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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야전렬차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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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254회 작성일 22-12-2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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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9 회

39

 

저물녘에 내각총리 채성림이 탄 승용차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가 열리는 금수산기념궁전을 향해 달리고있었다.

땅거미가 스며드는 수도의 거리에는 일찌감치 가로등들이 환히 켜졌다.

날씨를 맵짜게 돋구는 잔바람질에 나무가지들에 쌓인 눈가루가 푸실푸실 흩어져내렸다.

눈을 쳐낸 행길로는 퇴근길에 오른 사람들, 강추위를 막느라 두툼한 솜옷이며 털외투로 몸을 감싼 비둔한 겨울차림을 한 시민들의 례사로운 물결이 흘러갔다.

토요일 저녁이여서인지. 길옆에 늘어선 다층살림집들의 아래층 불밝은 식료상점들에서는 저자를 보는 녀인들로 붐비였다.

채성림은 입김이 얼어붙은 차창으로 평온한 겨울날 거리풍경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왜 갑자기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정치국회의를 소집할가?… 긴박한 어떤 정치외교적문제가 제기되여서인가? 아니, 요즘 안정된 조선반도의 정세, 년말을 앞둔 국제정세의 흐름을 봐서 그런 문제일것 같지는 않다.

정초부터 미국과 추종세력이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려고 갖은 책동을 다했지만 장군님의 령활무쌍한 지략, 초강경의 담대한 립장, 정력적인 대외활동으로 하여 조선반도와 국제무대에서 벌어진 적들의 집요한 대결과 위험천만한 전쟁책동은 분쇄되고 잠정적이나마 정세가 완화되였다.

미국은 남조선괴뢰가 앙탈질하고 훼방을 놓지 못해 모지름을 썼지만 조선에 대한 대화판세에 코를 꿰이지 않을수 없었다.

채성림은 올해도 다 가 보름밖에 남지 않은 때에 소집되는 정치국회의에서는 필경 경제사업문제가 거론될수 있다고 내심 짐작했다.

장군님께서는 아마도 정치국회의에서 올해공동사설에서 제시한 경제과업수행정형을 료해, 총화하시고 당과 국가앞에 나서는 부강조국건설의 새로운 과업들을 제시하실지 모른다.

채성림은 장군님께서 올해에 들어와 경공업발전과 농사문제 그리고 기간공업부문발전, 자원개발, 인민생활향상문제와 관련하여 자기를 여러번 만나주시고 수차례나 전화를 걸어오신것을 돌이켜보았다.

지나온 이 한해동안 온 나라가 장군님을 따라 강성부흥의 도약대를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간고하고도 힘찬 대고조진군을 해왔던가.

장군님께서 지펴주신 함남의 불길속에서 금속공업부문과 철도운수, 석탄공업, 화학공업, 기계공업, 경공업부문의 수많은 공장, 기업소들이 11월말에 이미 년간계획을 초과완수하였다.

룡성기계련합기업소와 희천정밀기계공장, 락원기계련합기업소, 단천지구광업총국산하 광산, 제련소들, 2. 8비날론련합기업소와 흥남비료련합기업소, 안주와 덕천지구탄광련합기업소들, 북창화력발전련합기업소…

인민경제계획을 완수한 단위들을 꼽자면 헤아릴수 없이 많다.

내각총리로서 올해 전반적인 인민경제계획을 지표별로, 액상으로 넘쳐수행한것도 기쁜 일이지만 보다는 당의 최첨단돌파사상을 받들고 주체공업의 현대화가 본때있게 추진된것이다. 그의 서류가방에는 성, 중앙기관들에서 200여개의 중요대상들, 각 도들에서는 130여개의 중요생산공정들에 대한 현대화사업을 끝낸 성과자료들이 들어있었다.

