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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보산의 용사   (최 현)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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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678회 작성일 19-09-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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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보산의 용사

 

최  현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조직령도하신 항일유격대의 투쟁시절을 회상할 때마다 나는 그 시기에 함께 싸우던 수많은 전우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죽어도 조국을 위해 죽고 살아도 인민의 사랑속에서 살겠다.》는 불타는 념원과 의지로 충만된 당의 충직한 전사들이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제시하신 북대정자회의방침을 관철하기 위하여 1939년 여름 천보산전투를 벌리던 때의 일이였다. 조선인민혁명군 제4사의 한 부대는 그날밤 천보산에 있는 광산집단부락을 습격하였다. 광산에는 일본《수비대》를 비롯하여 위만군, 경찰대, 자위단, 일본이민단 등이 둥지를 틀고있으면서 로동자들을 착취압박하고있었다.

우리는 이곳의 원쑤놈들을 소탕함으로써 광산로동자들의 혁명적기세를 높여주었고 적지 않은 로동자들을 유격대에 받아들였다.

새로 입대한 광산로동자들은 그날밤으로 우리의 일부 대원들과 함께 후방밀영이 있는 화전현쪽으로 행군해갔다. 그리고 천보산에는 내가 책임진 50명의 대원이 남게 되였는데 우리의 임무는 추격하여올 적부대를 차단소멸하는것이였다. 지금 내가 이야기하려는 김충진동무도 이들중의 한 대원이였다.

우리는 천보산의 깊은 수림속에서 휴식하고있었다. 지난밤의 전투로 해서 피곤한 많은 동무들이 우거진 나무아래에서 잠을 자고있었으며 혹 어떤 동무들은 무기를 닦기도 하였다.

무기를 닦고있던 김자린동무가 수첩에 무엇을 열심히 써넣는 김충진동무옆에 다가앉으면서 슬며시 그의 수첩을 들여다보았다. 충진동무는 아무 말없이 돌아앉으면서 계속 쓰고있었다.

얼마후에 안 일이지만 충진동무는 자기 수첩에 이런 내용의 글을 또박또박 적어넣었던것이다.

《형님, 나는 형님이 늘 하시던 말씀을 명심하고있습니다. 〈충진아, 혁명을 위하여서는, 우리 조국을 위하여서는 자기의 모든것을 아낌없이 바쳐서 싸울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머슴군이였다. 우리 무산계급의 주권을 세우기 위하여 끝까지 싸우자.〉그렇습니다. 어제밤도 우리는 천보산에서 원쑤를 갚았습니다. 동무들은 나더러 잘 싸웠다고들 합니다. 그렇지만 형님의 몫까지 합쳐서 싸우자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내 목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기어코 이 가슴이 시원하도록 원쑤를 갚고야 말겠습니다.》

충진동무의 형 김철진동무는 우리 부대에서 중대장으로 싸우다가 1936년 1월 류수촌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하였다. 충진동무는 그후부터 형의 몫까지 싸우겠다고 굳게 결의하였던것이다.

충진동무는 어려서부터 왜놈을 몹시 미워하였다. 남의 나라에 강도처럼 기여들어와서 주인행세를 하며 조선사람을 못살게구는 일본놈의 꼴을 볼 때마다 어린 마음에도 울분이 치밀어올랐다.

(이놈들을 때려치워야 하겠다.)

그러나 그는 아직 일본놈들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러던차에 그에게도 일본놈을 때려눕힐 기회가 왔다.

그것은 이들 형제가 유격대에 들어오기 이전인 1932년경에 있은 일이다.

하루는 공청원인 그에게 무기를 탈취하라는 과업이 내리였다.

이 과업은 충진동무를 몹시 기쁘게 하였다. 그는 곧 고추가루주머니와 땅땅한 차돌을 넣은 주머니를 품안에 든든히 간수해가지고 그길로 소연집강기슭으로 향했다.

