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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설 <아리랑>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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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7,287회 작성일 16-01-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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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저 멀리 서켠쪽에 연한 솜구름이 점점이 떠있는 하늘은 무척 푸르렀다. 끝없이 다가오고 지나가는 전야며 낮은 구릉들도 연한 록빛을 띠고 드러누워있었다.

벌써 봄이라, 이 얼마나 평화로운 풍경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시창에서 시선을 떼시였다. 저절로 노래가 흘러나오는것을 어찌할수 없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노래를 부르시였다.

 

민들레 곱게 피는 고향의 언덕에

하얀 연을 띄우며 뛰놀던 그 시절

아 철없이 바라본 푸른 저 하늘이

내 조국의 자랑인줄 어이 몰랐던가

 

이 노랜 부를수록 생각을 깊게 하는 노래거던. 내 조국의 푸른 하늘이라. 감회가 새로우시였다.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군력을 백방으로 다지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선군정치를 보검으로 혁명과 건설을 밀고나가지 않았더라면 저 하늘, 이 땅은 달리 되였을것이다.

나지막한 구릉을 넘어서자 앞시창너머로 군인들을 태운 대렬차종대가 보이였다. 종대는 꽤 길었는데 차번호도 그래 군인들의 복장이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으시였다. 누구네 부대던가. 저 멀리로 먼지발을 피워올리며 사라지는 대렬차종대를 뒤돌아보시며 그이께서는 기억을 더듬어보시였다.

그때 야전차가 스르르 멎는것이였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수행장령이 차문을 열고 앞쪽으로 잰걸음을 놓는다. 인차 수행장령이 돌아와 사연을 말씀드리였다. 저앞에 승용차 두대가 겨우 어길만 한 폭의 자그마한 다리가 하나 있는데 고장난 군용수송차 한대가 길을 막고 서있다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문을 열고 내리시였다. 그이께서는 다리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과연 다리 중간쯤에 한대의 군용수송차가 커다란 차체로 좁은 길폭을 채우고 비뚤서하니 서있었는데 그뒤로 서너대의 수송차들이 발동을 건채로 늘어서있었다. 고장난 차의 쳐들린 기관덮개에는 팔소매를 걷어올린 둬서너명의 군인들이 한창 수리를 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앞에서 호위군관들의 맵짠 닥달질을 받고있는 군관을 유심히 보시였다. 거방진 체집에 철빛얼굴. 아, 박철건부대장이구만. 그러니 앞서 지나친 대렬차종대는 철건이네 부대가 틀림없어.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찾으시였다. 뛰다싶이 다가온 박철건부대장은 군복자락을 내리끄며 거수경례를 하고는 잦아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씀드리는것이였다.

《최고사령관동지, 바쁘신 전선길을 지체시켜 죄송합니다. 인차, 빨리 수리하겠습니다. 아니, 달라붙어 밀어내구 길을 내겠습니다.》

《원, 동무두 참. 우물 가서 숭늉 찾겠소. 난 그리 바쁘지 않으니 너무 급해 그러지 마오.》

그이께서는 호위군관들에게 이르시였다.

《동무들도 가서 수리를 도와줘야겠소. 차가 고장이 나 서버린걸 이 동무들인들 어떡하겠소.》

《알았습니다.》

《한데 어디로들 가던 길이요. 그리고 부대장은 제 찬 어떡하고 수송차를 리용하는가.》

부대는 현재 토지정리전투장으로 기동중이며 현지의 농장들을 도와주려고 가는 길에 도농촌경영위원회에 들려 소농기구를 받아실으려고 수송차에 올랐다고 한다.

《거기에 제 병사시절때 중대장이 있습니다. 전화상으로는 련계가 있었지만 그래도 안심치 않아 직접 만나서 해결받으려고 차에 올랐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긍하시며 화제를 돌려 부대살림살이형편과 전투동원준비상태를 료해하시였다. 서해해상전투에 참가했던 부대장병들의 생활이며 안부를 알아보시던 그이께서는 문득 생각키우는것이 있어 철건에게 물어보시였다.

