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홉의 미시가루 백학림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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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홉의 미시가루
백학림
1938년 겨울 고난의 행군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가지가지의 잊혀지지 않는 일들을 회상하여 추억에 잠기게 된다. 그중에서 지금도 나의 심금을 울리는것은 한홉의 미시가루에 대한 이야기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친솔하신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는 국경일대와 국내에서 활동할 목적으로 이해 12월초에 몽강땅을 떠나 장백지구로 향하였다.
우리 부대의 행동방향을 알아차린 적들은 수천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우리의 뒤를 따라왔다.
실로 곤난한 행군이였다.
눈은 계속 퍼부었다. 허리까지 빠지는 밀림속의 생눈판을 헤치면서 수천리길을 돌파해야 하였다. 이때 뒤로 달라붙은 적과는 매일과 같이 전투가 벌어졌다.
적들은 련속적인 참패를 당하면서도 집요하게 쫓아왔다.
놈들은 《토벌》의 중요목표를 조선인민혁명군사령부의 《소멸》에 두었던것만큼 저들의 희생을 돌보지 않고 발악하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달 가까운 행군을 하다나니 휴대하였던 식량도 떨어져갔다. 그리하여 행군은 더욱 간고해졌다.
이렇듯 적의 추격이 심하고 길은 험한데 군량마저 떨어진 어려운 환경에서 전부대가 한개 방향으로 행군해간다는것은 곤난한 일이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장백현 7도구치기에서 부대를 나누어 3개방향으로 행군하게 하시였다.
경위중대와 기관총분대는 사령관동지의 친솔하에 장백현 7도구 가재수로 나가게 되고 7련대는 장백현 상강구일대에서 활동하게 되였으며 8련대와 독립대대는 무송현 동강일대에서 활동하게 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행군의 곤난을 타산하시고 재봉대원들과 로약자들은 장백현 청봉밀영으로 보내시였다.
그이께서 취하신 이와 같은 전술적대책에 의하여 적의 세력은 분산되였으며 아군의 주력과 사령부의 행방을 놓쳐버리고 혼란에 빠진 적들은 그저 무턱대고 쫓아오고있었다. 그러나 적들은 추격을 단념하지 않았다. 부대의 식량사정은 점점 위급하게 되였다. 통강냉이 몇알과 시래기로 끼니를 이어 온지도 벌써 며칠이 되였다. 여러날을 굶으면서 행군해온것만큼 대원들은 허기증이 나서 어푸러지면서도 눈을 움켜먹고는 다시 일어나 걷군 하였다.
우리 항일유격대원들의 이와 같은 불굴의 정신은 사령관동지의 령도하에 일치단결된 정치사상적통일에서 우러나오는것이였다. 우리를 굴복시킬 어떠한 곤난도 있을수 없었다. 만난을 극복한 뒤에는 반드시 국경지대에서의 춘기공세의 승리가 온다는 행군목적에 대한 그이의 말씀이 우리로 하여금 굴할줄 모르는 투지와 용기를 가지게 하였다.
우리는 적들의 지상《토벌대》와 항공대와의 련속적인 격전을 하면서 계속 국경가까이에로 행군하였다.
어려운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사령관동지께서는 경위중대장 오백룡동지에게 식량을 마련하여 올것을 명령하시였다.
오백룡동지는 수명의 대원들을 인솔하여 로동자들의 고혈을 짜내던 일제의 7도구목재소를 습격하고 말 10여필을 로획하였다.
우리는 그 말고기를 구워먹을 사이도 없어서 눈속을 행군하면서 날채로 먹었다. 물론 소금도 다 떨어지고 없었다.
4~5일이 지나니 그 말고기마저 다 떨어졌다.
당시 사령부에는 전령병으로서 김봉석, 지봉손동무들이 나와 함께 있었다. 전달장 김봉석동무는 우리의 배낭을 죄다 뒤져 비상용미시가루를 한데 모았다. 미시가루는 한홉가량 되였다.
그 미시가루는 7도구치기에서 김정숙동지께서 사령관동지의 건강을 념려하여 념겨주신것이였다.
우리 전령병들은 자신이 굶는것은 둘째치고 사령관동지께 식사를 보장해드리지 못하는것이 무엇보다도 가슴이 아팠다.
행군도중의 어느날 아침이였다. 잠시 휴식하는 때에 우리는 배낭을 털어 모은 미시가루를 사령관동지께 권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아무 말씀이 없이 우리를 둘러보시다가 전령병들중에서 그중 나이어린 지봉손동무를 가까이 오라고하시고 그 미시가루를 그에게 주시였다. 미시가루를 받아쥔 봉손동무는 어찌할바를 모르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어리여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자신의 념려는 말고 어서 먹으라고 하시면서 꼬마전령병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고는 자리를 뜨시였다.
봉손동무는 그 미시가루를 먹지 않고 나에게 주었다. 결국 한홉의 미시가루는 다시 나의 배낭속에 들어가게 되였다.
