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 이 총을 받아주! (김좌혁)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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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들! 이 총을 받아주!
김좌혁
북관땅은 계절이 일러서 한가위도 지난지 열흘인데 벌써 눈꽃이 흩날렸다. 두만강연안에도 아침부터 흐린 날씨에 맵짠 바람이 불어쳤다. 그리고 이날은 《만주사변기념일》을 하루 앞둔 날이여서 일제놈들이 《국경경비진을 철통같이 강화》하고있었다.
이러한 때 1933년 9월 17일에 훈춘쪽에서 떠난 나루배 한척이 두만강을 건너 조선으로 오고있었다.
배에는 열두서너명의 손님들이 타고있었으며 거의다 겹옷을 입고도 스산한 얼굴들이였다. 그러나 그중에 세 젊은이만은 홑옷을 입고도 추운 날씨에는 아랑곳없이 강건너쪽만 유심히 살피고있었다.
이 세명의 젊은이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시는 항일유격대원으로서 훈춘 성구에서 나와 함께 공작중이던 오일파, 박세홍, 한태연동무들이였다. 이들은 무기를 탈취하기 위하여 룡당파출소를 습격하러가는 길이였다.
이들 세 동무외에 또 네 동무가 있었는데 그들은 강이쪽(훈춘쪽)기슭에 숨어있다가 만일의 경우에 세 동무를 엄호할 임무를 맡고있었다.
배는 잠시후에 두만강을 건너서 룡당나루에 이르렀다. 나루가에는 순사 두놈과 세관 관리 한놈이 기다리고있다가 저마다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증명서를 따져보고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놈들은 두만강을 건너다니는 인민들이 소금 한줌, 성냥 한갑도 마음대로 가지고다니지 못하게 하였으며 만일 이런것들이 발견되는 날에는 그것을 무작정 빼앗고 《벌금》까지 받아먹었다. 뿐만아니라 놈들은 조선사람들이 제 나라, 제 땅을 찾아가는데도 어째서 오느냐고 꽥꽥거리며 따귀를 때리고 구두발로 정갱이를 걷어차기가 일쑤였다. 이날도 놈들의 이러한 일거일동을 눈앞에 보게된 세 동무의 가슴은 격분으로 끓었다. 옷자락밑에 감춰가지고 간 권총을 손에 쥐는 동무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배에 타고있는 인민들이 전부 내리고 자기들의 차례가 오기를 인내성있게 기다렸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그곳에 나타난 순사놈과 세관관리놈을 쓸어엎고 무기를 빼앗게 될 싸움에서 애매한 인민들까지 곁불을 받을 념려가 있었기때문이다. 그들은 선객들의 뒤에 서서 천천히 걸어나가며 침착하게 기회를 엿보았다.
맵짠 강바람은 계속 기슭을 휩쓸고 마침내 음산한 하늘에서 눈까지 떨어지기 시작하니 배에서 내린 손님들은 순사놈들에게서 벗어나기가 무섭게 모두들 바쁜 걸음으로 가버리군 하였다. 다른 손님들과 얼마쯤 거리를 두고 천천히 걸어가던 세 동무가 각기 순사들앞에 다가섰을 때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은 전부 가버린 뒤였다. 책임자인 오일파동무의 신호에 의하여 각기 순사 두놈과 세관놈을 쏴눕히고 파출소에 뛰여들어가 무기를 로획한다음 급히 배에 올랐다. 그런데 그들은 뜻밖의 난관에 부닥쳤다. 그것은 배우에 있던 노가 없어졌기때문이다. 그래서 노를 찾느라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부근에 있던 《국경수비대》와 경찰대들이 추격해오기 시작했다.
가까운 지점에서 적들의 총소리가 나기 시작했을 때에 그들은 강물을 헤여건늘 생각도 해보았으나 그중 한태연동무는 전혀 헤염을 치지 못하였을뿐만아니라 다른 동무들도 로획한 무기를 가지고는 두만강을 건늘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위급한 찰나에도 그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무기를 배에 실은 다음 헤염을 잘 치는 두 동무(오일파동무와 박세홍동무)는 물에 들어서서 배를 밀고 한태연동무만 배에서 적들을 감시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그들이 강 절반쯤 왔을 때에 적들은 벌써 강가에 나타나서 총질을 하였다.
바람이 불고 눈이 내려서 적들은 처음에 세 동무가 타고건너가는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얼마를 못가서 적들은 우리의 배를 발견했고 그놈들도 배를 타고 뒤따라오기 시작했다.
적들의 총탄은 점점 더 배주위로 집중되였다. 이때부터 세 동무는 배를 내버리고 강물에 들어섰다. 로획한 무기는 오일파동무가 메고 헤염을 칠줄 모르는 한태연동무는 박세홍동무가 업고 건느게 되였다.
적들은 세 동무가 물속으로 건느는것을 보지못하고 떠내려가는 배만 보고 그쪽을 향해 총을 쏘고있었다.
이틈에 세동무는 적들의 탄막에서 요행 벗어났고 그중 오일파동무는 무기를 메고 이미 강을 건너갈수 있었다.
강가에 대기하고있던 네 동무에게 로획한 무기를 넘겨주었다. 그리고 계속 적들을 방어하였다.
이때 한태연동무를 업은 박세홍동무가 강 이쪽(훈춘쪽)언덕에 거의 다달았을 때에 불행히도 적탄을 맞고 물속에 가라앉게 되였다.
그들을 따라내려가며 적을 방어하던 오일파동무마저 적탄에 맞았다. 그러나 그는 자기 상처를 돌볼사이없이 다시 총을 잡고 급히 일어나며 적들을 향해 불을 뿜었고 물속에 빠진 동지들을 구원하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기여내려왔다.
