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2009년 제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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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의사 지은희는 박천군의 심산골에서 자랐지만 우리 나라에 이처럼 험한 산골짜기와 원시림이 있는줄은 몰랐다.
평양의학대학(당시)을 졸업하고 김만유병원에 배치받아 수십년간 도시에서 살다가 여기로 왔을 때 처음 그는 놀랍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여기에 어떻게 발전소를 건설한단 말인가?
그는 당중앙위원회편지를 받고 첫 탄원자들과 함께 현장치료대로 희천발전소건설장으로 왔었다. 수백리에 달하는 광활한 전역에서 두개의 방대한 언제공사와 물길굴공사, 송전선공사와 도로공사, 발전기실건설과 살림집건설이 동시에 립체적으로 벌어지는 건설현장은 지금 와서 과연 여기가 천연수림이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변했다.
새소리, 물소리만 들리던 천험의 요새를 불과 몇달동안에 정복하고 우람찬 발전소의 자태를 펼친 전설적인 기적이였다.
착공후 12일만에 수십리에 달하는 도로를 번듯하게 닦아놓고 발전소건설의 전형적인 용어인 《휘틀》이라는 말을 《부재》라는 말로 바꾸어놓은 건설장의 실적표에는 하루가 다르게 붉은 줄이 쭉쭉 올라가고있었다.
《조국이여, 그대에겐 병사들이 있다》, 《여기는 최전선이다》, 《보라! 세계여, 희천속도를 창조해나가는 선군조선의 영웅적기상을!》라는 글발들이 병사들의 피끓는 심장의 웨침을 그대로 보여주고 방송선전차에서 울려나오는 군인가족들의 경제선동은 건설장의 랑만을 더욱 북돋아주고있다.
평양지하철도건설때부터 영웅적위훈을 세우고 무지개동굴보수공사장에서 잊을수 없는 추억을 남긴 공병부대와 안변청년발전소와 금야강발전소건설에서 놀라운 기적을 창조한 힘있는 부대, 녕원발전소건설완공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근위부대, 조국의 방방곡곡에 발전소들을 일떠세우고 언제밑에 남모르는 애국의 자욱을 새겨온 강력한 건설집단들과 돌격대들이 경쟁의 폭풍을 일으키는 격전장이였다.
희천에서 만납시다라는 력사적인 호소로 군대와 인민을 희천발전소건설장에로 떠밀어주시면서 예견하신 그대로 발전소건설이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있는 장엄한 화폭을 눈앞에 보시면서 며칠전 김정일동지께서는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이것이 바로 희천속도요! 농사를 하는 견지에서 보면 작황이 좋고 싸움을 하는 견지에서 보면 정황이 좋습니다.
위대한 당이 있고 선군정치가 낳은 혁명적군인정신이 있기에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이런 현실이 펼쳐질수 있습니다.》
기적과 비약은 속도의 함수이다. 위대한 시대는 비상한 속도를 낳는다. 천리마의 기상으로 전진하여온 우리 사회주의건설의 자랑찬 로정에는 속도에 대한 전설적인 기록들이 수많이 새겨져있다.
하지만 이해에 혁명적군인정신으로 창조된 희천속도처럼 그렇듯 희한한 현실을 펼쳐놓은 진군속도는 일찌기 있어보지 못하였다.
지은희는 내각련합지휘부곁에 전개한 야전병원에서 외과과장으로 있었다. 김만유병원의 사지외과 과장인 그는 정형수술에서는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실력가였다.
희천전선의 치료체계는 군민이 협동하여 진행되는 모든 공사단위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것이 군사체계로 되여있었으며 사회에서 동원된 의사들도 흔히 군의로 불리우고 모든 치료가 명령식으로 진행되고있었다. 말하자면 치료의 전과정이 군인정신으로 일관되여있었다.
어느날이였다.
방금 응급처치를 끝낸 중상자를 후송차에 태워 중앙병원으로 떠나보낸 지은희가 방에 들어서는데 중위령장을 단 젊은 군관이 서있었다.
처음에 그는 방금 떠나보낸 중상당한 군관이 되돌아온듯 한 환각에 쓰러질것처럼 몸을 비칠하였다.
《어머니, 저예요!》
《…》
《어머니, 나 권혁이예요.》
《오… 너냐?》
허나 지은희의 망막에는 중상당한 그 군관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 우리 권혁이와 같이 생겼었지. 큰 키, 기름한 얼굴에 두툼한 입술, 화가들이 그린 옛 무사그림에서처럼 쳐들린 시커먼 눈섭과 그밑에 예지롭게 빛나는 두눈…
그러자 슬픔이 다시 그를 사로잡았다.
