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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559] 그들은 존엄 속에서 죽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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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595회 작성일 23-10-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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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그들은 존엄 속에서 죽기로 결심했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민중항쟁은 해방전쟁으로 발전한다

2. 알아크사 홍수 작전의 전말

3. 이스라엘군을 기다리는 죽음의 함정

4. 날로 격화되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의 무력충돌


1. 민중항쟁은 해방전쟁으로 발전한다

“비록 군사력이 약해도 독립의지가 강한 민족이 끝내 승리했다는 것은 20세기 현대사가 잘 보여준다. 1973년 윁남에서의 미군 철수, 1962년 알제리에서의 프랑스군 철수, 그리고 2000년 남부 레바논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가 그러하다. 마찬가지로 하마스의 투쟁은 지금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결국 승리할 것이다. 역사는 그렇게 발전한다.”

이 인용문은 2002년 당시 하마스(Hamas) 지도자로 추대된 압들 아지즈 란티시(Abdel Aziz Rantisi, 1947~2004)가 가자씨티(Gaza City)에 있는 자택을 2002년 5월에 취재차 방문한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에게 남긴 말이다. 외과 의사이며 의대 교수였던 란티시는 1987년 12월 8일 제1차 민중항쟁(Intifada)이 일어났을 때, 의사직과 교수직을 버리고 투쟁의 불길 속에 뛰어들어 하마스를 조직한 창설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1987년 12월 8일부터 1993년 9월 13일까지 5년 9개월 동안 격렬하게 벌어진 제1차 민중봉기 속에서 조직된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의 새로운 정치군사조직이 하마스다.

미 제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했지만,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을 강점한 이스라엘 침략자들(Zionists)을 소멸하기 위해 이슬람 성전(聖戰, Jihad)을 수행하고,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식량, 교육, 의료, 주택을 공급하는 다와(Dawa)를 수행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정부다.

“하마스의 투쟁은 지금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승리할 것”이라는 신념을 안고 투쟁한 하마스 지도자 란티시는 2004년 4월 17일 승용차를 타고 가자씨티 거리를 지나던 중 이스라엘군 어파치 헬기(AH-64 Apache)가 기습 발사한 헬파이어 미사일(Hellfire Missile)을 맞고 현장에서 자기 아들과 함께 최후를 마쳤다. 란티시가 이스라엘군의 손에 무참히 살해된 때로부터 4년이 지난 2008년 12월 27일 제1차 가자전쟁(Gaza War)이 일어났다.

“하마스의 투쟁은 지금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승리할 것”이며, “역사는 그렇게 발전한다”라는 란티시의 말은 고난과 승리로 점철되어온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의 경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은 1987년부터 1993년까지 계속된 제1차 민중항쟁, 그리고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계속된 제2차 민중항쟁을 거치면서 더욱 강화, 발전되어 마침내 2008년 12월 27일 제1차 가자전쟁으로 폭발하였다. 제1차 가자전쟁은 2009년 1월 18일까지 3주간 계속되었다.

주목되는 것은, 간고분투하는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이 민중항쟁에서 해방전쟁으로 강화, 발전되었다는 사실이다. “역사는 그렇게 발전한다”라는 란티시의 말은 민중항쟁이 해방전쟁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제1차 가자전쟁이 종식된 때로부터 5년이 지난 2014년 7월 8일 제2차 가자전쟁이 일어났다. 1개월 2주간 계속된 제2차 가자전쟁은 2014년 8월 26일에 종식되었다. 제2차 가자전쟁이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에 주는 역사적 의의는, 하마스와 7개 교전 단체들이 결사항전을 벌인 끝에 사상 처음 이스라엘군을 물리치고 해방전쟁을 전술적 승리로 이끌었다는 데 있다. “역사는 그렇게 발전한다”라는 란티시의 말을 실감할 수 있다.

하마스의 군대인 이지 아띤 알까쌈 여단(Izz ad-Din al-Qassam Brigades, 이하 알까쌈여단으로 약칭, ‘알카삼’은 잘못된 표기)과 7개 교전단체의 전술적 승리로 제2차 가자전쟁이 종식된 때로부터 9년이 지난 2023년 10월 7일 제3차 가자전쟁이 일어났다.

