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북핵 대응에 특별히 주목해야 (이흥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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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북핵 대응에 특별히 주목해야
(트럼프는 러시아의 목소리만은 무시 못해)
이흥노/벌티모아, Md.
북한이 지난 11월 29일, 새로운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루리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쪽에서는 연일 축하의 노래소리가 울려퍼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미일은 경기를 일으키며 완전히 이성을 잃은 것 같이 논다. 이들은 북의 목줄을 끊겠다고 복수의 칼날을 예리하게 갈면서 지구촌도 동참할 것을 집요하게 강요하고 있다. 미국이 얼마나 다급하고 절박한가를 적라나하게 보여주는 처사라고 하겠다.
미국은 중국이 열쇄를 쥐고 있다며 중국의 적극 동참을 애걸하고 있다. 중국의 북핵에 대한 시각은 미국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걸 몰라선 안된다. 중국은 북핵이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결과물이고, 그것은 북미 간에 해결돼야 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이 줄곧 주장하는 북핵 해법은 <쌍중단>→<쌍궤병행>이다. 미사일 발사 다음날 (11/30), 중국 외교부는 “대화∙협상의 평화적 방식을 통해서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환구시보> 사설도 미국이 크게 실패했다며 어떤 제재도 통하질 않는다고 충고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이번에는 각계각층으로 부터 일제히 적극적, 구체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게 예사롭질 않다. 그래서 러시아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더구나 푸틴 대통령에게는 트럼프가 예의와 범절을 갖추고 대하는 지구상 유일한 지도자다. 러시아의 목소리만은 트럼프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평양은 75일이나 미국의 후속조치를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온 건 “테러지원국” 딱지였다.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강조하는 평양은 끝내 <화성-15>를 성공리에 발사했다.
러시아에선 라브로브 외무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스푸트닉> (11/30) 보도에 의하면 러시아 외무상은 “모스크바는 평양에 제재와 압박을 더 강화하려는 시도를 결연히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그간 제재 압박과 동시에 필연적으로 해야 할 정치적인 협상이 미국에 의해 깡그리 무시된 것은 큰 실책이라고 했다. 또 그는 미국의 최근 행위는 “북한으로 하여금 새로운 일을 벌리도록 인행을 걸자는 게 목적었다”고 잘라 말했다. 바꿔 말하면 미국은 북이 사고를 치도록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헤일리 미유엔대사의 말과 같이 북한 괴멸이 목표라면 이를 미지도부가 확인하라고 라브로브 외상은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면 우리가 거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미사일 발사직후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장이 “미국의 경고와 제재 강화도 효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2개월 이상 평양이 자제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미국의 기조가 바뀌지 않은 것에 대한 반응이 새 미사일 발사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카우보이식 방법이 아니라 협상 뿐이라고 했다.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소속 코바티디 의원은 “유일한 해법은 협상테이불에 앉는 것이라며 한미는 북의 군사적 대응을 불러일으키는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의회 4개 정당 대표단이 11월 26일 부터 한 주일, 평양에 머무는 동안 <화성-15>가 발사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대표단은 북 외무성 부상과 리수용 당 부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대표단은 북미 간 ‘힘의 균형’이 완성돼 안보 걱정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대표단장을 맡았던 따이사예브 의원은 “한반도 핵위기를 끝장내기 위한 러시아의 중재 회담에 평양이 참여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을 <스푸트닉> 뉴스 매체에 밝혔다고 했다. 그는 평양은 러시아 외엔 아무도 믿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러시아가 중제자로 나설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대표단 성원의 일원이었던 체파 의원은 과거와 차별화 되는 새로운 조건이 제시되면 핵 마시일을 완성한 평양이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는 유별나게 러시아 외무성, 언론, 그리고 의회가 한결같이 입을 모아 미국의 초강경 대북 제재 압박이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오로지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러시아 의원 대표단 방북 기간에 미사일이 발사된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 꼭 눈여겨 볼 필요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북러 간 사전 조율된 행사가 분명한 것 같다. 시 주석의 특사 방북에서 신통한 결과가 도출되지 못하자 미사일로 중국에 화답하고는 러시아와 신혼여행에 들어간 느낌을 준다.
과거에 볼 수 없던 북러 밀월관계가 조기에 구축된 것은 독특한 평양의 외교적 수완이라고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핵미사일 개발을 완수한 평양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러시아에 중제 역할을 위촉한 것 같다. 러시아의 중제를 반대할 주변열강들은 거의 없을 듯 하다. 특히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점에서 기회를 잘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화성-15> 성공은 북미 간 게임의 끝을 의미한다. 지금 트럼프가 벌리는 전쟁소동은 장사꾼의 최후 발악적 상술이지 오래 갈 수 없다.
수사망이 좁혀들자 쫓끼고 있는 트럼프가 불장난을 벌려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전면전 불가라는 건 이제 상식이고, 있다면 작은 국지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멀지 않아 북핵은 일단락 될 것이다. 이제 핵미사일이 완성됐고 미국과 ‘힘의 균형’이 이뤄진 건 현실이다. 제아무리 혹독한 제재 압박에도 평양은 굴하지 않을 것이고 핵폐기는 물건너 갔다고 봐야 옳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풀을 뜯어먹어도 북은 핵폐기를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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