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내놓을 문 대통령의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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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1일에 문 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하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한미 정상 간 대화가 열린다. 사실, 좀 늦은감이 없는 게 아니다. 그동안 미국은 '일괄타결'이요 '빅 딜'이요 하면서 제제 압박을 끝까지 해제할 수 없다는 강경 강성 발언을 줄창 해오고 있다. 미국이 무슨 소리를 하건 간에 이제는 남북미 어느 누구도 판을 엎을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는 처지라는 건 분명하다. 오로지 전진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비핵화에 관해서라면, 3 국 정상 중 트럼프가 가장 조급하고 절박하다. 그는 겨우 국내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아직도 산넘어 산이 그의 앞길에 놓여있다. 거기에다 비핵화 성과를 내기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서둘러야 한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의 인내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모든 면에서 죽만 쓰는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유권자들에게 내놓을 건 하나도 없다. 이대로 가면 재선은 필패다. 그러나 트럼프에겐 재선 승리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미국의 안보 위기 해소와 세계 평화에 초석을 까는 위대한 세계적 지도자로 등장할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런 기막힌 기회는 한 세기에 한 번 있기도 어려운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그게 바로 <싱가포르 선언> 이행이다. 조미 회담을 반대하는 세력은 다양하다. 트럼프를 반대하는 사람은 비핵화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대화에 무조건 부정적이다. 트럼프와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민주당쪽에서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또, 비핵화 성공은 위대한 업적으로 세계사에 아로세겨지는 동시에 노벨 평화상 까지 수상하게 된다. 트럼프의 재선은 '받아논 밥상'이다. 이게 민주당으로선 괴롭고 질투가 나게 마련일 것이다.
그럼 문 대통령이 들고올 보따리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이미 2차 조미 정상회담 직전, 한미 정상 간 대화에서 '단계적 비핵화'에 따라 남북 교류 협력에 숨통을 터주고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까지 조미 공동성명에 포함돼 있다는 것으로 문 대통령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청와대는 결렬 반시간 전까지도 이를 까많게 몰랐다고 한다. 이게 '한미동맹'의 실상이고 '한미공조'의 민낯이란 말인가! 볼기짝을 얻어맞을 것과 다를 게 없다. 이건 모욕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어떤 반격을 해야 하나? 이번에는 우리의 이익을 무조건 관철해내야 한다. 남북 문제는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에서 예외로 인정돼야 한다. 우리가 내밀 카드로는 주한미군 문제가 제격이다. 이걸 협상의 지랫대로 써먹지 못하고 주둔비를 터무니 없이 올려 바치는 자세는 굴종의 작태다.
남북 관계 개선은 비핵화와 무관하다는 뱃장을 좀 내밀어야 한다. 죽는 시늉을 하면 대국은 무조건 하인 취급을 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을 트럼프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켜세우고 사랑에 빠졌다고 하는 결정적 이유는 그의 멋떠러진 남아의 뱃장 때문이라는 걸 몰라선 안된다. 세상에서 아부 아첨으로 가장 이름을 날리는 아베 일본 총리를 트럼프가 가장 속으로 멸시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몰라선 안된다. 미국이 지금 떠벌리는 리비아식 모델이라고 하는 '빅 딜'이란 북의 수용 불가 제안이라는 걸 미국이 몰라서 내놓는 제안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판을 흔들고 지연시키기 위한 작전이라고 봐야 맞을 것이다. 위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이제는 판을 엎어버릴 형편이 아니라는 게 너무도 자명하다. 겉으로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고 시치미를 떼지만, 실은 트럼프로선 아주 다급하다. 이런 이해 속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유도해야 하고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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