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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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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147회 작성일 19-11-0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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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5

 

김책은 땅거미 지는 창밖을 내다보며 장군님을 만나뵈올 시간을 기다리고있었다.

20여일동안 38도선지구에 나가 저수지공사를 지휘하고 돌아온 그는 지금도 사방에 붉은기를 꽂아놓고 징, 꽹과리를 두드리며 저수지복구공사를 벌리고있는 수천명 로동군중의 들끓는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38도선이 지나간 연백지구논벌의 생명수인 구암저수지와 례의저수지는 지난해 여름 심한 홍수피해를 입어 여태 남연백지구에는 물을 보내주지 못하고있었다.

그래서 남연백지구 농민들은 올해 영농기가 다가오면서부터 전전긍긍하게 되였다. 이 실태를 료해하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평양곡산공장 종업원들의 맹세문을 받으신 4월 29일 바로 그날 물때문에 절망의 눈물을 흘리고있는 남연백지구 농민들을 위해 구암, 례의 저수지복구공사에 착수할데 대한 지시를 내리시고 수많은 공사비와 세멘트 그리고 천여명의 로력을 나라에서 대주도록 은정어린 조치를 취해주시였다. 사실 이것은 힘겨운 일이였다. 하지만 장군님께서는 지시문에서 공사를 빨리 다그쳐 모내기철전으로 남연백지구에 물을 보내줄데 대한 문제를 특별히 강조하시였다. 이 소식을 전달받은 남연백지구 농민들은 환희와 감격으로 들끓었고 저저마다 《김일성장군 만세!》를 부르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였다.

그때로부터 20여일밖에 되지 않았으나 지금 복구공사는 벌써 완공단계에 이르러 며칠후에는 남연백지구로 생명수가 흘러갈수 있게 된것이다.

남연백지구 농민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동안 미군정과 남조선반동들의 엄격한 감시로 하여 공사장에 가보지도 못하고 일손을 도와주지도 못하였다. 구암, 례의 저수지의 덕을 보는 몽리면적의 60프로이상을 남연백지구가 차지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놈들은 한푼의 공사비도 내지 않은것은 물론 붉은물이 든다고 하면서 남조선농민들에게 로력지원조차 못하게 강박하였다.

그뿐이 아니였다. 놈들은 8. 15해방이후부터 오늘까지 전기세를 그렇게 했던것처럼 남연백지구 농민들한테서 매달 고률의 물세를 받아먹으면서도 물을 보내주는 북조선에는 1전의 돈도 바치지 않았다. 참으로 놈들은 너무도 철면피하였다.

김책은 이 사실을 장군님께 자상히 보고를 올리고 놈들의 철면피성을 폭로하는 《백서》같은것을 발표할데 대한 의견을 제기할 작정이였다.

8시가 지나자 김책은 장군님께 찾아가려고 옷매무시를 바로하고 사업수첩을 집어들었다. 때마침 전화종이 울리였다. 뜻밖에도 허가이한테서 걸려오는 전화였다.

《한가지 신중히 토론할 문제가 생겨서 전화로 실례합니다. 황해도 저수지공사장에 갔다가 오늘 왔다면서요?》

허가이는 깍듯한 경어로 례절을 지켜 물었다.

《예, 한 스무날 바람을 쐬고 왔습니다.》

《김책부위원장한테 부담이 큽니다. 당중앙위원회와 인민위원회에는 이름만 걸어놓은 상징적인 인물들이 몇명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김일성장군님은 물론 우리들에게도 부담이 많아집니다. 황해도쪽에서 계획이 제대로 되는가요? 2. 4분기도 절반이상 지나갔습니다.》

허가이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실려있었다. 침울하게 앉아있는 허가이의 얼굴이 눈에 보이는듯 했다.

