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락크 방문이 우리에게 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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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기해 트럼프 부부가 이락크 주둔 미군을 방문했다. 숱한 시비꺼리와 화제를 만들고 귀국했다. 그가 이라크 주둔 특수부대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는 바람에 그만 부대원들의 얼굴이 세상에 공개되고 말았다. 이들은 얼굴을 들어내지 않고 위장해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데 들통이 났으니 특수임무 수행에 투입되기 어렵게 됐다. 초보적인 상식도 부족하다는 비난이 자자하다.
트럼프가 주둔군인들 앞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소리친 것이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는 없다는 거다. 이걸 강조하게 된 이유는 아마 시리아, 아프칸 미군 철수로 메티스 국방이 사임하고 미국 의회를 비롯한 조야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앞으로 무순 일이 생기면 이라크를 거점으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이라크를 전초기지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이라크 국회의원은 이라크를 거점으로 타방과 군사적 대결을 벌리겠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즉각 반격에 나섰다. 또 이락크를 깜짝 방문하고 이라크 대통령 조차 만나질 않고 떠나버린 것은 이라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짓이라고 대들었다. 또 다른 의원은 이라크를 미국의 한 주로 취급하고 슬쩍 다녀갔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어떤 국회의원은 의회투표를 통해 미군철수 운동을 벌리겠다고 하는 가 하면 민병대를 동원해서라도 미군을 몰아내야 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번 트럼프의 이락크 방문을 보고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 분명히 있다. 트럼프가 이라크에서 미군 철군은 없다고 소리를 친 것은 다분히 시리아 철군 결정 반대세력을 의식한 것이 자명하다. 주한미군 철수를 걸핏하면 입에 올리자 시리아 철군 결정을 보고 서울에서는 걱정들이 태산같다.
그런데 최근 시리아 철군 발표가 나오자 서울의 언론매체들에서는 연일 이를 복창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우려한다고 아우성을 친다. 거기에 명색이 논평가를 사람들이 장단을 맟춰 조금 올려줘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간다. 어떤 명성을 날리는 진보학자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미군 철수를 우려한다고 떠벌린다. 하기야 미군은 떠밀어도, 돈을 줘도 나갈 리가 없다는 걸 왜 모를까? 쫓아내지 않고는 미군을 몰아낼 길은 없다. 절대 자발적으로는 안나간다. 왜냐하면 한반도는 꿀단지다. 이 꿀단지를 묻어두고 떠날 수야 없지. '봉'도 작은 게 아니고 아주 큰 '봉'인데, 이걸 두고 미군이 어딜 가겠는가.
이라크 정부라는 건 미국의 꼭두각시라고들 생각하고 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알고 나로선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이라크 정부가 미군에 의해 세워졌고, 미국 사람과 돈으로 나라가 지탱되고 있기 때문에서다. 이라크 국회의원들이 나라의 '자존심'을 논하고 자죽국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라크가 타국과 대결하기 위한 기지로 사용돼선 안된다는 강력한 주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용기 있는 국회의원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남부월남은 부정 부패로 망했다는 건 세상이 안다. 이렇게 머저리 같은 나라의 군대도 '군대통수권'을 미국에 넘기지 않고 망하는 순간 까지 가지고 있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 67년 유명한 '구정공세' (Ted Offensive) 때 월남의 고도 후에시가 베트콩에 점령됐다. 남부월남 티우 정부는 미군사령관에게 고도에는 유적이 많으니 절대 다쳐선 안되니 총격이 있어선 안된다는 요청을 했다. 그러나 미군은 온갖 화기를 동원해 고도 후에를 탈환했다. 그러나 고도는 부서지고 파괴되고 건물에 총알자국이 수도 없이 많았다.
월남 국회에서는 미국에 후에시 복구비 청구를 압도적 다수로 가결했다. 이 사실이 월남 영자신무네 게제된 것을 보고 미군들이 펄쩍펄쩍뛰며 '배은망덕'이요 '죽일놈들'이라며 얼굴을 붉히고 소리치는 미군들의 광경을 나는 직접 목겨한 사람이다. 그럼 우리 국회는 어떤가? 80년 전두환 군사깡패가 '광주대학살'을 감행할 때에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이 미의회 청무회에서 "한국인은 들쥐와 같아서 누가 권력을 잡아도 졸졸딸아간다"는 망언 중의 망언을 한 바가 있다. 그런데 어느 누가 심지어 국회의원이라는 자들도 눈과 귀를 틀어막고 납작 엎드렸던 불쌍한 과거를 잊을 수가 없다.
최근에는 트럼프가 "우리 허가 없이는 한국은 아무것도 못한다"는 발언에도 의원 나리들은 입에 엿을 발랐는 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지금 미국에서 주한미군 주둔비를 올리라고 아우성이다. 심지어 배로 올려야 한다고 난리를 피운다. 트럼프는 연일 "안보무임승차는 용납할 수 없다"며 입에 거품을 물고 다그친다. 주둔비를 받아도 시원치 않을텐데, 주둔비를 더 내라니, 이게 정상이 아니지 않는가. 북의 남침 구실로 존재하는 미군이 한반도의 전쟁위험이 제거됐고 비무장지대는 완전히 무장해제됐다. 미군주둔의 명분을 살리고 무기라도 더 팔아먹고 주둔비를 더 챙기기 위해 비핵화 대화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사실 주한미군은 민족 분단과 휴전체재를 공고히 하는 게 주 목적인 것 같다. 적당히 전쟁 위기를 조성 유지하는 일을 해왔다. 무기를 더 팔고 싶으면 북의 정보를 조작 공개하는 일을 해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천신만고 끝에 찾아놓은 '작통권'을 이명박근혜가 손끝에 피가 나올 정도로 빌어 미국에 되돌려줬다. 적어도 정상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국방주권'도 없는 허수아비라는 걸 애통하게 여기고 자주, 긍지, 존엄을 지키려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저 미군의 바지가랭이나 부여잡고 "형님, 그저 형님 빽만 믿겠습니다"라는 소리만 연발하는 국회의원 나리들! 너무 한심하다. 툭하면 '한미동맹' 타령이나 할 줄 알지. 그 동맹이 조국통일에 얼마나 해악을 끼치고 웨방을 노는지를 까많게 모르니 문제라는 말이다. 이라크 국회의원들의 자주적 발언들을 보라! 못산다고 깔보지 말고, 거기서도 뭔가 배울 교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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