《흐흑!》
《그만하세요, 어머니. 어머니야 의사가 아니예요.》
《너무도 젊은 나이여서 그런다. 앞길이 구만리같은데…》
《우리의 현대의학을 믿어야지요. 우리야 군인들이 아닙니까? 군인은 평시에도 싸움을 한답니다. 그러니 때에 따라서는 조총소리도 듣군 한답니다.
어머니, 군인의 조총소리는 말이예요, 그 소리를 듣고 울라는것이 아니라 슬픔을 잊고 일어서라는거예요.…
한명의 렬사를 놓고 울리는 그 소리에 수백수천의 렬사들이 자라는거예요. 그들이 뿌린 피로 이 땅이 걸구어지고 오곡백과가 주렁지는거예요. 어머니는 아버지장군님께서 이 아들에게 하신 말씀을 잊지 않았겠지요. 부귀영화란 우리 병사들에 의해 가꾸어지는 미래라는 말씀 말이예요.》
《넌… 글쓰는 사람이 될걸 그랬다.》
《우리 동무들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 나에게 뭐 작가적소질이 있다던지.》
권혁은 어머니의 기분이 돌아선다고 생각하며 더 언변을 부려보았다.
《작가들은 글은 잘 쓰는데 언변은 없대요. 그런데 동무들은 내가 두가지 재간을 다 겸비했다나요.》
《호…》
드디여 지은희의 기분이 돌아섰다. 아들이 안고온 청신한 기분이 그를 휩싸안았다.
《어떻게 왔느냐?》
《어머니와 조용히 할말이 있어요.》
소독천으로 수술도구를 닦고있던 간호원이 서둘러 일을 끝내더니 지은희에게 큼직한 사과 한알을 들려주고 방에서 나갔다.
지은희는 아들을 환자들이 앉는 의자에 앉히고 사과를 주었다.
《네가 먹으라는거다. 눈치 빠르고 얌전한 처녀란다.》
《어머니가 칭찬 안하는 처녀가 있던가요?》
《그래도 선경이 칭찬몫은 따로 있지.》
어머니의 얼굴에 웃음이 피여났다.
《그에 대해서도 얘기하지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할말이 있어요.》
《사과부터 먹어라.》
《예.…》
찾아오는 환자가 없었다. 방안은 폭풍이 지나간 뒤처럼 조용하였다. 생때같은 사람을 쓰러뜨리더니 하늘도 죄스러워하는지.
지은희는 가느다란 흐느낌소리를 마지막으로 내더니 기분을 돌렸다.
그는 와삭와삭 사과를 씹는 아들을 대견스레 바라보며 《오늘은 별로 조용하구나. 무슨 얘긴지 어서 하렴.》하고 말하였다.
권혁은 사과를 다 먹고 입을 다시고나서 의자를 당겨 어머니앞에 바투 다가앉으며 입을 열었다.
《저의 글쓰는 소질이 문제가 되였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이번에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보시고 높이 평가하신 구호 있잖아요, <천년을 책임지고 만년을 보증하자!>》
《그래서? 그 구호야 처음부터 건설장 그 어데서나 울려퍼진 구호가 아니냐?》
《부대지휘부에서는 그 구호가 언제 어데서 나왔는지 찾고있어요. 그런데 그게 딱히 어데서 나왔는지 어떻게 안단 말이예요. 누구나의 생각속에 꼭같이 있은건데.》
《하긴 그렇구나. 그런데 너의 글쓰는 소질이 왜 문제가 됐다는거냐?》
《내참, 우리 동무들의 말이 작가만이 내놓을수 있는 구호라나요. 그러니 결국 내가 선참으로 내든 구호라는거예요.》
《그들도 다 생각이 있어서 한 말이겠지.》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니 이거 야단났구만요. 동무들이 정치부에 보고하겠다고까지 하니.》
《…》
말을 듣고보니 지은희도 심중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자 권혁은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짓고 의논조로 말했다.
《더 빠질수 없는 조건이 하나 또 있어요. 어떡하면 좋을가요, 어머니?》
《말하거라, 그 조건이란게 뭔지?》
《갱도벽에 그 구호를 쓴건 나란 말이예요. 그건 사실이예요. 동무들도 다 보았구.》
《네가 학교때 서예소조에 다녔었지.》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생각해서 쓴것이 분명하다는거예요. 허참, 그러니 더 딱하잖아요!》
지은희의 표정이 더욱 난감해하는 빛을 띄웠다.
