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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설 <아리랑> 45회 & 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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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126회 작성일 16-02-1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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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002년 8월 15일.

이날 김정일동지께서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관람하시기 위하여 당과 국가, 군대의 책임일군들과 함께 5월1일경기장에 나오시였다. 공연이 끝난 다음 동행한 간부들이며 《아리랑》국가준비위원회 일군들과 자리를 같이하신 그이께서는 공연소감을 피력하시였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결속공연을 정말 잘하였습니다. 오늘까지 〈아리랑〉공연을 세번 보았는데 볼수록 멋있고 볼 때마다 대단한 걸작이라는것이 확연하게 느껴집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리랑》의 창작가, 출연자들은 주체조선의 국위를 만방에 떨쳐갈 숭고한 애국의 일념을 안고 긴장한 전투를 벌려 1년 남짓한 기간에 조선의 정신, 조선의 기상을 생동하게 반영한 로동당시대의 대기념비적문화예술작품을 훌륭하게 창작완성하였으며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투지를 안고 련속 공연활동을 성과적으로 벌려 조국청사에 길이 빛날 력사적공적을 쌓아올렸다고 교시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계속하시였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놓고보아도 위대한 시대가 위대한 력사를 창조한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나는 이번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민요 〈아리랑〉을 종자로 하여 〈아리랑〉이라는 제명을 가지고 민족의 운명문제를 우리 혁명의 력사와 결부하여 새로운 작품으로 창작하도록 과업을 주었습니다. 지난날 우리 민족의 수난의 력사가 비껴있는 비애와 눈물의 아리랑이 우리 시대에 와서 민족적긍지와 랑만, 혁명적기상이 넘치는 선군아리랑, 강성부흥아리랑으로 승화되였습니다.…

이번에 창조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은 사상주제적내용을 생동하게 파악할수 있도록 구성에서 빈틈이 없고 풍부한 형상으로 설명이 없이도 할 이야기를 다하였습니다.》

그이께서는 이에 대하여 공연의 매 장, 매 경뿐만아니라 구체적인 세부들까지 실례드시였다. 그이의 교시가 하도 뜻이 깊어 책임일군들이며 《아리랑》국가준비위원회일군들은 한자도 놓칠세라 필을 부지런히 놀렸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은 우리 인민의 높은 혁명성과 조직성과 규률성, 문화성의 발현이며 일심단결의 상징입니다.…

공연을 보면서 무엇보다 기쁜것은 재능있는 출연자들이 거의나 근로청년들과 학생청소년들이라는것입니다. 근로하는 청년들과 학생청소년들이 예술의 극치를 이루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의 모든 장면들을 높은 수준에서 손색없이 형상하는것을 보니 그들이 더없이 자랑스럽고 대견스럽습니다.

이번 대공연출연자들의 대부분이 평양과 지방의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는 로동청년들과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청소년들이라는것은 그들의 재능이 전문가들 못지 않으며 우리 근로자들과 청소년들의 일반문화수준이 매우 높다는것을 말하여주는것입니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보고나면 누구나 마음이 시원하고 상쾌해지며 힘이 솟고 열정에 넘치게 됩니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의 선전교양적힘은 그 어떤 형태의 문화예술작품이나 몇천몇만부의 강연제강으로도 당할수 없이 위력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끝으로 우리 시대의 고귀한 창조물인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민족의 자랑스러운 국보로 귀중히 간직하고 그 성과와 경험에 토대하여 우리의 주체문화예술을 선군시대의 요구에 맞게 더욱 발전시켜나갈데 대하여 간곡하게 당부하시였다.

말씀을 마치고나서 일군들을 둘러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림진우에게서 시선을 멈추시였다.

《림동무, 그래 이번에 그 재미동포친구를 만나보았소?》

진우는 그이께 상봉전말을 말씀올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환하게 웃으시였다.