《참, 철건이넨 공화국영웅이 몇이던가?》

박철건의 대답을 들으신 그이께서는 고개를 저으시였다.

《그건 이미 알고있는데 내가 묻는건 근년간에 있은 서해해상전투에서 위훈을 세워 영웅칭호를 받은 동무들이 몇인가 그거요.》

《모레 평양에서 열리게 될 공화국영웅칭호수훈식에 참가하는 두 동무까지 합하면 열명입니다.》

《열명! 그만하면 많구만. 철건부대장이 어깨를 추켜들고 다닐만 해. 그렇지 않소?》

그이의 분에 넘친 평가에 박철건은 얼굴이 붉어져가지고 무척 기뻐하는것이였다.

《최고사령관동지.》

박철건은 갑자기 소심해가지고 아까처럼 군복자락을 내리끄당기였다.

《제 외람된 말씀을 올려도 일없겠습니까?》

《어서 그러라구.》

《저, 이제 평양에 가시면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이번 수훈식을 주관해주셨으면 해서 그럽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으시였다. 물론 수여식에는 자신께서 참가하여 수훈자들에게 영웅메달을 수여하게 되여있었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철건의 속을 알고싶어 짐짓 모르쇠를 하시였다.

《철건부대장, 건 왜 내가 직접 주관해야 하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일군들이랑 그걸 맡아보는 일군들이 있지 않소.》

《최고사령관동지, 실은 그 두 병사의 제일 큰 소원은 최고사령관동지를 만나뵙는것입니다. 그래 이번에 영웅칭호수여식에 간다니까 드디여 소원을 풀게 되였다고 지레짐작을 하며 며칠밤을 자지 않구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있었습니다.》

《오-그런 일이 있었구만. 철건부대장, 그렇다면 마음을 놓으라구. 우리 병사들의 소원인데 내 꼭 그들을 만나보지.》

《최고사령관동지, 정말 고맙습니다.》

박철건의 온 얼굴에 행복에 겨운 웃음꽃이 한가득 피여났다. 철건은 뒤로 한발 물러서며 힘있게 거수경례를 붙였다.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겠습니다.》

잠시후 고장을 퇴치한 수송차에 발동이 걸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철건이네 수송차행렬이 시야에서 벗어난 다음에야 야전차에 오르시였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참가자들의 열광적인 만세의 환호에 답례를 보내시며 수훈식장에 들어서시였다.

그이께서는 한가운데로 걸어가시며 참가자들을 하나하나 일별해보시였다. 앞가슴에 금별메달이 빛나는 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름름하고 당당하였던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불현듯 그들의 위훈을 모두가 알게 해주고싶은 심정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하여 그이께서는 촬영에 앞서 한사람한사람 앞에 내세워놓고 무슨 공적으로 공화국영웅의 금별메달을 받게 되였는가를 자신께서 직접 설명해주시였다. 그속에는 나라의 국방력강화와 과학기술의 최첨단을 돌파하기 위한 최전선에서 위훈을 세운 청년과학자, 로학자가 있는가 하면 공화국외교전선의 일익에 서서 조미핵협상을 승리에로 이끄는데 기여한 외교일군도 있었으며 조국의 령공을 침입한 미군정찰기를 대담무쌍한 공격비행으로 몰아낸 추격기비행사도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철건부대에서 온 애젊은 두 병사를 소개하시면서는 이들이 바로 온 나라가 다 아는 서해해전의 영웅들이라고, 우리모두 수령결사옹위정신, 육탄자폭정신으로 조국의 령해를 지키는 싸움에서 영웅적위훈을 세운 이 동무들을 다시한번 축하해주자고 애정에 넘쳐 이야기하시였다.

김정일동지의 교시가 한대목씩 끝날 때마다 장내에는 열정적인 박수소리가 그칠새없이 울리였다.

