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목사의 최후진술서 '나는 반미주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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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지난 5월 27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있었던 1심 재판에서 이적 목사님이 낭독한 최후진술서 내용입니다.
[나는 반미주의자입니다]
- 이적 목사 1심 최후진술서 (2019년 5월 27일, 인천지방법원 법정에서) -
20대인 80년대에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삼청교육대와 청송감호소 등을 다녀왔습니다. 3년 동안 최장기수로 복역을 했습니다.
저는 40여 년 전의 악몽을 자주 꿉니다. 그 악몽은 지금 갇혀 있는 1인 독감방에서도 여전히 꾸고 있습니다. 다만 바깥에서 꾸는 악몽은 40년 전의 악몽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구나 함을 느낄 때 소스라치게 전율을 느끼곤 합니다. 다만 차이인 것은 40년 전의 악몽은 민주주의를 짓밟으려는 군사독재의 횡포였고 지금의 악몽은 자주가 없는 국가의 백성으로서 외세에 탄압당한다는 부분이 다를 뿐 신체가 구속되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독재지배는 당장 피부로 느끼지만 외세가 지배하는 것은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므로 민중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만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오늘 저는 두어 가지 비유를 들어서 우리 조국의 현실에 대하여 몇 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법정의 재판장과 8천만 동족 방청객 동지 여러분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호시탐탐 남의 재산을 노리는 강도가 남의 집을 점령하여 안방에 무기를 갖다 놓고 내가 너희 집을 지켜 주겠다며 강제로 금품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온갖 간섭을 다 합니다. 이웃에 살고 있는 친, 인척을 만난 때는 나에게 허가받고 만나라, 형제끼리 교류도 함부로 하지 말아라, 찬밥, 따순 밥까지 시비를 걸며 온갖 무기도 강매를 합니다.
이 꼴을 보다 못한 이 집 장남이 강도 조상의 초상화에 불을 질렀습니다. <강도는 내 집에서 물러가라. 강도는 더 이상 우리 가족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 강도의 초상화를 우리 집에서 철거하라> 고함을 질렀다 봅시다. 그러면 강도 조상 초상화를 불태운 그 집 장남이 피해자입니까, 그 집을 불법 점령한 강도가 피해자입니까?
좀더 구체적으로 한 번 더 비유해 보겠습니다. 평화롭게 살아가는 섬마을 어촌의 항구가 있습니다. 바다에는 생선도 많이 잡히고 산과 들은 먹을 것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어촌 마을입니다. 또 땅 밑에는 지하자원이 묻혀 있어서 캐기만 하면 어느 섬마을보다 부자 마을로 살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 참으로 복 받은 민족입니다.
그 때, 바다에서 노략질을 일삼던 해적선단이 섬마을의 항구를 힘으로 점령하여 강제 동맹을 맺고 ‘내가 너희 섬마을을 지켜 주마’ 하고 군대의 전시작전권을 빼앗아 갑니다. 겉으로는 섬마을 촌장이 갖다 바쳤다고 하고 허풍을 칩니다. 그리고 항구를 이간질하여 싸움이 나도록 하고 그 싸움에 개입을 하여 항구를 북항구와 남항구로 나누어 버립니다. 그 후 북항구에는 적색 붉은 항구이니 출입을 막아 버리고 남쪽 항구는 신탁통치라는 명목으로 지배합니다. 남쪽 항구와 북쪽 항구 가족들은 그 때부터 생이별을 당합니다. 그리고 대북 심리전으로, 대남 심리전으로 남북 항구의 백성들을 이간질하여 서로 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만약 북쪽 항구를 다녀오거나 북쪽 형제들을 비밀리에 만났을 때는 식민지 법을 만들어 감옥에 가두기도 하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합니다. 또, 남쪽 항구를 지켜 준다는 명분으로 온갖 살상무기를 갖다 놓고 심지어는 살상 병원균 실험까지 해댑니다. 항구 구석구석 80여 곳에 해적선 기지를 만들어 남항구와 북항구의 침략전쟁연습을 해댑니다. 거기다가 년간 방위비 명분으로 직, 간접적으로 매년 5조 원 이상 피 같은 돈을 뜯어 갑니다. 항구에는 일자리가 없는 비정규직 실업자가 천만 명이 넘습니다. 집 없는 백성이 인구의 절반이 넘습니다. 청년들이 일할 곳이 없어 항구를 헤매고 다닙니다. 그런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해적선단에 매년 천문학적 조공을 갖다 바칩니다. 70여 년의 세월 동안 말입니다.