《재산을 조국의 강성국가건설에 희사하겠다는걸 봐도 그는 달라져도 크게 달라졌소. 그는 애국자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민은 돈보다 조국을 위하고싶어하는 그의 마음을 소중히 여길것입니다. 그의 유일무이한 자산은 돈이 아니라 음악이요. 그에게 내가 참다운 애국심에 경의를 표한다는것 그리고 조국은 다음번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그가 내놓게 될 음악작품을 기다린다고 전해주오.》

《고맙습니다, 장군님.》

《국내에서랑 저기 해외에서 관람자들이 많이 왔댔소?》

《국내관람자들과 남조선과 해외동포들, 외국인들까지 합해서 도합 400여만명이 공연을 관람하였습니다.》

《400여만명, 호경기요. 역시 〈아리랑〉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장군님, 그런데 공연을 끝내고보니 하나 아쉬운게 있습니다.》

림진우는 들고있던 수첩을 내리며 말씀올리였다.

《오늘로 공연이 결속된다는걸 알고 섭섭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못 본 사람들은 물론이고 본 사람들까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그럴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공감하시였다.

《그만큼 〈아리랑〉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공연이였으니까. 한데 어떡한다?! 공연을 할만큼은 했는데…

아- 방도가 있소. 이렇게 하기요. 〈아리랑〉을 CD에 수록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맨끝에 서있는 차성규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에게 시선을 돌리시였다.

《동무가 책임지고 〈아리랑〉 CD를 빨리 생산해서 보급하도록 조직사업을 하오. 섭섭해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끝이 없겠지만 그걸 보면 한결 개운해할겁니다.》

《시급히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할바에는 아예 판을 크게 벌려야겠소. 아닌게아니라 나도 요즘 전선시찰을 하면서 군인들과 인민들로부터 〈아리랑〉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요청을 많이 받고있습니다.

공연을 수록한 CD를 많이 만들어 평양시민들과 남조선사람들, 해외동포들과 외국인들뿐만아니라 인민군대의 비행사들과 최전연초소의 군인들을 비롯해서 중요한 초소에서 복무하는 군인들, 탄광이나 광산, 토지정리전투와 같은 어렵고 힘든 부문에서 일하는 로동계급과 근로자들에게도 보내주어야 하겠습니다.》

《시급히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차성규의 대답을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진우곁에 서있는 박철건이에게 한걸음 다가가시였다.

《좀 어떻소, 몸이 가벼워졌나?》

《다 나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믿어지지 않으신듯 철건의 얼굴빛이며 몸을 여겨보시였다. 그러시다가 몸이며 팔다리를 놀려보라고 이르시였다.

《음- 전보다 수태 나은것 같애.》

박철건은 당에서 수시로 보살펴주고 렴배복할머니랑 《아리랑》국가준비위원회일군들이 도와주어 완전히 회복되였다고 대답드리였다.

《곁에서들 우리 부대장을 봐주느라 수고많았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림진우들의 수고를 치하해주시였다.

《그럼 사람들의 정성에 보답해야지. 식은 언제 올리겠소?》

박철건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드리지 못하였다.

《허, 아직두 처녀를 울리나?》

《아닙니다. 사실은 〈아리랑〉을 끝내고 늦가을쯤에나 가서 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럴테지. 량켠이 다 제일에만 정신을 쏟다보니 미처 관심을 돌릴새가 없었을거요. 늦가을은 무슨 늦가을, 오늘 내가 여기서 아예 락착을 지어줘야겠구만.

철건이, 더위가 숙어들었는데 인차 좋은 날을 골라 식을 올리자구. 례장감이랑 결혼식상은 내가 맡겠소. 그리고 선돌이는…》

김정일동지께서는 누구를 찾으시는듯 좌측에 서있는 인민군대의 책임일군들을 둘러보시였다. 말씀을 중단하신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아차린 그들은 긴장해서 그이께 눈길을 모으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허리춤에 두손을 얹으며 림진우네들에게 돌아서시였다.

《아니, 안되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으시며 손을 내흔드시였다.

《선돌이를 인민군대에서 한사람 선출하려 했는데 적중치 않아. 동무들보다 이 림진우총연출가가 적격자요. 년세나 철건이네와 인연으로 보나, 〈아리랑〉총사령관이라는 직위로 보나 응당히 진우동무가 맡아야 합니다. 과방은 원석현동무가 맡으면 좋을것이고. 이제 남은것은 둘러리인데 … 가만.》

주위를 휘둘러보시던 그이의 시선이 박철건에게 다시 와멎었다.

