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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4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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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960회 작성일 19-11-0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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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장

2

 

새벽 3시였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저택 서재에서 신문을 보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항일혁명투쟁시기에 굳어진 습관을 아직도 고치지 못하시여 생리적으로 수면강도가 제일 높아지는 이 시각부터 하루사업을 시작하시였다. 새벽 2시면 그이의 저택에 신문이 배포되여 늘 이렇게 국내외의 여러 신문들을 읽으시는것으로부터 하루일을 시작하시였다.

이날도 나라의 모든 신문들에 김일성장군님의 신년사를 받들고 1948년도 새해 새전투에 진입하고있는 각지 근로자들의 소식이 실리였다.

그런데 이 평화적인 건설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조선의 허리에 도끼질을 하는 엄중한 사태가 빚어지고있었다. 미제국주의자들이 신년벽두에 남조선에 《유엔림시조선위원단》을 끌어들인것이다.

지난해 9월 쏘미공동위원회사업을 파탄시키기 위하여 미제가 계속 흉책을 벌리고있을 때 쏘련측에서는 우리가 제안한대로 조국통일의 유일한 방책으로서 조선에서 모든 외국군대를 철거하고 조선문제를 조선사람자체의 손에 맡기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쏘련측의 이 방안은 한때 모스크바 3상회의결정을 《신탁통치》라는 명목으로 반대해나섰던 미제와 리승만괴뢰도당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폭탄선언으로 되였다.

이에 경악실색한 미제는 남조선만이라도 저들의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쏘미공동위원회사업을 완전히 파탄시키고 조선문제를 유엔에 비법적으로 상정시켜 《유엔림시조선위원단》이라는것을 조작하였으며 미국의 딸라에 매수된 이 추종국가대표들의 감시하에 남조선에서 《정부》수립을 위한 《선거》를 실시할것을 결정하였다.

남북조선의 전체 인민들과 여러 정당, 사회단체들은 조선문제를 유엔에 상정시키는데 대하여 준렬히 반대규탄하고있었으나 놈들은 파렴치하게도 《유엔림시조선위원단》을 끌어들이는 책동을 감행한것이였다.

지금 서울에는 조선문제를 해결할 그 어떤 명분도 자격도 능력도 없는 외국의 강도무리들이 들어와서 조선의 허리에 도끼질을 해댈 잡도리다.

장군님께서는 분격을 참을수 없으시였다.

바야흐로 경제발전이 앙양되여 림계점과 같은 질적인 변화와 비약을 기대하고있는 해인 1948년의 첫 진군길에서 엄중한 정치적장애물과 맞다들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신문을 놓고 서재안을 거닐면서 민족분렬의 위기에 처한 나라의 운명에 대하여 생각하시였다.

동방의 강성대국을 자랑하던 고구려력사가 종지부를 찍은 이후부터 우리 민족이 밖으로는 무시로 외세의 침입에 시달리며 갈팡질팡했고 안에서는 당쟁과 부정부패의 란무로 쇠퇴의 미끄럼대를 지치였다. 고구려시기에는 갑옷에 투구를 쓰고 룡마우에 올라앉은 무사의 기상이 배달민족의 모습이였다면 리조시기에는 하늘소잔등에 갓쓰고 앉아 유교경전을 외우며 사색당쟁을 하는 통치자들의 초상이 병든 조선의 모습이였다. 하여 근대력사에 이르러서는 우리 조선이 렬강들의 각축전의 먹이로 되여 찢기고 뜯기고 터지여서 피투성이가 되였다. 그러다 마침내는 망국의 벼랑으로 굴러떨어졌다.

일제강점자들은 조선에서 얼마나 악독한 폭압정치를 하였던가. 조선인민을 억누를대로 억누르고 빼앗을대로 빼앗았다. 우리 나라와 우리 문화와 우리 말을 없애려고 하였으며 나중에는 조상을 모독하여 성까지 갈게 하였다. 교육의 길을 막아버리고 기술을 못 배우게 하였으며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죽이고 잡아가두었다. 웬간한 민족이라면 아마도 이미 영영 망해버렸을것이다. 그러나 조선인민은 죽지 않았다.

우리 인민은 자기의 존재를 잊지 않았으며 자기 력사를 고이 간직하였으며 자기 문화를 사랑하여 지켜냈으며 자기 말을 버리지 않았다.

하기에 해방된 그날부터 우리 인민은 자기 말로 훌륭한 신문, 서적, 교과서를 내고 자기 힘으로 대학까지 운영하며 고등한 교육을 베풀고 반만년 유구한 조선력사를 가르치고있다.

