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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2009년 제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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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710회 작성일 23-04-1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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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한밤중에 울린 폭음이였다. 요란한 폭음은 삽시에 성강시가를 흔들어놓았다. 집집마다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개중에는 멀리 바다가쪽부터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때없이 함포탄이 날아오던 바다였다. 영문을 알아차리고 제일먼저 머리를 싸쥔것은 리성민이였다.

밤늦어 잠자리에 들었던 그는 덧옷도 걸치지 못한채 5월17일공장쪽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그쪽에서 일어난 폭발소리였다.

최근에 들어서면서 제강소에서는 주체철생산공정을 새로 꾸리는 문제를 가지고 론의가 분분했다. 발단은 서해지구의 한 제철소에서 도입한 산화배소구단광에 의한 알철생산에서부터 시작되였다.

산화배소구단광이란 말그대로 구단광을 산화배소로에서 익힌것을 말한다. 그것을 다시 회전로에 장입하여 1 250도씨까지 온도를 올려 환원대와 삼화철대를 거쳐 자력선별하여 알철, 즉 알삼화철을 생산하는 공정을 말한다.

이렇게 알알이 선별된 삼화철은 선철이나 고철대신 전기로에서 강철로 전환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공정이 복잡하고 품이 많이 들며 생산부지를 크게 잡아야 하는 난점을 가지고있었다.

반대로 성강에서 하는 방법은 생구단광을 그대로 회전로에 장입한 다음 산소용융로와 정련로를 거쳐 직접 강을 생산하기때문에 공정이 단순하고 원가가 눅으며 생산부지를 절약하는 우점은 있으나 회전로행정에서 자주 폭발현상이 일어나 학계에서는 출선시 일어나는 폭발현상의 원인에 대한 론전이 벌어지고있었다.

그 여파가 생산을 직접 담당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수 없었다.

성강에서는 처음 전극으로 회전로배출물을 녹이는 방법을 써보았으나 회전로에서 나오는 배출속도와 전기로가 녹이는 속도가 맞지 않아 호환성이 보장되지 않았고 숱한 전기를 써야 하므로 빠르게 녹이는 방법으로 산소용융로를 택하게 되였다. 그러면 더 잘, 더 빨리 녹일수 있었으므로 현재의 시험단계를 뛰여넘어 직접 생산에 들어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일정한 비률로 파고철을 섞어쓰던 방법대신 순수 주체철쇠물로 강을 뽑자는 주장이였다.

전진광책임비서가 맨 처음 산소용융로를 발기했었고 기사장 리철이 적극 호응해나섰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법대신 완전한 주체철생산체계를 실현하자는 엄청난 목표였다.

리성민은 그에 동의할수 없었다. 최근에 들어와 시험과정에 빈번히 일어나는 폭발원인도 규명하지 못한채 덮어놓고 생산에 들어간다는것은 모험이였다. 안전한 길도 있는데 구태여 생소하고 위험한 길에 발을 들여놓을 필요는 없는것이다.

폭발은 쇠물과 분리된 슬라크가 배출되여 나가는 수채통에서 일어나군 했는데 원인은 슬라크속에 섞인 철성분때문이라는것은 알았지만 아직 정확한 안전수치를 잡지 못하고있었다.

이런 판에 파악두 없이 모험한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성공열에 들뜬 어떤 교대녀석들이 이런 모험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무리 담이 큰 녀석들이라 해도 지휘일군의 승인도 없이 분별없이 놀수는 없었다.

폭발은 소폭발이 아니라 로를 통채로 들었다놓는 대폭발이였다.

자전거 한대가 리성민이 옆으로 살같이 지나가다가 멈춰섰다.

아버지 리대원이였다.

《타거라.》

리대원은 자기가 타고가던 자전거를 아들에게 넘겨주며 덧저고리까지 벗어주었다.

시간을 다투는 사고현장에는 자기보다 아들이 먼저 가야 했다.