충진동무는 일본경찰놈들이 강을 건느러올것을 예견하고 강기슭 수수밭에서 김을 매고있었다. 아니나다를가 얼마후에 왜놈경찰 한놈이 강가에 나타나 어슬렁거리더니 마침내 건방진 말투로 김매는 충진동무를 불렀다. 충진동무는 마지못해 가는척하면서 경찰놈에게 다가갔다. 경찰놈은 다짜고짜로 자기를 업어 강을 건느라는것이였다.

강한복판에 이르니 물은 허리를 넘었다. 등에 업힌 왜놈경찰놈은 자기 바지가 젖는다고 하면서 충진동무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그때마다 그는 울컥 분통이 치밀어오르는것을 겨우 참다가 물이 제일 깊은 곳에 이르러 그놈을 힘껏 물속에 처넣었다. 그리고 그놈의 꽁무니에서 재빨리 권총을 떼가지고 달음질쳤다.

그러나 물역에서 얼마가지 못하여 충진동무는 그놈에게 붙들리게 되였다. 그놈은 물에서 기여나와 충진동무를 따라잡았던것이다. 격투가 벌어졌다. 충진동무는 권총을 쏘려고 몇번이나 애써보았으나 헛일이였다. 권총은 안전장치가 되여있었는데 충진동무는 아직 이런것을 잘 알지 못하였던것이다. 원쑤놈은 필사적으로 충진동무의 손아귀에서 권총을 빼앗아내려고 발악하였다. 둘이 엎치락뒤치락 딩굴며 돌아갔다. 악착스러운 그놈은 나중에는 이발로 충진동무의 손을 물어뜯었다. 그래도 충진동무는 권총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무기를 탈취하라는 혁명조직의 명령을 어길수는 없는 일이였다. 그리고 그 왜놈의 권총이 수많은 부모형제들은 물론이거니와 바로 자기를 죽이리라는것을 생각할 때 충진동무는 더욱 그것을 놓을수 없었다. 순간 그의 머리에는 고추가루주머니생각이 떠올랐다.

충진동무는 품속에 간직했던 고추가루주머니를 가까스로 꺼내서 독사같은 왜놈의 두눈에 쥐여뿌렸다. 바빠난 그놈은 충진동무를 잡았던 손을 놓고 눈을 붙잡고 돌아갔다. 이때 충진동무는 권총자루로 그놈의 대갈통을 까부셨다.

이런 일이 있은후 충진동무는 자기형 철진동무와 함께 연길유격대에 입대하였던것이다.

해가 서산머리에 기울어질무렵 망원초소로부터 로두구쪽에서 적《토벌대》놈들이 밀려온다는 전달이 왔다. 이《토벌대》는 순 왜놈부대였다. 놈들은 《군무 만기》가 되여 가족들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는데 로두구역에 당도하여 전달의 천보산전투소식을 듣자 가족들은 역에 남겨놓고 곧바로 천보산에로 달려든것이였다. 놈들은 《공산군과 싸워서 최후의 〈공훈〉을 세우자》는것이였다. 그때 놈들의 력량은 륙군이 100명, 해군이 100명, 공군이 100명하여 약 300명가량 되였다.

50명밖에 되지 않는 우리의 력량을 가지고 전투경험이 많은 놈들의 이 병력과 정면으로 싸운다는것은 아주 곤난한 일이였다. 그리하여 나는 우선 적은 인원으로 그놈들의 숙영지를 기습하여 일부 력량을 소멸하고 중무기를 파괴하며 적정을 정찰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그후에 우리의 주력으로 적을 소탕할 계획이였다.

습격조는 서너명으로 하는것이 좋았다. 왜냐하면 적숙영지가까이까지 접근하자면 고도의 은밀성을 보장하여야 하는데 그러자면 될수록 인원이 적어야 하였기때문이다.

습격조에 저마다 보내달라고 간청해나섰지만 그 청을 다 받을수는 없었다. 나는 그중에도 가장 용감하고 기습전에 경험이 많은 김충진, 감자린, 《제3보따지》(별호)세동무를 선출하였다.

