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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련희 수기, 따뜻한 내나라] 8. 경찰서 보안계 신변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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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857회 작성일 16-10-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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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련희 수기, 따뜻한 내나라] 8. 경찰서 보안계 신변담당관
김련희 북녘동포 icon_mail.gif
기사입력: 2016/10/23 [00:23]  최종편집: ⓒ 자주시보

 

[편집자 주: 이 글의 내용은 북에서 온 김련희 씨 개인의 견해입니다. 이 글이 사실이라면 탈북자를 대하는 경찰관들의 태도를 바로 잡아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말로는 탈북자를 환영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학대하고 감시하는 것은 위선이며 동포들에 대한 바른 태도라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도 북녘 동포들이 탈북하여 남측에 오면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발적으로 온 탈북자들을 환영하고 동포애적으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에 대해 본지에서는 적극 환영합니다. 다만 김련희 씨처럼 탈북이 어떤 일인지 잘 모른 채 브로커의 귓맛 좋은 말만 듣고 넘어 왔다가 자신에게는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오자마자 바로 북송을 요구한 경우 인도적 견지에서 북으로 되돌려 보내주는 것에 대해 정부에서 이제는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야 탈북자를 받아들이는 일이 인도주의에 부합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일관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며 국내외의 지지를 받을 것입니다. 이 글 안의 내용에 대해 정부에서 이견이 있다면 그 견해도 충실히 보도할 것입니다.]  

 

▲ 김련희 북녘동포     ©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2012년 1월 26일 드디어 하나원을 나와 경상북도 경산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를 배정받아 사회에 배출되었다.

 

적십자 도우미의 차를 타고 하나원을 떠나 경산에 도착하여 나를 제일 먼저 데려간 곳이 경산경찰서였다.

 

탈북자들은 사회에 배출되면 먼저 해당 지역 경찰서 보안계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한다.

 

일명 ‘신변보호담당형사’라고 부른다.

 

그들은 탈북자들이 주거지에 상주하는 동안 지속적인 만남과 전화통화로 그들의 한국정착과정을 철저히 감시관리한다.

 

경산경찰서 보안계는 형사가 4명이었는데 계장이 나를 담당했다고 한다.

 

계장은 주 2회 정도 전화를 하여 나의 일상을 알아보군하였는데 어느 날인가 나를 만나 하는 말이 탈북자들이 하나원을 나올 때 국정원에서부터 몇 부류로 나누어져 오는데 나의 서류는 남들과 특별히 분류되어 왔다며 나의 휴대폰은 물론 주변 공중전화까지도 다 도청이 된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숨막히는 현실을 이제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나도 모르게 긴장해졌다.

 

42년 동안을 사회주의체제에서 살다가 하루아침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너무나 다른 사회에 오게 된 나로서는 혼자서 이 자본주의 사회생활을 이해하기가 너무나 버거웠다.

 

하지만 내 곁에는 형사 외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 누구에게도 안타깝거나 두려운 생각을 털어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상,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문이 낯설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한국생활은 나에게 점점 더 큰 상처와 아픔으로 다가왔다.

 

한번은 보안계 담당형사와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던 중 갑자기 형사의 손이 나의 가슴에 순간적으로 와 닿는 것이었다.

 

상상할 수 없었던 너무나 뜻밖의 일이 벌어진 상황에 내가 놀란 모습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빤히 쳐다보자 형사는 급기야 어색해하며 분위기를 바꾸어 나에게 여기 한국 문화를 이해시키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그 형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더더욱 나를 경악케 하였다.

 

모텔에 가서 섹스채널을 켜고 성관계를 가지던 일들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형사를 보면서 이 나라 경찰에 대한 협오감을 금할 수 없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던가, 이 나라 문화에 적응되어 있는 사람들끼리라면 이해할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경찰이, 그것도 자기 담당자이고 아직 한국 문화에 엄청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북쪽사람을 상대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그때부터 나는 경찰에 대한 반감이 싹텄던 것 같다.

 

하지만 피할래야 피할 수 없고 아무리 싫어도, 멀리하려고 해도 도무지 해결될 수 없는 것이 탈북자와 보안계 형사와의 관계이다.

 

주 3회 정도 전화를 걸어왔고 월 2회는 만났던 것 같다.

 

이 과정에 또 한번의 충격을 받아 참을 수 없는 반발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벌어졌다.

 

그 날도 형사를 만나고 그 사이 별다른 일이 없다는 것을 얘기하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형사가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여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그때 나에게는 현금 50만원(5만원짜리 10개)이 있었다.

 

통장에 넣으려고 며칠을 벼르고 있었지만 시간이 없어 지갑에 계속 가지고 다니던 차라 차를 타고 가다가 길가에 현금인출기가 보이기에 형사에게 잠간만 차를 세웠다가 가자고 부탁했다.

 

나는 차에서 내려 현금인출기에 지갑에 있던 현금 50만원을 넣었다,

 

그런데 현금인출기에서 나오는 말이 돈을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영문을 알 수 없어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 형사에게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였다.

 

형사가 다시 돈을 현금인출기에 넣으니 이번에도 조금 전과 꼭 같은 말이 나오며 돈이 다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자 형사는 다짜고짜로 나의 팔을 잡으며 이 돈은 위조화폐이니 경찰서로 자수하러 가자는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몰아붙이는 형사를 보며 가슴이 활랑거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가?

 

나는 소리쳤다.

 

“형사님은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탈북자들과 가까이 하고 이해한다는 사람인데 설사 위조화폐라 해도 먼저 나를 이해시키고 단 5분정도라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배려는 해줄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요?
어떻게 이렇게 잠시도 여유 없이 나를 범죄자 취급할 수 있나요?”

 

두려웠다.

 

나는 무작정 돈을 가지고 집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뛰지 못했는데 형사가 차를 타고 따라와 또다시 나를 잡으며 경찰서로 가자는 것이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형사를 손을 뿌리치고 내달렸다.

 

그제서야 형사는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날 저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 상황에 대한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나는 농협은행 건물 옆에 있는 현금인출기에 가서 다시 돈을 넣어보았다,

 

헉/ 돈이 들어간 것이다,

 

정확히 통장에 입금되었다.

 

나는 은행에 들어가 직원에게 어제는 집근처의 현금인출기에 돈을 넣으니 인식할 수 없다고 하던데 오늘 여기 현금인출기는 어떻게 인식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은행 직원의 말이 현금인출기마다 5만 원 권을 인식하는 것과 못하는 기계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

 

이 나라에서 60년 가까이 살아온 형사가 어떻게 그것을 모를 수 있으며 설사 몰랐다한들 어떻게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나를 경찰서로 끌고 가려고 했을까?

 

순간 나는 형사가 결코 나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사람이 아니라 가까이 있으면서 자그마한 빌미라도 찾아 어느 순간에 나를 범죄자로 만들려고 작심한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내가 다음에 형사를 만났을 때 그돈이 현금인출기에서 인식되더라고 말하자 이번에는 그 돈이 어디서 났냐고 따지는 것이었다.

 

형사의 눈에는 앞의 사람이 인간이 아닌 오직 범죄자로만 보이는  것 같다.

 

나는 단돈 50만원이 있어도 그 출처를 형사에게 보고해야 하는 이 숨막히는 현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마음은 단단히 닫혀버렸고 반발심은 꿈틀거리며 자라나 그 형사를 골탕 먹일 작정으로 북에서 공작금 받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친구들을 만나려고 서울에 갈 때도 형사가 어디가는가고 묻기에 북에서 온 공작원을 만나러 간다고 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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