그래서 이러다간 우리 민족이 다 죽겠다 싶어서 남쪽 항구 대표와 북쪽 항구 대표가 만나서 우리끼리 싸움하지 말자 합의를 하였습니다. 남쪽 항구와 북쪽 항구를 직통하는 철도를 개설하자, 그리고 서로 왕래하며 교류를 하고 이산가족 상설 면회장도 만들자, 공단을 만들어 우리민족끼리 서로 돕자, 남과 북에 그어져 있는 휴전선도 동족이 오갈 수 있도록 경계를 완화시키자, 북쪽 항구에 묻혀 있는 지하자원도 힘을 합쳐 개발하자, 바닷길도 틔워서 경계선을 없애자, 총칼도 내려놓고 군비를 줄이자 하고 파격적인 약속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해적선단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며 너희들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누구 마음대로 합의하느냐 하며 판판이 방해를 놓습니다. 소위 <한미워킹그룹>이라는 전대미문의 간섭기구를 만들어서 우리민족끼리의 대화에 딴지를 걸고 아무 것도 못하게 방해합니다. 작년에는 남쪽 항구에서 북쪽 항구에 가해진 5.24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발표를 하니까 해적선단의 선장이 놀라운 내정간섭을 합니다. <너희들은 내 허락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라며 남쪽 항구는 해적선의 식민지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바로 작년 10월 10일에 실제로 있었던 발언입니다.
이 때, <신식민지정책>과 <식민지 발언>에 분노를 느낀 남쪽 항구의 백성 서너 사람이 해적선단이 식민지배탑으로 세워 놓은 항구의 여신상에다 불을 지르며 저항합니다. <해적선단은 항구에서 떠나라> <전쟁반대, 평화협정 체결하라> <항구의 우상 철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쇠덩어리 돌덩어리 조각상에 방화하였습니다. 이 때, 남북통합을 방해하고 온갖 내정간섭을 일삼는 해적선단이 유죄입니까, 방화를 수단으로 하여 <해적선단 물러가라>를 외친 남쪽 항구의 백성들이 유죄입니까?
또 묻겠습니다. 전쟁 주범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가 유죄입니까, 이 땅을 식민지배한 이토 히로부미와 일제가 유죄입니까? 또 묻겠습니다. 총칼로 광주항쟁을 짓밟은 전두환 일파가 유죄였습니까, 총으로 대항한 광주시민이 유죄였습니까? 전시작전권을 돌려주지 않고 신식민지배화하고 있는 해적선단이 유죄입니까, <해적선단은 항구를 떠나라>고 외친 남쪽 항구의 백성들이 유죄입니까?
<똑같은 이치 아닙니까?> 백주대낮에 벌어지고 있는 이 신식민예속동맹 지배정책을 빤히 바라보고도 항구의 백성들이 눈을 감은 채 침묵하고 살아야 하느냐 저항하며 민족자존심을 세우고 살아야 하느냐 하는 것은 적어도 8천만 민족의 자주적 자존심과 직결되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침묵하고 눈 감고 산다면 훗날 우리 자손들이 <그 때 무얼 하셨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변하시겠습니까?
일제와 미제의 식민지배 방법이 어떻게 다릅니까? 일제는 직접지배정책을 썼고 미제는 간접지배정책을 썼을 뿐 뜯어먹고 수탈하는 방법은 하등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미국의 신식민지 이론가인 체스트 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식민정책은 직접지배가 아니라 대리지배 정책을 써라. 첫째, 직접지배가 아닌 대리지배를 하면 그들의 독립투쟁을 잠재울 수 있다. 둘째, 대리지배를 하면 그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대리지배자의 몫이다. 셋째, 대리지배를 하면 식민통치를 무한정 할 수 있다.
오늘날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미국의 지배정책을 우리는 피를 토하며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승만 정권에서부터 군사정권까지 미국의 대리정권으로 충실해 왔습니다. 심지어는 우리 손으로 민주개혁정권을 세웠다지만 지금도 그 뿌리를 거두어 내지 못하고 그 영향력 아래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 손으로는 아무리 훌륭한 일꾼을 뽑는다손 치더라도 예속식민동맹지배라는 이름으로 남북 자주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입니다. 남과 북 최고수반끼리 우리민족끼리 결정하고 이행하겠다고 아무리 외쳐도 되는 것이 없습니다.
