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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4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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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102회 작성일 19-11-1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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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 장

3

 

수풍발전소 야간경비원 강치만은 벌써 한달째 경성군 온포료양소에서 매일과 같이 온탕을 맞으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김일성장군님께서 1946년 10월 10일 수풍발전소를 현지지도하신 이후부터 무상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한 강치만은 한달전에는 직맹에서 장기료양권을 주어 지금 온포료양소에서 료양을 하고있었다. 지난 1년동안 용한 고려의사한테 뜸과 침구치료를 받아 그의 몸은 기적적으로 거의 원상회복에 들어서고있었다. 이제는 한쪽다리를 약간 살룩거릴뿐이여서 누구도 그를 불구자로 보지 않았다.

6월 5일 아침이였다.

강치만이 양말을 사려고 근처에 있는 소비조합상점에 들어가보니 많은 고객들이 여러가지 상품을 사들고 좋아서 웃고 떠들었다. 상점에 들어서는 사람들마다 매대 뒤벽에 써붙인 글을 보면서 기뻐하였지만 아직도 까막눈인 강치만은 무엇때문에 그리들 좋아하는지 알수 없었다. 그렇다고 물어보기도 부끄러운 일이여서 옆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였다.

얼마후에야 그는 매대 뒤벽에 《상품가격들이 대폭 인하되였습니다. 6월 1일부터 인하된 가격으로 상품을 팔아드립니다》라는 글과 함께 인하된 상품가격들이 나붙어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지난 3월과 4월에 280여종의 상품들이 대폭 인하되여 북조선 각지가 명절기분으로 흥성거리였는데 두석달 지나 또다시 상품가격이 인하되였다니 강치만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매대앞에 늘어선 손님들은 인하된 물품가격들을 보고는 돈지갑들을 열고 저마끔 물건들을 청했다. 서른대여섯 났음직한 남자판매원은 이쪽저쪽으로 뛰여다니며 쩔쩔맸다.

《고무신값은 절반이나 내려갔소. 실루 아심찮소.… 천값두 푹 떨어졌음메.》

류달리 목청이 높은 50대초로 보이는 농촌녀인이 깜장녀자고무신 두컬레와 명주천 한자를 사서 보자기에 싸넣고 매대에서 물러나며 성수가 나서 떠들어댔다. 그는 소비조합마당으로 나와 보따리를 들메나무밑에 내려놓더니 《얼씨구 절씨구 로동당 좋을시구.》 하고 두팔을 휘저으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당으로 지나가던 사람들이 반죽좋은 녀인의 익살스러운 춤가락과 노래소리에 발을 멈추고서서 재미스럽게 구경하였다.

강치만이도 자주색면양말 한컬레를 사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좋지, 좋아!》

흰 조선바지저고리에 백고무신을 신고 파란 대님을 맨 중늙은이 하나가 소리치며 춤판에 끼여들었다. 령감로친이 서로 어깨를 바싹 붙이고 일부러스럽게 추파를 던지며 《좋지 좋아, 얼씨구 좋아.》 하고 소리를 먹이고 받으며 너스레를 떨어 상점마당은 웃음판으로 되였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춤판에 끼여들기 시작했다. 옆집에서 가지고 나왔는지 누구인가는 양푼을 두드려대며 어깨를 들썩거리였다.

춤판이 한창 고조되고있을 때 마당가 길목에 서있던 사람이 《김일성장군님이 오신다.》 하고 소리쳐서 강치만은 눈이 둥그래서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뻐스정류소어방에 자동차 한대가 서있었다.

회색양복에 중절모를 쓰신분, 틀림없는 김일성장군님께서 소비조합마당을 향해 걸어오고계시였다.

김일성장군 만세!》

만세의 함성이 터져올랐다. 강치만이도 목청껏 만세를 웨쳤다.

이날에 상점에 온것은 정말로 행운중의 행운이였다. 얼마나 뵙고싶던 김일성장군님이신가.

강치만은 아직 장군님을 직접 몸가까이에서 만나뵈온적은 없었다. 잊을수 없는 1946년 10월 10일 장군님께서는 수풍려관에서 점심을 드실 때 강치만을 찾으시였으나 그 시각 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수풍면 정미소에 가있었다. 자기가 가꾼 뙈기논의 벼를 정미해서 장군님의 진지상에 올리고싶어서였다. 그리고 그때는 한쪽팔다리를 못쓰는 루추한 불구의 몸이여서 감히 장군님앞에 나설 엄두를 못 냈었다.

