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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속의 조선”이 처음 만나다 (정기열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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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887회 작성일 19-02-0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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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속의 조선”이 처음 만나다

2019년 1월 22일

정기열 
[철학박사(미국), 사회정치학박사(조선)] 
워싱턴 소재 <21세기 연구원> 원장 
김일성종합대학 초빙교수 / 동경 조선대학교 객원교수 
영문 <The 21st Century>(21cir.com) 발행인 겸 편집인

들어가는 말: 천지개벽하는 조미관계와 ‘개 버릇 남 못 주는’ 제국의 이율배반 

2019년 새해 벽두부터 ‘조미관계정상화’를 향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작년 2018년 한해 내내 조미관계가 ‘대결’에서 ‘대화’로 구도가 전환되며 ‘70년 조미(핵)대결사’는 오늘 드디어 종말을 고하고 있다. ‘극단적 비정상 상태’ 그 자체였던 70년 양국관계가 정상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모든 것이 근본에서부터 서서히 바뀌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디지만 하나씩 둘씩 바뀌고 있다. 그 사실을 오늘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오늘 바뀌고 있는 것은 그러나 구도만 아니다. 조선을 대하는 태도, 자세 또한 바뀌고 있다. 구도, 태도, 자세가 바뀌면서 두 나라 사이 많은 것이 오늘 근본에서부터 수정되기 시작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 아니할 수 없다. 천지개벽(天地開闢)이 따로 없다. 그 격세지감, 천지개벽은 그러나 누가 선사한 것이 아니다. 누구의 선사품이 아니다. ‘제국’(帝国)이 개과천선(改過遷善)했기 때문은 더욱 아니다. 그들은 개과천선 같은 것을 모른다. 역사상 존재한 모든 제국이 같다. 그들은 자신을 근본에서 스스로 바꿀 수 없는 존재다. 밖에서 힘으로 강제하거나 아니면 안에서부터 썩을 대로 썩어 내부 붕괴를 하기 전엔 스스로를 바꿀 수 없는 존재다. 오늘 미국이 대표적 경우다.

2019년 새해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관계개선에 더욱 ‘올-인’하는 모습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트럼프 면담, ‘친서교환’, 스톡홀름에서의 조미실무회담 소식으로 세상 언론이 뜨겁다. 조미관계에서 변한 것이 하나 있다. 워싱턴은 조선 앞에선 이제 “제국 행보”를 삼가한다.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때로 제국 행세 할 때조차 눈치 보며 한다. 그러다 주제 파악 못한 채 과거 버릇이 계속되면 조선은 대꾸도 않는다. 워싱턴의 못된 버릇 고치기 위해서다. 요즘 그 못된 버릇이 고쳐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띤다. 이유여하를 막론코 미국은 오늘 조선 앞에선 더 이상 ‘제국 행세’ 않는다. 대신 종전선언, 평화협정체결, 교류, 친선, 협조, 관계정상화를 논한다. 그 워싱턴은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예의 그 못된 버릇을 여전히 벌리고 있다. 주권국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노골적인 ‘정권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선출된 현직 대통령 마두로를 두고 어디서 기어 나온 듣도 보도 못한 30대 중반의 ‘워싱턴키드’’(Washington kid)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난리다. ‘붕괴 직전’ 모습의 워싱턴 정신상태가 오늘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단히 상징적인 사건이다.

매티스 전국방장관, 켈리 전비서실장: “우리가 임기 동안 한 일의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주둔(아프간, 시리아, 한국, 나토 등지의) 미군철수를 못하게 말리는 일이었다”

조선 앞에선 평화를 구걸하고 돌아서선 자기를 지킬 힘이 없는 상대에게 제국(늑대)의 이빨을 또 다시 드러낸 베네수엘라사건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물을 수 있다. 트럼프의 조선에 대한 절절한 구애가 진정성 없는 거짓인가? 아니면 임기 초 때처럼 그가 아직도 네오콘전쟁세력에게 포위되어 처신이 자유롭지 못한 것인가? 후자라고 진단한다. 매티스 국방장관 사퇴 직후 1년 반 비서실장으로 일하다 동반 사퇴한 존 켈리의 <LA Times> 대담기사 내용이 그리 진단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다. 둘 다 해병대 장성출신인 백악관 최고위각료들이 2년 가까이 한 일은 ‘대통령이 틈만 나면 주장한 해외주둔미군철수를 못하게 막은 일’이다. 그 대상 국가들은 지난 2년 시도했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한 국가들이다. 매티스, 켈리 사퇴 직후 그러나 트럼프는 결국 자신의 공약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먼저 시리아, 아프간에서 철군이 시작됐다. 어느 순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빌미로 주한미군철수 또한 전격적으로 단행할 수 있다. 트럼프가 살아있을 경우 ‘나토에서의 탈퇴’ 또한 시간문제일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그가 오늘도 여전히 네오콘전쟁세력에게 포위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2019년 미국국가정보전략>: “트럼프 대통령 국가안전에 위협”

