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예감 338] 평양 북쪽에서 나타난 특별한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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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마지막 50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2. 트럼프가 저지른 공약위반 3. 중앙정보국장의 비공개청문회 발언 4. 평양 북쪽에서 나타난 특별한 징후 5. 협상전략 전부 보여주는 이상한 행동
1. 마지막 50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지난 한 주간 동안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이 미국 언론매체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 새로운 사실들을 살펴보면, 회담결렬내막을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1) 트럼프 대통령보다 하루 먼저 워싱턴을 출발한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은 2019년 2월 26일 윁남사회주의공화국 하노이에 도착하였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될 공동선언 초안을 합의하기 위한 실무협상은 2019년 2월 21일부터 25일까지 하노이에서 김혁철 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 사이에서 진행되었는데, 김혁철-비건 실무협상이 끝난 이튿날 김영철 부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각각 하노이에 도착하였으니 김영철-팜페오 고위급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견되었다. 그런데 하노이에 도착한 팜페오 국무장관이 협상을 제의하였으나, 김영철 부위원장은 응답을 주지 않았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9년 3월 6일 보도에 따르면, 김혁철-비건 실무협상은 “미국 관리들이 바랐던 것보다 덜 진전되었고, 팜페오는 (정상회담 하루 전에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나) “북조선의 협상의지를 알아보려고 간절히 바랐으나, 김영철 부위원장은 팜페오를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보도기사에는 당시 정황이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다.
“미국 국무장관은 만나자는 제안에 김영철이 응답하기를 바라면서 그를 여러 시간 동안 기다렸으나, 결국 실망 속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북조선 관리들이 미국측 회담상대자를 기다리게 만든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마주앉기 하루 전에 고위급에서 냉대를 받은 것은 제2차 정상회담이 트럼프가 바랐던 승리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근심어린 신호였고, 최종적으로는 불길한 신호였다.”
위에 인용된 <CNN> 보도기사는 김혁철-비건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조선에게 어떤 요구를 제기하였으나 조선이 거부하는 바람에 합의에 이를 수 없었다는 것, 그래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나 그 요구를 관철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그마저 좌절되었음을 말해준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그런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다.
(2) 하노이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김혁철-비건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제기하였으나 조선이 거부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3월 1일 하노이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리용호 외무상은 “회담과정에서 미국측은 녕변지구핵시설폐기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위에 인용된 <CNN> 2019년 3월 6일 보도내용을 알지 못하고, 위에 인용된 리용호 외무상의 기자회견발언을 들으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녕변핵시설폐기조치를 제안하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녕변핵시설 이외에 다른 핵시설을 하나 더 폐기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하는 바람에 회담이 결렬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위에 인용된 <CNN> 2019년 3월 6일 보도기사가 나오기 전인 3월 4일 <자주시보>에 실린 ‘트럼프의 저급한 거래수법은 통할 리 없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CNN> 2019년 3월 6일 보도기사를 읽어보면, 당시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녕변핵시설폐기조치를 제안한 것이 아니었으며, 어떤 다른 문제를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여 정상회담이 중지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합의로 끌어내기 위해 마지막으로 녕변핵시설폐기조치를 제안하였던 것이다.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긴박하게 돌아갔던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사진 1>
- 9시 45분 확대정상회담이 시작되었다. - 11시 55분에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후 회담장으로 사용된 호텔에서 오찬이 예정되었으나, 확대정상회담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오찬일정이 취소되었다. - 12시 35분 백악관 대변인 쌔라 쌘더스는 취재진에게 회담일정이 바뀌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 시간 뒤에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 13시 25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회담장을 떠났다. - 13시 29분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장을 떠났다.
위의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백악관 대변인이 취재진에게 회담일정변경을 통보하였던 12시 35분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장을 떠난 13시 25분까지 50분 동안 회담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회담일정이 변경되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 시간 뒤에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는 백악관 대변인의 통보는 정상회담이 12시 35분에 이미 중지되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9시 45분부터 시작한 정상회담을 오찬도 취소하면서 2시간 50분 동안 계속하였으나, 어떤 중대한 문제를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바람에 회담이 결렬되었던 것이다.