순서는 어느덧 림진우의 차례에 이르렀다.

《림진우동무, 여기로 나오시오.》

진우를 자신의 가까이로 부르신 그이께서는 뒤에 선 조명록차수에게로 몸을 돌리시였다.

《이것 보오, 조차수. 10만이면 대체로 군단이지.》

《그렇습니다.》

《〈아리랑〉에 유치원아이들이랑 학생들, 대학생들, 근로청년들 다 합해 10만이나 되는데 그럼 진우동무는 사령관이라고 불러야겠구만.》

《최고사령관동지말씀이 옳습니다. 비록 군복은 입지 않았지만 10만이 군대처럼 하나같이 움직이여야 대예술작품을 만들어낼수 있기때문에 총연출가를 사령관이라 불러야 할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긍하시고나서 참가자들에게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여기 나온 이 림진우동무는 지난해 당창건 55돐을 맞으며 진행한 10만명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백전백승 조선로동당〉을 총연출했으며 오늘은 위대한 수령님 탄생 90돐을 맞으며 진행할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맡은 예술가입니다.》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수소리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소개를 계속하시였다.

《동무들, 그럼 이 동무가 어떻게 되여 공민의 가장 큰 영예인 공화국영웅칭호를 받게 되였는가, 무슨 공적을 세웠기때문에 예술가가 공화국영웅의 금별메달을 수여받게 되였는가.

동무들도 다들 알고있을것입니다. 한편의 훌륭한 예술작품이 가지고있는 위력이 천만자루의 총검보다, 지어 핵무기보다 더 크다는것을 동무들은 잘 알고있을것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을 지키는 최전방에서, 강성국가를 건설하는 최전선에서, 조국의 촌토를 피로써 사수하는 최전연에서 발휘한 동무들의 영웅적기상과 불멸의 투쟁모습을 예술작품에 반영하여 우리 군대와 인민을 더 큰 위훈에로 불러일으킨 바로 이것이 예술가 림진우동무의 공적이며 이 공적으로 하여 림동무는 공화국영웅의 빛나는 금별메달을 수여받게 된것입니다.

우리 다같이 축하해줍시다. 훌륭한 예술작품을 가지고 혁명에 한몫 단단히 이바지한 예술가 림진우동무를 가장 열렬하고 뜨거운 박수로 다시한번 크게 축하해줍시다.》

또다시 장내를 울리는 박수, 박수소리. 림진우의 얼굴은 감격과 흥분으로 상기되여있었다.

기념촬영이 끝난 뒤 림진우를 따로 남게 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데리고 정원으로 나가시였다.

싱그럽고 씁쓸한 풀냄새가 떠돌고 이름모를 새들의 조화로운 울음소리가 명랑하게 울리는 정원숲속은 피로를 단번에 가셔주게 하는듯 싶었다.

《봄이요, 새 세기 첫 봄.》

새들의 울음소리에 귀기울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그리며 뇌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조금 떨어져 걷는 진우가 곁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걸음을 떼시였다.

《내가 동무와 처음 만났을 때가 언제던가?》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준비를 하던 1988년 9월입니다.》

《옳소, 1988년 가을이요. 그담엔 달천온천에서 만났댔고. 세월이란 참. 그때로부터 벌써 10년도 더 지나갔구만.》

《!》

《그새 동문 많은 일을 해놓았지. 그래서 이렇게 오늘은 공화국영웅이 다 되고. 그래 저 남조선에 계신 어머니랑 잘 계시오?》

《예, 건강해서 자나깨나 아들이 오기만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의아하여 반문하시였다.

《오기만을 기다리다니. 흩어진 북남가족친척상봉이 벌써 2차례나 진행되였는데 아직두 못 만나보았단 말이요?》

《〈백전백승 조선로동당〉을 치르고 간다는게 그만, 하지만 며칠후에 떠나는 3차방문단편으로 가게 됩니다.》

《음, 인차구만. 늦은감이 있긴 한데 다행이요.》

그이께서는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시였다.