인사할새도 없었다. 리성민은 자기가 어떻게 사고현장에 도착했는지 알수 없었다. 휘뿌려진 쇠물, 날아난 철판들, 엿가락처럼 뒤틀린 철골들과 강철트라스를 떠들치며 날아난 지붕너무도 처참한 파괴상앞에 리성민은 한동안 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얼추 잡아보아도 피해를 복구하자면 엄청난 돈이 들어야 할것 같았다.

《인명사고는 없었소?》

리성민은 옆으로 지나가는 누구인가에게 물었다.

《모르겠수다. 여럿이 병원에 실려갔으니.》

폭발로 전력선마저 끊긴 현장은 칠흑같은 어둠에 잠겨있었다. 아직 채 식지 않은 쇠물만이 벌거우리하게 사위를 밝히고있었다.

그옆에서 키꼴이나 한 누구인가 장승처럼 뻗치고서서 무너진 지붕트라스를 옮기는 륜전기재들을 지휘하고있었다.

그쪽으로 다가가던 리성민은 무춤했다. 벙어리장갑을 끼고 호각을 입에 문채 차들을 지휘하는 사람은 뜻밖에도 리철이였다.

간저녁까지만 하여도 평양에 올라가 자기 검토를 받고있는줄만 알았던 리철이 언제 내려왔는지 알수 없었다.

그는 벌써 세차례나 평양에 불리워올라갔는데 그때마다 어지러운 소문이 지궂게 퍼져나갔다. 곧 해임된다는 소리였다.

리성민을 띄여본 리철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몇명이나 상했소?》

《두명입니다. 5월17일공장 기사장과 치녀연구사가…》

《어떻게 상했소?》

《둘다 화상인데 선경이는 눈에…》

《심하오?》

《의사들은 가망이 없다고 하는데 아직…》

《그럼 실명?!》

리성민은 몸을 흠칫했다.

《어쩌다 그런 일이 생겼소?》

《5월17일공장 기사장동문 출선시 철성분을 관찰하고 선경동무는 그 수치를 기록하다가 그만…》

《내가 묻는건 그게 아니요. 어쩌다 폭발이 일어났는가 하는거요?》

《장입부하를 높인데 문제가 있는것 같습니다.》

《누가? 누가 지시했는가?》

《내가 했습니다.》

《동무가?》

리성민은 너무도 태연하게 대답하는 리철을 아연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는것을 예견 못했소?》

《했지요.》

《알고도 했단 말이요?》

리성민은 너무 어처구니 없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쩌겠습니까? 어차피 거쳐야 할 시험이니까.…》

《이건 범죄요. 알고도 로를 통채로 날려버렸다면 이건 용서받을수 없는 범죄란 말이요. 알겠소?》

리성민의 얼굴이 화독같이 달아올랐다.

《부상동지, 로폭발이 매번 일어난다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그럼 요행수를 바랐다는건가?》

리성민은 앞으로 바싹 다가서며 거친 숨을 몰아쉬였다.

《요행수를 바란건 아니지만… 우리로서도 타산이 있었습니다. 결과가 이렇게 됐으니 매일반이긴 하지만… 다음번 시험이 증명할겁니다.》

아리숭한 대답이였다.

《그럼 시험을 계속하자는거요?》

《내친 걸음이 아닙니까?!》

《안되오. 난 허용할수 없소. 이건 내 개인의 립장이 아니요.》

리성민은 자기가 성강에 내려오게 된 동기를 상기시키며 바다안개에 눅눅해진 손을 들어 홱 포물선을 긋듯 어둠을 갈랐다.

《안됩니다. 시험은 계속해야 합니다.》

리철의 대답은 퉁명스럽다 할 정도로 뻣뻣했다.

《계속한다? 누가, 누가 동무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는가?》

《이런 일도 누가 시켜서 합니까? 스스로 택한 길이니 끝장을 보자는거지요.》

《동문 지금 자신이 무슨 자살적인 행동을 하고있는지 알고있는가? 더구나 동무야 지금처지에서 그런 모험을 하면 안되지 않는가.》

《자살이고 타살이고 어디 생각할 겨를이 있습니까? 벌써 저렇게 떨쳐나섰는데.》

지대정리에 나선 대형화물차들과 지게차들이 연방 경적을 울리며 들이닥쳤다. 그런가 하면 얼마쯤 떨어진 현장휴계실쪽에서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 무슨 이야긴가 열을 올리기도 했다. 무슨 감투끈인지 알수 없었다.