1월 23일 17개 국가정보조직이 공동으로 발간한 <2019년 국가정보전략>(2019 National Intelligence Strategy)의 충격적 내용이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 국가에 위협적 존재’(“President Trump a Threat to the Nation”, 2019 US Intelligence Strategy Report Says)라는 주장이다. 지난 2년 트럼프시대를 끝없이 논하면서 한 이야기가 현실로 가시화되고 있다. 오늘 워싱턴은 기본 극소수의 트럼프진영과 절대다수의 반트럼프진영으로 나뉜 채 서로 막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언론은 거의 100% 반트럼프진영에 있다. 현직의 대통령을 국가정보조직들이 집단으로 ‘국가에 위협’이라는 주장은 1963년 케네디를 암살한 조직 곧 ‘딮스테이트’(Deep State)로 불리는 ‘금융지배세력’(The Financial Elites)이 그를 언제든 제거하겠다 공개 협박한 것에 다름없다. 트럼프가 과연 얼마를 더 버틸 수 있을까? 그가 살아서 백악관을 걸어나갈 수 있을까? 등을 지난 2년 끝없이 물었던 상황이 오늘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들 지배세력은 오늘 국면이 시리아, 아프간, 머지 않아 한국에서의 미군철수마저 실천에 옮길 것이 확실해보이는 트럼프를 더 이상 살려둘 수 없다 결론 내린 것 같다. 반대 경우 그와 같은 내용의 국가정보전략이 만들어질 수 없다. 이와 같은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정보 공개 직후인 1월 28일 CIA, FBI, NIA정보조직 수장들이 상원청문회에 모였다. 그리고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대통령의 조미관계개선, 시리아철군,  아프간철군에 대해 항명에 다름없는 발언을 던졌다. ‘대통령 정세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자신들을 임명한 대통령의 권한과 지위를 집단으로 능멸한 행위다. ‘나토탈퇴’ 즉 수백 년 세계를 지배한 ‘대서양세력’(The Atlantic Power)의 근본을 허무는 어마어마한 초대형사건마저 터트릴 것이 확실한 ‘미친 놈’ 트럼프를 더 이상 살려둘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워싱턴지배계급 내부에 자리잡음 없이 불가능한 일종의  공개반역행위들이 연일 터지고 있다. 살아있는 현직의 대통령을 ‘국가안전에 위협’이라 말한 것은 트럼프를 물리적으로 제거하겠다는 내부 결정이 이미 내려졌다는 증거다. 대단히 구체적인 위협이다. 트럼프가 고대하고 있는 2-3월 전후해서 가지려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2차조미정상회담 때까지 그가 살아남아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까? 모른다. 

트럼프 생존 여부 관계없이 ‘늑대’는 과거처럼 조선 앞에선 늘 ‘순한 양’처럼 행동할 것이다

트럼프가 살아남아 그가 바라고 고대하던 대로 70년 조미(핵)대결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인 종전선언, 평화협정체결, 나아가 주한미군철수 결정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인류사적 과업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이뤄낼 수 있기를 학수고대한다. 그러나 만의 하나(오늘은 ‘만의 하나’가 아니다. 백의 하나도 아닐 것 같다. 어느 순간 그가 어떤 처지에 놓일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 2년에 비해 그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노골적이고 거세다. 트럼프로 인해 그들의 수백 년 세계지배구도가 극한의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가 잘못될 경우 트럼프행정부에서 ‘밀월관계’를 구가하며 순항하던 모양의 조미관계는 어떻게 될까? 많은 이들이 갖는 의문이다. 또 다시 과거의 핵대결구도로 180도 곤두박질칠까? 아니면 극도의 혼돈 과정을 거치더라도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조미관계는 결국 또 다시 대화구도에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을까? 이 역시 후자라 진단한다. 조미(핵)대결은 누누이 말했듯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누가 백악관에 있던 대화 구도는 따라서 결국 유지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일정한 기간 트럼프와 했던 밀고 당기는  과정이 또 다시 재연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조미관계는 누가 있으면 되고 없으면 안되는 상황은 이미 아니다. 두 나라는 이미 핵전략국가 대 핵전략국가 관계다. 대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관계다. 러미가 온갖 문제로 아무리 씨름해도 핵대결로 갈 수 없듯 조미관계 또한 이제 대화 외에 다른 길은 없다. 