이미 생산장성의 거세찬 동음을 울리고있는 함남도안의 공장, 기업소들의 현대화성과는 꼽지 않고라도 김책제철련합기업소의 열간압연공정에 건설된 현대적인 가열로, 순천화학련합기업소의 메타놀생산공정, 종합생산지휘체계 완비, 4축, 5축, CNC공작기계생산 그리고 국가과학원을 비롯한 수다한 과학연구기관들과 교육기관들의 과학자, 기술자들이 현대화과정에 연구개발한 수백수천종의 첨단제품들과 조종장치와 새로운 전자요소들은 지식경제시대에 돌입한 우리 나라의 경제발전수준을 세상에 대고 자랑할만 한것들이였다.

채성림은 위대한 장군님께 기쁨드릴 인민경제 여러 부문의 성과들로 가슴이 뿌듯해졌다.

헬싱키에서 진행된 국제전기공학부문 회의에 참가했던 천연흑연제작소의 조성숙소장이 흥분해서 보내온 소식을 보고올리면 장군님께서는 또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

서유럽에서는 조선이 천연흑연의 특수한 재질로 전기솔을 만들었다! 유럽의 과학자들은 물론 하늘의《천사》도 만들지 못하던 신비의 천연흑연솔제품을 동방의 나라 조선의 과학자들이 만들었다고 들썩했다.

프랑스의 로렝흑연회사, 도이췰란드의 슌크회사, 오스트랄리아의 코프만회사를 비롯하여 흑연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회사들과 연구소들에서는 호광이 없고 접촉이 좋으며 수명이 오래고 마모될 때까지 탄소먼지가 없는 조선의 천연흑연전기솔의 성능을 인정하고 축하전보문을 보내였다.

국제전기공학위원회는 조선천연흑연제작소에서 개발한 천연흑연솔재료에 대한 과학적인 실험분석을 진행하고서 지금까지 세계시장을 독점하고있는 인조흑연솔보다 전기전도성은 28% 크며 세기는 1. 5배 강하다고 정식발표하였다. 그리하여 100% 우리의 흑연원료와 우리의 기술로 제작한 천연흑연솔이 물리화학적, 기계적성질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것으로 평가되였으며 우리 나라는 천연흑연솔분야에서 국제규격을 받은 유일한 나라로 되였다.

무진장한 천연흑연자원을 헐값으로 팔지 않고 첨단기술로 2차, 3차 가공하여 국내흑연제품수요는 물론 세계시장을 독점할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되였으니 장군님께서는 진정 대만족해하실것이다. 나라의 천연흑연자원이 외국에 눅은 값으로 수출되는것을 가슴아파하신 장군님, 우리 나라를 흑연자원국으로부터 흑연공업국으로 만드시려고 얼마나 강인히 분투해오신 장군님이신가.

천연흑연가공기술의 세계적인 성공을 말씀올리면 장군님께서는 너무 기쁘시여 정치국성원들에게 그 소식부터 알려주실지 모른다. 나라의 재부가 늘고 인민생활이 조금이라도 향상될수 있다면… 오직 조국이 부강해지고 인민이 잘살기만을 소원하시고 갈망하시는 장군님이시니 그처럼 반가운 소식이 없을것이다.


금수산기념궁전의 크지 않은 서쪽방에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정치국위원들, 정치국 후보위원들이 다 모여있었다.

채성림은 그들과 수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가앉았다.

방안에는 잔잔한 한담의 기운이 어려있을뿐 회의시작전에 의례히 서리는 정숙이 깃들었다.

오래지 않아 부각꽃무늬로 테두리를 장식한 묵직한 출입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동지께서 천천히 걸어나오시였다.

순간 장내의 고요는 긴장과 의혹, 불안으로 얼어붙었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지 않고 김정은동지께서 홀로 나오신적이 없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천근같이 무거운 걸음으로 연탁쪽으로 가시였다.

두손으로 연탁언저리를 꽉 잡고 고개를 쳐드신 김정은동지의 안광에는 하늘이 금방 무너져내린것 같은 크낙한 비애와 슬픔이 짙게 어려있으시였다.

앞자리에 앉은 채성림은 탁자에 사업수첩을 펴놓았으나 가슴이 후두두 떨리는 불안으로 심장이 졸아들고 조마조마해서 눈물이 번뜩이는 엄숙한 표정의 김정은동지를 차마 바라보지 못하였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성원들에게…》

장내의 무섭게 얼어붙은 정적을 깨치며 김정은동지의 무겁고 갈리신 음성이 울리였다.