《강진호가 철건동무의 친구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럼 남자쪽의 둘러리는 해결됐구만. 처녀쪽의 둘러리는 어떻게 한다?》

《혜영동무의 둘러리는 교예장 물결날기에 출연하는 림진우동무의 외손녀 한정미동무가 서면 좋을것 같습니다.》

차성규가 말씀드리였다.

《아- 공중녀왕! 나도 알고있소. 그 동무가 진우동무의 외손녀란말이지.》

《그렇습니다. 한데 저- 우리 그 애는 아직…》

림진우는 퍼그나 소심해서 강진호와 정미사이에 있었던 일을 간단히 설명해드리였다.

《마음을 합치자고 〈아리랑〉을 하는데 진호넨 아직두 〈아리랑〉고개를 넘지 못했구만.

하지만 일없소. 본인들이 정 넘기 힘들어하면 우리라도 어떻게든 도와서 고개를 넘겨줘야지 뭐. 차라리 잘됐습니다. 그날 강진호네들도 같이 상을 차려줍시다. 그간 두쌍이 이러저러하게 곡절을 겪었다는데 한시에 해주면 의의도 있고 본인들도 좋아할거요.》

《그러면 그 애들이… 장군님, 고맙습니다.》

《좋구만. 얼마나 좋소, 〈아리랑〉을 부르며 민족의 힘도 합치고 갈라질번 했던 청춘남녀들도 이 노래를 부르며 식을 올리고.

진우동무의 책임이 무겁습니다. 결혼식을 잘 치르어야 하오.》

림진우는 뜻밖에 차례진 영광에 과분하여 감동에 차서 말씀드리였다.

《알겠습니다. 작정하구 아주 멋있고 뜻이 깊게 해주겠습니다. 제 원래 그런 일도 잘합니다.》

하도 붕 뜬데다가 그답지 않게 제 자랑을 늘어놓는 진우의 대답에 김정일동지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둘러선 일군들속에서도 시원한 웃음이 일어났다.

그이께서는 웃음이 잦기를 기다리셨다가 차성규를 찾으시였다.

《동무가 올려보낸 〈아리랑〉출연자들에 대한 국가수훈과 표창문건을 보았습니다. 문건을 보면서 나는 특히 장영수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크게 감동되였습니다.

영수학생은 열다섯살의 어린 나이이지만 자기의 영웅적행동으로써 시대의 주도적정신과 새 세대 청년들의 투쟁모습을 남김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동무가 직접 가서 나의 이름으로 영수학생과 그를 키운 부모들, 스승들에게 감사를 전해줄것을 부탁합니다. 내 이자도 말했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좌중을 쭉 둘러보시며 힘있게 언급하시였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은 주체문화예술의 대성공작으로서 후세에 길이 전할 귀중한 국보이며 세계적인 걸작입니다. 당창건 55돐에 즈음하여 창작공연한 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백전백승 조선로동당〉이 20세기 문예부흥의 총화작이라면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은 21세기를 대표하는 본보기작품이며 이 두 작품은 선군시대를 상징하는 혁명적대작입니다.

나는 창작가, 출연자들이 세운 공적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들에게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공화국정부의 이름으로 감사를 줄것을 동무들에게 제의합니다.》

장내에서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열광의 박수소리는 좀처럼 멎을줄 몰랐다.


<종 장>

 

그로부터 몇해후 가을.

전선길, 또다시 이어지는 전선길이다. 한번 떠나면 언제 어디서 끝날지 모를 전선길이기도 하다.

이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야전차에 옮겨탄 김준남 당중앙위원회 비서와 분망한 사업토의를 하시며 전선길을 달리고계시였다. 화제에는 대계도간석지건설자들이 2호, 4호제방을 완공한 소식이며 미군철수와 자주통일운동에 떨쳐나선 남조선인민들의 투쟁소식, 최근 일본에서 로골화되고있는 타민족말살행위를 규탄하는 기사를 《로동신문》에 실을데 대한 문제 그리고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이 세계기니스기록집에 오른것으로 하여 태양민족의 국보로, 인류문화예술의 재보로 더욱 빛나게 된것을 축하하는 국내외의 반향들도 들어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본화제를 마무리 지으시고 집무에 들어가시려다가 어느 한 문건을 뽑아드시였다. 그이께서는 문건을 앞좌석에 앉은 김준남에게 넘겨주시였다.