12시 35분 정상회담이 중지되고, 쌍방이 각기 다른 방에서 대책을 숙의하고 있었던 긴장된 시각,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지막으로 긴급조치를 취하였다. <CNN> 2019년 3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미국 대표단에게 달려갔는데, 그가 전한 메시지는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대조선제재 일부를 해제한다는 제안이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최선희 부상이 전달한 제안을 받은 미국 대표단은 녕변핵시설을 전체적으로 폐기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부분적으로 폐기한다는 뜻인지 명확하지 않으므로 폐기범위를 밝혀달라고 요청하였다고 한다. 그 요청을 받은 최선희 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두 번째 메시지를 미국 대표단에게 전했는데, 그 메시지는 녕변핵시설 전체를 폐기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최선희 부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을 전했으나, “미국 대표단은 감동을 받지 않았으며, 협상을 재개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녕변핵시설 전체를 폐기하는 경우,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조치 중에서 인민경제에 관련된 제재조치를 우선 해제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제안은 정상회담 중에 제기된 것이 아니라, 어떤 다른 중대한 문제를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여 회담이 중지된 긴장된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선희 부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긴급제안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 긴급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녕변핵시설폐기문제보다 더 중대하다고 판단하여 끝까지 주장하였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아줄 수 없었던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처럼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이 물음에 답을 찾으려면, 다음과 같은 배경설명이 요구된다.
2. 트럼프가 저지른 공약위반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날로부터 이틀이 지난 2019년 3월 2일 오후 10시 정경두 국방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45분 동안 전화통화를 하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화통화에서 두 사람은 “한국군 합참의장과 주한미국군사령관이 건의한 연합연습 및 훈련에 대한 동맹의 결정을 검토하고 승인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연합연습 및 훈련이라는 것은 한미연합군지휘관들의 전쟁지휘예행연습 및 한미연합군부대들의 합동야전기동훈련을 뜻한다.
한국 국방장관과 미국 국방장관 대행의 승인에 따라 2019년 3월 4일부터 3월 12일까지 7일 동안 한미연합군지휘관들이 전쟁지휘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3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보도당일 정경두 국방장관은 박한기 한국군 합참의장, 로벗 에이브럼스 주한미국군사령관, 한국군 육해공군 및 해병대 지휘관들, 주한미국군 지휘관들이 전쟁지휘예행연습을 하고 있는 전쟁지휘소를 찾아가 “이번보다 발전된 지휘통제시스템(C4I)과 작전수행체제 등을 충분히 활용해 굳건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고, 군사대비태세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면서 “연합야외기동훈련을 내실 있게 실시하고, 각급부대는 계획된 교육훈련에 매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전쟁지휘예행연습에는 한국측에서 국방부, 합참본부, 육해공군작전사령부, 국방부직할 합동부대가 참가하였고, 미국측에서 한미연합군사령부, 주한미국군사령부, 인디아양-태평양사령부 등이 참가했다고 한다.
