읽으시다가 몸을 일으키시였다. 그 문건은 앞으로 진행하게 될 평안남도토지정리에 대하여 해당 부서에서 올린것이였는데 문건이나 봐서는 내용이 잘 파악되지 않으시였던것이다.

책임서기를 찾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에게 토지를 정리하기로 된 지역이 기입된 평안남도지도를 가져오라고 이르시였다. 그가 가져온 지역도를 집무탁우에 펼쳐놓으신 그이께서는 문건과 대조하여 꼼꼼히 계산해보시였다. 그새 책임서기가 두번이나 들어와 무엇인가를 알려드렸는데 그이께서는 집념속에서 그냥 수긍만 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퍼그나 시간이 흘러서야 답을 찾으시였다. 평안남도토지정리총계획량은 참으로 방대하였다. 방대한 이 공사량을 제기일내에 수행하자면 토지정리전투를 래년 가을부터는 시작해야 하며 그에 앞서 황해남도토지정리전투를 완전히 끝내는것과 함께 개천-태성호물길공사를 완공해야 했다. 그런데 황해남도 2단계토지정리전투는 어느 계선에 이르렀고 물길공사는 어데까지 나갔는지. 전력이며 기계수단들, 로력들이 모자라 애로를 겪지나 않는지. 물론 수시로 보고받고계셨지만 그이께서는 더 구체적으로 현장실태를 알고싶으시였다. 누구를 보내서 료해해보게 할것인가.

그때 문기척소리가 나며 김준남비서가 들어섰다. 그가 올리는 문건을 받아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내용을 훑어보신 다음 비준해주시였다. 그런데 김준남비서는 문건을 받아들고서도 반백의 머리를 괜히 올리쓸며 나갈념을 안하는것이였다.

《식사시간이 퍽 지났습니다.》

그이의 묻는듯 한 시선을 마주보며 준남비서가 말씀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계를 쳐다보시였다.

《아하-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였는가. 그럼 식살 해야지. 참, 동무도 이 문건을 검토하고 비준을 받느라 식사를 못했겠구만.》

《괜찮습니다.》

《사람두…》

그이께서는 예닐곱개쯤 되는 문건을 손에 드시며 가볍게 책망하시였다.

《그리 바쁜 문건도 아닌데 식사까지 늦추다니. 하여간 내가 미안하게 되였소. 자, 빨리 갑시다.》

렬차식당칸에 들어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소탁자를 손가까이 끄당겨 그우에 문건을 놓으시고나서 식탁의자에 앉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준남비서에게 어서 들자고 하시며 숟가락을 드시였다. 김치그릇을 당겨놓고 몇번 술질을 하시니 밥그릇이 절반나마 축이 났다.

소탁자의 문건을 펼쳐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를 계속하시였다.

-2001년 8월 15일을 맞으며 평양에서 진행된 민족통일대축전과 관련된 실무적인 문제-

·앞으로 있게 될 개천절행사를 비롯하여 모든 통일행사들을 철저히 6. 15북남공동선언의 정신에 립각하여 진행할것.

-북부지구에 주둔하고있는 조선인민군 군부대장병들이 위대한 장군님의 옥체건강을 위하여 칠보산송이버섯을 정성껏 마련하여놓고 올린 편지-

·송이버섯을 김대중대통령과 박지원, 림동원을 비롯하여 6. 15북남최고위급상봉에 참가했던 남측의 대표단성원들과 조국통일성업에 이바지하고있는 남조선의 각계의 재야인사들에게 보내줄것을 제의합니다. …

얼마쯤 지나 문건을 전부 보고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은 밥그릇을 비우시였다. 물고뿌를 들면서 보시니 준남비서는 아직 절반가량을 비웠는데 식사를 아주 맛있게 하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짐짓 부러운 어조로 건네시였다.

《동무가 식사하는걸 보니 나도 구미가 막 동하오.》

《배가 출출하니까…》

입안의것을 급급히 넘기고 하는 준남비서의 대답이였다.

《입맛이 당겨 무슨거나 다 맛있습니다.》

《그렇소? 당기면 많이 드시오, 곱배기도 하고.》

《…》

《한데 내 다음부턴 동무하군 따루 식사해야 할것 같소.》

《예?》

한순간 김준남비서는 그 나이답지 않게 얼굴이 붉어져가지고 몸둘바를 몰라하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크게 웃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식사를 계속하라고 하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솔직히 말해보오. 내가 너무 빨리 끝내니 나와 함께 식사하기가 재미없지? 먹고싶은것도 못 먹고.》

《…》

《그럴거요. 안되겠소. 이렇게 그냥 나가다가는 체대 큰 준남비서 허기지다못해 실려가는 일이 생기겠거던.》

《옳습니다. 장군님, 사실 그렇습니다.》

영문을 알아차린 준남비서가 이번에는 아주 뻣뻣해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발 더 넘겨 배를 내민다.

《끼니를 번지시지 않나, 식사를 하면 급하게 하시니 장군님건강때문에 저희들이 어찌 음식을 편히 들수 있습니까. 저희들은 그저 장군님께서 식사를 많이 하셔야 기쁩니다. 그래야 우리두 많이 먹습니다.》

《아니, 이보 준남동무.》

《글쎄 안됩니다. 식사는 꼭 저희들과 함께 하셔야 합니다.》

《허, 이런 참. 혹을 떼려 했다가 덧붙인 격이 되였군. 막 강요하는구만.》

《아닙니다. 장군님, 장군님께선 정말 식사습관만은 꼭 고치셔야 합니다. 덧붙여 조언드린다면 집무를 보시다 딴딴한 침대에서 그냥 쉬시는 습관도 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이가 없어 더 잇지 못하시였다. 그의 진정이 눈물겹도록 고마우시였다. 허나 식사량이 적고 그나마도 급하게 하고 때로 끼니를 저도 모르게 번지는것을 하루이틀에 고칠수는 없는것이다. 어릴적에는 험한 고생을 많이 해왔고 나이가 들면서는 시간을 쪼개며 일하다보니 식사시간마저도 아까울 때가 많았지, 일이 바빠 식사를 건늬거나 설치는 때도 한두번이 아니였고.

《나를 념려하는 동무의 진정은 고맙소. 그런데 나는 그걸 하루이틀에 고칠것 같지 못합니다. 식사도 그렇지만 딴딴한 침대에서 자는것도 이젠 몸에 익숙되였습니다. 푹신한 침대에 누우면 오히려 허리가 아프고 잠이 오지 않습니다. 식사도 그래, 내겐 야전식이 제일입니다. 야전식은 내 몸에 이젠 푹 배였소.

건 그렇고 준남비서.》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을 들어 간종그리며 화제를 돌리시였다.

《조국에 도착하면 동문 내가 주는 특별임무를 수행해야겠소. 한 수주일정도 품을 놓고 황해남도토지정리전투와 개천-태성호물길공사진척정형을 구체적으로 료해하시오. 현장지휘부동무들의 말에만 귀기울이지 말고 아래에 내려가 구체적으로 알아봐야 합니다. 우리가 계획한대로 래년에 가을걷이가 끝난 차제로 즉시 평안남도토지정리에 달라붙자면 이 두개 전선이 무조건 선행되여야 하오.》

《알겠습니다.》

얼마 못 가서 차창으로 등색해빛을 가득 싣고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이 비껴왔다.

두만강이로구나! 아, 사랑하는 내 조국의 두만강!

《다들 여기 오시오.》 누를길 없는 격정에 휩싸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주위의 수행일군들을 찾으시였다. 《두만강이요.》

그러시고는 두만강을 오래오래 내다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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