세상천지 모든 상대에게 툭하면 이빨을 드러내는 제국은 조선 앞에선 언제나 ‘순한 양’처럼 행동했다. 70년 조미대결사 전기간 그랬다. 코리아전쟁 발발 6개월 뒤 휴전협상에 매달리던 때부터다. 왜? 제국이 조선 앞에서 어제오늘 변함없이 순한 양처럼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딱 하나다. 힘 때문이다. 맨주먹으로 싸우다시피 한 조선을 상대로 1950년 전쟁 때 유엔을 등에 업고 15개 추종국가 끌고 갔던 때도 미국이 당시에 넘지 못했던 ‘조선의 힘’은 다른 것이 아니다. ‘조선사람의 정신’이다. 북녘동포들의 힘은 그러나 오늘 주지하듯 정신만이 아니다. 더 단단해진 정신력 외에 북녘동포들이 오늘 스스로를 지칭해 부르는 ‘핵전략국가’의 힘까지 더해진 (북녘 표현으로) ‘불패의 힘’이다. 그 힘을 이 글에선 ‘살리는 힘’이라 부르자. 늑대가 양을 해치는 힘을 ‘죽이는 힘’에 비유하면 늑대의 기(죽이는 힘)를 죽여 양을 살리고 지키는 힘을 ‘살리는 힘’이라 불러 크게 틀리지 않다. 그렇다. 조미대결사 전기간 제국이 조선 앞에서 양처럼 순하게 행동한 것은 앞에 논한 것처럼 그들이 개과천선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그리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강제한 조선의 힘 때문이다. ‘제국주의’ 본성이 ‘죽이는 힘’이라면 그 죽이는 힘을 ‘살리는 힘’으로 강제해 정의와 평화를 지켜내는 일은 따라서 ‘반제자주’라 정의해 역시 틀리지 않다. 조선이 1세기 가까이 금과옥조처럼 지켜온 반제자주는 그러므로 자신과 세상의 모든 생명을 ‘살리는 힘’이다. 그리 비유해 틀리지 않다. 

조미관계개선의 본질: ‘제국주의 곧 죽이는 힘’과 ‘반제자주 곧 살리는 힘’의 역학관계

오늘 조미관계에 발생한 천지개벽은 우리민족의 1세기 위대한 반제자주민족해방투쟁이 이룩한 변화다. 반제자주의 살리는 힘이 강제한 변화다. 세상은 그러나 어제처럼 오늘도 여전히 거꾸로 말한다. 왜? 첫째는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는 제국주의가 세상을 속인(속이고 있는) 결과다. 둘째는 제국의 종이 되어 노예처럼 산 결과다. 셋째는 사대주의, 외세의존이 골수까지 찬 결과다. 그들이 세상을 거꾸로 보는 이유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언필칭 소위 주류보수언론이 세상을 속이는 짓은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들은 태영호 박상학, 이만갑 같은 “탈북자”들 데려다 세상 속이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 무엇으로도 속일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들이 신주처럼 모시는 미국이 오늘 그들이 버리고 도망쳐 나와 “악마”라 욕하는 바로 그 ‘조국’ 앞에 순한 양이 되어 ‘종전선언’, ‘평화협정체결’, ‘조미관계정상화’에 동의하고 그를 실천에 옮기게 될 천지개벽의 변화다. 오늘 그들을 이용하는 “분단적폐세력”의 운명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갈까? 주인이 몰락할 경우 종들은 언제 용도폐기 될까? 시간문제다.