나는 그들을 떠나보내면서 씩씩하고 미더운 얼굴들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 눈동자들은 전투임무를 원만히 수행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빛났다.

캄캄한 밤이였다. 산골짜기를 흘러내리는 물소리만이 소란스러웠다. 우리의 습격조원들은 물역의 무성한 나무숲속에 은페한채 맞은편 산등성이를 살피고있었다. 그 산등성이의 여기저기에는 우등불이 타고있었으며 천막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천막들속에 일본군들이 들어있는것이다. 천막들을 묵묵히 쏘아보던 충진동무는 부지중 《물을 건느자.》라고 말하면서 나무숲속에서 빠져나갔다. 그들은 돌들이 울퉁불퉁 깔려있는 골짜기물을 조용히 건너가고있었다. 옆구리에 잔뜩 달아맨 수류탄들이 발을 옮겨놓을 때마다 소리를 냈으므로 퍽 조심해야 하였다.

충진동무와 자린동무는 물역에 서있는 버드나무사이를 헤치며 뚝우에 오르고있었다. 그 뒤를 《제3보따지》동무가 따르고있었다. 그런데 기슭에 거의 나온 《제3보따지》동무가 발을 헛디뎌 그만 첨벙소리를 내면서 물속에 주저앉았다. 충진동무와 자린동무는 흠칫 놀라면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이때 산기슭 가까운곳에서 앙칼진 소리가 일어났다.

《다레까!(누구얏)》

그 앙칼진 소리는 재차 들리였고 뒤이어 말발굽소리가 일어났다. 적순찰대놈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할것인가?

충진동무는 자린동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말발굽소리는 점점 가까와왔다. 이윽고 충진동무는 허리춤에서 단도를 빼여들었다. 발견될 경우에는 소리없이 해치우자는것이였다. 그는 배밀이로 뚝우로 기여올랐다.

말을 탄 순찰대놈은 우리 동무들이 엎드려있는 바로 근방을 왔다갔다 하면서 무엇이라고 알지 못할 소리를 질렀다.

극도로 긴장된 눈초리들은 숲사이로 그놈을 쏘아보고있었다. 원쑤를 눈앞에 두고 그냥 엎드려있기란 어려운 일이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뛰여나가 그놈의 모가지를 비틀어죽이고싶었다. 그러나 그렇게는 할수 없었다. 맡겨진 임무는 그들에게 더욱 심중성과 참을성을 요구하였다.

한초 또 한초… 긴장된 순간이 흘렀다. 그런데 그놈이 충진동무의 앞으로 다가왔다. 《할수 없구나.》하고 생각한 충진동무는 비호같이 말우에 앉은 왜놈에게로 달려들어 그놈의 목덜미를 틀어잡고 기운껏 끌어당겼다. 놀란 말이 뒤발질을 하면서 맴돌이쳤다. 충진동무는 왜놈의 목덜미를 틀어잡은채 말이 돌아치는대로 매달려 돌아갔다. 자린동무와 《제3보따지》동무가 충진동무를 도우려고 달려왔다. 마침내 충진동무는 순찰대놈을 말에서 끌어내렸다. 그러나 이때 그놈은 최후의 발악으로 총 한방을 쏘았다. 총알은 누구에게도 맞지 않았으나 그 총소리로하여 사태는 아주 위급하게 되였다. 충진동무는 그 원쑤놈을 처리하고 다급히 전우들에게 지체말고 천막들을 기습하여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자고 말하였다.

습격조원들은 세 방향으로 나뉘여 천막쪽으로 뛰였다. 충진동무가 맨 우측의 천막근처에 접근했을 때이다. 천막안에서 놈들이 쓸어나오기 시작하였다. 충진동무는 놈들의 한복판에 수류탄을 연거퍼 던지였다. 저쪽에서는 자린동무가 천막들에 적탄통을 쏘아대고있었다. 이쪽저쪽에서 수류탄이 터지고 불길이 일어났다. 우리 용사들의 수류탄에 맞아 무리죽음을 당하는 놈들의 몰골이 불빛에 피끗피끗 보이군 하였다.