2014년 제2차 가자전쟁에서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완전히 소멸하겠다고 하면서 가자지구(Gaza Strip)에 난입해 무고한 민간인을 살육하다가 알까쌈여단과 7개 교전 단체들의 반격을 받고 퇴각하였다. 그런데 이번 제3차 가자전쟁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알까쌈여단은 제3차 가자전쟁을 2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했다. 알까쌈여단 대변인 아부 오바이다(Abu Obaida)는 2023년 10월 12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2021년부터 이스라엘의 전략과 전술을 면밀히 연구하면서 10월 7일의 공격을 계획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라고 말했다.

알까쌈여단이 2021년부터 이스라엘의 전략과 전술을 면밀히 연구하면서 제3차 가자전쟁을 준비했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알까쌈여단은 2014년 제2차 가자전쟁에서 갱도 전법으로 이스라엘군에 커다란 타격을 가했다. 갱도 전법은 적진을 향해 파고 들어간 갱도에서 전투원들이 불시에 튀어나와 습격전을 벌이는 전법을 말한다.

제2차 가자전쟁에서 알까쌈여단의 갱도 전법으로 타격을 입은 이스라엘군은 2016년에 방벽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길이 65km, 높이 6m의 이 방벽을 ‘철의 장벽(Iron Wall)’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군이 3년 6개월 동안 11억 달러(1조5,000억 원)의 막대한 공사비와 140,000톤 이상의 철강재를 쏟아부어 ‘철의 장벽’을 구축할 때, 그들은 알까쌈여단이 장벽 밑으로 갱도를 파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땅속에도 지하 콘크리트 방벽을 설치했다. 지하 콘크리트 방벽의 깊이는 군사기밀이어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집트가 가자지구 국경선에 파놓은 장벽의 깊이가 땅속 18m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스라엘군이 파놓은 지하 콘크리트 방벽 깊이는 30m 이상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스라엘군은 길이 65km의 ‘철의 장벽’을 따라 150m되는 지점들마다 원격조종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400개소의 무인 감시탑을 세웠고, 원격조종 기관총을 설치한 400개소의 무인 화점(firing point)을 세웠다. ‘철의 장벽’은 2021년 12월에 완공되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알까쌈여단은 ‘철의 장벽’을 돌파해 적진 깊숙이 진격하는 작전방안을 2021년부터 연구하면서 제3차 가자전쟁을 준비하여왔음을 알 수 있다.

2. 알아크사 홍수 작전의 전말

2023년 10월 7일 오전 6시 30분 알까쌈여단의 기습공격으로 제3차 가자전쟁이 시작되었다. 알까쌈여단은 이번 기습공격을 ‘알아크사 홍수 작전(Operation Al-Aqsa Flood)’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군을 홍수처럼 쓸어버린다는 뜻이다. 실제 상황이 그러했다. 알까쌈여단은 ‘알아크사 홍수 작전’에서 박격포, 로켓포, 방사포 약 5,000발을 집중 발사했으므로, 홍수라는 작전명을 택할 만도 했다.

2023년 10월 7일 개전 시각에 알까쌈여단이 사거리가 50km인 까쌈(Qassam) 로켓포와 사거리가 75km인 파즈르(Fajr)-5 방사포로 기습타격한 대상들은 다음과 같다. 괄호안의 km는 발사점이 위치한 가자씨티 중심부에서 타격 대상까지 거리를 표시한 것이다.

1) 아쉬돗(Ashdod, 34km)

2) 게데라(Gedera, 45km)

3) 야브네(Yavne, 48km)

4) 레호보트(Rehovot, 50km)

5) 아쉬켈론(Askelon, 50km)

6) 팔마킴 공군기지(Palmachim Air Base, 53km)

7) 리숀 레지온(Rishon Lezion, 60km)

8) 밧 얌(Bat Yam, 60km)

제1차 타격으로부터 약 7시간 뒤 알까쌈여단은 사거리가 로켓포보다 더 긴 방사포 약 150발을 연속 발사하는 제2차 타격을 단행했다. 사거리가 75km인 파즈르(Fajr)-5 방사포와 사거리가 100km인 카이바르(Khaibar)-1 방사포로 타격한 타격 대상들은 다음과 같다.

