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 파견에 관하여 (장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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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특사요구?
“한반도 평화를 논의할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한다.”
어느 정당의 성명서에 들어있는 요구의 하나이며 이는 여러 자주진영 사람들의 요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는 시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좋은 계획이나 시도도 아무 결실을 맺지 못하고 공염불로 흘러버리게 되지요.
나는 대북특사가 이미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합니다.
늦어도 너무 늦었어요.
한 달쯤 전에 문재인정권은 한반도의 군사적 적대대치와 긴장을 풀기 위해 군사당국자 회담과 인도주의에 입각한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갖자는 제안을 북쪽에 보냈지요.
이에 대해 북은 이렇다 저렇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겠느냐에 대해서 사람들은 문재인정권이 한미공조와 강고한 동맹을 내세우며 밖에 대고는 북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주문하여 남북간의 적대대결을 극한상황으로 몰고가면서 생색내기라도 하는 듯 말 같지도 않은 무슨 베르린선언인가를 던져놓고 이를 실현한다며 군사회담이니 적십자회담이니를 제안했으니 그런 빤한 이중성이 엿보이는 진실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얼간이의 대화제의장난질에 응할 기분이 나겠느냐고 합니다.
그렇게 드러난 이중성도 문제지만 나는 보다 근원적인 문재인정권의 본질을 북측이 파악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즉 문재인정권의 본질은 자주성이 전혀 없는 지극히 단순한 미국(트럼프)의 입노릇에 충실할 따름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문정권은 남북사이의 어떤 합의를 이루기 위한 스스로의 정책도 민족미래를 위한 청사진도 없을 뿐 아니라 어찌어찌 남북간에 협상이 이루어져 어떤 합의를 내온다 할지라도 이를 실현할 의지도 능력도 전혀 없이 슬슬 미국의 눈치나 살필 것이라는 사실을 북측이 파악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정권과의 어떤 대화나 협상도 아무런 결실을 기대할 수 없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임으로 그런 노력 자체가 무의미한 낭비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입니다.
그런 판단은 당국자간의 회담뿐만 아니라 민간단체들의 동포협력사업차원의 방북신청에 대해서도 같은 반응으로 나타납니다.
몇몇 민간단체들이 대북사업을 위한 접촉 및 방북을 위한 정부당국의 승인을 얻었는데도 북이 이들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고 나섰으며 심지어 8.15 남.북.해외동포 공동행사와 같은 민족운동진영의 거족적 행사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잖습니까?
민간단체사업이라 할지라도 최종적인 결과물은 정권의 승인과 의지에 의해 생산되게 되는데 정권을 그 어떤 결과물도 스스로 생산해낼 수 없는 철저하게 미국의 눈치만을 살피는 비자주적 실체로 파악했을 때, 아무리 순수한 범민족적 행사라 할지라고 그 결말은 외세의 의도와 조종에 따른 이용가치 이상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다는 판단이 섰겠지요.
문정권이 들어선 이래 이와 같은 남북간의 흐름을 가늠해볼 때, 지금 아무리 허울 좋은 제언일지라도 북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우리가 요구하고 추구해야 할 일은 ‘남북정상회담’까지를 염두에 둔 ‘특사파견’ 따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북측이 귀 기우릴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는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문정권이 미국의 입노릇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민족문제를 스스로 입안하고 결정하고 실현하는 의지와 강단이 있음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실질적으로 구체적으로 지금 맞닿은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한국군을 제외시키는 조치입니다.
훈련은 전시작전이 아니니까 한국대통령에게 한국군지휘권이 있지 않나요?
미군에게 영토 영공 영해를 몽땅 내준 마당에 미군이 훈련하겠다는 것을 한국대통령이 못하게 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훈련에 한국군을 참여시키지 않는 정도는 한국대통령의 권한입니다.
