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시대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 (김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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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시대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
김현환(재미자주사상연구소 소장)
나는 <6.15 시대>가 도래해서야 비로소 가족들을 만나러 자유스럽게 이남을 방문할 수 있었다. 나는 70년대 중반에 미국으로 유학와서 70년대 말부터 일본에서 개최되는 <통일심포지움>에 참석하였고 80년대부터 시작된 <북과 해외학자들과의 대화>에 참석하여 여러 논문을 발표하였다. 1989년 청년축전 때 임수경이 평양에 갔을 때 나도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하여 청년축전에 참가하였고 임수경도 만났다. 90년도 부터는 이산가족사업을 하면서 이산가족들을 모시고 자주 이북을 자주 방문하였다. 나도 황해도 연백에서 남하한 이산가족이기 때문에 북에 있는 고모 2분, 외삼촌, 고종사촌들과 외사촌들을 만났고 지금도 계속 살아있는 이북의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이러한 이북과의 통일사업을 하면서 나는 국가보안법에 걸려 이남을 방문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남의 역대 정권들이 나에게 입국을 허가해 주지 않아서 였다.
그러다가 김대중정권이 들어서고 역사적인 <6.15민족선언>이 선포되었다. 그러나 나는 계속 입국이 불허되어 아버님이 서거하셨지만 장남으로서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대중정권이 들어섰지만 국정원은 그대로 변한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노무현정권이 들어서서야 내가 이남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노무현정권 때 남과 북, 해외의 대표들이 매해 6.15와 8.15때 만나 공동행사를 하게 되었다. 일본의 총련동포 대표들과 한통련의 대표들도 참석하게 되니 나도 자연스럽게 규제가 풀려 재미동포 대표로 이남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엘에이 영사관에서는 내가 미국 시민권자로서 이남에 비자없이 다닐 수 있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내가 정식으로 이남에 들어가는 <비자>를 받으라고 권고하였다. 나는 비자비를 내고 정식으로 5년간 유효한 비자를 받았다. 그 후 나는 5년간 아무 탈 없이 이남을 자유스럽게 다니게 되었다.
5년간 나는 서울, 인천, 광주, 평양, 개성, 금강산, 등에서 개최되는 6.15와 8.15행사에 재미동포 대표로 참석하였다. 행싸 때 마다 다채로운 행사에 참석하여 많은 남과, 북, 해외의 대표들과 사귈 수 있었다. 남과 북의 다양한 문화행사, 오락, 스포츠 행사도 즐거웠다. 남과 북에서 제공하는 특별한 음식들도 너무 맛있었다. 남과 북, 해외를 떠나 참가자들의 구수한 농담들은 우리를 너무 웃겼다. 이념과 체제를 넘어 우리들은 한 형제자매들이었다. 민족도 하나, 핏줄도 하나, 언어도 하나, 문화도 하나, 우리들은 하나였다. 외세가 우리를 갈라놓았을 뿐이었다.
나는 6.15시대에 나의 이남의 가족들도 자유스럽게 만날 수 있었다. 나는대한항공을 타고 평양에 오고가면서 김포에 사시는 80세의 노모를 비롯한 형제자매들을 자유스럽게 만날 수 있었고 나의 동창들도 만날 수 있었다. 여기저기 나 혼자 국내 여행도 하면서 나의 모교들도 찾아가 보고 제주도, 설악산, 속리산을 비롯해 여러 지역을 관광도 할 수도 있었다.
<6.15시대>가 도래한 것이었다. 이때 나는 평양에 가서 고려호텔에 머물 때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승무원들과 기장들을 만날 수 있었다. 평양1일관광을 위해 이남에서 방문한 관광객들을 태우고 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항상 순안비행장에 정차해있었다. 참으로 감개무량했다! 그 당시 고려호텔에는 이남에서 온 손님들로 항상 붐볐다. 그 당시 나는 고려호텔에서 혹시 내가 서울의 한 호텔에 온 것이 아닌가 하고 착각하곤 하였다. 내가 재미동포들과 개성에 갈 기회가 있어서 거기 가보면 역시 개성에도 육로로 당일 관광온 이남의 관광객들로 붐볐다. 내가 홍삼가루를 사려고 매대에 가보면 이남의 관광객들이 싹쓸이를 해가 살 수가 없었다. 개성의 이름있는 식당에 가면 이남의 관광객들 때문에 자리잡기가 힘들었다. 금강산에도 갈 때마다 이남의 관광객들로 붐볐다. 금강산의 온천장도 항상 이남의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평양에서 1일 관광온 손님들은 “아름다운 나의 조국 북반부에 와서 어찌 잠을 잘 수 있느냐”고 하면서 꼬박 밤을 세우며 평양 여기저기서 놀다 서울로 돌아가곤 했다고 한다. 1일관광을 연장하여 2박 3일로 평양관광과 백두산 관광을 겸하려고 계획하다가 이명박정권이 들어서서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금강산에는 2개의 골프장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이남에서 자기 차를 타고 금강산에 와서 골프를 하고 금강산에서 식사도 하고 온천물에 목욕도 하고 그 날로 돌아가는 계획도 다 세웠다가 이명박정권이 들어서면서 다 수포로 돌아갔다고 한다.