그렇다. 오늘 진행 중인 세상의 그 모든 변화는 누가 준 것이 아니다. 누구의 선사품이 아니다. 조미관계 경우 남북해외 우리민족이 피땀 흘려 쟁취한 것이다. 1세기 넘게 쉼없이 싸워 만든 결과다. 우리민족이 일궈낸 ‘위대한 인류사적 업적’이다. 그 모든 천지개벽은 2018년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신년사 뒤 70년 최악의 적대관계는 오늘 조미 양국 정상 간에 일종의 ‘밀월관계’가 형성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밀월관계를 대표하는 상징은 오늘 ‘친서교환’이다. 트럼프는 김 위원장 친서를 ‘러브레터’라고까지 부른다. 친서외교는 2019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천지개벽한 조미관계를 상징하는 정상 간 밀월관계 곧 ‘조미관계정상화’는 그러나 국가차원에서만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 민간차원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최근 조선대학교에서 열린 “미국과 ‘일본 속 조선’과의 첫 만남”이 그것이다. 63년 역사 상 처음으로 ‘철천지 원쑤 제국주의’가 조대를 찾은 사건이다. ‘미국과 일본 속 조선’의 첫 만남은 그러나 뜨거웠다. 이글은 오늘 민간차원에서도 전개되는 ‘조미관계정상화’ 이야기다.

“‘미국과 일본 속 조선’의 첫 만남’”: “North Korea in Japan: Colonialism and Education”

“일본 속의 조선”이란 표현은 조대를 찾은 미국 드퍼대(DePauw University) 학생들이 듣고 있는 교육학부 강의제목이다. 제목 뒤에 “식민주의와 교육”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14명 남녀(3학년 11, 4학년 3 / 백인 12, 흑인 1, 어머니가 우리민족, 아버지가 백인인 여학생 1) 대학생들을 인솔한 30대 중반의 백인교수 데맄 포드 박사가 개설한 강의다. 참고로 그의 조대 방문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2016년 11월 조선대학교 60주년 기념학술대회 때 그는 미국측 발제자로 참가했다. 당시 그가 발표한 논문은 “세계사적 견지에서 본 해외코리안의 민족교육과 조선대학교: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민족교육”(Korean Education for Overseas Koreans and Korea University from the Perspective of World: Korean Education as Resistance to Colonialism)이다. 2016년 조대 방문 뒤 그는 북녘(조선) 방문을 희망했다. <21세기 연구원>은 다음 해 8월 그와 그의 친구 4명이 참가한 “조선학습관광”(Korea Study Tour)을 조직했다. 그리고 작년 초 포드 교수는 <21세기 연구원> 부원장 중 하나로 연구원 사업에 합류했다. 

여행 직후 우리는 드퍼대-조선대가 참가하는 <국제학생교류프로그램>(Int’l Student Exchange Program: ISEP)을 함께 기획했다. 작년 1월 양쪽 대학에서 공식 허가가 내려졌다. 그 뒤 1년의 준비를 거쳐 모두 16명(교수 2명 포함)의 미국대학생대표단의 첫 조선대학교 방문이 실현됐다. 방문 이틀 째 포드 교수는 드퍼대, 조선대 학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강의 제목은 “The US-DPRK Relationship and the Fracturing of Unipolar Imperialism: Past, Present and Future”(조미관계와 일극제국주의의 붕괴: 과거, 오늘, 미래)다. 특강은 <21세기 연구원> 기관지 겸 독립영문매체인 <The 21st Century>(21cir.com)에 실렸다. 조선대학교 측에서도 외국어학부 교수의 영어 강의가 진행됐다. 강의 내용은 “재일본조선인역사와 민족교육운동”이다. 첫날 조대 방문에서 미국대학생들은 박물관 견학, 학생, 교직원과 함께 점심, 강의, 자유대화, 조선무용연습 참관, 무용학습과 통일열차, 풍물(이곳에서는 ‘세마치’라고 부른다)공연연습 참관, 풍물(북, 장구, 꽹과리, 징)학습, 그리고 저녁환영만찬을 대학식당에서 가졌다.

“생이 바뀌는 경험”(Life-changing Experience): “요코스카해군기지지하터널”, ‘강제징용’, ‘식민지노예노동’ 

