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2차 조미회담과 베트남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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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에 열리는 2차 조미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곳 보다 의미가 크다고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월-미 간에는 세상 최장기 전쟁을 치뤘고 최대의 재난을 가져왔다. 월등한 무기를 갖고도 미국이 끝내 항복하고 말았다. 여기서는 힘을 가진놈이 힘만 가지곤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바꿔 말하면, 정의냐 불의냐의 문제가 앞선다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건 이 베트남 전쟁에 남측은 '용병'이라는 부끄러운 모자를 뒤집어 쓰고 남의 나라 전쟁에 참가한 것이다. 수 십만 한국군이 참가해서 수 천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됐다. 반대로 조선은 공군을 비롯한 지원부대가 월맹을 지원했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부끄럽게도 남북이 베트남에서 또 다시 동종상잔을 벌린 셈이다. 그래서 이번 회담 장소는 여러면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2차 회담장소가 결정되기 전부터 '월남식 모델' 이야기가 자주 논쟁의 대상이 돼왔다. 주로 미국의 대북강경파라고 불리는 볼턴 안보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이 즐겨쓴 말이다. 펜스는 '리비아식 모델'을 자주 외쳤고 볼턴은 '베트람 모델'을 강조했다. 이 두 대북강경파들의 주장은 북측을 매우 격노케 했다. 거친 표현이 북측으로 부터 나왔고 이를 빌미로 트럼프가 싱가포르 조미회담을 취소하는 소동 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이후 '친서외교'가 작동하면서 결국 성공적 1차 회담이 마무리 됐다. 그러나 어느 특정국가의 모델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트럼프가 나서서 '트럼프식 모델' 소리 까지 하면서 북측을 달랜 일도 있었다.
옥세철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베트남 모델과 수령유일주의"라는 제목의 글 (2/11/19)을 통해 베트남이 개방정책 <도이 모이 (Doi Moi)>을 1986년에 도입해서 경제 및 민주주의가 발전됐다며 북측도 이걸 모방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은 3대 세습체제의 수령유일주의가 흔들릴 수 있어서 도입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한다. 그의 결론은 "김정은과의 대화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는지..."라고 끝을 맺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북과의 대화는 시간낭비일 뿐이라는 소리다. 옥씨는 북핵이 왜 불거졌는 지를 우선 모른다. 북핵이 없었다면 조선이 존재하기나 했을까를 전혀 모른다. 그저 제국주의 사고방식이 전부다. 조선이 개혁 개방을 몰라서 안 하는 줄 알고 있는 게 문제다. 안다고 해도 그걸 추진하면 체제가 무너진다고 보는 것도 문제다.
조선처럼 무쇄같이 단단한 제제는 세상에 없다. 이걸 모르니 논설위원 자격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북은 당, 정, 민, 군이 일심동체가 돼서 오로지 수뇌부가 결정하면 그게 법이고 백성들은 그걸 따라나선다. 한치의 흔들림이 없고 이견이 있지도 않다. 아니, 개혁 개방을 못하게 꽉 틀어막고서 개혁 개방을 하라니...도무지 앞뒤가 맞질 않는 소리를 한다. 70년이 넘게 북의 목을 옥조였으면 충분하지, 그것도 모자라 더 목을 조이라니, 차라리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을 벌리는 게 솔직하다고 하겠다. 미국이 베트남을 선호하게 된 배경은 전후 베트남의 정치 경제 안보적 발걸음을 조선도 뒤따라주기를 희망한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 반중 친미 노선을 택하고 경제면에서는 시장경제를 도입했으면 하는 바램일 것이다.
북측은 이따금 타의 모델 이야기를 하면, 언제나 "우리는 우리식"으로 간다는 대답을 한다. 타의 모델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이를 적극 참고해서 우리의 고유한 양식을 택하고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누구가 걸어간 길을 따르겠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방식과 형태를 자신의 입지에 맞게 다듬어 그걸 밀고 나가겠다는 걸로 이해하면 되겠다. 아무튼 이번 2차 회담이 끝나면 바로 투자의 귀재로 명성을 날리는 짐 로저스가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이걸 미국무성이 허가했다. 로저스는 이미 오래전에 자기의 전재산을 평양에 투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했던 바가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부쩍 폼페이어와 트럼프가 번갈아 가면서 북의 경제대국 전망을 언급하고 있다. 이건 미국 기업의 대북투자에 적극성을 보이겠다는 신호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안보 차원에서도 북측은 대환영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북 교류 협력의 물꼬가 터지게 마련이다. 이런 세상이 곧 눈앞에서 전개될 모양이다. 이제 옥세철씨를 비롯해 반북, 반통일 보수우익들의 설자리가 없어지면 이들이 무슨 소리를 할 지 그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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