1) 베이트 다간(Beit Dagan, 64km)

2) 기바타임(Givatayim, 70km)

3) 텔 아비브(Tel Aviv, 70km, 이스라엘 수도)

4) 알꾸트스(al-Quds, 80km, 예루살렘)

5) 헤르즐리야(Herzliya, 81km)

알까쌈여단이 이번 제3차 가자전쟁에서 사용한 까쌈 로켓포는 가자지구의 지하 무기공장에서 자체로 제작한 조야한 무기여서 사거리도 짧고 파괴력도 약하다. 파즈르-5 방사포와 카이바르-1 방사포도 오래전에 생산된 낡은 무기들이다. 까쌈 로켓포는 물론이고, 파즈르-5 방사포와 카이바르-1 방사포에도 유도장치가 없다.

알까쌈여단 포병들이 2023년 10월 7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7시간 동안 박격포, 로켓포, 방사포 약 5,000발을 퍼붓고 있었을 때, 이스라엘군 반항공부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스라엘군은 첨단 반항공망이라고 자랑하는 ‘철갑지붕’ 10개 포대를 이스라엘 전역에 배치해놓았다. ‘철갑지붕’ 1개 포대마다 반항공미사일 발사차량 4대가 배속되었고, 발사차량 1대에서 반항공미사일 20발을 쏠 수 있다. 그러므로 ‘철갑지붕’ 10개 포대는 반항공미사일 800발을 쏠 수 있다.

그런데 알까쌈여단 포병들은 로켓포, 박격포, 방사포 약 5,000발을 불우박처럼 퍼부었다. 그날 하루 동안 이스라엘군이 요격한 포탄은 약 800발이고, 얻어맞은 포탄은 약 4,200발이다. 첨단 반항공망이라고 자랑하는 ‘철갑지붕’은 조야한 무기라고 깔본 박격포, 로켓포, 방사포의 집중 공격을 막지 못해 와르르 무너졌다.

이스라엘군이 불우박처럼 쏟아지는 약 4,200발의 포탄을 얻어맞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알까쌈여단이 날려 보낸 소형 무인기들이 ‘철의 장벽’ 상공을 조용히 넘어 날아가 폭탄을 1발씩 투하해 무인 감시탑, 무인 화점, 이동통신탑을 속속 파괴했다. 그렇게 되자 이스라엘군은 눈과 귀와 손이 전부 마비되고 말았다. 지난 시기에는 조야하게 만든 방화 풍선을 이스라엘군 진영으로 날리던 알까쌈여단이 이번에는 폭탄을 탑재한 무인기를 날렸다.

소형 무인기들이 폭탄을 투하해 이스라엘군의 눈과 귀와 손을 전부 마비시키자, 알까쌈여단 공병들이 ‘철의 장벽’을 폭파해 커다란 파열구 29개를 뚫어놓았다. 그 직후, 어디선가 평토기(bulldozer)를 몰고 나타난 알까쌈여단 공병들은 장벽잔해를 밀어내면서 29개의 돌격로를 활짝 열어놓았다. 그러자 인근에 매복하고 있던 알까쌈여단 특공대원 2,000명이 차량들과 모터싸이클을 타고 번개처럼 돌격했다. ‘철의 장벽’을 파괴하지 못한 다른 지역에서는 알까쌈여단 특공대원들이 활공기(paraglider)를 타고 ‘철의 장벽’을 넘어갔다. 지중해 연안에서는 알까쌈여단 특공대원들이 쾌속정을 타고 돌진하면서 이스라엘 선박을 파괴하고 이스라엘 남부 해안에 기습 상륙했다.

알까쌈여단 특공대원들은 40mm 유탄발사기(PRG-7)와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군의 신형 전차와 신형 장갑차를 파괴하고, 이스라엘군 감시초소를 습격해 이스라엘군 병사들을 사살하거나 생포했다. 일부 알까쌈여단 특공대원들은 ‘철의 장벽’을 넘어 25km까지 진격했다.

알까쌈여단의 동시다발 기습공격을 받은 이스라엘군은 우왕좌왕하다가 개전 시각으로부터 1시간 10분이 지난 당일 오전 7시 40분에 비상경보를 울리고, 알까쌈여단이 ‘국경’을 넘어 공격하였다고 통보했다. 실컷 두들겨 맞고 우왕좌왕하던 이스라엘군은 개전 시각으로부터 무려 20시간 지나서 허둥지둥 반격에 나섰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스라엘군은 10월 7일 개전일부터 10월 12일까지 6일 동안 하마스의 전략거점이 있는 가자지구에 총 4,000톤의 폭약에 해당하는 폭탄 6,000발을 투하해 3,600개의 목표물을 닥치는 대로 파괴했다고 한다. 이것은 민간시설과 군사시설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폭격이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시설이나 민간인에게 사용해서는 안 되는 155mm 백린탄까지 쏘아대는 살육 만행을 저질렀다.