장군님께서 삭주군을 다녀가신 후 몇달이 지나 압록강려객선과 소형기계배, 발동기뽀트들이 여러대 내려와서 지금 압록강연안사람들은 강물을 타고 도소재지에 자주 다니고있고 수풍호에서 배놀이도 하고 물고기도 잡으면서 즐거운 생활을 하고있었다. 강치만은 그 모든것을 장군님께 아뢰이고싶었다.

강치만이 서있는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추신 장군님께서는 환성을 올리는 자연군중을 향해 정답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시였다. 강치만은 《제가 강치만입니다. 장군님의 은덕으로 이렇게 건강해졌습니다.》 하고 인사를 올리고싶었으나 가슴이 두근거려 나서지 못하였다.

장군님께서는 벌써 상점안으로 들어가시였다. 강치만은 급히 그이를 따라들어갔다. 매대앞에 서있던 고객들이 그이를 우러르며 감격하여 어쩔바를 몰라했다.

그이께서는 인사를 드리는 판매원에게 《수고합니다. 소비조합상점구경을 왔습니다.》 하고 소탈하게 웃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뒤벽에 붙어있는 상품인하가격표를 하나하나 뜯어보시였다.

《그래 물건값이 내려가니 좋습니까?》

장군님께서 상품을 들고 서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으시였다.

《장군님, 기쁜 마음이야 더 이를데 있겠습니까. 헌데 자주 상품가격을 인하시키구 로임은 올려주니 나라가 손해를 보지 않는가 하는 걱정이 생깁니다.》

한 중년사나이가 황송스러운 몸가짐을 하고 말씀올리였다.

《나라가 손해를 볼것 같다? 아니요, 나라도 리익을 보고 인민들도 리익을 보고있습니다. 이게 다 1947년도 인민경제계획을 넘쳐수행하고 계속하여 1948년도 1. 4분기계획을 초과수행한 덕입니다. 인민들자신의 덕입니다. 그러나 아직 인민들의 생활이 넉넉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상품도 부족한것이 많습니다. 그러니 지금 여러분들중에도 돈이 모자라 물건을 못 사거나 반대로 필요한 물건이 없어서 못 사는분들이 있을 겝니다.》

장군님께서는 상점안에 진렬된 물품들을 찬찬히 더듬어보시더니 면천이 적다고 하시였다. 농촌에서는 비싼 모직천이나 비단천보다는 값이 눅고 쓰기도 편리한 면천을 더 요구할것이라 하시고 《어떻습니까? 면천이 요구되지요?》 하고 전이 넓은 농립모를 쓰고 서있는 남자에게 물으시였다. 그는 얼른 농립모를 벗어 량손에 들며 정중히 대답을 올리였다.

《그렇습니다. 농촌에서 아깝지 않게 입고 쓰는게 면천이옵니다. 그저 그만입니다.》

(어쩌면 장군님께서 그처럼 세심하실가?)

강치만은 감동을 금치 못하며 줄곧 그이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였다.

《소비조합에선 인민들이 어떤 상품을 요구하는가를 알아보아 주문도 하고 수매사업도 해야 합니다. 저기 있는 호미와 낫을 좀 봅시다.》

장군님께서 농기구 진렬장을 가리키시였다. 판매원이 호미와 낫을 골라서 가져다드리자 그이께서는 호미날을 손으로 만져보시였다. 날이 거칠고 둔하고 윤기가 없었다. 호미자루, 낫자루도 맵시가 없고 투박하였다.

《이런 농기구는 농민들이 사가지 않습니다. 국가상점에 인민들이 요구하는 상품이 없거나 질이 나쁘면 개인상점과 장마당으로 갈것입니다. 인민들이 요구하는 질좋은 상품을 많이 확보해놓아야 간상배들의 모리행위를 막을수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소비조합상점에는 식기, 성냥, 담배를 비롯하여 농민들이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상비상품들을 떨구지 말아야 한다고 하시였다.