《어머니에게 올릴거랑 친척들에게 줄 기념품이랑 준비를 좀 했소?》

《장군님, 념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올릴만한건 이 공화국영웅의 금별메달보다 더 큰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웅이 된 얘기만 들려줘도 어머니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실겁니다.》

《그럴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동감을 표시하시였다.

《반세기만에 모자가 만나는데 나도 그럼 뭘 좀 준비해줘야겠구만.》

《고맙습니다. 장군님, 6. 15북남공동선언덕택에 어머니를 만나게 되여 장군님께 응당 백배인사를 드려야 할 저인데 이렇게 또 은총을 베푸시니 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에게 내 인사를 전해주시오, 내가 준비한 기념품이랑 선물도 전해드리고. 그러면 영웅이야기가 더 의의가 있을거요.》

림진우는 황송하여 거듭 인사를 올리였다.

《〈아리랑〉은 요즘 어느 정도로 진척되고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본문제에 들어가시였다. 그이께서는 진우의 설명을 들으시며 존안에 석연치 않은 기색을 지으시였다.

《마치 〈아리랑〉련곡같구만. 작품의 제명이 〈아리랑〉이라고 해서 모두 〈아리랑〉노래들로 묶어놓으면 안됩니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에는 우리 시대의 명곡들도 쓰면서 내용을 관통시켜야 합니다. 전반부에 쓸 옛날의 〈아리랑〉은 어떤 노래로 선정했소?》

《해방전 〈아리랑〉은 〈영천아리랑〉, 〈단천아리랑〉 등을 내놓고는 대개가 다 신세타령가들이여서 어느 〈아리랑〉을 넣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아직 선정을 못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없이 열댓걸음 걸으시였다. 그러시던 그이께서는 진우의 팔굽을 잡으시며 명쾌한 안을 내놓으시였다.

《지난 시기 나온 〈아리랑〉노래는 라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에서 나오는 주제가를 선정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1926년 서울의 〈단성사〉에서 관중을 울린 그때부터 그 〈아리랑〉은 민족전체가 부르는 〈아리랑〉이 되였습니다. 이 노래를 집중적으로 두세번 강조해주면 응당한 형상적효과를 얻을수 있을것입니다. 그담엔 무슨 장이요?》

《1장 1경 〈류랑의 노래〉입니다. 혁명가극 〈피바다〉에서 나오는 노랩니다. 장군님, 한데 사람들속에서 잘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원래의 노래가 좋다는 의견이 제기되고있습니다.》

《그렇소? 원래 노래는 무엇이였소.》

《〈눈물젖은 두만강〉이였습니다.》

《〈눈물젖은 두만강〉.》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동안 생각해보시다가 긍정하시였다.

《〈눈물젖은 두만강〉은 해방전에 인민들속에서 널리 불리워진 계몽기가요들중의 하나지. 음- 일리가 있는 의견이요. 이 노랜 우리 인민의 비참한 생활형편을 깊이 느끼게 하고 민족성을 북돋아주는데 의의있습니다.

군중의 의견대로 합시다. 하되 노래를 우리 식으로 부르게 하고 반주 역시 우리 식으로 형상해야 합니다.

그다음 2경의 제목은 무엇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진우의 설명을 들으시고나서 의견을 주시였다. 그이께서는 진우가 더러 리해하기 힘들어하는 점에 대해서는 오래동안 조리있게 이야기해주기도 하시였다.

봄의 훈향이 부드럽게 깃든 정원숲속에는 그이의 열정적인 음성이 퍼져갔다.

이날 그이께서는 작품의 전반부에 해당한 《아리랑》과 《눈물젖은 두만강》을 비롯하여 갈피를 못 잡고있던 작품의 전반부에 해당한 가요를 바로 선정하고 형상안까지 구체적으로 토론해주신 다음에야 담화를 끝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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