왜놈들은 조선에서 쫓겨가면서 자기네가 없으면 조선의 산업운수는 모두 멎어버린다고 비웃었지만 우리는 곧 공장을 돌리고 기차를 몰았으며 배를 무어 띄우고 전기를 생산했다. 왜놈의 밑에서 석탄심부름이나 겨우 하던 화부들이 오늘은 기관사가 되여 급행렬차를 운전하고있다.

조선인민은 자치할 힘이 없다고 한 후버를 비롯한 미제국주의자들과 그 앞잡이들, 인민경제계획을 실현하지 못한다고 비웃은 내외의 모든 반동무리들과 비난자들에게 우리는 가장 힘있는 대답을 하고 강한 반격을 가했다. 조선인민은 리조시대의 조선인민이 아니라는것을, 해방후 조선인민은 강철같이 단련되고 단련된 인민이라는것을 세계를 항해 자랑스럽게 웨치였다.

그런데 지금 미제는 남조선에 와서 우리 조선을 《독립》시켜준다고 떠들어대고있다. 남조선에 와서 과연 무엇을 하겠다는것인가. 남조선에 들어와 일제를 무색케할만치 조선의 애국자와 민주주의자들을 야만적으로 탄압한 미제가 조선의 《독립》과 《정부수립》을 도와주겠다는건 무슨 황당한 궤변인가.

오늘 북조선에서는 공장이 늘고 학교와 학생, 병원과 의사가 늘고 인민소비품과 인민재산이 늘고있지만 남조선에서는 무엇이 늘고있는가? 멎어있는 공장이 늘고 감옥이 늘고 실업자가 늘고 퇴학생이 늘고 민족반역자와 모리간상배가 늘고있다. 그리하여 인민들은 공포와 추위에 떨고 빈궁과 굶주림에 울고있다. 그래도 부족하여 미제는 이것을 더 뿌리깊게 하고 고정화하고 영구화해보려고 군정의 힘만으로는 안되니 유엔의 힘을 빌어 《유엔림시조선위원단》이라는것을 조작하여 남조선에 끌어들였다. 과거에도 우리 나라가 망국의 길을 걷기 시작한것은 사대주의자들이 외세를 끌어들였기때문이였다. 그런데 해방된 오늘에 와서 또다시 미제에게 명줄을 의탁하고있는 리승만괴뢰역도들이 자기 나라를 해치러 오는 외국의 강도무리들을 두손을 들어 환영하고있으니 참으로 원통한 일이다.

외세만이 아닌 매국적인 사대주의자들때문에 피흘려 찾은 이 땅에 또다시 분렬의 위기가 조성되였다.…

(다른 길이 없다!)

장군님께서는 비장한 결심을 다지시였다.

오직 우리자체의 힘으로 조성된 난국을 타개하여야 한다. 조선문제를 해결할자는 미국도 아니요, 쏘련도 아니요, 중국도 아니요 오직 우리자신이다. 우리의 힘으로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며 또 할수 있는것이다.

이제 빨리 북남조선의 정당, 사회단체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구국대책을 모색하고 협의하여야 한다. 우선 남조선의 정당, 사회단체지도자들과 개별인사들에게 북남협상을 속히 진행할데 대한 편지를 보내자!

장군님께서는 벽에 걸린 대형조선지도에 시선을 옮기시였다.

인민경제발전계획과 통일문제, 드틸수 없는 두개의 큰 과제가 그이의 앞에 나서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이해의 첫 현지지도를 북부내륙지구인 강계군에서부터 시작하실 계획이시였다. 중앙과 멀리 떨어져있고 교통수송조건도 불리한 내륙지구는 벌방지대에 비하여 인민들의 생활수준이 훨씬 낮았다. 산골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것은 이해에 계획하고있는 중요한 과업들중의 하나였다.

창밖에서는 바람소리가 소연하였다. 어디선가 기와장이 깨지는듯 한 소리가 나더니 서재의 탁상등이 꺼져버렸다.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림천을 헤치시였다. 온 평양시가가 새까매졌다.

《왜 요즘 자주 정전이 되는가?》

이전에는 평양시가에 정전이 되는 일이 없었다.

얼마후 저택의 탁상등은 살아났으나 평양시가는 여전히 깊은 어둠속에 묻혀있었다.

무슨 일인가?

정전은 새벽 다섯시까지 계속되였다.

밤작업을 하는 공장들에서 모두 생산이 중지되였을것이다. 1시간은 고사하고 단 10분간의 정전도 나라의 전반적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줄수 있었다.

그에께서는 전기처장 리문도를 찾으려고 전화기에 손을 가져가시려다가 그만두시였다. 그가 혹시 새벽단잠에 들어있지 않을가싶어서였다.

아침 7시경에 김책이 저택으로 찾아왔다.