《이걸 한번 보고 동무의 의견을 기탄없이 내놓소.》

차안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야전차의 고르로운 동음만 들리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눈이 자꾸 감기시였다. 고르로운 동음이며 은은한 빛을 내는 감색차내등도 피로와 손을 잡은듯싶다. 시창에도 시선을 주고 예민한 몸부위도 자극해보셨으나 허사였다. 차츰 흐릿해져가는 차내등,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안는듯 한 동음-장군님, 전 이 문제에 관해선 이렇게 주장하고싶습니다. 우리가- 누가 말하는가, 무엇을 주장한다는것인가, 음-

《속도를 늦추오.》

일순 얼떠름해있던 김준남은 그이께서 차벽에 몸을 기대시자 운전사에게 속삭이듯이 지시했다. 그는 시창앞에 드러누운 도로를 조마조마한 심정을 안고 지켜보았다. 흘러가는 1분 1초가 천금같이 귀중했다. 쪽잠이나마 한번 푸짐하게 쉬셨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이께서 쉬실동안 평탄한 이 도로가 끝나지 말았으면.

눈굽이 뜨끔뜨끔해나고 불덩이같은것이 치밀어오른다. 진흙이 발려있는 구두며 아직도 마르지 않은 그이의 야전복을 보니 불시에 장군님을 수행하여 전선길을 달리던 나날들이 돌이켜졌던것이였다. 높고 험한 령들, 진눈까비, 폭우, 폭풍사나운 바다길, 무수한 쪽잠들과 줴기밥. 오늘도 그렇지, 랭기품은 늦장마비를 그대로 맞으시며 한겻이나 함경남도의 여러 공장, 기업소들을 돌아보시였다. 불편하신 몸으로 비방울이 콩볶듯 하는 구내길을 다 걸으시며.

일전에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관람할 때 가슴을 치던 이런 격정이 새삼스러이 돌이켜진다. 무릇 《아리랑》은 험한 인생의 고개를 뜻하기도 한다. 때문에 우리 민족은 인생의 험한 고비를 넘을적마다 그것을 《아리랑고개》라고 표현하였다. 《아리랑고개》를 많이 넘어본 사람에게는 그만큼 복도 차례진다 하였고.

하다면 장군님께서는 많고많은 그 험산준령을 무엇때문에 넘으시였는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였다. 내 나라, 내 조국을 위해서였고 내 민족, 내 인민을 위해서였다. 했기에 장군님께서 《아리랑고개》를 넘으실적마다 우리 민족, 우리 조국의 강성부흥의 력사가 한걸음씩 크게 전진하고있지 않는가.

허나 우리 인민은 장군님의 정신육체적인 힘겨움이 얼마나 큰것인가를 다는 모른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이께서도 얼마전에 나도 인간인데 어째서 힘들지 않겠는가 하시며 자신의 힘겨움을 내비치셨겠는가. 그래도 그이께서는 그냥 가신다. 정녕 그래야만 하는가. 아! 언제면 우리는 장군님을 단 한번이라도 편히 모실수 있을가.

김준남은 운전사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

《이 도로가 언제 끝나오?》

《10분정도 달리면 끝납니다.》

그담엔 평탄도가 그리 좋지 못한 지선도로에 내려서야 한다. 조금 더 가느라면 산골길이 나질것이고.

《속도를 좀더 늦추면 안되겠소?》

《안됩니다. 여기서 속도를 더 떨구면 장군님께선 깨여나십니다.》

김준남은 속한숨을 길게 토하며 묵묵히 시창밖을 내다보기만 하였다.…

 

고르롭게 울리던 야전차의 동음이 점차 어디론가 잦아든다. 대신 《아리랑》곡조가 담긴 풀피리소리가 울리였다. 부둥켜안고 절대로 놓고싶지 않을만큼 참으로 애틋한 정을 불러일으키는 곡조였다. 이어 마음의 밑굽까지 긁어내며 목메여 호소하는 현악기의 선률음, 그다음 뒤따르는 무곡풍의 총연주, 각이한 악기들이 노력을 합쳐 읊조리는 마음의 대단원, 그러다가 청아한 풀피리소리로 끝을 맺는다. 음- 아쉽군, 아쉬워. 그이께서는 아쉬움을 금치 못하시여 나직이 노래를 부르시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넘어간다

 

그때 그이께서는 쪽잠에서 깨여나시였다. 야전차가 험한 산간길 어구에 들어서면서 변속을 하였던것이다.