《옜다, 먹어라!》하고 저쪽에서 《제3보따지》동무가 수류탄을 연방 던졌고 적탄통을 쏘던 자린동무도 수류탄전을 개시하였다. 개울물소리만이 높던 이 산골짜기는 삽시에 폭음으로하여 뒤집힐듯 하였다.

얼마후 우리의 세 용사는 미친듯이 발광하는 놈들의 추격을 받으며 집결지점에 이르렀다. 그들은 숨돌릴사이없이 적의 추격을 피하여 산등성이를 톺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적탄이 윙윙거리며 그들의 머리우를 날아갔다. 그런데 이때 기를 쓰고 산등성이로 오르던 《제3보따지》동무가 땅에 엎드린채 일어나지 못하였다.

충진동무는 황급히 그를 둘쳐업고 등성이우로 올라갔다.

사실 《제3보따지》동무는 기습전을 할 때 이미 다리에 부상을 입었었으나 그때까지 알지 못하고있었다.

놈들은 검질기게 추격하여왔다. 100m에서 80m로 … 충진동무와 자린동무는 중상을 입은 전우를 번갈아업고 바위짬 나무숲을 헤치며 등성이를 가로타고 달리였다. 그러나 정황은 걷잡을수없이 위급해졌다. 등에 업힌 《제3보따지》동무는 숨가삐 웨쳤다.

《날 내려놔주. 마지막부탁이요. 아직 내게는 힘이 있소. 힘이 있단 말이요.》

그러나 충진동무는 생각하였다.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그를 내려놓을수는 없다. 심장이 뛰는 한 그와 함께 끝까지 가야 한다.)

이것은 유격대의 생활이 그들에게 심어준 고귀한 품성이였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사선을 뚫으며 등성이를 달렸다. 몇번을 엎어지고 딩굴었는지 모른다. 잡목들의 옹이와 가시덤불, 바위 등에 할퀴고 부딪치여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 원쑤들은 우리가 소수라는것을 알아차리고 더 집요하게 추격하여왔다. 그야말로 진드기와 같았다. 그놈들은 《항복하라.》고 소리를 치면서 달려들었다.

근 50m 가까이까지 놈들이 접근하여왔을 때였다. 충진동무는 마지막 남은 수류탄 한개를 놈들에게 내던지고는 부상자를 업고 앞에서 달리는 김자린동무에게 웨쳤다.

《조장동무, 부탁합니다.》그리고 충진동무는 자린동무가 무슨 말을 미처 하기도전에 번개같이 오던쪽과는 딴 방향으로 뛰기 시작하였다. 적을 딴데로 유인하자는것이다. 달리던 자린동무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왜놈들아, 유격대가 여기 있다.》어둠속에서 충진동무의 이런 목소리가 들리였고 귀에 익은 싸창소리가 울리였다. 그 소리를 들은 자린동무는 목이 꽉 메였다.

동지를 위하여, 련대를 위하여 서슴없이 위험의 길에 나선 충진동무의 큰 마음앞에 자린동무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만약 세 동무가 도중에서 다 지체한다면 련대는 중요한 정찰자료를 제때에 받지 못하게 될것이며 따라서 련대의 전투계획은 난관에 부닥치게 될것이다. 그러기에 충진동무는 전우들을 구원할뿐만아니라 한시바삐 그 정찰자료를 련대에 보내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적을 유인했던것이다.

등에 업힌 《제3보따지》동무도 《내려놔주!》하고 정신없이 부르짖었다. 자린동무는 그를 더욱 힘껏 추켜업으며 생각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한시바삐 련대에 정찰자료를 가져가자.)

그러나 자린동무의 발걸음은 나가지 않았다. 충진동무를 두고 련대에 돌아갈것을 생각하니 자린동무의 심정은 참으로 안타까왔다.