이스라엘군이 무차별 폭격을 계속할수록 인명피해를 입는 쪽은 알까쌈여단이 아니라 민간인들이다. 왜냐하면, 알까쌈여단은 가자지구 땅속에 건설된 갱도 안에 들어가 있고,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들은 지상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무방비 상태로 지상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자지구에 무차별 폭격을 감행하고 있다.

3. 이스라엘군을 기다리는 죽음의 함정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인근에 중무장한 병력 300,000명을 집결시켜놓고, 며칠 뒤에 총공격을 개시해 대규모 지상 작전을 벌이겠다고 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긴급히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난입해 지금 보다 더 극악한 전쟁범죄를 자행하는 것은 죽음의 함정 속에 제 발로 기어드는 꼴이다. 이스라엘군을 기다리는 죽음의 함정은 다음과 같다.

1) 알까쌈여단의 갱도전과 시가전

알까쌈여단이 2005년부터 파기 시작한 갱도의 길이는 480km다. 알까쌈여단은 서울에서 제주도 남쪽 서귀포에 이르는 먼 거리에 갱도를 파놓은 것이다. 갱도의 깊이는 지하 30m 이상이다. 그러므로 지금 가자지구 땅속은 거미줄 같이 연결된 갱도로 가득 차 있다. 갱도 출입구는 주택, 학교, 이슬람교 회당 같은 민간 건물 맨 아래층에 있으므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난입해도 갱도 출입구를 찾기는 어렵다.

알까쌈여단의 전투원들과 무장 장비는 전부 갱도 안에 들어가 있다. 갱도 안에는 알까쌈여단이 아직 사용하지 않은 비장의 무기도 있다. 레바논에 있는 하마스 외교국(NRA) 책임자 알리 바라카(Ali Baraka)는 2023년 10월 11일 로씨야 투데이(RT)와 대담하면서 알까쌈여단은 사거리가 10~250km에 이르는 각종 로켓포와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도장치가 있는 미사일이 갱도 안에 들어있다는 뜻이다. 그가 말한 사거리가 250km인 미사일은 이란혁명수비군이 알까쌈여단에 제공한 파테(Fateh)-110B 지대지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250km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살육 작전을 감행하면, 알까쌈여단은 이 미사일을 갱도에서 꺼내 발사할 것이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이 미사일에는 무게가 500kg인 고폭탄두가 장착돼있다. 알까쌈여단이 파테-110B 미사일을 다른 무유도 로켓포들과 함께 혼합 발사하면, 이스라엘군 ‘철갑지붕’을 뚫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전차와 장갑차는 파괴된 건물잔해를 비롯한 장애물이 많아 시야가 좁아지고, 기동 공간이 협소한 시가전에서 사용하는 무장 장비가 아니라, 기동전에서 사용하는 무장 장비다. 알까쌈여단은 가자지구 도로에 대전차지뢰를 매설해놓고 이스라엘군 전차와 장갑차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결사항전의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군이 전차와 장갑차를 몰고 가자지구에 난입하면, 도로 곳곳에 묻혀있는 대전차지뢰부터 제거해야 한다. 당연히 진격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사이에 알까쌈여단 전투원들은 곳곳의 갱도 출구들에서 튀어나와 대전차미사일과 유탄발사기를 발사하는 전방위 습격전을 전개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방위 습격전은 능동 방어 장치로 방호되는 전차의 전면이 아니라 방호장갑이 허술한 전차의 후면을 향해 대전차미사일과 유탄발사기를 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군 신형 전차를 얼마든지 격파할 수 있다. 방호력이 전차보다 약한 장갑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스라엘군은 알까쌈여단의 결사항전에 밀려 퇴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2) 하마스와 생사운명 같이하는 팔레스타인 민중

2023년 10월 13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 110만 명에게 24시간 안에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요아브 갈란트(Yoav Gallant)는 “목숨을 보전하고 싶거든 이스라엘의 경고를 들어라”라고 떠들어대면서 팔레스타인 민중을 위협했다. 그러나 2023년 10월 14일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Ismail Haniyeh)는 텔레비전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 땅에 남아있기로 결정했다”라고 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이 남쪽으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 언론매체 알자지라(Al Jazeera)는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폭격을 피해 수천 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남쪽으로 떠났지만, “대탈출(exodus)의 조짐은 없다”고 보도했다.