무엇때문에 꿈에까지 관현악 《아리랑》의 선률이 울리였을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원인을 찾아 사색을 달리시였다. 하지만 알아내지 못하시였다. 잠재의식이 머리를 쳐든것인가? 그럴수도 있다. 사실 나는 관현악 《아리랑》이 처음에 나왔을 때 얼마나 애정에 넘쳐 감상했었던가. 그런데 내가 사랑했던 관현악작품들중 어째서 유독 《아리랑》이 뇌리를 울린것일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번거롭게 회전하는 사색을 단념하고 아까 보셨던 문건을 손에 드시였다. 그이께서는 혹시 미흡하게 처리한것이 있을가 보아 다시한번 꼼꼼히 검토하시였다.

-만경대혁명학원 학생들인 리강오누이가 올린 편지-

…공부를 잘해서 앞으로 조국과 혁명의 믿음직한 역군이 되기 바란다. …

-날로 강화되는 미국과 반공화국세력들의 고립과 압살책동과 관련한 실무적인 대책-

(두고봐야 한다. 우리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으로 그들에게 충분한 신호와 주의를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반공화국강경일변도로 나간다면 앞으로 사태는 그들에게 불리하게 번져질것이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의 결속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실무적문제-

이것이였다. 그래서 한숨 값비싼 쪽잠에 드신중에도 《아리랑》곡조가 울렸던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불만스러우시였다. 그토록 품을 많이 들인 《아리랑》, 거기에 바친 인민의 눈물겹고도 애바른 정성, 그러한 《아리랑》이였기에 민족이 모두 울고웃으며 자기의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그런데 어째서 《아리랑》을 끝낸단 말인가.

물론 여기에는 《아리랑》공연을 조금이라도 또 연장했으면 한다는 국내외의 반영도 들어있었으며 그에 공감한다는 《아리랑》국가준비위원회의 의견도 첨부되여있었다.

다시 연장이라. 할수도 있겠지. 상상을 초월한 공연이였으니까. 그만큼 성과도 컸고. 허나 또 연장을 한다 해도 끝이 분명 있는것은 사실이 아닌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부정하시였다. 아니, 세상만물엔 결말이 있어도 우리의 《아리랑》은 끝이 없어야 한다. 고난의 행군, 강행군을 이겨낸 우리 혁명은 지금 눈석이가 끝이 나고 《아리랑》곡조로 좋은 계절을 맞이하고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봄인것이다. 아직도 앞길에는 한여름의 폭열과 무더기비, 을씨년스러운 마가을이 있으며 그뒤에는 겨울의 된추위를 비롯한 온갖 도전들이 예상되고있다. 이것을 이겨내고, 이 모든것을 물리치고 민족모두가 바라는 통일강성국가를 하루빨리 일떠세우자면 힘의 송가는 반드시 계속 울려야 한다. 이 나라의 허리에 깊숙이 박힌 분렬의 장벽을 송두리채 들어낼 때까지, 이 민족이 드디여 힘을 합쳐 자주적이고 평화로운 통일강성국가를 일떠세울 때까지. 그렇다. 《아리랑》은 계속, 영원히 울려야 한다.

문건을 무릎우에 내려놓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들어 책임서기를 찾으시였다. 그에게 다음주 월요일 첫시간에 차성규 당중앙위원회 부부장과 내각의 일군들, 림진우총연출가, 문화성부상 원석현을 비롯하여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의 실무일군들과의 협의회를 준비하도록 이르시였다.

전화대화를 끝마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을 계속 보시려다가 그만두시였다. 어쩐지 감정이 북받치시였다. 그이께서는 나직한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시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넘어간다

저기 저 산이 백두산이라지

동지섣달에도 꽃만 핀다

 

야전차는 여전히 어둠의 장막을 힘있게 헤치며 최전선을 향하여 고속으로 질주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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