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담판 시작은 잘해놓고 왜 굼뜨나? (이흥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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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담판 시작은 잘해놓고 왜 굼뜨나?
(미국의 패권전쟁 희생물이 돼선 안돼)
이흥노/벌티모아, 메릴렌드
세기의 핵담판이라 불리는 <6.12 조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끝낸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북미 대화 반대세력은 북에 끌려다니다 너무 양보를 많이 했다고 시비질을 한다. 실은 흠잡을 데 없는 포괄적 합의라 평가 될 뿐 아니라 압도적 미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누구나 지체없이 후속 실무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뭔가 정상작동이 안되고 있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었다. 7월 7일, 폼페이어-김영철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사연이 밝혀졌다. 먼저 실망한 북측이 유감을 표했다. 미국측이 북측 제의는 묵살하고 비핵화 목록과 속도 시간표만 일방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줘야 할 건 주질 않고, 내놓으라고만 했단 말이다. 양보만 했다는 비판 의식으로만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례적으로 트럼프는 폼페이어가 들고 온 김정은 위원장 친서를 공개하고 침이 마르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대북협상엔 속도 시간 제한이 없다”라면서 “과정 (Processing)을 밟을 뿐”이라고 했다. 아마 북측의 큰 실망을 의식해선지, 북을 달래고 두둔하려는 모양세를 취한 것 같다. 한편, 폼페이어 국무는 북측의 유감 표명에 대한 해명은 않고 북중의 제재 위반 소리와 철저한 제재를 유별나게 강조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한미 외교는 나란히 유엔안보리에 나타나 빈틈없는 제재를 역설했다. 또, 중국 입김이 북에 많이 작용한다며 화살을 중국에 돌리고 있다.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한미 외교수장이 해야할 일은 유엔에 가서 철저한 제재를 외칠 게 아니라 상징적이나마 일부 제재를 풀어달라고 해야 정상이 아닐까.
그런데 가장 최근 CNN과 W.P가 작금 트럼의 착잡한 심정을 잘 그려낸 보도를 했다. 밖에에서는 일이 잘 진행된다고 자랑하지만, 안에선 싱가폴 회담 부진을 질타하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북측에 대고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후속 조치 이행을 못한 보좌관들의 무능을 질타 격노한 것이 맞을 것 같다. 미국측의 일방적 비핵화리스트 및 시간표 요구는 트럼프의 뜻이 아니라고 북측은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대통령과 참모들을 갈라치기 해서 전자를 치켜세우고 보좌관들을 공격한 게 아닌가 싶다. 이것은 북에서나 볼 수 있는 참신하고 노련한 외교솜씨라 평가돼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바꿔 말하면, 북은 백악관에서 돌아가는 흐름을 훤히 꿰뚫어 보고 정확한 진단, 판단, 대응책을 내놓는다고 말 할 수 있다.
북측은 이미 핵 미사일 동결, 간첩들의 석방, 핵실험장 파괴, 미군 유해 송환 시작, 미사일 발사대 불능화 개시, 반미구호 선전물 제거 등 신뢰와 성의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한 미국측의 상응조치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의 진정성과 성의도 보이질 않았다. 한다는 게 선비핵화 요구 뿐이다. 오죽했으면 북측이 ‘강도’라는 말을 했을까! 아니, 미국시민 북한여행 금지 해제나 최소한의 제재 해제는 벌써 했어야 옳다. 우선 분위기 조성을 위한 예술단 교환 공연이나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는 못할 이유가 없다. ‘참수부대’ 해체와 ‘작계 5027’을 비롯한 여러 북침계획 정도는 먼저 폐기됐어야 한다. 평양이 특별히 3차 폼페이어 방문에서 ‘종전선언’과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 조율을 매우 기대했던 게 분명해 보인다. 평양이 특히 이를 지목하고 유감을 표명했기 때문에서다.
그럼 핵담판을 잘 마무리한 미국이 도대체 왜 속도를 내지 않고 뜸드리는 걸까? 최근 평양의 유감 표명 이후, 부쩍 북의 제재 위반과 철저한 제재를 강조하는 것은 이행 부진에 대한 책임을 평양에 떠넘기려는 음흉한 계략일 수 있다. 물론 그건 대화의 자세가 아니다. 성명 이행에 난관을 의도적으로 조성하자는 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종전선언’ 논의를 봉쇄하려는 구실일 가능성도 크다. 사실, ‘정전체제’는 북핵의 직접 원인 중 하나다. 이를 거쳐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과 비핵화를 맞바꾸는 게 북미 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이다. ‘종전선언’은 공동선언 이행의 출발점이다. 미국이 이걸 모를 리 없다. 정전서명 당사자 중국을 배제한 ‘종전선언’은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무역전쟁 까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돼 아예 깔아뭉겠을 수 있다.
미국은 무역전쟁이라는 간판을 걸고 조용한 냉전을 중국과 벌리고 있다. 미국 정보, 외교, 국방쪽에서는 한결같이 중국의 팽창이 미국 최대 위협 도전이라는 견해 일치를 보고 있다. 중국의 팽창을 봉쇄하는 길은 무력이 아닌 경제적 수단, 즉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거다. 미국의 무역전쟁을 패권전쟁의 일환이라고 봐야 맞다. ‘종전선언’→‘평화협정’→북미정상화로 이어지면 북중 경제 협력 활성화가 탄력을 받는다. 발목잡는 전략이 수포가 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미국의 고민이 있다. 65년이나 휴전으로 재미를 봤으면 됐지, 왜 한반도 전쟁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나. 과거 전임 정권이 마지막 순간에 판을 깼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 이젠 ‘힘의 규형’ 때문에 걷어찰 수도 없다. 패권을 접고 북과 공생 공존하는 길 외엔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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