한미연합군지휘관들이 전쟁지휘소에 들어가 7일 동안 계속하고 있는 전쟁지휘예행연습의 작전명칭은 ‘동맹 19-1’이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1954년에 시작되어 65년 동안 지속되는 대조선전쟁연습에 변함없이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에 비해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키리졸브’라는 간판을 ‘동맹’이라는 간판으로 바꿔단 것과 2주간의 예행연습일정을 1주간으로 줄인 것밖에 없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전쟁지휘예행연습은 간판만 바꿔달고 재개되었다. 이 심중한 사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1) <뉴스1> 2019년 3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해병 제3원정군사령관 에릭 스미스가 ‘동맹 19-1’에 참가하였다고 한다. 그가 지휘하는 미국해병 제3원정군은 어떤 부대인가? 누구나 아는 것처럼, 해병대는 방어부대가 아니라 공격부대다. 일본 각지에 있는 군사기지들에 배치된 제3원정군은 전시에 미공군이 선제전술핵타격으로 조선의 군사전략거점들을 파괴하는 즉시 가장 먼저 조선의 동해안에 상륙하여 원산을 점령하고 평양으로 진격하겠다고 떠들어대는 북침돌격대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한미연합군지휘관들은 7일 동안 전쟁지휘소에서 조선을 침공하기 위한 선제전술핵타격연습과 기습상륙전연습을 지휘통제하는 예행연습을 감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2>
(2) <연합뉴스> 2019년 3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이전에 ‘키리졸브’라는 명칭의 전쟁지휘예행연습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2주 동안 진행되었는데, 오늘 ‘동맹’이라는 명칭의 전쟁지휘예행연습은 “2부 반격연습은 생략하되 1주일 훈련기간에 ‘ROC-Drill(작전개념예행연습)’과 같은 개념으로 점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올해부터 생략된 반격연습은 전시에 한미연합군이 조선인민군의 공격을 방어하다가 반격으로 넘어가는 작전연습인데, 올해부터 한미연합군이 반격연습을 하지 않는 것은 방어하다가 반격으로 넘어가는 연습은 하지 않고 처음부터 공격하는 연습만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동맹 19-1’에서 한미연합군지휘관들은 조선에 대한 선제전술핵타격연습, 동해안상륙전연습, 평양점령연습을 컴퓨터모의프로그램을 통해 지휘통제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약속한 것은 전쟁지휘예행연습을 완전히 중단하는 약속이었지, 간판만 바꿔달고 계속하는 약속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저버리고 군사지휘관들에게 전쟁지휘예행연습을 강행하라고 지시하였다. 명백한 공약위반이다. 다른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채택된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나갈 것”을 공약하였고,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채택된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도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해소로 이어나가기로” 거듭 공약하였으면서도, 전쟁지휘예행연습을 벌여놓았다. 명백한 공약위반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위반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원인들 가운데 하나인데, 이 문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3. 중앙정보국장의 비공개청문회 발언
‘동맹 19-1’ 같은 대규모 전쟁지휘예행연습을 하려면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 군사예산배정, 군사작전모의, 군사작전용 컴퓨터프로그램 작성, 군사지휘관 집결, 사령부직할부대 이동배치, 군사통신망 가동, 현장점검 같은 작전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작전준비에 요구되는 기간은 약 3개월이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에 이르는 기간에 ‘동맹 19-1’ 작전준비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동맹 19-1’을 은밀히 준비했어도, 그 징후는 조선인민군 정찰부대들이 운용하는 정보망에 일찌감치 탐지되었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경고하였던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 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다만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고에 들어있는,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수호하기 위하여” 라는 표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미핵대결 25년 동안 미국의 대조선전쟁도발책동에 대응하여 지하핵시험 또는 장거리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단행할 때마다 조선은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수호하기 위하여” 라는 표현을 썼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전쟁지휘예행연습을 중단하겠다고 한 공약을 지키지 않고, 이전처럼 전쟁지휘예행연습을 또 다시 감행하는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다. 조선은 지하핵시험장을 핵동결조치의 일환으로 이미 폐기하였으므로, 조선이 미국의 전쟁도발책동에 대응하여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수호하기 위하여” 단행할 수 있는 조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학생 수준의 판단력만 있어도 능히 알아들었을 엄중한 경고를 알아듣지 못하고, 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 전 ‘동맹 19-1’ 작전준비를 지시하였다. 이런 사실을 파악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위반한 엄중한 사태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3>
2019년 1월 29일 연방상원정보위원회 비공개청문회에 출석한 미국 국가정보기관 수장들은 상원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였다. 답변에 나선 국가정보실장 대니얼 코우츠는 “조선이 핵무기와 생산시설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답변은 조선에게 핵포기의사가 없다는 사실, 이제는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을 언급한 발언이 아니었고, 막연하게 추측한 발언도 아니었다. 그 답변은 정보판단에 의거한 발언이었다. 코우츠 실장이 어떤 정보자료를 제시하면서 그렇게 답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첩보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한 정보판단에 의거하여 그렇게 답변하였던 것이 분명하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답변이 있었다. 당시 코우츠 실장과 함께 비공개청문회에 출석한 미국 중앙정보국장 지나 해스펄도 코우츠 실장의 답변에 전적인 공감을 표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2019년 2월 22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해스펄 국장은 그날 비공개청문회 발언 중에 “(조선)정권은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장거리핵탄두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전념하고 있다”는 표현이 시선을 잡아끈다. 해스펄 국장의 답변도 코우츠 실장의 답변과 마찬가지로 첩보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한 정보판단에 의거한 것이었다. 해스펄 국장의 답변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는 그로부터 38일이 지난 2019년 3월 8일 세상에 알려졌다.