어머니한테 무슨 방도가 없을가 하고 기대를 가졌던 권혁은 입만 다시고말았다.
지은희가 물었다.
《잘 생각해봐라. 서뿔리 대답할 문제가 아닌것 같구나.》
《나도 딱히 모르겠어요. 뻥한 상태예요.》
《그렇다면 기어이 주인공을 찾아봐라.》
《그래서 어머니를 찾아온거예요.》
《짚히는 사람이 있느냐?》
《있어요.》
《그럼 됐구나, 그 사람이 누구게?》
권혁이 의자를 끌어다 어머니앞에 더욱 바투 다가앉았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했다.
《방금 후송된 소대장 있잖아요, 그 동무예요!》
《그가?》
《예, 확실해요. 그를 내가 잘 알아요. 한날한시에 입대했구 군관학교에두 함께 갔구 소대장발령도 함께 받았어요. 내가 구호를 쓰기 전날도 그는 자기가 뚫는 발파구멍각도가 잘 맞지 않는것 같다고 하면서 다시 수정작업을 했어요, 사실 그건 무시할수 있는 편차였는데두.》
《그거면 됐구나, 뭐가 더 필요하니?》
《그런데… 증거가 없어서 그래요.》
《확실한데두?》
《증거가 필요해요, 그것도 과학적인!》
《그건 그렇다만…》
모자는 서로 쳐다본채 한참 말이 없었다.
이윽고 지은희가 입을 열었다.
《네가 들었다면 그게 증거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 사실이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될게 아니나요.》
《그럼 보고되구 말고. 희천에서 제기되는 일은 그이께서 죄다 아신다고 하더라. 어련하시겠니.》
《그래서 주저하게 돼요. 저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살아계시는것처럼 말씀드린적이 있거던요.》
《그건 걱정 안해도 일없다. 나도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한적이 한번도 없었단다, 지금도…》
지은희는 그 어떤 격정을 누르며 말을 이었다.
《권혁아, 그 구호에는 말이다. 위대한 장군님시대에 창조되는 모든것은 백년, 천년후에는 물론 수천만년이 흘러도 빛나야 한다는 우리 세대의 높은 리상과 자존심이 울리고있다.
오늘을 위한 오늘이 아니라 래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는, 조국의 번영과 후손만대를 위해 고귀한 피땀을 바치자는 우리 세대의 자각과 량심의 목소리가 울리고있다. 나는 그 소대장이 중앙병원으로 떠나면서 한 말을 잊을수 없다. 희천을 부탁한다.… 희천을 부탁한다.… 그는 말이 아니라 실천행동으로 구호를 썼다. 자기의 붉은 피로 구호를 새겼단 말이다. 이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이냐?》
권혁은 흐느끼는 어머니를 바라보고있었다. 그의 가슴속에도 격정의 눈물이 솟구치고있었다.
《어머니, 고마워요!》
권혁은 크고 넙적한 두손바닥으로 어머니의 얼굴에 질벅한 눈물을 닦아주고있었다.
《용타, 내 아들아. 난 그 일때문에 나를 찾아온 네가 더 대견하구나.》
지은희는 자기의 얼굴을 쓸고있는 아들의 두손을 내리워 가슴에 꼭 대며 말했다.
한동안이 지나서 그는 애정에 넘치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선경이한테서 편지는 오느냐? 보고싶구나. 넌 그의 이야기를 하겠다구 했지.》
《예, 편지도 오구, 이런것도 왔어요.》
권혁은 메고온 군관용야전가방에서 비닐포장지로 곱게 싼 물건을 꺼내 지은희에게 주었다.
지은희는 기뻐하며 물건을 펼쳐보았다.
《털내의로구나!》
《예, 자기 어머니가 간수했던 양털내의를 풀어서 다시 떴다나요.》
《돈을 주고 산것보다 훨씬 좋구나. 실을 보니 집에서 낳은것 같구나. 이전엔 집집마다 양을 길러서 실낳이를 했단다. 이런 내의를 보낸걸 보니 선경이 속이 깊은것 같다.》
《왜요?》
권혁은 어머니의 칭찬이 싫지 않은지 벌쭉 웃으며 물었다.
《제 어머니의 정까지 담아서 보내주었으니 말이다. 그 애가 한코한코 뜨개질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겠느냐!…》
이렇게 말하던 지은희는 갑자기 말끝을 흐리며 두눈에 눈물을 담았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오,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때 지은희는 중상당한 소대장 생각을 했다. 그 총각군관이 제발 무사했으면… 이런 생각을 하던 그의 머리에 그 어떤 불안이, 모성으로서의 륙감적인 불안이 갈마들었다. 그 불안이 어쩔수없이 얼굴에 내비치였다.
