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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2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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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657회 작성일 19-11-0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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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4

 

장군님을 모신 식탁은 특별히 큰 원형식탁이였다. 갑작스레 음식을 차리여서 가지수는 많지 못했으나 정성을 기울인 정갈한 찬들이 식탁에 올라있었다. 두부랑 도라지나물, 버섯볶음에 공장에서 생산하는 곡주병도 얹혀있었다.

《장군님, 차린게 없습니다.》

당위원장이 어찌다 한번 장군님을 모신 식탁이 너무 초졸하여 송구스러워 하였다.

《이것도 요란합니다. 그런데 석로인이 왜 보이지 않습니까?》

장군님께서 식당안을 둘러보며 물으시였다.

석탄가루에 새까맣게 덞어진 옷을 입고 공장마당 한구석에서 미분탄을 다루는 석로인은 그 어떤 모임에도 끼우지 못하였다. 하물며 장군님을 모신 식당안에 옷도 몸도 석탄에 덞어져있는 그를 데리고올 생각은 누구도 할수 없었다.

지금 식당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일군들과 모범로동자들이였다.

《장군님, 석령감은 좀…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당위원장이 난처해하였다.

《그 로인님을 데려오시오. 이 공장의 좌상인데 그를 빼놓으면 됩니까? 로인이 올 때까지 기다립시다.》

당위원장이 할수 없는듯 출입문곁에 앉은 처녀에게 그를 데려오라고 하면서 손을 비비는 시늉을 하였다. 손을 씻겨서 데려오라는 신호였다.

장군님께서 자신의 곁에 석희년로인이 앉을 의자를 가져다놓게 하시였다.

얼마후 석희년로인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웃저고리는 누구한테서 얻어서 갈아입었으나 바지는 석탄가루가 새까맣게 묻은 헌 작업복 그대로였다.

《로인님을 여기로 모셔오시오.》

로인은 젊은이에게 이끌려 장군님곁으로 왔다.

장군님께서 로인의 손을 잡아 의자에 앉히시였다.

《로인님, 나는 오늘 이렇게 로인님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된것이 제일 기쁩니다.》

《장군님, 제 손이 어지럽습니다. 그리고 제 바지에 석탄이 묻어서 의자가…》

얼결에 의자에 앉았던 로인은 엉거주춤 일어나서 황공스러워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그가 앉았던 의자에 시꺼먼 석탄도장이 찍히였다.

《일없습니다. 석탄이 좀 묻으면 무어랍니까. 닦으면 되지요.》

그이께서 일어나서 로인을 부축여 앉히시였다.

이때 누구인가 물소랭이를 장군님곁에 가져다드리였다.

《소랭이는 왜 들여옵니까. 내가시오.》

장군님께서 낯빛을 달리하시였다.

《로인님, 나는 아까 보이라실에 갔을 때 로인님과 이야기하자고 불렀는데 로인님은 오지 않고 어디론가 가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무슨 노여운 일이 있는가 했습니다.》

《제가 귀까지 먹어놔서 무엄하게도 장군님께서 부르시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갔습니다.》

장군님께서 곡주병마개를 열고 놋술잔에 술을 부으시였다.

《로인님, 내가 붓는 술을 한잔 드십시오.》

《장군님, 제… 어찌…》

로인은 눈이 둥그래지며 다시 엉거주춤 일어섰다.

《로인님, 그러지 말고 어서 드십시오.》

장군님께서 그의 손에 놋술잔을 들려주며 말씀하시였다. 《로인님은 이 공장의 좌상이고 주인입니다. 로인님이 먼저 술을 들어야 젊은 사람들도 한잔씩 들고 밥을 먹을게 아닙니까.》

《장군님!》

오열을 터뜨릴듯 부들부들 손을 떨던 석로인은 그만 술잔을 떨어뜨렸다. 하얀 상보가 술에 흠뻑 젖어버렸다.

《상보가 젖어도 일없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다시 술을 부어 로인의 손에 들려주시고 식당안을 둘러보며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모두 석로인을 존경해야 합니다. 이 공장에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한 로인입니까. 로인의 귀가 어두워진것도 일본십장놈한테 매를 맞았기때문입니다. 로인님은 비록 늙었지만 큰일을 하고있습니다.

석로인이 충실히 원동기직장의 보이라를 보아주기때문에 원동기실의 타빈이 돌고 공장의 기계가 돌아갑니다.

누가 보건말건 알아주건말건 민주건국을 위해 수걱수걱 근실하게 일을 하시는 석로인이야말로 애국자입니다. 나는 오늘 여러분들이 전국의 모범이 되여 2. 4분기계획의 진격로를 열어주기를 바라서 찾아왔습니다. 생산투쟁에서의 성과와 석희년로인의 장수를 위해서 축배를 들고 식사를 합시다.》

모두가 박수를 치고 축배를 들었다.