체류 3일 째 아침부터 재일본조선인들의 ‘강제징용 노예로동’ 현장에 대한 학습방문이 시작됐다. 감상문에 소개된 것처럼 지하터널 현장 방문이 미국학생들에게 준 충격이 적지 않았다. 일제가 전쟁 말기 강제징용으로 끌고간 조선인노동자들을 동원 건축한 요코스카해군기지지하터널을 직접 들어가본 미국학생들의 “일본 속 조선”에 대한 학습은 그때부터 심각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미국학생들 생각이 빠르게 자라기/변하기 시작했던 시점은 바로 그때 같다. 그들의 ‘일본 속 조선’ 학습은 5일 째 늦은 오후 시간 바람이 몹시 매서웠던 날 문과성(文科省) 앞 ‘고교무상화 금요투쟁’까지 참가하게 되면서 그들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 틀림없다. 그날 저녁 그들 모두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조선대 졸업생이 운영하는 불고기집 ‘온돌’에서 열린 만찬행사 때다. 14명 학생 거의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 이틀 뒤 오후 ‘일본 속 조선’에 대한 학습을 모두 마친 그들은 모두 무사히 미국에 돌아갔다. 몇일 뒤 그들 전원은 뜨거운 ‘감상문’을 보냈다. 교수도 귀중한 논문을 발표했다. 학생들 글에 ‘생이 바뀌는 경험’이란 표현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아래 감상문 내용을 짧게 요약한다: “오기 전 예상을 훨씬 넘었다, 끝없는 배움의 연속이었다. 짧은 5-6일 이리도 많은 것을 배울 줄 상상 못했다, ‘재일본조선인운동, 민족교육운동’이 무엇인지 처음 알게 됐다, 조선에 대한 일제의 반세기 식민지배가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았다, 조선사람에게 통일이 무엇인지 처음 알게 됐다, 코리아의 통일을 지지한다, 나도 당신들과 함께 코리아 통일을 위해 싸우겠다, 이번 여행을 평생 못 잊을 것이다, ‘생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등이다. 이미 감상문 일부는 <조선신보>(일어판)에 먼저 소개됐다. 독자들 반응이 뜨겁자 신보에서 학생들 감상문 전체를 우리말로 번역해 신문에 싣기로 결정했다. 아마도 이삼 일 안에 신보에 실리게 될 것 같다. 미국대학생들 방문 기간 조선대 학생 약 2-30여명도 행사 전기간 교대로 참가했다. 보다 많은 학생들의 참가를 위한 대학의 배려다. 언어문제로 참가는 외국어학부 영어전공 학생들이 먼저 선정 대상이 됐다. 둘째 날 드퍼대-조대 교수의 영어공개강의 참가는 그러나 제한이 없었다. 원하는 학생 누구나 참가했다. 

강의에 조대생이 100여명 넘게 참가했다. 반응도 뜨거웠다. 조대도 미국학생들도 모두 놀랐다. 외국어학부 영어전공 학생들도 행사에 누가 참가하는지를 놓고 선정과정이 필요했을 정도다. 참가 요구가 높았기 때문이다. 행사에 대한 반응은 ‘미국과 일본 속 조선’ 모두 같다. 학생, 교수 누구랄 것 없이 모두 뜨거웠다. 무엇보다 학생들 반응이 놀라웠다. 그들 모두는 순간에 ‘친구’가 됐다. 마치 수십 년 사귄 친구처럼 됐다. 일주일을 모두 그리 보냈다. 금방 하나가 됐다. 북녘처럼 ‘일본 속 조선’에게도 미국은 평생 ‘제국주의적’이다. 북녘 식으론 ‘철천지 원쑤’다. 반면 미국에게 ‘조선’은 평생 ‘악마’다. 70년 ‘악마화선전전’이 가공해낸 악마다. 서로 평생 ‘적’으로, ‘악마’로 알고 살았다. 그래서 서로를 알 기회가 없었다. 만날 기회도 없다. 물론 그들만이 아니다. 세상 전체가 그랬다. 남녘동포들도 크게 차이 없다. 우리도 몰랐다. 우리도 몰랐으니 다른 곳은 말할 나위가 없다. 서로 평생 ‘적’, ‘악마’로 알고 살았던 그들은 그러나 만나자마자 ‘친구’가 됐다. 순간에! 그렇다. ‘가공된 악마’는 정녕 순간에 사라졌다.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제국주의 원쑤’도 가슴과 가슴이 만나고 서로의 심장이 통하며 금방 ‘동지’가 됐다. 그들이 배운 우리 말 중 하나가 ‘동지’다. ‘축배’란 말도 배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이 외친 우리말은 ‘축배, 동지’였다.