《어머니.…》
《내가 괜히, 호…》
지은희는 머리를 저으며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권혁이가 말했다.
《사진을 보겠어요? 선경의 사진!》
《이미 보지 않았느냐.》
《어머니야 선경이 사진을 볼 때마다 기뻐하지 않나요.》
《어머니들은 며느리얼굴을 눈으로 보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거란다.》
《그럼 그의 편지를 보세요. 물건과 함께 보내온거예요.》
지은희는 아들이 군복웃주머니에서 꺼내주는 편지를 받아들고 물었다.
《내가 봐도 일없겠느냐?》
《어머니도 참, 무슨 비밀이 있다구.》
《그럼 네가 읽어라.》
《어머니가 직접 읽어봐요.》
지은희는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 펼치였다.
한장으로 된 편지를 퍽 오래동안 들여다보고난 그는 얼굴을 들고 의문스러운 눈길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용서해달라는건 뭐냐? 그리구 자기를 잊어달라는건 뭐구?》
《그러게 말이예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어요. 결렬선언같기두 하구… 그래서 어머니더러 보라는거예요.》
《그럴리야 있겠느냐, 네가 어떻다구?》
《나이가 많지 않나요.》
《총각나이 28살이 뭐가 많다는거냐?》
《내 나이가 아니라 그의 나이예요. 처녀 28살이면 적지 않지요. 더구나 이 공사가 끝나면 30이 넘거던요. 그런데도 그는 자기의 연구사업이 끝나기 전에는 결혼을 미루자고 해요.》
《그럼 선경이 하는 일이…》
《그때문이라면야 얼마든지 기다리지요. 하지만…》
무슨 말인가 더 할듯 하던 권혁은 시무룩해있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덤비면서 화제를 돌렸다.
《됐어요, 어머니. 내가 공연히 편지를 보였구만요.》
《아니다. 나는 그를 믿는다. 설사 그가 그런 마음을 먹었더라두 아버지가 승낙하지 않으실거다. 부총리가 아니냐.》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나 좀 불안해요. 무슨 사연이 있는지?》
《편지와 물건은 우편으로 왔느냐?》
《아니예요. 우리 부대 참모가 철관접수하러 성강에 갔다가 부탁을 받고 가져온거예요.》
《선경이한테서?…》
《그랬으면 뭘 좀 알고왔을게 아니나요. 그런데 참모동지는 그곳 책임비서동지한테서 부탁받았대요.》
《선경이 제가 할 부탁을 왜 책임비서를 내세워 한단 말이냐?》
뭔가 리해 안되는 점이 많아지자 지은희는 다시 시무룩해졌다.
권혁이 어머니를 위안했다.
《걱정말아요, 어머니. 나도 어머니처럼 그를 믿어요. 참, 내가 기본문제를 잊을번 했군요.》
《…》
말없이 쳐다보는 어머니의 시름이 엉킨 눈길앞에서 좀 주저하며 권혁이가 말을 꺼냈다.
《나 선경이 보내준 털내의를 딴사람한테 주려는데 어때요?》
《딴사람한테?》
《예, 우리 전사 하나가 특별히 추위를 타길래 그에게 입혔으면 해요. 동무들에게 말했더니 애인이 준 물건은 남한테 주는게 아니라나요. 어머니 생각은 어때요?》
《동무들의 말이 옳다. 녀자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물건은 망탕 다루어서는 안되는 법이란다. 설사 남을 위해 목숨을 줄지언정 그것만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것이 녀자의 마음이란다.》
《그런가요?!》
《그게 바로 사랑이란거다. 선경의 마음이 흔들렸다면 다 네탓인줄 알거라.…》
《알겠어요, 어머니. 하지만 선경동문 리해할거예요. 군인가정에 들어올 녀성이 아닌가요!》
《원, 녀석두!》
마음이 홀가분해진 권혁은 벌떡 일어서더니 문을 열고 작업장을 향해 씨엉씨엉 걸어갔다.
지은희는 홀로 남았다.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어째서인지 찾아오는 환자 한명 없는 날이였다.
지은희는 간호원을 불러 방을 지키라 하고서는 권혁이네들이 일하는 곳으로 갔다.
《천년을 책임지고 만년을 보증하자!》
지은희는 갱입구에 부각글씨로 한자한자 대문짝같이 크게 써붙인 대형구호앞에 오래도록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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