잠시후에 물속에서 다시 머리를 추켜든 박세홍동무는 자기의 부상은 돌아볼사이도 없이 등에 업었던 한태연동무부터 찾았다. 헤염을 치지 못하고 물살에 휩쓸려떠내려가는 그의 머리가 두서너발 아래쪽에서 솟구쳤다가 또다시 물속에 파묻히는것이 보였다. 박세홍동무는 힘을 다하여 그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한태연동무를 업는데 성공하였다. 그는 가쁜 숨을 내쉬며 다시 돌아서서 강언덕쪽을 향해 헤염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까스로 머리를 들고 앞을 건너다보았다. 이미 먼저 건너간 오일파동무와 그곳에서 대기하고있던 네명의 동지들이 로획한 무기를 손에 잡고 적들을 향해 맹렬한 불을 뿜고있는것이 보였다.
이 순간 박세홍동무에게는 새로운 힘이 솟았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또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
그는 한시라도 더 빨리 건너가고싶었다.
그리하여 새로 로획한 무기, 지금 그가 가지고있는 단 한자루의 권총이 아니라 여러자루의 장총(보병총)을 잡고 그전보다 더 대담하게 적을 짓부시는 대렬에 다시 서고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더 힘있게 팔다리를 내저었다.
이때 강가에서는 적들과 싸우는 동지들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렸다.
《박동무! 여기야 여기!…》
《어! 박동무! …한동무!》
이러한 동지들의 안타까운 부름소리와 적아간의 격렬한 총소리가 한시에 그의 심장을 두드렸다.
그럴수록 더욱더 그는 급히 강물을 헤여나서 적들에게 한방의 총이라도 더 쏘고싶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몸에서는 출혈이 심하고 시시로 기운이 진해갔다. 게다가 어느사이엔가 물살이 센 강심으로 차차 휩쓸려들고있었다. 안타깝게 팔을 젓고 다리를 걷어찼으나 헤염을 칠줄 모르는 한태연동무를 등에 업은 그의 몸은 점점 강물을 따라 떠내려갈뿐 위기에서 벗어날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위기로 끌려들어가고있었다.
《박동무! …나를 놓아두게… 그리고 동무는 어서 … 적…적이 오네.》
등에 업힌 한동무는 소리쳤다. 그러면서 두손으로 박동무의 등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적들의 총성은 더욱더 긴박해오고 물살은 더욱더 그들을 휩쓸어당기는 위험한 순간이였다.
이제는 숨이 차서 박동무는 입에 물고있는 권총마저 물속에 떨어뜨릴 지경이였다.
그는 입에 문 권총을 가까스로 바른손에 옮겨쥐였다.
그리고 두세번 거듭 급한 숨을 쉬면서 그는 등에 업힌 한동무에게 말하였다.
《참게… 동무는 헤염을 못치니까… 나를… 나를 놓치면 죽네!… 꼭 붙들게! 살아야 해!》
그러나 이미 손발에는 맥이 빠지고 몸은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흐리여가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물이 들어찬 목구멍에서는 한마디 말도 더 나오지 못했다.
그는 겨우 정신을 차려가며 또다시 강바닥을 발끝으로 찼다.
그리고 그는 팔을 내젓고 몸을 뒤흔들며 다시 가라앉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동무와 … 그리고 이 총을…》
그러나 손발은 각일각으로 굳어지고 적들은 금시 덜미를 치듯 배를 저어 건너오고있었다.
이때 강언덕에서 부상을 당한 오일파동무가 벼랑끝으로 계속 기여오며 그들을 향해 소리를 쳤다.
박동무는 숨가쁘게 웨치는 오일파동무의 목소리를 들었고 무엇인지 자기 어깨에 닿는것을 느꼈다. 그것은 오일파동무가 강언덕에 엎드려서 내미는 총탁이였다.
《박동무! 어서 이걸 붙잡게!…》
그러나 강턱이 급한 곳이여서 두사람이 한데 매달릴수는 없었다. 박동무는 그 총탁을 등에 업힌 한동무에게 먼저 넘겨주었다. 그리고 물우에 몸을 솟구며 그의 몸을 떠올렸다.
이때 거듭 날아오는 적탄이 박동무의 등을 꿰뚫었다. 이것을 본 오일파동무가 다급한 소리를 지르며 그옆에 있는 다른 동지를 불렀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다른 네 동무는 강가에 다달은 배를 향해 맹렬한 불을 뿜고있었으므로 그의 목소리를 들을수 없었다.
물속으로 가라앉았던 박동무는 겨우 손을 내밀어 권총을 던졌다. 그리고 《혁명동지들! 이 총을 받아주!》하는 마지막부탁을 남기고는 물속에 파묻혀버렸다.
오일파동무는 가까스로 한동무를 언덕에 끌어올려놓고는 계속 강굽이쪽을 기여내려가며 박동무를 불렀다. 그러나 적아간의 자지러지는 총소리뿐 그의 부름에 대답하는 사람도 없고 박동무의 모습도 다시는 물우에 떠오르지 않았다.
오일파동무는 사랑하는 전우의 이름을 부르며 계속 힘자라는데까지 강기슭을 기여내려갔다.
《박동무!…》
《박세홍동무!…》
그때로부터 나는 수많은 전우들을 일제와의 싸움에서 잃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슬픈 마음으로만 생각지 않는다.
바로 그들이 바라고 원하던 그대로 우리 조국은 광복되였고 공화국북반부에는 이미 사회주의락원이 이루어지고있다. 우리의 선두에는 그때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조선인민을 항상 승리에로 인도하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서계신다.
우리 인민들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가르치심을 높이 받들고 조선혁명을 끝까지 완수하여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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