<21세기 연구원>의 첫 “국제학생교류프로그램”(ISEP)의 성과와 의의, 전망

방문을 마치며 포드 교수가 제안했다. 조선대학이 받으면 드퍼대학은 내년에도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연구원 측에 내년 또 다시 같은 프로그램을 조대와 함께 조직해줄 것을 부탁했다. 조대에 그런 뜻을 전했다. 조대도 드퍼대와 같은 반응을 내놨다. 드퍼대가 다시 온다면 더 뜨겁게 환영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 이번 첫 국제학생교류프로그램 사업 성과가 서로의 심장 속에 깊이 각인된 결과라고 믿는다. 행사 뒤 양 대학 모두 이번 사업을 발기하고 조직한 <21세기 연구원> 측에 감사를 표했다. 연구원은 이번 사업에서 얻은 수익금을 대학에 기증했다. 

연구원이 이번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한 목적은 아래와 같다: 1) 드퍼대 포드 교수 강의 제목처럼 ‘일본 속의 조선’을 세상에 바로 알리기 위함이다; 2) 세상이 전혀 몰랐던 재일본조선인들의 70년 민족교육운동과 조국통일운동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3) ‘일본 속의 조선’은 일본당국이 해방 이후에도 조선사람(총련동포)들에게 끝없이 가한 식민지시대 민족차별정책과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법적 문제 등 온갖 형태의 탄압과 정치사회경제문화적 권리 박탈, 제약, 차별, 제재가 70년 넘게 가해지는 속에서도 꿋꿋이 이겨내고 아름답게 활짝 핀 한송이 흰색의 ‘목련꽃’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목련꽃은 조선대학교의 ‘대화’(大花)다); 4) 재일본조선인들에 대한 역대 일본당국의 온갖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 차원의 차별, 억압, 탄압 문제들 중에서도 ‘조선학생들을 고교무상화프로그램에서 유독 제외시키고 있는’ 일본당국의 비열한 처사를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5) 재일본조선인들을 상대로 70년 넘게 일본당국이 벌이고 있는 “국가차원의 인권범죄, 인종범죄”가 세상에 철저히 숨겨져 있는 사실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6) 달리 말해 70년 넘게 재일본조선인들이 처하고 있는 ‘최악의 인권문제”가 세상에 철저히 숨겨져 있는 현실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7) 아베가 공언하고 있는 ‘총련조직과 재일본조선인들의 민족교육을 말살’하기 위한 비열하고 악랄한 민족차별정책으로 인해 전국의 수많은 조선학교들이 오늘 더욱 더 큰 재정위기, 폐교위기에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8) 끝으로 ‘조선(우리)학교 살리기 운동’에 우리민족은 물론 국제사회 특히 미국유럽사람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재일본조선인문제”를 영어권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교수님, 우리가 미국서 배운 것 혹 모두 거짓 아닌가요?”

미국학생들이 행사 기간 자기들 교수를 찾아가 토로한 고백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가 그 동안 배우고 아는 거의 모든 것이 혹 거짓 아닌가?’였다. 한두 학생만 그런 물음을 던진 것이 아니다. 두 교수의 전언에 의하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자신들을 찾아 같은 내용의 고백을 했다는 것이다. 남녘 표현으로 ‘참교육’의 중요성을 또 다시 절감한 1주일이었다. “누가 무슨 내용으로 어떤 방향으로 무슨 목적을 갖고 어떻게 후대들을 교육하는가?”라는 문제가 교육에서 결정적 중요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또 다시 새롭게 절감한 시간이었다. 포드 교수가 행사 5일 째 오전 조선대학교 행사(영어강연대회) 때 드퍼대, 조선대 학생 모두 앞에서 한 짧은 축하연설을 소개한다: “교원으로 가장 보람되고 기쁜 일은 가르치는 학생들의 생각과 사고가 자라고 깊어지는 것을 보는 일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자신이 데리고 온 학생들 거의 모두가 5-6일이라는 짧은 기간 빠르게 자라고 변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동을 경험한다. 이번 교류프로그램이 성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자신의 일처럼 도와 나서고 자신들을 가족처럼 따듯하게 맞아준 조선대학교와 학생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13명 일본인 납치문제”와 일제강점기 “수백만 조선인(납치, 징용, 징병, 성노예 등)희생자 문제”