《천만뜻밖의 비보를 알리려고 여기… 금수산기념궁전에 오라고 하였습니다.》

정치국성원들모두는 숨을 죽이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불안에 싸여 어찌할바를 모르는 정치국성원들을 둘러보시고는 손수건으로 그냥 스며나와 눈굽을 적시는 눈물을 한참 닦으시였다. 그리고 자신께서 온 하루동안 혼자서 가슴을 비트는 슬픔과 상실의 뼈저린 고통에 시달리시고서도 아직도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 도무지 믿을래야 믿을수 없는 비보의 무서운 진실을 터놓으시였다.

《우리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이 하늘같이 믿고 따르던 위대한 장군님께서… 끊임없는 현지지도의 길을 이어가시다가… 급병으로 서거하시였다는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성원들에게 알립니다. … 장군님께서는 북부지구에 대한 현지지도의 길을 떠나시였다가…》

김정은동지께서는 장내에 폭발적으로 터진 나많은 사나이들의 거쉰 울음소리, 천정이 무너져내릴것 같이 울리는 정치국성원들의 드세찬 오열에 뒤말을 겨우 맺으시였다.

《겹쌓인 정신육체적과로로 인한 급병으로… 오늘 아침 렬차에서 순직하시였습니다.》

《아, 이게 정녕 사실입니까?》

채성림은 꿈이 아닌가싶어 아귀진 손으로 가슴을 쥐여뜯으며 목메인 소리로 부르짖었다.

어떻게 푸른 하늘중천에서 세상만물에 빛과 열을 아낌없이 뿌려 생명을 자래우던 눈부신 해가 땅에 뚝 떨어질수 있는가.

어버이수령님을 잃은 후 위대한 장군님을 높이 받들어모시고 일해온 정치국성원들, 당의 정치사상부문과 군사부문, 국방공업과 기간공업부문, 농업과 인민생활부문의 요직을 담당한 나이도 많고 관록있는 정치국성원들모두가 아버지를 잃은 자식들마냥 곡성을 터뜨렸고 비분에 주먹으로 탁자를 치며 흐느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눈물에 이미 축축히 젖은 손수건을 다시금 꺼내여 눈굽을 찍으시고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원래 장군님께서는… 심장병과 뇌혈관질병으로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오시였습니다. … 장군님께서는 신병과 정신육체적과로로 심한 고통을 겪으시면서도 그에 대하여 전혀 내색하지 않으시고 강의한 의지로 이겨내시며 강성국가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불철주야로 현지지도의 길을 걸으시였습니다.》

채성림은 입술을 피지게 깨물어 가슴속깊이에서 줄곧 터져오르는 오열을 삼키며 저 하늘 멀리에서 울려오는듯 한 대장동지의 슬픔이 진하게 배인 강개한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일군들이 장군님의 건강이 념려되여 얼마동안이라도 휴식하실것을 간절하게 말씀올렸으나 장군님께서는… 나는 가야할 곳이 많다고, 내가 가야 온 나라에 승리의 불길이 타번지고 인민들이 잘살수 있게 된다고 하시면서 오히려 일군들에게 쓰러지지 않도록 건강을 잘 돌보라고 눈물겨운 말씀을 하시고는 또다시 현지지도의 길에 오르시였습니다. 이번에도… 치료와 절대안정이 필요하여 의사들과 일군들이 그처럼 애원하고 만류하였지만… 렬차에 오르시는 장군님의 앞길을 막을수 없었습니다. 나도… 그 길을 … 막지 못하였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절통스런 후회로 하여 여전히 심장이 빠개지는것같은 상실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시였다.

어찌하여 장군님께서는 온 나라 인민이 그토록 귀중히 여기고 념원하는 자신의 건강을 소홀히 하시고 돌보려 하지 않으셨는가. 어찌하여 일군들이 무리해서 쓰러질가봐 그리도 념려하시고 병원에 보내 미리 치료를 시키시면서도 자신의 건강을 위하는데서는 추호의 양보조차 안하시고 가차없이 혹사하셨는가.