“통일이 잠간 왔다 갔다.”고 나를 안내한 한 북의 지도원이 탄식하며 말했다. 나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1년 정도는 그래도 이남을 다니며 90이 되신 노모를 만날 수 있었고 아버님 묘에도 자주 찾아갈 수 있었다. 그러다 나는 2009년 인천으로 들어가다가 이명박정권에 의해 강제출국 조치를 당했다. 심지어 박근혜정권이 들어서 최근 몇해 동안은 대한항공을 타려하면 탑승권이 나오지 않아 대한항공직원이 법무부에 허가를 받아서야 한참 후에나 탑승권이 나오곤 했다. 그러다가 올해 박근혜는 탄핵되었고 황총리 대행 때(올 4월 초) 나는 아예 대한항공의 승차마저 거부당하였다. 나같은 사람은 아예 이남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것이었다. 인천서 환승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게 나라냐!” 촛불에서 외친 소리가 나의 입에서도 터져나왔다. 이리하여 나에게서 6.15시대는 완전히 죽어버렸다.
그런데 5월9일 선거에서 문재인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6.15시대>가 다시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1989년에 임수경을 평양에 파견한 전대협의장이었던 임종석씨가 청화대 비서실장이 되었다. 올 5.18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여 연설도 하였고 <임을 위한 행진곡>도 다시 제창되었다. 노무현대통령 서거 8주기도 문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잘 치러졌다. 획기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
나는 이런 꿈을 꾸어본다. 평양에 새로 화려하게 들어선 창전 거리, 미래과학자 거리, 려명 거리의 맥주집과 커피 집, 피차 집, 여러 식당들에서 남북의 청년들이 만나 밤새도록 이야기 꽃을 피우며 연애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꿈. 그거 불가능한 걸까? 주말에 서울에서 자기 차타고 평양 옥류관에서 점심하고 차 한잔하고 모란봉에서 놀다 다시 그날로 서울로 돌아갈 수는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서울서 평양까지 고속도로로 달리면 1시간 30분이면 되는데!
우리 재미동포들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를 타고 인천서 내려 리무진을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평양으로 갈 수는 없을까? 2시간이면 인천서 평양까지 리무진으로 가능한데. 지금은 미국 각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 내려 다시 환승하여 중국 심양이나 북경까지 비행기로 가서 하루 자고 이북의 비자를 받아 다시 고려민항을 타고 평양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시간, 돈의 낭비와 고생을 축소시킬 날은 언제 가능할까?
지금 이남의 농촌에는 조선여성들이 없어 농촌의 많은 총각들이 외국여성들과 결혼을 한다고 한다. 이북의 농촌에는 아직도 아름답고 일 잘하는 근면한 농촌여성들이 많다. 이북 협동농장의 관리위원장들은 대부분이 여성들이라고 한다. 이남의 농촌총각들이 이북의 농촌여성들과 연애를 하여 서로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 혼혈아도 생기지 않고. 그런 날이 올 수는 없을까?
대한항공마저 승차가 거부된 나의 개인적인 6.15 시대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다시 이남에 들어가 최근에 서거하신 나의 어머니 묘에 참배할 수 있을까? 최소한도 대한항공을 다시 타고 인천에서 환승이라도 하여 심양을 거쳐 북을 다시 방문할 날이 다시 돌아올까?
군사정권 시절 이남에서 사람들이 도저히 북과 대화를 할 수 없을 때 재미동포들을 비롯한 해외동포들이 북과 대화의 물꼬를 터놓고 이산가족들도 만날 수 있게하는 일 등을 한 것에 대해 이남정권이 칭찬하고 상을 주지는 못할 망정 적으로 대하고 입국도 못하게 할 뿐 아니라 국내비행기도 타지 못하게 하다니 이게 나라냐!
6.15정신을 실천할 10.4선언이 현실적으로 꽃펴나는 문재인정권이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리하여 찬란한 6.15시대가 다시 부활하길 바랄 뿐이다. 문재인 정권은 다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통일”하는 새시대를 열기 바란다. 그리하여 남과 북, 해외, 온 8천만 겨레가 모두 환호하며 통일의 새아침을 맞이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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