일본당국이 하루 속히 일제강점기 저들이 우리민족에게 가한 온갖 형태의 식민지범죄와 1945년 해방 뒤에도 일본 땅에 남은 수십 만 재일본조선인들에게 오늘 이 시간까지 또 다시 가한 온갖 형태의 식민지범죄에 대한 사죄와 보상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천인공노할 과거 그 모든 범죄에 대한 진솔한 인정과 사죄, 적극적 보상없이 “조선과 관계정상화 하겠다”는 주장은 한낮의 개꿈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제국)에 편승 우리민족의 영구 분열을 70년 넘게 획책하고 확대, 조장하는 것으로 자신의 이득을 꾀한 비열한 과거의 모든 공개, 비공개 범죄들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인정, 반성, 사죄하고 적극 보상해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일본당국은 오늘도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틈만 나면 ‘13명 납치자문제’를 끄집어낸다. 일본우익들의 소위 ‘납치자 문제’는 “작은 바늘을 큰 몽둥이”라 우겨대는 행태를 빗댄 표현인 ‘침소봉대’(針小棒大)의 극단적 형태다. 집단적 사이코패스행위다. 집단정신병이다. 수십 년 같은 ‘거짓깃발’(False Flag)을 끝없이 흔들어대는 것은 사이코패스행태에 다름없다. ‘납치문제’는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처럼 ‘늑대 출현 거짓말’을 끝없이 반복하는 행위와 같다. 같은 거짓말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은 일종의 정신병이다. 소위 납치문제는 따라서 제 국민 모두를 집단으로 정신병자 만드는 일에 다름아니다. 제 국민과 세상을 상대로 “이미 오래 전 끝난 납치자 문제”를 수십년 재탕하며 오늘도 “조선사람 모두를 끝없이 악마화하는” 일본지배세력의 행위는 위선의 극치다. 부끄러운 줄 모르면 그는 이미 사람이 아니다. 그들의 정신상태를 의심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숱한 양심적 일본인들을 위해 소위 ‘납치자 문제’에 대한 정의를 아래 다시 정리한다.

‘납치문제’는 “일제가 식민지시대 수백만 조선인들을 저들의 침략전쟁과 강제노동 현장으로 끌어가고 수십만 조선여인들을 ‘일본군성노예’ 목적으로 ‘납치해간’ 국가차원의 범죄”가 진정한 “납치자 문제”다. 그들의 반세기 제국주의범죄가 진정한 납치자 문제다. 수백만 조선인들에 대한 제국주의범죄는 70년 지난 오늘도 부정한 채 ‘수십 명 납치자 문제’를 오늘도 끝없이 재탕하며 조선사람들을 악마화하는 일본사람들의 정신상태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일본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납치자 문제는 자기기만이다. 자신을 속이는 일이다. 하여 결국 자신을 바보로 만드는 일이다. 하기야 아베, 다로 같은 일본우익세력은 납치자 문제를 저들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 권력을 얻는다. 오늘도 그것으로 자리를 유지한다. 그들에 달리 할 말을 잃는 이유다. 그들 정신세계에는 자신을 진솔하게 돌아보고 반성하는 기능은 아예 본래부터 없다고 진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군성노예로 끌려갔던 김복동 할머님께서 몇일 전 93세를 일기로 파란만장한 생을 마치셨다. 돌아가시면서도 ‘일본에 대한 분노’를 외치셨다. “아베 사죄를 받지 못한 것이 한’이라는 유언도 남기셨다.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과 집단, 민족, 국가에게 미래는 없다.

나가는 말

‘미국과 일본 속 조선’의 첫 만남 전기간 서울 KBS TV 편집국 기자 3명이 조대를 방문했다. 그들은  ‘재일본조선인 민족교육운동’ 전반을 1년 넘게 특별 취재하고 있다. 같은 기간 KBS TV 보도국도 3명의 기자들을 파견 조선초중급학교를 중심으로 특별 취재를 벌이고 있었다. 두 기자단은 우리 행사도 취재했다. 미국학생들과 대담도 했다. 미국대학생들의 역사적인 첫 조대방문이 나름 의미가 적지 않다 생각한 것 같다. KBS TV로부터 왜곡함이 없는 객관적 기사를 기대해본다. 머리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모든 것은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정녕 천지개벽이다. 이번 주 동국대학에서 교수와 박사생 4명이 조대를 방문했다. 다음 주에는 북한학대학 교수 10여 명이 조대를 방문한다고 한다. 그렇다. 조미관계가 ‘대결’에서 ‘대화’로 구도가 바뀌며 우리민족을 70년 나눠 놨던 온갖 분단의 장벽들이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동시에 지난 70년 역대일본당국이 장막 뒤에 꼭꼭 숨겨 놓은 재일본조선인들에 대한 그들의 천인공노할 ‘식민지범죄’ 또한 오늘 만천하에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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