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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우방'에 뒷통수 맞은 철부지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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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12회 작성일 16-02-27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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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이 대북 제제 조치에 합의하면서 사드 배치는 이제 물 건너간 듯 합니다. 대부분 이것이 중국의 강경한 사드 배치 반대 때문에 미국이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글쎄요, 미국에서 살면서 조금은 시각 삐딱한 제 눈엔 좀 다르게 보이네요. 분명한 것은 한국은 처음부터 '장기판의 졸'이었고,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종의 파워 게임의 성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생각만 듭니다.

사드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그때는 이 전략 무기를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미군 내의 서열이 정해지는 상황이어서, 주한미군에서 적극적으로 사드 유치를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처음부터 미국이 중국의 북한 제제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작전이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실제로 지금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그런 쪽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고. 

아마 사드는 배치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중국의 대북 제제 협조를 얻어내는 조건 중 하나겠지요. 그리고 미국과 중국은 이미 서로가 없으면 존재하기 어려운 사이입니다. 미국 내에 들어와 있는 중국의 자본도 엄청나고, 또 중국도 미국이라는 시장이 없으면 존재하기 힘듭니다. 이렇게 이상하게 꼬여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굳이 사드 문제를 꺼내가며 무리수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던 건, 결국 북한 핵이라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그랬을까요? 

저는 이것을 오바마의 '피벗 투 퍼시픽' 정책 철회의 신호탄으로 봅니다. 그리고 미국이 지역에서 하려고 했던 역할은 일본에 대폭 넘겨주겠지요. 이미 그런 움직임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만, 오바마는 자신이 공약했던 것 중 미군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철수도 아직 못 끝낸 상태입니다. 즉, 퇴임 때까지는 아시아 문제에 매달릴 여력이 없는 겁니다.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는 해입니다. 오바마로서는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할 임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힐러리가 되던, 버니 샌더스가 되던, 미국 외교의 기조는 바뀔 것입니다. 힐러리는 아시아를 비교적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고, 버니 샌더스의 경우는 해외에 대한 개입을 줄이거나 없애겠다고 오래전부터 공약해 온 바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오바마 정권으로서는 해외 개입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 놓아야 하며, 북한은 미국으로서는 '전략적 인내'로 무시해 온 상대이긴 하지만, 그들이 핵, 그리고 투발 수단을 함께 지닌 사실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지요. 

일부러 외면해 왔던 북한에 대해 핵 보유를 인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기조를 바꿔 갑작스럽게 대화에 나설 수도 없게 된 미국은 나름 골머리를 앓았을 듯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느닷없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박근혜 정권이 튀어 나옵니다. 사드 배치를 공언하고, 개성 공단을 닫아가면서까지 긴장 국면을 조성해 버린 겁니다. 즉, 그것은 중국으로 하여금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만드는 효과를 가지고 온 거지요. 

이래저래 한국은 그 이후로 봤다시피, 빼도박도 못하는 바보짓들을 계속했고(물론 지금도 계속하고 있고), 동북아 정세를 여기까지 몰고 오는 데 적지 않은 몫을 했습니다. 문제는 그래서 이익을 본 것은 미국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남한은 개성공단과 거기서 나오는 이윤, 그리고 낮은 가격의 질 높은 노동력,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실질적으로 잃어버리는 피해를 당했고, 북한은 그 효과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지만, 경제 제재를 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만일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 왔더라면, 아마 우리는 지금 부산을 출발해 유럽까지 기차가 달리는 모습을 봤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북의 개방은 훨씬 가속화됐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아시아에서 훨씬 컸을 겁니다. 그러나 이명박근혜 정권은 거의 뻘짓에 가까운 미숙한 외교로 우리나라의 번영의 기회를 날려 버렸습니다. 게다가 지금 우리는 이번 사드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자주성이 결여된 나라인가까지도 그대로 세계 각국에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불행하게도,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겁니다. 미국의 사드 계획 철회로 미국과 중국은 다시 어떤 식으로든 대화 국면에 들겠지만, 중국은 한국을 외교적으로는 더 드러내놓고 '멸시하는' 수준이 될 겁니다. 이미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국은 스스로의 외교가 얼마나 철부지급인지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농사 지을 절기를 모르는 사람을 '계절을 모른다'고 해서 '철부지'라고 불렀지요. 지금 이 국면이 어떻게 해야 국익을 위해 바람직한지 모르는 이 철부지 정권에 대한 심판, 총선과 대선을 통해 반드시 해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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