리철은 벌써 지대정리장쪽으로 달려가고있었다.

리성민은 현장휴계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사업을 인계해야 할 기사장이니 그와는 더 마주설 필요가 없었다.

현장휴계실쪽에서 왁작 웃고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로를 하늘로 날려버리고도 무슨 할말이 있단 말인가. 속이 부지지 괴여올랐다. 한바탕 욕설이라도 퍼부어야 속이 내려갈것 같았다.

《부상동지, 마침 잘 왔습니다. 지금 책임비서동지가 놀란 속들을 눙쳐주는중입니다.》

나들문입구에 서있던 풋낯이나 아는 지령장이 알은체를 하며 눈을 끔벅였다.

《?》

《들어가보시우다. 일은 제대로 처리되고있수다.》

때에 어울리지 않게 싱글대는 지령장의 말에 대척도 없이 눈을 흘기며 들어서던 리성민은 철로 된 문턱을 넘어서다가 우뚝 서버렸다.

사고의 재티도 털지 못한 로동자들이 휴계실 여기저기에 웅기중기 모여앉았는데 그들앞에는 법랑식기며 물고뿌, 주전자뚜껑들이 줄느런이 놓여있었다.

초불밑에 얼굴이 번들대는걸 보니 한잔씩 걸친것 같았다. 그들은 휴계실 한가운데 앉아있는 책임비서 전진광의 이야기를 듣느라 리성민이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얼굴에 살폭이 없어 하관이 더 기름해보이는 책임비서 전진광이 성큼하게 목을 빼들고 무슨 이야기인가 구수하게 엮어가고있었다.

고담같은 이야기였다.

《…일확천금을 노린 닥트리가 하루는 한정없이 먹어대는 용광로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산판에 올랐는데 이것 봐라, 그렇게 끝간데없이 펼쳐졌던 채벌장의 수림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산은 산마다 벌거숭이요, 숯터는 숯터마다 빈 가마뿐이니 어찌 머리를 싸쥐지 않을수 있었겠소.》

이야기가 퍼그나 전개되였는지 둘러앉은 사람들은 귀를 강구며 그의 이야기에 말려들었다.

《이렇게 나무를 찍어 숯을 만들다가는 몇해 안되여 산판을 다 벗겨낼것이라는것을 내다본 닥트리는 제꺽 계획을 바꾸어 몇해 고심한 결과 석탄으로 철을 녹이는 방법을 고안해냈는데 그게 지금으로부터 근 400년전 일이요.…》

듣고보니 전진광은 흘러온 철의 발전력사를 풀고있었다.

리성민도 알고있는 이야기였다.

흔히 사람들은 제철공업에서 숯이 연료로서의 사명을 마친것을 300여년전 일로 알고있다. 지금으로부터 300여년전 영국의 3대제철업자의 한사람이였던 아부라함 다비는 석탄으로 숯(콕스)을 만들어 철을 생산하려 했는데 자기 대에는 빛을 보지 못하고 아들인 다비2세에 와서야 성공시켰다.

하지만 그보다 근 100년이나 앞서 석탄으로 철을 녹이는데 성공시킨 사람이 있다는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못했다.

그가 바로 영국의 닥트리였다.

제철업자였던 닥트리는 일찌기 산업혁명의 길에 들어선 영국의 제철업이 숯에만 매달리다가는 산이 벌거숭이되여 종당에는 연료고갈이 올것을 예견하고 생산원가가 눅은 석탄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성공한 닥트리는 일확천금을 그려보며 기뻐했지만 오히려 그 행운이 그만 재앙을 불러왔다.

닥트리의 성공으로 하여 졸지에 밥줄을 떼운 숯장사치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제철소를 파괴해버렸던것이다.

