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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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 회)
제 3 장
4
김책이 장군님의 집무실에 도착한것은 낮 12시가 거의 되였을 때였다. 장군님께서는 계시지 않고 김종항서기가 김책을 기다리고있었다.
《장군님께서 무슨 일로 부르셨소?》
《성흥광산에 내려가 정준택동질 데려오시랍니다.》
김책은 잠시 어정쩡해있었다. 산업국장을 하던 정춘택이가 광산으로 내려간데는 복잡한 내용이 있었다. 그것은 장군님께서 장기출장중에 계실 때 일부 사대주의자들에 의해 비원칙적으로 진행된 간부사업이였다.
《장군님께서 간부사업이 대단히 문란하다고 하시면서 정준택동지와 그 가족들을 다 데려오시랍니다. 오늘은 쉬고 천천히 래일 떠나시랍니다.》
김책은 한층 더 의아해졌다. 천천히 래일 떠나라고 하시면서 왜 그리 급한 일처럼 부르셨는지 알수 없었다.
《장군님께서 그밖에 다른 말씀을 하신건 없었소?》
《없습니다. 그저 간부동지들의 건강때문에 걱정하셨습니다. 요즘 김용범, 안길동지들의 건강이 점차 나빠지고있는데 김책동지도 위병으로 신고하면서 무리하게 일을 하고있으니 걱정이라고 하셨습니다. 거기 탄광지배인을 통해 김책동지가 갱안에 들어간걸 아신것 같습니다.》
김책은 덤덤히 서있었다. 매일 아침이면 장군님께 찾아가 하루 일정계획을 말씀올리고 저녁이면 사업보고를 하는것을 철칙으로 삼고있는 김책은 이날 아침 사동탄광으로 간다는 말씀을 올릴 때 그저 지배인을 만나 명년도탄광생산계획을 토의해보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탄광사무실에 있겠다던 김책이 굴속에 들어갔다니 급히 불러내오신것 같았다. 김책은 장군님께서 자기를 정준택이한테 보내시려는것도 일에서 리탈시키려는것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종항이 하얀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들고오더니 원탁우에 놓인 사기고뿌에 기울이였다.
《그건 뭐요?》
《신젖입니다. 아침에 김정숙녀사께서 김책동지에게 드리라고 저한테 부탁하고 가셨습니다. 위가 약한분들에겐 생우유보다 신젖이 좋을것 같아 만들어보았다고 하시며…》
김책은 눈언저리가 뜨끈해져 말없이 고뿌를 들었다. 희고 걸죽한 신젖에서 풍기는 상긋한 향기가 코허리를 시큰하게 자극하였다.
《나는 매일 우유 한리터를 공급받소. 그러나 장군님께선 반리털 받으시오. 그나마 드시지 않고 이렇게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주시오.》
앞뒤의 이야기를 생략해버리고 하는 김책의 느닷없는 말이였으나 김종항은 그 말뜻을 충분히 리해하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몇달전에 한 일가분에게 젖소를 길러보라고 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시였다.
《나는 그전에 산에서 싸울 때 나라를 찾으면 우리 동지들을 푹 쉬우자고 했는데 정작 나라를 찾고 건국사업을 해보니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우리 동지들은 지금도 여전히 쉬지 못하고 매일 밤을 패워가며 일하고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날이 갈수록 그들의 건강이 나빠집니다.》
그래서 장군님께선 젖소를 길러 그들에게 우유를 공급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였다고 하시였다.
일가분은 그후 정성껏 젖소를 길러 젖을 짤수 있게 되였다. 그 보고를 받으신 장군님께서는 일가분에게 우유공급명세를 주시면서 매일 그대로 공급하라고 이르시였다.
일가분은 우유공급명세를 들여다보다가 놀라서 눈을 치떴다. 공급명세에는 김책 1리터, 최용건 1리터, 최현 1리터, 안길 1리터… 김일성 0. 5리터라고 씌여있었다.
그때로부터 김책은 매일 우유를 한리터씩 공급받고있었다.
장군님께서 간부들의 건강을 위해 온갖 대책을 다 세워주시고도 매양 마음을 놓지 못하시니 김정숙녀사께서 신젖까지 만들어보신것 같았다.
신젖병을 품에 안고 안길을 찾아가시는 녀사의 모습이 김책의 눈에 선히 어려왔다. 항일전쟁시기에 입으신 발의 상처가 아직 가셔지지 않았건만 녀사께서는 그 몸으로 보통강개수공사때에는 수십일이나 등짐을 지고 뛰여다니셨고 민주개혁을 비롯한 나라의 중대사가 벌어질 때에는 곳곳에 찾아다니며 군중속에 들어가 같이 일도 하고 정치해설사업도 하시였다. 그러시면서도 저택으로 찾아오는 수많은 손님들의 시중을 드시였다. 실상 건강을 돌보시고 쉬셔야 하실분은 장군님과 녀사이시였다.