《특히 화학비료판매를 잘하여야 합니다. 화학비료를 쌀과 교역할 농민들은 쌀과 바꾸게 하고 쌀을 당장 내기 곤난한 농민들에게는 가을에 가서 받기로 하고 대여해주어야 합니다. 비료이자 쌀이니 농민들에게 비료공급을 잘해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매대 한쪽구석에 놓인 나무통을 띠여보시고 그 통안에 뭐가 있는가고 물으시였다. 판매원이 당황한 기색을 띠며 마른 명태가 있다고 하자 《하나 좀 꺼내시오. 봅시다.》 하고 손을 내미시였다. 판매원은 잠시 주밋거리다가 마른 명태를 꺼내여 그이께 드리였다. 부실부실 마른 가루가 떨어지는 대가리와 지느러미를 만져보시던 그이의 안색이 흐려지시였다.

《보관관리를 왜 이렇게 했습니까?》

《명태가 흔한 바다근처라 잘 팔리지 않습니다. 오래동안 체화되다보니…》

판매원은 죄송스러워 두손을 맞잡고 머리를 숙이였다.

《팔리지 않는다고 망탕 건사하면 됩니까. 이런 명태를 누가 사겠습니까. 이것을 매대에 내놓는것부터가 인민들에게 불손한 행동입니다. 도와 군의 일군들에게도 잘못이 있습니다. 상품보관관리사업을 잘하도록 일상적으로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명태가 체화되기 전에 앞지대에 수송하면 잘 팔릴수 있었습니다. 내륙지대 산골농민들은 명태가 없어서 못 먹습니다.

상업일군들이 일을 깐지게 하지 않으니 아까운 명태를 못쓰게 만들었습니다. 어부들의 수고를 생각해서라도 그러면 안되지요.》

장군님께서는 밥을 먹을 때에는 농민들을 생각해야 하고 물고기를 먹을 때에는 어로공들의 수고를 잊지 말아야 하며 식칼 하나를 써도 용해공들과 철공소로동자들을 생각할줄 알아야 한다고 하시였다.

《상품보관관리사업을 잘해야 합니다. 이 모든 물건이 거저 나온게 아닙니다. 자그마한 물건 하나도 정성스레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인민들이 조그마한 흠집도 없는 좋은 상품을 사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민의 사랑을 받습니다. 인민의 사랑을 몇백만금의 돈에 비기겠소. 그렇지 않소, 판매원동무?》

《장군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판매원은 눈자위가 불깃해지며 목메인 소리로 대답을 올리였다.

《충실한 인민의 봉사원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나도 물건을 하나 사가지고 갈가? 경성도자기가 유명한데 저 꽃병 두개와 학습장 다섯권을 주시오.》

장군님께서는 하늘색바탕에 붉은 장미꽃을 새긴 꽃병과 펜대와 잉크병이 그려있는 학습장을 가리키시였다. 판매원은 기뻐하며 꽃병 두개와 학습장을 정성스레 포장하였다.

장군님께서 돈을 내놓으시였다. 판매원은 펄쩍 뛰며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장군님께 우리 상점의 상품을 드린것만도 더없는 영광입니다. 장군님께 어찌…》

《어서 받으시오. 내가 공짜로 이 상품을 가져가면 그 값을 누가 물겠소?》

장군님께서는 친히 판매원의 손에 돈을 쥐여주고 돌아서시였다.

(장군님께서 이젠 가시려는가부구나.… 가시기 전에 인살 올려야겠는데… 한데 내 이름을 이젠 잊으시지 않았을가?)

망설이던 강치만은 마침내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이때 장군님께서 고객들을 둘러보며 문득 물으시였다.

《여기서도 성인학교가 잘 운영됩니까? 혹시 여기에 글 모르는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강치만은 가슴이 철렁하여 저도 모르게 뒤걸음을 쳤다.

《저기 서있는 아주머니, 여기 써붙인 글을 한번 읽어보십시오.》

장군님께서는 무명치마저고리를 입은 한 녀인에게 웃음을 지으시면서 매대 뒤벽에 써붙인 글을 가리키시였다. 첫눈에 농촌녀인이라는것이 알리는 그 녀자는 일순 당황해하였으나 인차 자세를 바로하고 떠듬떠듬 글을 읽었다.

