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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천국" 딱지를 왜 아직도 못뗄까? (이흥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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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268회 작성일 18-04-1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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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천국" 딱지를 왜 아직도 못뗄까?

(죽은 자 보다 산 자가 더 큰 책임)

이흥노/벌티모아, 메릴렌드


지난 4월 6일, 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 4층에 사는 모녀 (40대 엄마와 딸)

시신이 발결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시신이 몇달이 지나도록 방치돼

있었다고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더 가슴 아픈 사연은 이들의

시신을 인수하려는 친인척이 선뜻 나서질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이

세상을 떠나자 각종 고지서와 빚이 쌓이고 쌓이면서 극심한 생활고 까지

겹쳐 절망속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딱한 사연의 두 모녀에겐

아무도 구원의 손길을 뻣치는 사람이 없었다. 살아보겠다고 이를 악물고

발버둥쳐도 봤을 것이다. 끝내 세상을 원망하며 목숨을 끊고 말았으니…

엄마의 수입원이란 딸에게 지급되는 가정양육수당 10만원이 전부였다고

한다. 


지난 12월 부터 모녀의 수도사용량이 전혀 없고 우편함에는 연체된

독촉장이 잔뜩 쌓여있었다고 한다. 이지경에 이를 때까지, 또한 죽은지가

몇달이 되도록 아무도 몰랐다는 건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고층 아프트라 다세대가 살아서 서로 옆방이자 이웃집 사이인데, 이렇게

끔찍한 비극을 까많게 오래도록 아무도 몰랐다니 기가찰 노릇이다. 이건

이웃, 동네, 사회, 국가 등 전체가 자살에 대한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2014년 초,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큰

슬픔에 잠긴 일이 있다. 장애아 자매를 가진 홀어머니는 억척같이 일을 하고

버텼으나 끝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던 것이다. 저승으로 가는 길에도 그동안 밀린 방세와 고지서를

납부한다며 주인 아주머니에게 미안하다는 편지와 돈봉투를 챙겼다는 게

알려졌다. 참으로 선량하고 갸륵한 어머니다. 이렇게 훌륭한 어머니건만

생계를 꾸리기조차 힘들어 끝내 죽음을 택해야 했으니 얼마나 매정하고

인정머리 없는 사회를 원망했을까…


다음해 2015년, 대구에선 지적 장애30대 언니를 돌보던 동생이 함께 자살을

택했다. 기약도 없이 한평생 장애언니를 보살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다. 지난주 증평 모녀 자살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정머리 없고 무감각한가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한국이 세계 자살률 1위의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부끄러워할 줄

알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하루에 자살이 평균 40~50명이다.

그래서 “자살이 유행”이라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 또 “자살천국”이라는 말

까지 나돈다. 자살의 유형이 많지만, 대체로 생활고 때문이란다.

“살기 싫어 죽는거야 어찌하나”라거나 “죽는다는 데 누가 말려”라면서

자기와 무관한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려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 너무도

팽배하다. 인간은 누구나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고 인간답게 살 천부의

인권이 있다. 생활고로 신음하는 사회, 사람이 죽어도 몰르는 사회라면

뭣인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사회다. 세계 자살률 1위 답다고 하겠다. 이건

이웃이, 친척 친지가, 동네가, 지역사회가, 국가가 존재하는 지를 의심케

한다. 마치 야생동물의 세계를 연상케 한다. 양심적으로 성실하게 일하려는

사람에게 일터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진짜 적은 문제가 아니다.


자살은 인재다.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다. 못살 때는 자살이 별로 없었다.

잘산게 됐다고 하면서 자살이 늘더니 이제는 “자살천국”이 됐다. 따지고

보면 ‘군사문화’가 뿌리를 내리면서 자살이 대폭 증가하게 됐다. 불노소득,

황금만능주의, 한탕주의와 같은 군사문화 유산은 양심, 동정, 배려, 사랑을

앗아가고 말았다. 오로지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개인주의가 판을 치게

만들었다. 한강다리에 “잠간만 참으세요”라는 펫말을 달아놓고 동회에서

쌀포대 구호품을 전달한다고 문제가 혀결되는 게 아니다. 희망을 가지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따뜻하고 인정많은 사회가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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