정말, 해적선단의 방해 행위에 침묵하며 굴종하고 사는 것이 맞는 것입니까, 그들의 폭압에 저항해야 하는 적이 맞는 걸까요?
저는 맥아더 동상 방화범이 맞습니다. 앞서 비유한 남쪽 항구의 자유의 여신상에 불을 지른 백성입니다. 저는 경찰에서부터 법원에 오기까지 단 한 차례도 방화를 부인한 적이 없습니다. 경찰 조사 한 달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불출석을 한 적도 없습니다. 심지어는 구속영장 신청 사실이 각 방송국 메인 뉴스에 보도되었지만 도주치 않았습니다. 도주는 범죄꾼이 하는 것이지 자신이 당당하다면 도주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위험이 있다고 구속이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한 사실은 맥아더 동상과 돌탑에 대한 방화자이지 공원의 조경수 방화범이 아닙니다. 경찰이 구속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고대환 씨가 발로 걷어찬 불꽃이 조경수에 옮겨 붙었다고 유도 심문하여 거짓기록 하였습니다.
저는 우리민족의 소유인 나무, 돌멩이, 풀잎사귀 하나까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며 이를 불태운 사실이 없습니다. 오로지 맥아더 동상의 쇠덩어리와 돌탑인 돌덩어리에 이불 보따리 등으로 불을 지폈을 뿐입니다.
나는 내 민족의 재산은 손톱만큼도 다치거나 다치게 할 의도가 없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철저히 바람이 없는 날을 선택했습니다. 두 번째, 한 그루의 나무도 불타지 않고 행인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인적이 없는 새벽에 결행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세 번째, 사적 감정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방화한 것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공공성을 주장하며 방화하였습니다. 네 번째, 불타지 않는 돌덩어리와 쇠덩어리에 상징적 방화를 하였습니다. 다섯 번째, 돌탑불과 바닥불 동상불은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도 자동으로 불이 꺼졌습니다. 저희들의 방화가 공원으로 번질 단 1%의 위험성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는 이유입니다.
저희들은 우리민족의 자존심을 표출키 위한 방법으로 방화하는 퍼포먼스를 한 것이며 미국 전쟁지향, 지배지향의 정치지도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 외에는 아무런 뜻이 없습니다. 경찰, 검찰이 말하는 일반방화는 터무니없습니다. 돌바닥과 돌탑에 그을린 부분과 방화 후에 라면 박스, 종이, 휘발유가 들었던 막걸리병이 탄 잿가루만 남은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인천 중구청은 피해에 대한 공공기물은 없다고 하였으며 청소비 외에 어떤 손실물도 없으므로 청소비만 청구한 것이 바로 그 증거인 것입니다. 이것이 공원 조경수 등에 피해를 입혔다는 검경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제가 청소비를 변상한 것도 맥아더 동상 외에는 공원을 훼손할 목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청소비 배상 내역을 살펴보면 그 내역서에 청소비 외 어떤 손실물도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해방과 자주를 외친 백성을 파렴치범인 조경수 방화범으로 몰고 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 땅의 검경입니까, 미국의 검경입니까?
마지막으로, 백성에게는 각자의 맡은 바 책무가 있습니다. 언론인은 언론의 역할, 종교인의 역할, 교육자의 역할, 그 역할에 충실하며 외세의 탄압이 있으면 함께 저항해 주면 그 나라의 지도자나 대통령에게 협상력이 높아지고 힘이 생깁니다. 그러나 백성의 심부름꾼인 정치인이나 백성들이 침묵하면 소나 개처럼 끌려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들은 내 조국의 <자주>를 지키기 위하여 방화하였고 내 조국의 권리를 찾기 위하여 방화를 선택했을 뿐 내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거나 내 조국 재산에 손해를 끼치기 위하여 방화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맥아더 동상은 민족을 분단시키기 위한 분단고착화의 산물이며 남쪽 백성들을 우민화하기 위한 <심리전술탑>으로 존재함을 뼈저리게 깨달아야만 합니다. <내게 왜 방화하였느냐고 묻는다면 첫 번째도 조국의 자주와 해방을 위하여, 두 번째도 조국의 자주와 해방을 위해서 행동했다고 답할 것입니다.> <자국의 백성이 외치는 진실을 외면하고 자주와 해방을 부르짖는 백성을 잡아 가둔다고 해적선의 범죄는 결코 덮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머지않은 장래에 이 땅의 진실된 역사가 대답해 줄 것입니다.>
앞으로도 내 민족의 자주와 해방을 위하여 나머지 목숨도 바칠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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