한편 전우들과 헤여진 충진동무는 《유격대가 여기 있다!》고 웨치면서 산발을 타고 달음질쳤다. 그 소리를 들은 왜군들은 미친개처럼 소리난쪽으로 쏠리였다. 그리하여 적탄은 충진동무가 달리는 산등성이에로 비발치듯 집중되였다. 캄캄한 밤이여서 나무그루에 머리를 부딪치고 낭떠러지에 허궁 떨어지면서도 충진동무는 결사적으로 달렸다. 그에게는 싸창과 보총이 있었다. 그는 자기가 위험에 빠지였다는것을 알고있었지만 놈들을 유인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계속 총을 쏘아가면서 자기의 방향을 적에게 알리였다. 충진동무는 여러곳에 부상을 당하였다. 그러나 굴할줄 모르는 충진동무는 이리떼처럼 밀려드는 원쑤들을 뒤에 달고 천보산의 험산준령을 오르내리였다.

어느한 산정에서였다.

출혈이 심하여 기진해버린 충진동무는 놈들에게 사면포위를 당했다. 적들은 충진동무가 엎디여있는 산정으로 기여오르고있었다. 그리고 놈들은 사방에서 《항복하라!》고 고함을 치면서 총질을 하였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이 순간에도 그는 오히려 태연하였다.

(죽어도 항복할수는 없다. 네놈들을 한놈이라도 더 많이 잡아야 하겠다. 형의 몫까지, 전우들의 몫까지… 이 왜놈들아, 내가 누구인줄 아느냐. 나는 김일성장군님의 전사다. 내가 거저 죽을줄 아느냐.)

충진동무는 놈들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탄알이 나가지 않았다. 이미 탄알은 떨어졌던것이다. 그러자 충진동무는 부상당한 다리를 가까스로 움직이며 어둠속을 더듬어서 바위돌을 찾았다. 바위돌을 그러안은 충진동무는 그것을 놈들이 기여오르는 산아래로 굴리기 시작하였다. 바위돌들에 얻어맞은 놈들이 비명을 올리였다. 지척을 분간할수 없는 캄캄한 밤이라 놈들은 바위돌이 어디서 굴러내리는지 몰라 쩔쩔맸다.

온몸이 찢기고 피투성이가 된 충진동무는 이를 갈며 바위돌을 굴리고 또 굴리였다.

적들은 비명을 올리면서도 발악적으로 다가들었다. 이제는 놈들의 숨소리마저 똑똑히 들려왔다. 충진동무의 두눈에선 불이 일었다. 그는 불사신마냥 바위돌을 부둥켜안고 원쑤놈들을 향하여 뛰여내려갔다. 내려가면서 그는 생각하였다.

(지금쯤은 전우들이 련대에 도착했으리라.)

자린동무가 부상당한 전우를 업고 련대지휘부가 있는 산골짜기에 당도한것은 밤이 퍽 깊어서였다.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 자린동무는 겨우 이렇게 말하였다.

《련대장동무, 명령대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충진동무가… 충진동무가 …》하고 헐떡이더니 그는 다음말을 잇지 못하고말았다.

《충진동무가 어떻게 됐어?》하고 나는 그를 부둥켜안으며 저도모르게 큰 소리로 물었다.

자린동무의 두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방울져내렸다. 나는 그것을 보고 모든것을 짐작하였다.

충진동무의 행방을 찾기 위하여 몇명의 대원을 급히 파견하였다. 그리고 적정을 파악하게 된 나는 부대를 인솔해가지고 화전현쪽으로 행군을 개시했다. 우리가 천보산줄기를 타고내리는데 새날이 밝아왔다. 산아래 어느 골짜기에서 아침식사를 끝낸 우리는 버젓하게 벌판길을 걸었다.

천보산등성이에서 이것을 내려다본 왜놈들이 급기야 우리를 추격하여왔다.

우리의 전술은 적을 유인하여 놈들을 유리한 지형에서 때려부시자는것이였다. 이 전술에 왜놈들이 걸려들었다. 우리의 이 전투계획은 충진동무를 비롯한 세 동무의 피어린 투쟁으로 얻어진 정찰자료에 근거하였다.