《장군님, 제 오늘 곧장 평양철도공장으로 나가보자고 합니다.》

김책은 인민위원회로 출근하지 않고 제창 외지로 나갈 일이 생기면 언제나 이렇게 댁으로 찾아와 장군님께 보고를 올리였다. 그리고 저녁에는 그날 한 일들을 구체적으로 말씀올리였다.

시계처럼 정확한 일군이였다.

《위병은 어떻습니까? 요즘 날씨가 찬데 건강관리를 잘해야겠습니다.》

김책은 가슴이 뭉클하여 눈을 슴뻑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지난해 1월 와우도에 있는 용한 고려의사를 친히 부르시여 김책의 위병을 치료하도록 대책을 세워주시고도 마음을 못놓으시는것이였다.

《와우도령감이 지어준 약첩을 다 썼더니 속이 편안합니다.》

김책은 고집불통의 고려의사한테서 지청구를 받으며 약을 쓰던 우스개이야기를 하고나서 《장군님, 이제는 댁에다 전기밥가마도 들여놓고 전기목욕탕을 꾸려야겠습니다.》 하고 말씀올리였다. 이것은 김정숙녀사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그가 생각한것이였다. 며칠전 그는 국방사업을 료해하는 과정에 녀사께서 어느 한 군부대를 수십여차례나 방문하셨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었다.

하지만 장군님께서는 그의 요구를 들어주시지 않았다.

《밥을 짓고 목욕물을 데우는데까지 전기를 쓰겠습니까. 앞으로 새 공장을 많이 건설하게 되니 전기수요는 점점 더 높아질것입니다. 전기를 절약해야 합니다. 참, 요즘 왜 자주 정전이 됩니까?》

《저도 이상해서 방금전에 전기처장에게 알아봤는데 전기부하가 한도를 넘어서 정전을 시키군 한답니다.》

김책은 범상스레 말씀올리였으나 장군님께서는 안색을 흐리시며 고개를 저으시였다.

수풍발전소에서 평양에는 특별히 수요량보다 훨씬 더 많은 전기를 여유있게 보내주고있는데 부하가 걸린다니 잘 리해되지 않으시였다.

《지금 우리는 전기가 남아서 동북에도 전기를 보내고 남조선에도 송전을 하는데 부하가 걸린다는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새해 첫 전투를 벌리고있는 때에 정전과 같은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진것은 무심히 생각할수 없는 큰사고라고 하시였다.

《왜 정전이 되는지 원인을 해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예, 제가 구체적으로 다시 알아보겠습니다.》

밖에서는 여전히 바람소리가 소연하였다. 하얀 눈가루가 서재 창문앞에서 희끗거리고 끊임없이 휘파람소리가 일어났다.

김책은 이제 장군님께서 가실 내륙의 사나운 날씨를 생각하며 불안스레 서있었다.

랑림산줄기의 가지줄기들이 뻗어내려 민봉, 대웅산과 같은 험한 산들이 솟아있는 강계지구는 조선에서 가장 추운 지방들중의 하나였다.

강계의 잣막령으로는 위원, 고풍, 초산, 우시로 통하는 자동차길이 지나가고 불길령으로는 창성, 동창, 후창쪽으로 통하는 길이 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눈보라를 헤치며 그런 험한 령길들을 다 톺아다니실것이였다.

김책은 망설인 끝에 장군님께 말씀올리였다.

《지금 유엔림시조선위원단이 서울에 들어와있어 정세도 긴장한데 강계쪽은 후에 가보시지 않겠습니까?》

《정세가 긴장하다고 계획한 경제사업을 뒤로 미룰수 없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벽에 걸린 조선지도에 눈길을 돌리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러지않아 오늘 정세가 긴장해지자 일부 일군들속에서 인민경제발전계획에 대하여 탕개를 늦추는 편향이 나타나고있습니다. 일부 쏘련의 간부들도 북조선의 경제형편이 곤난한데 무엇때문에 자체로 군사건설까지 하겠다고 하느냐며 국가방위에 대해선 걱정말라고 합니다. 제 나라땅을 타국의 군대에 의탁해서는 안된다는것은 우리 민족의 망국력사에서 얻은 뼈저린 교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올해에 인민경제발전계획, 정규군건설, 북남협상을 통한 중앙정부수립, 이 세가지의 과업을 통일적으로 수행해나가야 합니다.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고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것이 바로 자위적인 무장력강화와 조국통일의 기본담보로 됩니다.》

그이께서는 북남협상과 관련하여 구상한 내용들을 말씀하시고 김구를 비롯한 우파민족주의자들에게도 편지를 보내자고 하시였다.

김책은 그이의 모습에서 력사의 조종대를 거머쥐신 자신만만한 기상을 느끼였다. 마음이 든든해졌다.

《의장단협의회를 하고는 곧 강계쪽으로 가겠습니다.》

눈보라치는 창밖을 잠시 내다보신 그이께서는 서재탁빼람에서 편지봉투들을 한뭉치 꺼내시였다.