행군은 계속되였다. 수천명의 적을 뒤에 달고 행군하는데 앞에서 또 수백명의 적이 온다는 보고가 왔다. 사태는 참으로 위급하게 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망원경으로 주위의 지형을 살피시더니 소수인원으로 행군을 계속하게 하시고 주력부대는 발자국을 메우고 옆으로 빠지게 하시였다. 그 소수부대도 같은 방법으로 옆으로 빠져나와 후에 주력부대와 합치였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또 어려운 고비에서 벗어났다.
하루종일 행군하고나니 저녁때가 되여 숙영하게 되였다. 이날도 식량이 없었으므로 모두 눈을 끓여마셨다. 우리 전령병들은 어떻게 하여서라도 사령관동지께 미시가루를 대접하려고 토의한 끝에 다시 권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한홉의 미시가루를 적당히 갈라서 다음 끼니분을 보관하고 사령관동지앞에 내놓았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침묵하신채 우리들의 얼굴을 바라보셨다. 그이의 얼굴에도 시장기가 어리여보였으나 우리를 바라보시는 눈길은 언제나와 같이 부드러우면서도 영채가 돌았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우리가 마지막미시가루를 자신에게만 권한다는것을 짐작하고계시는것 같았다.
《동무들은 몇끼를 굶었소?》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물으셨다.
《사령관동지! 우린 먼저 먹었습니다. 사령관동지의 분만이 남았습니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씀드리였다.
《그러니 나 혼자만 먹으란 말이지… 더는 없소?》라고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다시 물으셨다.
《더 없습니다.》하고 우리들은 말씀드리였다.
《자! 그럼 동무들의 배낭을 가져와보오.》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손수 우리들의 배낭을 일일이 들여다보셨다. 처음에 김봉석동무와 지봉손동무의 배낭을 보셨으나 거기에는 미시가루가 없었다. 다음은 나의 차례였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할수없이 배낭속깊이 싸두었던 나머지 미시가루를 내놓고야말았다.
《빈소리군이군!》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나를 보시며 소리내여 웃으셨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신문지를 펴고 거기에 미시가루를 쏟아놓고 우리들을 그옆에 둘러앉으라고 하셨다. 우리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머뭇거리고있었다.
이 미시가루를 우리 전령병들이 다 먹어버린다면 다음 끼니에는 그이께서 잡수실것이 아무것도 없게 되는것이였다. 우리들의 립장은 참으로 딱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주저하는 우리들의 손목을 끌어당겨 앉게 하시였다. 우리들은 할수없이 한홉도 되나마나한 미시가루를 가운데 놓고 그 주위에 둘러앉았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이것을 한말쯤 되는것으로 생각하고 먹으면 배가 부를거요. 어서 받으라구.》라고 하시면서 종이숟가락을 만들어 그 미시가루를 나누기 시작하시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자신의 몫은 생각지도 않으시고 우리들에게만 놓으셨다. 우리들은 자기의 몫으로 받은 미시가루를 도로 그이께 덜어놓았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우리들이 덜어놓은것을 다시금 나누어주셨다.
우리들은 그 이상 더는 거절할수 없어서 그냥 주시는대로 받았다. 결국 사령관동지께는 그중 적게 차례졌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우리들이 그 미시가루를 물에 타는것을 보시고서야 자신도 미시가루를 물에 타셨다.
나는 목이 메여 미시가루를 탄 물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것은 나뿐이 아니였다. 우리 셋이 모두가 그랬다.
한홉을 한말로 생각하고 먹으라고 하셨지만 수천수만말의 식량인들 그이의 말씀속에 담겨있는 무한한 애정을 대신할수 없다는것을 우리는 잘 알고있었다.
물론 행복이나 감격을 그 어떤 재부의 량으로 셀수는 없는것이다. 착취자들의 산해진미를 긁어모은 호화로운 성찬이 그때의 한홉의 미시가루의 맛보다 나을수는 도저히 없다.
그것은 그 한홉의 미시가루가 고귀한 혁명의 량식이였으며 그것에는 사령관동지께서 조국을 위한 자기희생적인 복무의 정신과 대원들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우리를 키워주시는 고귀한 혁명적자양이 깃들어있기때문인것이다.
그날밤으로 우리는 사령관동지의 친솔밑에 백배의 힘을 내여 장백현 13도구부락에 둥지를 틀고있던 원쑤를 소탕하고 수많은 식량을 로획하였으며 그 식량을 산하 각 부대들에도 보내주었었다.
적들은 우리 부대의 뒤를 따라 온 겨울 밀림으로, 야산으로 눈속을 헤매고다니였으나 결국 사령부의 행방을 영영 놓쳐버리고말았다.
놈들은 기진맥진하였다.
이렇게 사령관동지의 탁월한 유격전술에 의하여 적의《동기토벌》은 좌절되였으며 사기저락된 적부대들은 각개로 분산되여 여러곳에 널려지게 되였다.
여러 방향에서 활동중이던 아군부대는 다시 집결하여 적들에게 섬멸적타격을 주며 춘기공세로 넘어갔다.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신 김일성동지를 사령관으로 모신 우리들은 《한홉의 미시가루》의 감격을 간직하고 이해 춘기공격에서 국내무산지구의 적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었으며 국경연안의 원쑤들에게 만회할수 없는 패배와 죽음을 주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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