4. 평양 북쪽에서 나타난 특별한 징후
2019년 3월 8일 미국의 언론매체 <NPR>이 놀라운 사실을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2월 22일 평양 인근지역을 촬영한 상업위성영상자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는 뚜렷한 징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중대하고, 예민한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NPR> 보도기사에 따르면,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징후가 나타난 곳은 평양 인근에 있는, 산음동이라는 지명으로 외부에 알려진 미사일조립시설단지다. 미국에서는 그곳을 산음동미사일연구소라고 부르지만, 정식명칭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주간조선> 2019년 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수백 명에 이르는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근무하는 산음동미사일연구소는 조선 각지에 분산되어 있는 비밀공장들에서 생산된 로켓엔진, 항법장치 등 주요부품을 실어와 미사일동체에 최종 조립하는 곳이라고 한다.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매체 <글로벌 씨큐리티>에 실린 자료에 따르면, 평양 북쪽에 있는 산음동미사일연구소는 탄도미사일을 연구, 개발, 생산하는 수많은 시설들이 집결된 방대한 미사일종합개발단지인데, 거기에서 가동되는 각종 설비들은 미국의 미사일연구시설, 생산시설들에서 가동되는 현대적인 설비들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주간조선> 2019년 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약 1억5,000만 달러를 들여 산음동미사일연구소를 건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2) <NPR> 2019년 3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상업위성영상자료에서는 자동차들과 화물수송차량들이 산음동미사일연구소 경내에 주차되었고, 연구소로 직통하는 철로에 수송렬차와 두 개의 기중기가 서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런 정황은 이전에 그곳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조립할 때 나타났던 현상들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화물수송차량에 실을 수 없는, 길고 커다란 대륙간탄도미사일동체와 매우 무거운 로켓연료탱크 등이 특별수송렬차에 실려 산음동미사일연구소까지 운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4>
(3) 서방측 상업위성이 산음동미사일연구소에서 나타난 특별한 징후를 촬영한 날은 2019년 2월 22일이다. 이것은 2월 27일과 28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를 준비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최근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시설개보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면서 위성발사준비징후를 운운하는데, 그것은 다른 곳에 한눈을 팔고 있는 것이다. 주시해야 할 곳은 서해위성발사장이 아니라 산음동미사일연구소다.
(4) 산음동미사일연구소는 미국 첩보위성이 감시하는 주요대상들 가운데 하나다. 조선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조선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진행되기 훨씬 전부터 산음동미사일연구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의도적으로 미국 첩보위성에 노출해온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19년 1월 29일 미국 연방상원정보위원회 비공개청문회에서 “(조선)정권은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장거리핵탄두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한 해스펄 중앙정보국장의 답변은 산음동미사일연구소에서 의도적으로 노출된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지적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2019년 1월 초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미국 첩보위성에 의도적으로 노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그런 의도적 노출은 미국에게 보내는 경고신호였다. 한미연합군이 전쟁지휘예행연습을 준비하는 징후를 정보보고를 통해 파악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에 대응하는 조치로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를 준비하면서 전쟁지휘예행연습준비를 중단하라는 경고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5)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은 적어도 2019년 1월 초부터 산음동미사일연구소에서 나타난 특별한 징후를 분석한 정보자료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계속 보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비정보를 외부에 발설할 수 없었지만, 특별한 징후를 분석한 정보자료를 보고받을 때마다 남모르는 불안과 긴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묘한 분위기 속에서 2019년 1월 18일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대표단이 워싱턴을 방문하였다. <중앙일보> 2019년 1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18일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문제를 거론하였는데, 김영철 부위원장은 “우리는 대륙간탄도탄이 없다”고 하면서 “반농담조로” 이야기했고, 그 말을 들은 팜페오 국무장관은 “허허 웃었다”고 한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조선대표단을 접견할 때,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문제를 거론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2019년 1월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산음동미사일연구소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징후에 대한 걱정이 가실 줄 몰랐다. 그런 착잡한 심정을 안고 그는 하노이 회담장에 나타났던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기하였으나 두 정상이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여 정상회담을 중지하지 않을 수 없었던 문제, 다시 말해서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3월 1일 하노이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리용호 외무상이 “회담과정에서 미국측은 녕변지구핵시설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던 것”은 산음동미사일연구소폐기문제였다.