《인민들로부터 올라온 이 편지들을 보아도 산골사람들의 생활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있습니다. 강계군은 내가 어렸을 때 다녀보아서 좀 알고있는데 일제시기에도 제일 못살던 고장입니다. 거지동네가 많았습니다. 참, 수풍발전소 경비원 강치만동무가 왜정때 걸식하며 살던데가 강계군 안창동이라고 했지요?》

《예, 안창동에 동굴이 하나 있는데 거지들이 그안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비참한 과거의 영상들이 그이의 눈앞에서 어른거리였다. 이번 강계지구의 현지지도로정에는 그전날의 거랑촌마을 안창동이 들어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출근시간도 돼오는데 조반이나 같이합시다.》

《저는 먹고왔습니다.》

김책은 얼른 털모자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서북쪽으로부터 소리치며 불어오는 눈바람이 얼굴을 갈겼다.

김책은 철도공장으로 가려다가 먼저 전기처로 찾아갔다.

리문도는 어디엔가 전화를 걸고있다가 김책이 들어서자 일어섰다.

《앉아서 전화를 거시오.》

김책은 창가에 놓인 의자에 가앉아 기다리였다.

리문도는 앉지 않고 일어서서 전화를 계속하였다.

《소장동무! 똑똑히 알아보라구. 절대로 과부하가 걸릴수 없단말이요. 뭐라구? 동무 정말, 알아보라면 알아볼게지 무슨 말이 많아. 송배전부에 나쁜놈들이 박혀있단 말요! 우선 동무부터 틀려먹었소!》

리문도는 사납게 소리치고 송수화기를 내동댕이치듯 내리던지였다.

《왜 그렇게 성이 났소?》

김책이 일어나서 사무탁앞으로 걸어갔다.

리문도는 흥분을 묵새기느라 잠시 입술을 짓씹으며 서있다가 용서를 빌었다.

《버릇없이 부위원장동지앞에서 소리쳐서 죄송합니다. 송배전소 소장이…》

《정전사고때문에 그럽니까?》

《예, 오늘 장군님의 저택에까지 10분동안 정전이 되였다고 합니다. 이 엄중한 사고에 대해 알려주고 진짜 과부하가 걸렸댔는지 당직근무자들을 검토해보라고 하는데도 검토하나마나 틀림없는 과부하라고 흠흠해하니 속이 뒤집혀서…》

《그래도 그렇지, 욕설이나 하고 신경질을 부리면 되겠소. 간부들의 사업작풍문제를 놓고 장군님께서 몇번이나 말씀하셨소.》

《고치겠습니다.》

《정전때문에 내가 또 왔는데 지금 공장로동자들이 야단법석이요. 장군님께서 왜 과부하가 걸렸는지 그걸 해명하라고 하셨소.》

《과부하같지 않습니다. 과부하가 걸릴수 없습니다.》

리문도는 확고히 단정하였다.

《그럼 뭐요?》

《어느 못된 녀석이 장난질을 한것 같습니다.》

《장난질을 하다니?》

김책은 눈을 치뜨고 리문도를 의아히 지켜보았다.

리문도는 일제시기 송배전소 배전공들이 어느 부자집에서 관혼상제가 있을 때면 일부러 골탕을 먹이느라 밤에 정전을 시키는 일이 있었다고 하였다.

김책은 그 말이 잘 믿어지지 않았다. 일제시기엔 그럴수 있지만 새해 첫 전투에 들어선 때에 우리 배전공들이 그런 장난질을 할수 없었다. 혹시 배전공속에 반동놈이 끼여있다 하더라도 하루안팎으로 탄로될 그런 위험한짓은 하지 않을것이였다.

《앉아서 이렇다저렇다 단정하지 말고 처장동무가 직접 현장에 나가서 확인해봤으면 좋을것 같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처장동무가 직접 자기 육안으로 확인해보시오.… 그리구 저쪽에서 전기세빚은 아직 물지 않소?》

김책이 말하는 저쪽이란 미군정과 남조선반동괴뢰들을 념두에 둔것이였다.

《겨우 15. 6프로 물었습니다. 그놈들이 유엔림시조선위원단까지 서울에 끌어들였는데 이젠 전기를 잘라버리자고 장군님께 제기하십시오. 아량과 참을성도 한도가 있지 않습니까?》

다시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리문도의 관자노리에서 푸른 정맥이 꿈틀거리였다.

《조금 더 기다려보고 장군님께 제기하겠소. 나 역시 더는 참을수 없소.》

김책의 눈빛도 격분으로 번뜩이였다. 그는 고압전주탑이 서있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찬바람을 맞으며 윙윙거리는 고압전선의 울음소리가가 들려오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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