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홍정자 선생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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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운동가 홍정자 선생
홍정자 선생님 추모사
홍정자 선생님,
3년 전 뵈었을 때만해도 건강하셨던 것 같은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음이 아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선생님의 다정다감한 모습과 차분하게 들려주던 말씀은 귓가에 쟁쟁한데 선생님은 이미 소망하던 하늘나라로 떠나셨군요.
3년 전에 로스앤젤스를 방문하였다가 홍정자 선생님을 꼭 만나뵙고 싶다는 저의 부탁을 받은 노길남 박사님의 주선으로 옛날 뵌 지 28년 만에 홍정자 선생님을 다시 만나뵐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몇 번의 전화로 대화를 나누면서 선생님의 저서 가운데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여러 권을 제게 보내주어서 그 귀중한 책을 이곳의 통일운동 동지들에게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보내드린 것은 겨우 이곳 시애틀의 자연 속에서 직접 채취한 미역과 고사리 말린 것 정도였지요. 겨우 그 작은 선물을 받으시고도 저의 마음을 헤아려주시던 선생님의 음성이 또렸하게 떠오릅니다.
북부조국을 제가 방문한 후 방문기를 쓰는 동안 그것을 읽고 싶으시다기에 방문기를 프린팅해서 우편으로 보내드렸던 것을 읽으시고 전화를 주셨던 것도 생각납니다. 통일운동에 뛰어든 제게 고맙다고 하시면서 한편으로 제가 힘들고 지칠까해서 걱정해주셨지요. 옛날 홍동근 목사님이 저를 지극히 사랑하여 주셨듯이 홍정자 선생님께서도 저를 배려하고 깊이 사랑해주신 그 마음 이 세상 사는 동안에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어디서 또 다시 선생님과 같은 분을 만날 수 있을까요?
홍정자 선생님이 홍동근 목사님과 함께 제가 살던 하와이의 빅아일랜드 섬을 찾아오셨던 것이 벌써 31년이나 되었군요. 그때 홍동근 목사님은 빅아일랜드 섬에서 의사로 일하던 옛 제자와 연락이 되어 수십 년만에 상봉하였었는데 당시 아무도 갈 생각조차 품지 못하던 북부조국을 방문하여 어머님을 만나뵙고 통일운동을 하는 홍동근 목사님을 뵙는 순간부터 저는 홍 목사님의 새 제자가 되기로 결심하였었지요. 홍동근 목사님 또한 저를 제자로 받아주셔서 소장하였던 수많은 책들을 제게 보내주셨고 시시때때로 편지를 보내주시면서 제게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받았던 책이 김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읽고' 제목의 저서였지요. 저로 하여금 때가 되면 꼭 통일운동에 나서리라는 마음을 굳게 다지도록 하였던 귀중한 책이었습니다.
홍동근 목사님과 홍정자 선생님의 책을 읽은 독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의 반공세뇌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것은 모두가 거짓이었구나하고 깨닫게 됩니다. 북부조국은 인민사랑을 실천하기 위하여 존재하고, 인민들은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나라를 사랑하는 곳. 또한 인민들은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약한 자, 가난한 자, 아프고 병든 자를 위하여 희생하기를 너도나도 앞장서는 아름다운 세상이란 것을 깨닫게 되지요. 그야말로 예수님의 너희가 서로 사랑하라는 지상의 명령이 이미 실현된 지구상의 유일한 곳이 북부조국이란 것을 깨닫게 만드는 소중한 책들을 두 분께서는 우리들에게 남겨주셨습니다.
홍정자 선생님, 멀리 떨어져 살아가느라 선생님의 추모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이렇게 선생님을 잃은 슬픔을 짧은 글에 담아 선생님의 영전에 올립니다. 홍동근 목사님과 홍정자 선생님, 두 분께서는 이 세상을 먼저 떠나셨지만 두 분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 늘 살아계십니다. 두 분께서 평생을 통하여 추구해오던 조국통일은 남아있는 우리들이 꼭 이뤄낼 것입니다. 통일을 위하여 좀 더 힘을 다하여 추구하고 이루는 것이 바로 두 분의 뜻이고 두 분의 삶을 우리들이 이어서 살아가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홍정자 선생님, 이제 편히 쉬십시요. 소망하던 하늘나라에서 홍동근 목사님과 먼저 간 모든 애국자와 통일동지들과 함께 안식하소서. 통일을 이루는 그날을 지켜보소서.
2016년 7월 15일 시애틀의 강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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