우리가 목적하던 흔들레판(사득판)이 나타났다. 그 너비는 5~6m가량 되였다. 우리는 사닥다리를 놓고 건넜다. 나는 우리 동무들이 다 건는 다음 사닥다리를 거두게 하였다. 흔들레판을 건느자 벌판은 약간 언덕이 졌는데 그 길이는 200~300m가량 되였다. 언덕마루에는 웅뎅이들이 여기저기 패여있었고 돌무더기도 몇군데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 매복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우리의 계획을 알리없는 적들은 먼지를 뽀얗게 일구며 벌판 한끝에서 가물가물 나타났다.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 동무들은 모두 충진동무에 대하여 생각하였고 복수를 결의하였다.

놈들이 흔들레판에 이르렀다. 250명가량의 순 왜놈들이였다.

원쑤들은 흔들레판주변에서 우글우글 뭉쳐돌아가고있었다.

참으며 벼르던 복수의 순간이 왔다. 이 순간을 위하여 우리는 얼마나 많은것을 참아야 하였던가. 한명의 전우, 그것은 적 만명과도 바꿀수 없는 우리의 귀중한 보배인것이다.

복수의 불벼락이 터지였다. 우리들은 이를 악물고 방아쇠를 당기고 또 당겼다. 우리의 기관총이 노호하였다. 적탄통을 쏘는 자린동무의 두눈이 증오와 복수로하여 타번지고있음을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놈들은 흔들레판에서 절반이상이나 즉사하였고 살아남은 놈들은 거의나 병신이 되였다.

후에 안 일이지만 이 일로하여 로두구역에서는 왜놈가족들의 대성통곡이 수일간 계속되였다고 한다.

며칠이 지났다. 충진동무의 행방을 찾으러보냈던 동무들이 돌아와서 이러한 보고를 하였다. …충진동무는 이 부근에 없었다. 며칠후에야 겨우 알아낸것은 거기서 퍽 떨어진 지점이였다. 그것도 그 지방 인민들을 통하여 알게 되였다. 인민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총소리가 온밤 그치지 않았댔수다. 우리는 그 총소리를 들으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수.…》 이튿날 이 고장인민들은 나무를 하는척하고 산에 올라가 골짜기와 등성이들을 돌아보았다. 산의 여기저기에 왜놈들의 철갑모와 배낭 같은것이 널려있었고 사격을 받아 넘어진 나무들이 부지기수였다. 움푹움푹 패여진데도 많았는데 그것은 수류탄이 터진 자리였다. 부락민들은 왜놈들의 철갑모를 증오에 찬 눈으로 한참씩 지켜보다간 분연히 달려가 그것을 냅다 찼다.

그런데 어느한 등성이에서였다. 바위옆을 지나던 부락민들은 가슴이 철렁하였다.

바위를 그러안고 돌처럼 굳어진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혁명을 위하여 목숨을 서슴지 않고 바친 항일유격대원 김충진동무였다. 부락민들은 용사의 고결한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친자식보다도 더 뜨겁게 그를 그러안고 흐느끼였다.

《우리는 그 사람을 영원히 잊을수 없소다. 우리도 그처럼 조선을 위해서 싸워보겠소다.》

부락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전우들은 모두 가슴이 메질듯 했다.

지금도 나는 그를 회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는 미제를 반대하는 조국해방전쟁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현명한 령도밑에 적후투쟁과 가렬한 1211고지전투 등을 지휘하였다. 이 전투들을 통해서도 우리 유격대원들이 바로 그러하였던것처럼 필승의 신념과 불굴의 투지를 가지고 자기의 몸으로 적의 화구를 막아 아군의 진격로를 개척한 공화국영웅 리수복동무를 비롯하여 수많은 우리 인민군전투원들의 조국애에 불타는 용감한 모습을 수없이 보았다. 조선인민군용사들의 이렇듯 강의한 의지와 힘의 원천은 우리 인민군대가 당의 무장대오이며 영광스러운 김일성동지 항일유격대의 혁명적애국전통을 계승한 바로 거기에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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