혁명의 전진을 위해서 부강조국건설의 기관차를 혼신의 힘을 모아 앞장에서 끌고 달리시며 생의 불길이 다 타 스러질 때까지 인민을 위해 가고가셔야만 직성이 풀려하시는 장군님이시니 어떻게 만류할수 있었겠는가.

우리 혁명이 중첩되는 난관과 시련을 뚫고 전진해왔으며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위업을 수행하는데서 전환적국면이 열리고있는 력사적인 시기에 민족의 어버이이신 장군님께서 서거하신것은 우리 당과 혁명에 있어서 최대의 손실이며 우리 인민과 온 겨레의 가장 큰 슬픔이다. 이제 장군님께서 야전렬차에서 순직하시였다는 청천벽력같은 비보가 나가면 우리 인민들이 불편하신 몸으로 줄창 강행군현지지도의 길에 계시던 장군님의 모습을 그려보며 가슴을 칠것이다. 이 나라의 아들딸모두가 장군님 찬눈길 걷지 마시라고 하면서 장군님의 건강과 안녕을 얼마나 애타게 념원하고 간청하였던가.

《우리 장군님께서는… 어린시절부터 백두산의 눈보라를 맞으시며 고생을 많이 하시고 한생토록 휴식을 모르시고 혁명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

김정은동지께서는 지난세기말에 있은 준엄한 고난의 행군시기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고 줴기밥과 쪽무우로 끼니를 이으며 난관을 헤쳐나가시던 일들, 장군님을 따라 역경에 처한 조국을 수호하고 혁명을 전진시켜가시던 선군장정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시였다.

장군님으로부터 군사를 배우시고 혁명과 조국을 지키는 철리를 터득하시고 인민을 하늘처럼 여기며 그 인민의 운명과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을 어떻게 헌신하고 온넋을 불태워야 하는가 하는 위인의 참다운 인생관을 심장에 새겨가던 일들이 눈물속에 추억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늘 인생이란 조국과 인민을 위해 바치는 한생이라고, 생의 시작이 아름다웠으면 생의 마감도 아름다워야 참된 인생이라고 하시면서 한생을 조국과 인민을 위한 길에 고스란히 바치시였으며 생의 마무리도 조국과 인민을 위한 길에서 하시였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멈추시고 뼈를 깎아내는것 같은 고통으로 크게 소리를 내지 못하고 어깨를 떨며 흐느껴울기만 하고있는 정치국성원들을 묵묵히 바라보시였다.

자신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셔도 혁명의 로세대인 정치국성원들은 어버이수령님으로부터 계승된 장군님의 이민위천의 인생관, 순결무구하고 열렬한 조국애를 심장에 새기고있다. 그래서 슬퍼하며 울고있다.

이들은 장군님께서 한생을 혁명의 붉은기를 높이 들고 강철의 의지와 초인간적인 정력으로 전인미답의 험난한 초행길을 헤쳐오시였다는것을 알고있으며 말그대로 타오르는 불길이시였던 장군님의 생애가 조국과 인민을 위해 모든것을 다 바치신 절세의 애국자의 가장 고결한 한생이시였다는것을 심장으로 느끼고있다. 장군님의 정력적인 령도에 의하여 우리 나라는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섰으며 짧은 기간에 과학기술의 최첨단을 돌파해나가고있다. …우리 당과 혁명에 있어서 장군님을 잃은 손실이 얼마나 크다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사람들이기에 이처럼 비통해하며 슬픔을 누르지 못하고있는것이다.

《나는 조국의 부강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생신날 언제한번 편히 쉬지 못하신 장군님께서 탄생 70돐이 되는 다음해 2월 16일을 가장 뜻깊게 기념하려고 했는데… 장군님께서 이렇게 갑자기 우리곁을 떠나시였으니 더더욱 절통합니다. 생신날을 제대로 쇠신적이 없는 장군님께 70돐상이라도 차려드리였다면 이다지도 가슴아프지 않을것 같습니다. 칠순도 넘기지 못하고 떠나시게 한것이 가슴을 저밉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정치국성원들이 너무도 억이 막혀 울기에 설분을 맘껏 토로할 때까지 한동안 쓰라린 마음을 부여안고 기다리시였다.