《조직부장동무, 마음을 놓으시오.》

김책은 웃음기를 띠고 말하였다. 《평양곡산공장에서 인민경제계획수행을 위한 애국주의증산경쟁을 호소한 이후 전국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2. 4분기는 확고합니다.》

《2. 4분기엔 말썽이 없어야겠는데…》

허가이는 믿지 못해하는 말투로 중얼거리고는 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오기섭동무때문에 부위원장동물 찾았습니다. 그 사람도 2. 4분기계획을 위해 현장지휘를 한다면서 평남도 탄광지구를 돌아다니더니 또 재구지를 쳤습니다. 인민들로부터 신소가 들어왔습니다. 부위원장동무의 산하에 있는 국장이 일을 저질렀으니만큼 알아두어야 할것 같아 알려드립니다.》

김책은 잠시 잠자코있었다. 오기섭이 무슨 일을 또 저질렀단 말인가? 그 사람이야말로 해방직후부터 오늘까지 무시로 비정상적인 발언과 만화적인 행동을 하여 사람들을 아연케 한 일군이였다. 해방직후 북조선에서 일체 사적소유를 철페해야 한다면서 공농쏘베트요, 아르쩰리요, 대꼼무나요 하고 헵뜬 소리를 줴친 사람이 오기섭이였고 토지개혁당시에 청산된 지주도 본인이 요구하면 자기 마을에서 이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정치적인 혼란을 일으킨 사람도 오기섭이였다. 공청을 민청으로 개편할 당시 《청년운동의 퇴보》니 《우경화》니 하면서 공청을 절대로 해산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제일 큰 목소리로 소동을 일으킨것도 오기섭이였다. 때로는 왼쪽으로, 때로는 바른쪽으로 종잡을수없이 왔다갔다하던 그가 지난 3월에는 우리 나라 국영기업소지배인과 로동자사이에도 자본주의사회의 공업주와 로동자의 관계처럼 계급적대립관계가 있다고 하는 황당한 글을 신문에 실어 신문회수사업을 벌린 일까지 있었다.

오기섭은 그 글에서 로동자들이 인민정권을 반대하여도 좋다고 하면서 직업동맹이 마치도 로동자와 인민정권사이의 《모순》을 해결하고 조절해주는 조직처럼 서술하였다.

《그래 오기섭동무가 평남도 탄광지구에 나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요?》

김책은 걱정스레 물었다.

《공부를 끝내고 농촌협조를 다니는 어린 학생들을 굴속에 집어넣었다고 합니다.》

《굴속에 집어넣다니요?》

김책은 무슨 말인지 리해되지 않아 어정쩡해졌다.

《개인농들을 협조할것이 아니라 로동계급을 도와주라고 하면서 이제 열두세살되는 어린 학생들까지 탄광굴속에 집어넣었다는거지요. 내가 그전에도 말한바 있지만 정신분렬증환자같은 사람이 어떻게 북조선공산당중앙조직위원회 비서자리에까지 올라앉구 정치리론가로 소문을 냈던지 도저히 리해가 되지 않습니다. 장군님께서 얼마나 속이 타시겠습니까?

부위원장동무가 신소처리를 해야겠습니다.… 다음 둘째로, 지난해 서울에 나갔다가 들어온 김광진, 리문도들을 반신반의하면서 그들을 검토해봐달라는 의견들이 자꾸 제기됩니다.》

수화기에서 허가이의 한숨소리와 기침소리가 뒤섞여 울려나왔다.

김책은 반사적으로 이마를 찌프리였다.

서울에 나갔다가 온 김광진이와 리문도에 대해서 무엇을 반신반의한단 말인가?

김광진으로 말하면 지난해 7월 종합대학창설을 앞두고 교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김일성장군님의 위촉장을 가지고 서울에 나갔던 사람이였다. 그때 서울거리에는 북조선공산당으로부터 모종의 임무를 받고 입경한 김광진을 체포하라는 글이 곳곳에 나붙어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독기어린 눈들이 서울거리를 뒤지고있는 삼엄한 경계망안에서도 맹활약을 하여 수십명이나 되는 교원, 학자들을 북조선으로 데리고왔었다. 그리고 리문도도 지난해 봄에 남조선에 나가 인천기계제작소에 사장되여있는 스라스트베아링 전량을 다 가지고와서 전력생산을 보장한 기술일군이였다.