백만장자를 꿈꾸던 닥트리의 꿈은 깨여지고말았다. 용광로를 세우고 석탄을 끌어들이느라 숱한 빛을 진 그는 그 빚을 갚지 못해 끝내 감옥에 끌려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

《빛때문에 감옥에 들어간 닥트리는…》

전진광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닥트리는 감옥에 들어가서도 시달렸다. 석탄으로 철을 녹이는 비밀을 알아내려고 숱한 제철업자들이 모여들어 애를 먹였던것이다. 그러나 닥트리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한때는 동업자들로서 제 살이라도 베여줄것처럼 놀던 그들이 일단 대세가 기울자 제 리속차리기에만 급급했던것이다.

닥트리의 제철업이 성공하자 제일먼저 반기를 든것도 그들이였다. 한사람의 성공이 다른 사람의 파산으로 이어지는것이 자본주의시장경제였다. 닥트리의 용광로를 파괴해버린것도 그들이였다.

닥트리의 성공으로 판로가 막힌 제철업자들은 우매한 숯장사치들을 꼬드겨 란동을 부리게 했던것이다. 결국 닥트리가 내놓은 석탄에 의한 제철법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시장경제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빛도 없이 스러지고말았다.

《거참 아쉽다. 하필이면 석탄으로 콕스를 만들건 뭐람.》

전진광의 말을 듣고있던 누구인가 하는 말이였다.

《옳소. 그러지 않아도 이미전에 우리 수령님께서 벌써 여러번 말씀하시지 않았소. 아마 콕스가 나오지 않았다면 우리 조상들도 다른 방법을 찾아냈을거라고 말이요.》

전진광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 콕스탄이 고갈되여가고있는 조건에서 비콕스제철법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다 알다싶이 우리 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비콕스제철법이 추진되여왔다. 그속에 스민 우리 수령님과장군님의 로고를 무슨 말로 다 할수 있겠는가. 그 로고의 결정체가 바로 삼화철이다.

이제는 빛을 볼 때가 되였다. 제 돈주머니 불구는 사람의 눈에도 보이는 방법이 우리 눈에 안 보이겠는가.

하지만 그 길이 쉽게는 열리지 않는다. 오늘만 해도 우리는 시험에서 실패하였다. 너무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있다. 대신 우리는 큰걸음을 내짚었다. 그만큼 성공의 날을 앞당기였다.

사람들은 책임비서의 말이 너무 비약하는 바람에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전진광이 계속했다.

생각해보라, 초행길을 걷는 사람에겐 여러 갈래의 길이 나선다. 그 한길한길을 다 밟아보아야 온전한 길을 찾을수 있다.

비콕스제철법을 완성하는 길도 이와 같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에서 자기의 피땀을 바쳤는가. 개중에는 법적인 책임을 진 사람들도 있고 운명의 곡절을 겪은 사람들도 있다. 지어 생명을 바친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치고 피눈물을 뿌렸다.

그들이 밟아본 길이 있어 우리는 오늘 삼화철을 생산에 도입하는 단계에까지 이를수 있었다. 이러한 우리를 본다면 앞서간 전세대들도 저세상에서 기뻐할것이다. 그들이…

전진광은 목이 메는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야금부문에서 오래동안 당사업을 해온 그의 두눈에는 물기가 번들거렸다.

장내는 갑자기 숙연해졌다. 비콕스제철법과 깊은 인연을 맺고있는 성강이였다. 흘러간 다난한 그 력사를 전진광은 한마디로 추려서 펼쳐보이고있었다.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오.》

전진광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일어난 폭발이 보여주듯이 우리가 하는 일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절대적인 담보는 없다. 전세대가 겪은 운명의 전철을 우리가 다시 밟지 않는다는 담보도 없다. 그보다 더 큰 시련을 겪을 각오도 해야 한다. 하지만 비콕스제철법을 꼭 완성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비콕스제철법이야말로 우리 수령님의 한생의 념원이였고 우리 장군님의 필생의 숙원이기때문이다. 우리 후대들에게 다시는 콕스의 멍에를 넘겨주지 말자는것은 장군님의 뜻이고 의지이시다.