이제 고작해야 두달이 지나면 장군님의 탄생일이다. 민족최대의 명절인 그날엔… 그날엔 온 나라 인민의 가정들에 해빛처럼 환하게 웃으시는 장군님의 태양상초상화를 모시고 행복의 춤바다를 펼치고… 축원의 노래가 강산에 울려퍼지겠는데… 우리 장군님께서 살아계시지 않는다는게 어디 될말인가.

우리는 장군님을 수령님처럼 생전의 모습으로 금수산기념궁전에 모시여 장군님께서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도록 해야 한다.

장군님께서는 금수산기념궁전에 계시면서 우리 인민들과 같이 2월의 명절도 쇠고 강성부흥의 앞날을, 세계를 향해 나가는 부강조국의 찬란한 발전모습도 보시면서 기쁨을 누리셔야 한다.…

《나는… 우리 장군님을…》

김정은동지께서는 정치국성원들을 둘러보시면서 절절하고도 엄숙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장군님을… 어버이수령님께서 생전의 모습으로 계시는 금수산기념궁전에 함께 모시려고 합니다. 이것은 나의 마음이고 결심입니다. 장군님은 언제나 수령님과 함께 계시였으며 수령님께서 서거하신 후에는 수령님의 뜻을 이 땅우에 꽃피우며 조선을 이끌어오신 수령님의 가장 가까운 전우이시고 동지이시였습니다.

수령님과 장군님을 금수산기념궁전에 함께 모시는것은 도덕의리적으로 보아도 조선의 혁명가, 장군님의 전사들이 꼭 하여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군님은 곧 수령님이시고 수령님은 곧 장군님이시라고 굳게 믿어온 우리 인민들도 절대적으로 지지할것입니다.》

정치국성원들은 솟구쳐오르는 눈물을 훔치며 김정은동지를 우러러 보았다.

장내에는 숙연한 침묵이 깃들었으나 해변의 기슭을 적시며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소리와도 같은 흐느낌… 오열은 잦아들지 못했다.

《동무들이 자꾸 우는데 그만 진정하여야겠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슬픔이 꽉 밴 갈린 목소리로 나직이 계속하시였다.

《우리가 아무리 목놓아 운다고 하여도… 장군님의 서거에 대한 애석함을 삭일수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앞에는 당장 장군님의 장의행사를 엄숙히 거행해야 할 중요한 사업이 놓여있습니다. 장군님의 서거와 관련한 중대보도를 내보내야 하고 정치국성원들이 장군님의 령구에 호상을 서고 조객들을 맞이하고… 할일이 많습니다. 이제부터 정치국성원들이 우리 군대와 인민의 앞장에서 대국상의 슬픔을 이겨내면서 장군님의 전사, 제자로서의 도리를 다해나갑시다.》


×


12월 18일.

겨울날 치고는 드물게 묵직한 검은 솜타래구름이 평양의 하늘을 뒤덮고있었다.

저물녘의 어스름을 재촉하며 점점 낮추 드리우는 얼기설기 뒤엉킨 구름뭉치들에서 하늘의 눈물이기라도 한듯 물기젖은 함박눈송이들이 뚝뚝 떨여져내렸다.

고층살림집부근의 키낮은 생나무울타리를 두른 공지에서 스키모와 고깔모자를 쓴 아이들이 한창 눈싸움을 벌리고있었다.

천진스럽고 지꿎은 장난군들인지라 일요일 하루를 실컷 놀아치고도 모자라는지 집에 들어갈념을 않고 눈판에서 또 맞붙은것이다. 아이들은 새처럼 재깔대고 히히닥닥거리며 새빨가니 언 손으로 엊그제 내린 폭설무지에서 추위에 과다진 눈을 움켜쥐고 대충 빚어서는 눈무지를 방패삼은 스키모들에게 집어던졌다. 때맞춰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지라 조무래기들은 눈싸움질에 더 흥이 나서 떠들썩거렸다.