《상품가격들이… 대폭 인하… 되였습니다.…륙… 월 일일부터… 인하된 가격으로… 상품을 팔아드립니다.》

《허허허… 참 잘 읽었습니다. 류월을 륙월로 읽었는데 그것은 6자를 그대로 발음했으니 틀린것으로 보지 않고 100점 만점을 주겠습니다.》

모두가 유쾌히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강치만은 자기가 지명될것 같아 슬그머니 웬 로인의 등뒤로 돌아가 몸을 숨기였다.

《누구나가 다 글을 배워야 합니다. 글을 모르면 정신적으로 불구자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육체적불구보다 정신적불구가 더 불쌍합니다. 해방후부터 문맹퇴치사업을 하고있지만 아직도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모두 글을 배우고 열심히 공부합시다.》

장군님께서늘 잘들 있으라고 고객들에게 다정히 손을 흔드시며 상점문을 나서시였다. 그이께서는 상점마당을 걸어가며 수원들에게 이제는 바다에 나가보자고 하시였다.

《지금까지 수산부문에서 제일 안타까와한것은 배가 적은것이였는데 이제는 우리도 여러 종류의 배들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달 25일경에 서해조선소에서 500톤급철선진수식을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 500톤급의 철선을 만들어보기는 처음입니다. 어로공들이 그 소식을 들으면 기뻐할것입니다.》

이윽고 장군님을 모신 자동차는 바다가를 향해 경쾌히 달리였다.

글을 모르는탓에 장군님앞에 떳떳이 나서지 못한 강치만은 한스러운 마음을 묵새기지 못해 오래도록 한자리에 서있었다. 강치만은 자기 한생에 다시는 이런 기회가 차례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날 오후 김일성장군님께서 온포료양소를 현지지도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물론 강치만을 만나보시였고 그의 몸이 기적적으로 회복된것을 보고 기뻐하시였다.

《강치만동무의 몸이 회복됐다니 기쁩니다. 어디 내앞에서 한번 걸어보시오.》

강치만은 허리를 쭉 펴고 마치 군대제식동작을 하듯 척, 척 발자국소리를 내며 힘있게 방안을 걸어갔다. 그것을 지켜보시는 장군님의 눈앞에는 상처입고 병들었던 식민지경제의 기형성을 털어버리고 장엄하게 일어서는 새 조선의 빛나는 산업경제가 보이는듯싶으시였다.

《좋습니다. 아주 멋있습니다. 이제 얼굴의 상처자리만 가셔내면 미남자가 되겠습니다. 내가 료양소에 와보길 잘했습니다. 그냥 지나갔더라면 강치만동물 못 보고 갈번 했소.》

《장군님께서 아침에 소비조합상점엘 오셨을 때 저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렇소? 그런데 왜 날 만나지 않았습니까?》

강치만은 어줍은 웃음을 지으며 부끄러움을 타는 소년처럼 더수기를 긁적거리였다.

글을 몰라서 앞에 나서지 못했다는 강치만의 이야기를 들으신 장군님께서는 상점에서 사신 학습장뚜껑에 친히 강치만의 이름을 쓰시고나서 맨 첫장에 가갸표를 또박또박 새겨주시였다.

《강치만동무, 글을 배워야 합니다. 글을 모르면 아무 일도 못합니다. 그렇기도 하거니와 조선사람이 조선글도 몰라서야 되겠습니까.》

이날 장군님께서는 료양소상점에서 사신 비취색꽃병까지 놓아주고 가시였다.

그날 저녁 온포료양소는 명절처럼 흥성거리였다. 그러나 한 료양생만은 서러워하며 울었다. 그는 평양곡산공장 업무부통계원 리은실이였다. 그는 이날 업무부장 김춘선이 부탁한 편지를 전달하러 경성읍으로 갔기때문에 김일성장군님을 만나뵈올수 있는 영광의 기회를 놓치게 되였던것이다. 지난 기간 장군님께서는 평양곡산공장을 여러차례 현지지도하시였으나 그 녀자는 그때마다 공교롭게도 자리를 떠서 아직 한번도 그이를 가까이에서 뵈온적이 없다고 한다.

20여일전에 김춘선이 구해준 료양권을 가지고 여기로 오게 된 리은실이 이날 더욱 기분이 심란해진것은 편지를 전해주게 된 경성읍 희망사진관 주인이 며칠전 미국고용간첩으로 적발되여 잡혀갔다는 소식을 들었기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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