(6)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산음동미사일연구소를 폐기하면 미국이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제안을 거부하였다. 왜냐하면 산음동미사일연구소는 그 어떤 경우에도 폐기할 수 없는 전략시설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산음동미사일연구소폐기문제로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될 위기에 빠졌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선희 부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녕변핵시설폐기조치를 대안으로 긴급히 제시하면서 정상회담을 재개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대안은 산음동미사일연구소에 집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 없었고, 정상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그런데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쟁지휘예행연습준비를 중단시키겠다고 약속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녕변핵시설폐기조치를 받아들였다면 회담은 결렬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오판은 그에게 다가온 좋은 기회를 가로막았다.
5. 협상전략 전부 보여주는 이상한 행동
2019년 3월 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언론매체 세 군데에 잇달아 얼굴을 내밀면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의 언론대담발언에 따르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협상문서를 건넸다고 한다. 우리말과 영어로 각각 작성된 협상문서에는 조선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관하여 미국이 제안하는 포괄적인 방안이 전부 담겼다고 한다.
2018년 12월 19일부터 22일까지 한미실무단 제2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나타났던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는 “미국은 비핵화협상로드맵을 완성했다”고 말했는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이 이전에 말했던 비핵화협상로정도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던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협상전략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부 보여준 것이다. <사진 5>
협상전략을 상대에게 공개하지 않아야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모든 정치협상에서 통용되는 일반공식이다. 더욱이 적대감과 불신이 뒤엉킨 조미관계에서는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협상을 진척시켜나가면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도로 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포괄적인 협상방도가 담긴 문서를 건넨 것은 정치협상의 공식을 깨고, 적대감과 불신이 뒤엉킨 조미관계현실을 무시한 행동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왜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였을까?
<뉴시스> 2019년 3월 4일 보도에 따르면,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 “오르자마자” 기내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보안전화기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2019년 3월 4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야 당대표 모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25분 동안 전화통화를 하였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진의가 무엇인지 좀 알아봐달라고 하면서 무려 7번이나 중재를 거듭 요청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만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으로 하여 내상을 입고 조바심에 사로잡혔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만 그런 조바심에 사로잡힌 게 아니다. 그를 보좌하는 핵심각료들도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 이를테면, 팜페오 국무장관은 2019년 3월 4일 아이오와주 대중연설 중에 “앞으로 몇 주 안에” 실무협상단을 평양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고, 2019년 3월 3일 볼턴 보좌관은 미국 언론매체와 대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협상을 계속할 준비도 되어 있고, 제3차 정상회담을 개최할 준비도 되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의 4년 임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을 1년 6개월로 단축시켰다. 촉박한 시간이 그의 조바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시간은 결코 미국의 편에 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언약한 공약을 위반하고, 한미연합군에게 전쟁지휘예행연습을 지시한 엄중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공약위반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조미협상을 재개하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권은 언제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다급한 협상재개요청을 받아주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조바심과 초조, 불안과 긴장이 교차하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공약위반자가 겪는 인과응보의 법칙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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