2023년 10월 15일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참혹하게 파괴된 가자씨티에서 평범한 주민 라미 스와일렘(Rami Swailem)은 취재기자에게 “우리는 우리 땅에서 뿌리가 뽑히고 멸절되고 있지만 우리는 존엄 속에서 죽기로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 가족을 포함해 이웃의 다섯 가족이 모두 아파트에 그대로 남아있겠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폭격을 받아 어느 순간 죽을지 모르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하마스와 끝까지 생사운명을 같이하며 존엄 속에서 죽기로 결심한 팔레스타인 민중의 정신세계, 죽음의 공포를 뛰어넘어 인간의 존엄을 택한 고결한 정신세계야말로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이 사상정신적으로 이미 승리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중의 머리 위에 폭탄을 쏟아붓는 극악무도한 군사 깡패들은 도덕적으로 패한 것이고, 존엄 속에서 죽기로 결심한 팔레스타인 민중들, 그리고 그런 민중들과 생사운명을 같이하는 하마스는 사상정신적으로 이미 승리한 것이다.

3)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을 지지하는 국제연대투쟁과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비난하는 국제여론

2023년 10월 11일 하마스 창설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칼레드 메샬(Khaled Meshall)은 10월 13일을 ‘성전의 날(The Day of Jihad)’로 선포하면서, 아랍과 이슬람 세계가 단결하여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을 위해 총궐기하자고 호소했다. 그 호소를 듣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서안지구(West Bank)에서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폭격 만행을 규탄하는 대규모 군중 시위가 벌어졌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시위군중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44명을 살해했다.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폭격 만행을 규탄하는 군중 시위는 서안지구에서 시작되어 들불처럼 번져갔다. 광장과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시위군중은 이스라엘 국기와 미 제국 국기를 불태우고,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면서 미 제국 대사관으로 행진했다. 이란, 이라크, 예맨,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같은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물론이고, 유럽 나라들에서도 군중시위가 벌어졌다. 미 제국 대도시들에서도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을 지지하는 군중 시위가 140여 건 벌어졌다. 서울에서도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을 지지하는 군중 시위가 벌어졌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난입하여 무고한 주민들을 살육하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규탄하고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을 지지하는 군중 시위와 국제연대투쟁이 세계적 범위에서 더욱 확산될 것이다. 사회관계망(social media)에서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규탄하는 국제여론이 폭발적으로 고조될 것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과 로씨야는 유엔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성토하면서, 이스라엘 지원을 중단하라고 미 제국을 압박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하마스가 정치적으로 승리하고, 이스라엘이 정치적으로 패하는 것이다.

4) 이란혁명수비군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

2023년 10월 12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Hossein Amir-Abdollahian) 이란 외무장관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Baghdad)를 급거 방문해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Mohammed Shia Al Sudani) 이라크 총리와 회담하였다. 회담에서 이란 외무장관은 팔레스타인에서 새로운 전선이 구축될 수 있다고 이스라엘에 경고했다.

2023년 10월 13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Beirut)로 급거 이동해 하싼 나스랄라(Hassan Nasrallah) 헤즈볼라 총서기와 회담하였다.

1985년에 창설된 이슬람 정당인 헤즈볼라(Hezbollah)는 베이루트에 본부를 두었는데, 헤즈볼라 산하 무장 조직은 65,000명의 전투원과 45,000발의 로켓포탄과 미사일을 보유했다. 레바논저항여단(Lebanese Resistance Brigades)도 헤즈볼라 산하 무장 조직이다. 2006년 7월 12일부터 8월 14일까지 1개월 동안 이스라엘과 치열한 격전을 벌인 헤즈볼라는 무장력이 강하고, 전투 경험이 풍부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이 강렬하다.

나임 까쎔(Naim Qassem) 헤즈볼라 부총서기는 2023년 10월 13일 베이루트 교외에서 1,000여 명의 군중이 모인 팔레스타인 민족해방투쟁 지지 집회에서 “우리는 완전히 준비되어 있고, 때가 오면 행동할 것”이라고 하면서 “헤즈볼라는 자기 임무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군중들은 “이스라엘을 공격하라”라고 화답했다.