석로인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어깨를 떨며 어린아이처럼 소리내여 흐느끼였다.

눈물을 모르던 로인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샘솟아올라 석탄때가 낀 두볼의 주름을 타고 우불구불 굴려내려 수염이 더부룩한 뭉툭한 턱에 모이였다가 뚤렁뚤렁 락수처럼 떨어졌다.

《장군님, 저는 이제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가슴에 맺혔던 설음이 다 풀렸습니다. 그전에 미국사람들은 저를… 검둥개라고 불렀디요. 일본공장주는 석탄이라고… 부르고… 저는 검둥개보다도 더 천대를 받았디요. 지금도 사람들은 저를 미분탄령감이라고 부르는데… 장군님께서만은 저한테…》

석로인은 점점 더 크게 어린아이처럼 소리내여 울었다. 식당안의 모든 사람들이 석로인을 업수이 여겼던 일들을 자책하고 반성하면서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장군님께서는 식사를 마치시고 지배인실에서 당 및 사회단체일군들과 담화하시고 이어 공장종업원들이 모인 종합사무실에 가시여 강령적인 연설을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부강한 민주주의완전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기 위하여 자립적민족경제의 토대를 튼튼히 축성하는 문제, 금년도 인민경제계획을 초과완수하기 위하여 애국적인 증산투쟁을 벌리는 문제, 나라의 주인인 로동자들을 우대할데 대한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강조하시였다.

《이 세상에서 기계를 만들고 집을 짓는 사람도 로동계급이며 천을 짜고 기름을 생산하는 사람도 다름아닌 로동계급입니다. 그러므로 로동계급이 응당 좋은 집에서 살아야 하며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우리는 로동계급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든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장군님의 이 뜨거운 말씀에 곡산공장로동계급은 일제히 일어나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김일성장군 만세!》의 환호성을 올리였다.

장군님께서는 곡산공장을 떠나실무렵 오천행을 따로 만나시여 전등알을 넣은 지함 3통을 주시였다.

《오천행동무, 나는 동양리 산골농민들의 집집에 이 전등알을 꽂게 될 날을 기다리겠소.》

불현듯 오천행은 뜨거운것이 북받쳐오르고 목이 꽉 메이였다.

장군님께서 산골마을발전소건설에 얼마나 마음을 써오셨으면 전등알지함까지 마련해놓으셨겠는가.

고콜불에 그을은 두메산골집들에 밝은 빛을 주시려는 장군님의 그 깊은 뜻을 알지 못하고 발전소건설을 뒤전으로 밀어놓은 자기야말로 용서를 받을수 없는 사람이였다. 그럼에도 장군님께서 벌을 주고 매를 안기실 대신 친히 몸가까이 불러주시고 이렇듯 크나큰 믿음과 사랑을 베풀어주시니 북받치는 격정을 누를수 없었다.

예로부터 의리는 산과 같이 무겁고 목숨은 깃털처럼 가볍다 하였으니 내 한몸 바쳐서라도 동양리 두메산골에 민주건국의 기념탑이 될 발전소를 세우리라!

허나 오천행은 장군님께 맹세의 말씀을 올리지 못하고 전등알지함을 부둥켜안은채 뜨거운 눈물만 흘렸다.

그때로부터 열흘후 4월 29일 김일성장군님께서는 평양곡산공장종업원들이 올린 맹세문을 받으시였다.

그들은 장군님께 맹세문을 올리면서 북조선의 전체 로동자, 사무원들에게 1947년도 인민경제계획을 넘쳐수행하기 위한 증산경쟁을 호소하였다.

김일성장군님께 올린 평양곡산공장종업원들의 맹세문이 로동신문에 소개되였다. 그 맹세문의 마지막문장은 이렇게 되여있다.

 

《우리의 존경하여 마지않는 장군님이시여!

우리들은 장군님의 두리에 더욱 굳게 뭉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을 위하여 용감한 투쟁을 전개할것을 굳게 맹세하나이다.

1947년 4월 29일

평양곡산공장 종업원대회 일동》

 

그때부터 북조선 각지 공장, 기업소들에서 서로마다 앞을 다투어 김일성장군님께 인민경제계획을 넘쳐수행할데 대한 맹세문을 써올리였다.

양덕발전소건설자들의 맹세문에는 오천행이하 전체 건설자들의 이름이 새겨져있었다. 아마도 모든 건설자들이 장군님앞에서 서명하는 엄숙한 심정으로 자기들의 이름을 각자가 자필로 새겨넣은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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