김책은 김정숙녀사와 일가분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래년도인민경제계획에 우유생산을 비롯한 식료가공공장건설을 포함시켜야 되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고뿌를 한손에 든채 서기에게 물었다.
《장군님께선 어디에 가셨소?》
《아침에 국장들의 모임을 지도하시고 철도공장으로 가셨습니다.》
국장모임에서는 지하로동과 고열로동을 하는 로동자들의 식량배급과 로임을 높이는 문제, 유해직장 로동자들에게 영양제공급을 하는 문제들이 토의되였다고 한다.
《선거기권을 하겠다는 목사들에 대한 말씀은 없었소?》
김책은 그것이 지금도 마음에 씌였다.
《참, 철도공장에 들렸다가 장대재례배당으로 가시겠다고 했습니다.》
《장대재례배당?》
김책은 몸을 흠칫하며 눈을 치떴다. 장대재례배당에 가신다면 틀림없이 《예수의 계시문》과 관련되는 일이였다.
장군님께서 목사들을 만나시려는것이 분명하였다.
김책은 마음이 불안해져 신젖물고뿌를 내려놓고 서성거리였다. 《예수의 계시문》을 조작한 반동놈들이 매일과 같이 례배당을 지켜보고있을것 같았다. 그놈들이 무슨 험한짓을 할지도 모를 일이였다. 지금까지 반동놈들의 테로사건이 한두번만 있지 않았었다. 이해 1월 어느날 밤에는 장군님의 저택에 불질을 하러 온 놈들이 있었는가 하면 3. 1인민봉기 27주년 기념행사때에는 대낮에 만장판에서 주석단을 향해 수류탄을 던진 놈들까지 있었다. 그후 강량욱은 반동놈들의 습격을 받아 아들을 잃었었다. 이 모든 테로사건은 북조선이 잘되여가는것을 무서워하고 배아파하는 미군과 리승만반동무리들의 검은 줄을 타고 벌어지는 일이였다.
놈들은 북조선 각지에 특히는 당, 정권의 수뇌부가 있는 평양지구에 많은 간첩을 박아넣고 갖은 모략행위를 다하고있었다. 놈들은 11월 3일 선거를 파탄시키기 위하여 《예수의 계시문》만을 조작한것이 아니라 선거일에 검은 함에 표를 넣으면 삼년동안 액풀이 하지 않고도 마음 편히 잘 먹고 잘살게 된다는 미신적인 요설을 주민들속에 내돌리고있었다.
《장군님을 수행한 일군들이 많소?》
김책은 초조해하였다.
《김명준부관뿐입니다. 혹시 례배당엔 강량욱선생과 안신호녀사가 가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분들이 장군님의 지시를 받고 평양지구의 영향력이 있는 교직자들을 다 모이게 한것 같습니다.》
《서기동무도 답답하오. 그렇게 뻔히 다 알면서 장군님을 그냥 보내셨단 말이요?》
김책은 더 지체할수가 없었다. 그는 서둘러 자기 방으로 돌아가 보안국에 전화를 걸고 총총히 밖으로 나갔다. 장대재례배당으로 가려는것이다.
김책은 한달음에 장대재에 올랐다.
평양지구 교인들이 천당과 련결되여있는 성지로 여기는 《평양의 예루살렘》 장대재는 경상골에 솟아있는 언덕형의 산이였다. 오고가는 벌바람을 다 맞는 바람받이에 례배당이 서있었다. 안식일때마다 여기서 치는 례배당의 종소리는 멀리 평양벌 한끝까지 메아리쳐서 많은 시민들의 머리속에 예수의 존재를 느끼게 하였다.
생각밖에 례배당주변이 조용하였다. 이 괴괴한 정적이 김책에게 불길한 예감을 불러일으켰다.
김책이 례배당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마침 정문복도에서 자박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분홍빛가을외투를 입은 얼굴이 곱살한 30대초의 녀인이 걸어나왔다.
《례배당사람인가요?》
김책이 그 녀자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전 황금태(물엿)값을 받으러 왔댔는데 여기 목사님이 안계셔서… 장군님을 만나뵈오러 림시인민위원회로 갔답니다.》
그 녀자는 김책을 알아봤는지 몹시 긴장한 얼굴색이였다.
《동문 어디서 왔소?》
《곡산공장에서 왔습니다.》
《이름이 뭐요?》
김책은 이 시각에 례배당에 나타난 녀인을 심상치 않게 보았다. 그 녀자는 곡산공장 업무부 통계원이며 이름은 리은실이라고 하였다. 자기네 부장이 홍목사한테서 황금태값을 받아오라고 해서 왔댔다는것이였다.
김책은 이 녀자를 심부름시킨 업무부장의 이름도 깊이 새겨두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김춘선이라고 하였다.
김책이 례배당안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여기에 모였던 목사, 장로들이 장군님을 어찌 앉아서 맞겠는가 하며 림시인민위원회로 찾아갔다고 한다.
김책은 급히 림시인민위원회로 되짚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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