아이들이 세차게 던지는 눈덩이는 생나무울타리를 넘어가 일요일에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고 즐겁게 담소하며 걸어오는 사람들에게 날아갔다.

눈덩이에 어깨죽지를 면바로 얻어맞은 젊은 털모자손님은 눈살을 찌프릴 대신 익살궂은 웃음을 짓더니 마침 흥취를 돋굴 좋은 기회라 생각했는지, 어릴 때 장난기가 불쑥 되살아났는지 길가의 눈무지에 허리를 굽히고 눈덩이를 여러개 빚었다. 그가 눈덩이들을 앞가슴에 부둥켜안고 고개를 쳐드니 어느새 조무래기들이 눈사람과 눈무지들뒤에 숨어버렸다.

그는 솜씨있는 동작으로 눈무지뒤에 얼씬거리는 스키모와 고깔모를 향해 눈덩이들을 던졌다. 그통에 한 녀석이 맞았는지 《아야야!》하는 엄살띤 비명소리가 터져올랐다.

조무래기들은 성수가 나서 즉시에 한데 뭉쳐 반격으로 나왔다. 아주 알맞춤한 적수를 만났다고 여긴 조무래기들의 비발치는 눈덩이에 털모자손님은 황급히 달아뺐다.

그의 잔등에 묻은 눈을 털어주며 맥주군친구들이 거리가 들썩하게 한바탕 웃어댔다.

길가던 처녀들이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평화롭고 즐거움이 넘치는 일요일거리의 어스름풍경이였다.

소박한 저녁상들을 물리자 아늑한 가정적분위기에 잠겨들고 저마끔의 명랑하고 다채로운 휴식으로 밤시간을 즐기던 시민들은 어느덧 잠자리에 들기 시작했다.

자정이 되여오자 고층살림집들의 창문불빛이 거의나 꺼지고 눈송이들이 날리는 속에 드문드문 켜진 길거리의 가로등이 음울한 빛을 던지였다.

수도평양의 시민들, 온 나라 인민들이 새날의 달콤한 꿈속에 안정의 깊은 잠나락에 빠져있을 때 여기 금수산기념궁전, 어버이장군님의 령구가 안치된 울음홀옆의 작은 방에서는 불빛이 꺼질줄 몰랐다.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동지께서는 래일 19일 낮 12시에 텔레비죤과 소리방송으로 내보낼 중대보도문을 보고계시였다.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장병들과 인민들에게 고함



김정은동지께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중대보도문, 위대한 김정일장군님의 서거에 즈음하여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의 공동명의로 된 그 중대보도문을 벌써 세번째로 읽어나가시였다.

그이께서는 솟아오르기만 하는 눈물이 뿌옇게 앞을 가리워 그리고 도무지 절통스런 마음을 가라앉힐수 없어 마감까지 단번에 읽지 못하시였다.

당원들과 군인들과 인민들에게 어떻게 장군님께서 우리곁을 떠나시였다고 알려준단 말인가. 엊그제까지 신문지상에서 인민생활과 관련한 평양시의 여러 단위들을 현지지도하시는 장군님의 미소어린 환하신 모습을 보아온 인민들이 아닌가. 태양의 빛과 열을 받아안으며 삶을 누려온 우리 인민이 태양이 꺼진것과 같은 엄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겠는가, 위대한분의 강철같은 심장도 고동을 멈추었다고 믿을수 있겠는가.

김정은동지께서는 눈물에 폭 젖은 손수건을 제쳐놓고 그저 손으로 눈물을 훔치시였다. 애석하고도 애석한 마음을 삭일수 없으시여,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어떻게 막을수 없으시여 눈언저리에 손을 대고있으니 눈물이 손등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젊은 의례일군이 조용히 들어와 그이께서 눈물을 거두시고 고개를 드시기를 기다리였다.

《존경하는 대장동지… 저녁식사를… 조금이라도 요기를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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