이야말로 엄청난 변화일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대통령은 미국의 입노릇에서 벗어난 자주적 권한행사를 하는 주권국가대표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어떤 형태든 군사훈련 자체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국방, 나라의 안전과 국민의 행복한 일상을 보호 보존하기 위해 군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다면 그 군대의 쉬임없는 훈련을 반대한 명분도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군사훈련이 자기나라와 민족의 안위가 아니라 남의 나라의 안위를 위해 자국을 총알받이로 희생시키는 일이라면 결사반대해야지요.
나는 어느 독립국일지라도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고 상호방위조약을 맺는 것도 반대하지 않으며 오히려 적극 추진해야 할 국가외교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어떤 동맹도 조약도 상호간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안보를 공동으로 보장받는 것이라야 합니다.
어느 일방이 타방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동맹이나 조약은 파기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귀가 따갑도록 조중혈맹(형제국)이니 조러혈맹이니 하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이든 러시아든 자기나라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조선을 몹시 못마땅해하며 어느 시기에든 자기 안보에 위해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되는 일에는 동맹이기는커녕 항상 으르렁거리는 관계인 미국의 편을 들어 조선제재에 동참합니다.
조선은 아무리 피로 맺은 형제국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기념비와 우호비를 세워 그들의 원조를 고마워하며 칭송할지라도 그들이 자국의 자주권을 간섭한다거나 이익을 침해하는 제재동참과 같은 조치를 취할 때에는 서슴치않고 극단적인 저주와 조롱을 포함한 신랄한 비판을 가합니다.
자주독립국가끼리의 동맹은 바로 그와 같습니다.
한미동맹 좋지요.
그러나 왜 한국은 미국의 눈치만 보면서 미국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자국민 수천명이 죽어나가도 상관없다는 막말을 들어도 깩소리 한 마디 못하느냐는 말입니다.
왜 한국은 자기 땅과는 아무 연관도 안 되는, 미국에게나 위협이 되는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가지고 동네방네 나돌며 방방 뛰며 위협이다 제재해라 처부셔라 지랄발광을 하느냐 이겁니다.
그렇게 해서 정말로 미국이 조선을 때리면 그 불똥이 어디로 먼저 튑니까?
먼저 한국이 폭망하리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압니다.
굳이 조선이 주한미군기지를 폭파하기 위해 한국에 폭탄을 날리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북녘에 폭탄 한 발이라도 떨어지는 순간 한국의 외국투자는 몰수될 것이고 수출위주 외자위주로 지탱하는 한국의 나라살림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국가를 유지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 것이니까요.
그래도 미국의 안위를 지켜주기 위해서 앞장서서 설치고 나돌아야 합니까?
그런 나라를 어떻게 조선이 대화니 협상이니 정상회담이니 하는 상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아니, 한국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한국이 강화된 동맹 어쩌고저쩌고 나팔부는 바로 그 미국입니다.
엄연히 정상(대통령)이 상호 합의하여 이룩한 민족국가사업인 개성공단을 열어라 말아라 똥침을 놔도 꿈틀거릴 줄도 모르는 나라로 여기는 것이 미국의 한국인식이지 않습니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데.
강화된 동맹도 조-미 조-러 혈맹관계와 같아야 나라대접 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지금 문정권에 요구하고 밀어붙여야 할 사안은 ‘대북특사파견’ 따위의 공염불이어서는 안 됩니다.
나라로 대접받을 수 있는, 스스로 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수행하는 의지와 능력을 가춘 자주독립국의 위상을 수립하라는 요구여야 합니다.
미국이 건드리면 꿈틀거릴 수 있는 자주성, 미국이 간섭하면 손사래치고 민족과 국가의 이익이 침해되면 강력하게 저항할 수 있는 주체의식을 가져달라고 요구하며 투쟁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민족끼리’가 이루어질 수 있고 진정한 남북대화와 협상도 가능하게 되고 정상회담이 빛을 보게도 될 것입니다.
(2017년 8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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