이란 외무부 장관은 2023년 10월 14일 베이루트에서 카타르(Qatar) 수도 도하(Doha)로 급거 이동해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회담하였다. 회담 내용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 외무부 장관이 이라크 총리, 헤즈볼라 총서기, 하마스 정치지도자를 각각 만나 긴급회담을 연속적으로 진행한 것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난입해 지금보다 더 극악한 전쟁범죄를 자행하는 경우, 이란과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지원하기 위한 군사행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해준다. 아니나 다를까, 2023년 10월 14일 이란 외무장관은 카다르 도하에서 유엔 중동 특사를 접견하고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지상전까지 벌이면, 이란은 그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4. 날로 격화되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의 무력충돌

2023년 10월 7일 제3차 가자전쟁이 일어난 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 사이에서 날로 격화되는 무력 충돌 상황을 날짜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10월 8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지대로 로켓포 10발을 발사했다.

2) 10월 9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지대에 있는 이스라엘군 막사 두 개소를 로켓포와 박격포로 공격했다.

3) 10월 10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지대로 로켓포 15발을 발사했다.

4) 10월 12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지대를 포격하지 않았는데도, 이스라엘군 전투기들이 레바논 남부 지대 상공에 난입하여 위협 비행을 하였고, 이스라엘군 반항공미사일부대가 레바논 남부 지대를 향해 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수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공항과 수리아 북부 알레포공항에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해 활주로를 파괴하였다.

5) 10월 13일 레바논에 주둔하는 알까쌈여단 전투원 3명이 레바논-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로 침투하려다가 이스라엘군과 총격전을 벌이고 퇴각했다. 이스라엘군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 남부 지대를 포격해 레바논군 초소를 파괴했다.

6) 10월 14일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육해공군이 통합되고 조율된 공격을 가자지구에서 전개하는 작전계획을 실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라고 하면서, “우리의 목표는 하마스와 테러 조직의 행정 능력, 군사능력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그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지대를 포격했고, 헤즈볼라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북부 지대에 있는 이스라엘군 5개 진지를 포격했다. 포격전은 1시간 이상 계속되었다. 이스라엘군은 수리아 북부에 있는 알레포공항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10월 12일에 이어 또다시 활주로를 파괴했다.

7) 10월 15일 이스라엘 육군 수석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의 작전목표가 하마스를 궤멸시키고 하마스 지도자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레바논에 주둔하는 알까쌈여단 전투원들은 레바논-이스라엘 국경장벽을 폭파하고 이스라엘 영토 안으로 진격했으나 이스라엘군 헬기의 공습을 받고 사망했다. 헤즈볼라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북부 지대에 미사일을 발사해 1명의 사망자와 여러 명의 부상자가 났다. 이스라엘군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 남부지대를 폭격했다. 같은 날, 수리아에 주둔하는 이란혁명수비군 전투부대가 이스라엘과 가까운 지역으로 긴급히 이동 배치되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난입해 지금보다 더 극악한 전쟁범죄를 저지를 날이 머지않았다. 이스라엘군은 포병부대가 가자지구에 무차별 집중 포격을 가하고, 이스라엘군 전투기들이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발사해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가운데 전차부대, 특공대, 공병부대, 보병부대가 전투헬기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무인정찰기를 앞세우고 가자지구에 난입하는 살육전 준비를 끝내고 공격 명령을 대기하는 중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난입해 살육 작전을 시작하기 위해 적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현장에서 무조건 사살할 수 있게 교전규칙을 변경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난입해 대량 살육 전쟁범죄를 저지르면, 이란, 헤즈볼라, 수리아가 하마스를 도와주기 위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고, 이라크가 후방에서 지원해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제3차 가자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다. 1973년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계속된 제4차 중동전쟁 이후 50년 만에 제5차 중동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로씨야-우크라이나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제5차 중동전쟁이 일어나면, 미 제국의 전쟁수행력은 세계 각지로 분산될 것이고, 중국은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만해방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일어나면, 조선의 ‘남반부해방전쟁’도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되어 있다.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오늘의 국제정세는 반제국주의 전쟁의 거센 물결이 유럽 전선에서 중동 전선을 거쳐 동아시아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대의 징조가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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