이 길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말자. 설사 이 길에서 쓰러진다 해도 후대들을 위한 밑거름이 되자. 후대들이 다시는 우리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똑바로 리정표를 세워주자. 우리 세대가 할 일을 어렵다고 다음 세대에 넘겨준다면 후대들이 우리를 보고 뭐라고 하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나는 이번 사고가 우리가 내짚은 큰걸음이기도 하다는것이다.

《옳습니다.》

《합시다!》

불끈 쥔 주먹들이 수풀처럼 일떠섰다.

리성민은 말없이 자리에시 물러났다. 속이 후두두 떨려났다. 구호나 맹세로써야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풀린다면 나부터 앞장서 두주먹을 부르쥘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꿈에서까지 주체철을 움켜쥐여보군 하는 그였다.

하지만 현실은 랭정하다. 과학은 주관의 산물이 아니다. 오늘은 로가 날아나고 사람들이 상했다면 래일은 그보다 더한 일이 벌어질지 뉘 알겠는가.

재난은 사전에 막아야 한다. 성강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야금공업의 운명과도 이어져있다. 리성민은 얼마전 심양주재 우리 나라 령사관에 있는 무역대표부 일군과 전화대화를 나눈적이 있다.

그는 긴장한 콕스사정을 구구히 렬거하면서 성강에서 진행하고있는 산소용융로에 의한 강철생산공정의 추진정형에 대하여 꼬치꼬치 캐물었다. 리성민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있었다. 성강의 성과여부에 따라 콕스수입이 조절될수도 있다는것을 암시한것이였다.

나라의 기본적인 야금기지들이 다 주체철에 의거하는 조건에서 성강에서 진행하고있는 주체철생산체계만 완성되면 콕스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줄어들것은 뻔했다.

이런 대화는 상과도 여러차례 진행되였다. 이제는 책임적인 결심을 내릴 때가 되였다. 그는 곧 성교환을 호출하여 상에게 성강에서 일어난 사고정형과 함께 자기의 결심을 알렸다.

새날이 푸름푸름 밝아오고있었다. 리성민은 지체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아직 병원을 찾아보지 못한 그였다.

현관앞에서 밤새운 수직의사를 만났다.

《어떻습니까? 어제밤에 현장에서 실려온 환자들이?》

《5월17일공장 기사장은 도병원에 후송했는데 아직 의식이 없다고 합니다. 실명한 녀환자만…》

《녀성환자가 어떻다는거요?》

아직 잠기가 채 가시지 않아 뜨직한 목소리로 판에 박은 직업적인 설명을 느릿느릿 널어놓는 중년녀인의 의사를 바라보며 버럭 증을 내던 리성민은 제 먼저 입원실로 향했다.

녀성입원실에 들어가니 독방에 선경이 누워있었다. 얼굴을 온통 흰 붕대로 싸맨 그는 혼곤히 잠들어있었다.

《이 환자입니다. 화상도 화상이지만 눈의 수정체가 어떻게 되였는지 아직 확진하지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아침에 의사협의회를 하자고 합니다.》

녀의사의 목소리가 한결 또랑또랑해졌다. 얼핏 보니 밤사이의 피로가 몰린 그의 눈은 붉게 상혈되여있었다. 공연히 언성을 높인것이 후회되였다. 알고보니 그는 제강소병원 안과과장이였다.

《선생이 보기엔 어떨것 같습니까, 그의 눈이?》

《아직은 두고봐야 하겠지만 수정체가 상했다면 아주 절망적입니다.》

과장은 눈길을 내려깔며 제 먼저 《호-》하고 한숨을 내그었다.

리성민은 한쪽에 놓여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병원에 오면서 행여나 하고 가졌던 마지막기대마저 끊어져나갔다. 쌍포고개에서 만났을 때 억수로 쏟아지는 비속에서도 눈 한번 깜박하지 않던 선경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생각났다.

그에게 사랑하는 애인이 있다고 하던 리철의 말이 생각났다.

자기의 말대로 선경이를 일찌감치 성강에서 떠나보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것이다. 어제는 안해를 잃고 오늘은 딸의 눈을 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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