장군님께서 애국자들이라고 여러번 치하하신 이들에 대해 무엇을 문제시하는가?

얼마간 잠잠해있던 수화기에서 허가이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나왔다.

《유진오라고 김광진의 딱친구가 지금 서울법정대학 학장을 하고있다는데 대자산가의 아들인 그자는 철저한 반쏘반공분자라고 합니다. 그를 알아보려면 그의 친구를 알아보라는 말이 있지요.》

허가이는 이러면서 김광진이 서울에 들어갔을 때 일제시기 왕수복이와 의자매를 맺은 x언니인지 y언니인지 하는 경향성이 나쁜 녀자의 집에 은거하여 활동한 사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크게 의문부호를 치고있다고 하였다.

종합대학 물리수학학부장 도상록이도 김광진이와 가까운 사이인데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가르치면서 묘한 방법으로 쏘련에서 나온 사람들을 비난한다는것이였다. 뉴톤의 고전물리학에 굳어진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의 현대물리를 리해하지 못하는것처럼 우즈베크출신의 쏘련간부들이 장군님의 뜻을 리해하지 못한다는 말을 해서 학생들로부터 신소가 들어왔다고 했다.

《그 사람은 물리나 배워줄거지 무슨 쓸데없는 나발을 부는가 이겁니다. 사람들을 색안경으로 들여다보는 협애한 인간들에 대해서는 나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로부터 신소가 들어오니만큼 신중히 참고해야 된다고 봅니다. 리문도는 또 어떤 사람인가요?

김책부위원장이 어째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 사람들을 중요위치에 앉히도록 천거하고 내세우는지 모르겠다고 자꾸 조직부에 신소들을 하는데 정말 머리가 아픕니다.》

김책은 송수화기를 내려놓고싶었으나 애써 흥분을 누르며 조용히 물었다.

《조직부에 신소한다는 사람이 누구요?》

《거 뭐 그쯤 알아두고 기분이 나쁘겠지만 참고하십시오. 어쨌든 오기섭동무에 대해서는 엄중히 취급해야 할것 같습니다.》

그들의 전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김책은 기분이 산란해졌다.

얼마후 김책은 장군님께 사업보고를 올리면서 오기섭의 문제를 제기하였지만 김광진, 리문도, 왕수복에 대해서는 구태여 화제에 올리지 않았다. 그것은 더 론의할 필요도 없는 일이기때문이였다.

김책은 미군정과 남조선반동들이 구암저수지공사에 지원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를 놀고있다는것과 남연백지구농민들한테서 고률의 물세를 받아먹으면서도 여태 단 한번도 북조선에 물세를 바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도 자상히 말씀올리였다.

장군님께서는 그동안 휴회상태에 있던 쏘미공동위원회가 조만간 재개될것 같다고 하시면서 그것이 재개되면 전기대가부채문제를 가지고 북남경제회담을 가지자고 하시였다.

《그때에 물세문제도 제기합시다. 그리고 오기섭의 문제는 우리가 수습할테니 부위원장동문 아무 걱정말고 좀 쉬여야겠습니다.》

며칠후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북조선인민위원회 제39차회의를 소집하시였다. 이 회의에서는 인민정권이 농업부문을 옳게 지도할데 대한 문제가 중요하게 토의되였다. 장군님께서는 이날 회의를 결속하실 때 북조선인민위원회 책임일군들이 래일 오후 한나절이라도 평양시 북구 미림벌에 나가 모내기를 도와주자고 하시였다.

회의에 참가하였던 평남도인민위원회 위원장 리주연은 회의가 끝나기 바쁘게 미림리에 달려가 그곳 일군들과 함께 장군님을 모시고 진행할 《시앙식》준비를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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