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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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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871회 작성일 19-11-0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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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장

3

 

화페개혁은 법령발포후 불과 7~8일사이의 짧은 기간에 북조선전역에서 성과적으로 끝났다.

화페교환이 진행되는 한주일사이에도 방송과 신문으로는 년간 계획을 완수한 공장, 기업소들과 모범로동자들의 이름들을 매일과 같이 소개하였다.

12월 17일 저녁이였다.

동평양지구의 주택마을들을 돌아보시던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선교구역에 있는 오천행의 집을 방문하시였다.

전등불을 처마밑에 내다걸고 마당에서 좁쌀키질을 하고있던 오천행의 이모 방옥단은 소스라쳐 놀라며 일어섰다.

《아니, 장군님께서…》

방옥단은 머리수건을 벗는다, 허드레옷에 묻은 겨가루를 털어낸다, 좁쌀자루며 키며 비자루따위들을 치운다 하며 설레발을 쳤다.

《왜 일감들을 치웁니까? 지나가다 들렸습니다. 오동문 아직 직장에서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저녁을 먹고 또 나갔습니다. 그녀석은 집에 붙어있는 때가 없습니다. 장군님, 방으로 들어가십시다.》

《부엌에나 좀 들어가보고 가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친히 부엌문을 여시였다.

번쩍거리는 주철가마들, 온갖 색그릇들을 가득 채워놓은 가시장과 오지단지들, 부엌문가까이에는 수도까지 있었다. 열려진 새문으로는 양복장, 재봉기, 라지오 등속의 값진 가구들이 보이였다.

장군님께서는 해방직후 가슴아프게 보시였던 빈민마을의 토굴집들을 상기하며 한동안 묵묵히 서계시였다.

《이 집에서도 새돈을 바꿨습니까?》

장군님께서 한참만에 부엌문가 수도옆에 서있는 방씨를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예, 바꿨습니다. 새돈을 받구 동네로친들이 놋대야를 두드리며 춤판을 펼쳤습니다.》

40대 중반기에 이른 방옥단의 동실한 얼굴에는 지난날의 인생고로 하여 때이르게 잔주름이 많이 잡혀있었으나 고운 눈매와 입가에는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이 스러져가는 노을처럼 연하게 어려있었다. 지금도 치장을 하고 나서면 미모의 중년녀인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수 있었다. 그이께서는 친아들도 아닌 오천행이 하나를 보고 청춘을 고스란히 바친 녀인의 지나온 인생길이 가슴아프기도 하고 그 결고한 절개에 존경이 가기도 하시였다.

《새돈을 받고 그렇게 모두 좋아들 합니까?》

《어찌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저두 새돈을 받아가지구 동평양시장에 나가보았는데 글쎄 그전에 명태 한두름을 사던 돈으로 이제는 세두름이나 살수 있었습니다. 쌀 한말 사던 돈으로는 쌀 서말을 사고도 담배 한갑을 살 돈이 남는다고 합니다.》

《인민들의 생활이 아직 풍족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로임은 인상되고 물가는 계속 내려갈겝니다.》

《그게 다 장군님의 덕이지요.》

방옥단은 손끝으로 눈굽을 찍었다.

《무슨 내 덕이겠습니까. 오천행이나 아주머니같은 애국적인 로동자, 농민들이 일을 잘한 덕입니다. 아주머니가 농사지은 쌀 열가마니를 애국미로 바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쌀을 바치고도 농량이 될것 같습니까?》

장군님께서는 가마뚜껑을 열어보며 물으시였다.

《장군님두 참, 우리 집에 무슨 쌀걱정이 있겠습니까. 천행이가 타는 배급만으로도 살아갈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에선 저한테 땅까지 주어서 고간에 쌀이 가득합니다. 금년에 작년보다 곱이나 되게 소출을 봤습니다. 나라에서 비룔 넉넉히 대주구 관개공사까지 해주니 풍년이 들수밖에 없지요… 정말 좋은 세월입니다.

《오천행이한테 좋아하는 처녀가 있다는것 같은데 아주머닌 모르십니까?》

장군님께서 넌지시 물으시였다.

《예, 양덕에서 발전소건설을 하면서 학교선생하구 친했다는데

방씨는 어물어물하며 뒤말을 잇지 못하였다.

장군님께서는 방씨의 얼굴로 얼핏 스치고 지나가는 어두운 그늘을 일별하시였다.

오천행이 좋아하는 학교 녀선생이란 물론 고은옥이였다.

방씨는 그들의 관계를 더없이 만족스럽게 생각하고있지만 처녀의 아버지가 아예 도리머리를 젓는다는 말을 들었던것이다. 그 리유의 첫째는 사위될 사람이 초년과부의 치마폭에서 자란 청년이라는데 있었고 둘째로는 초년과부의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시샘에 기를 못 펴고 산다는것이였다. 그것은 처녀의 어머니가 하는 말이라니 결국 처녀네 량부모가 다 반대하고있었다.

이런 말이 귀에 들려왔을 때 방옥단은 일찌기 남편을 여의고 수절해온 초년과부는 어찌할수없이 사람들로부터 업수임을 받는다며 남몰래 눈물을 흘렸었다.

이같은 초년과부의 설음까지야 어찌 장군님께 아뢰일수 있겠는가.

장군님께서도 굳이 캐여묻지 않으시고 《천행이 장가들 땐 나한테 알려주십시오. 천행이가 지난해 보통강개수공사때도 큰 공을 세웠고 올해에도 발전소건설을 잘했습니다. 천행이한텐 아버지가 없으니 장가가는 날은 내가 어버지노릇을 해야지요.》

《장군님!》

방씨는 울먹거리며 옷고름으로 눈굽을 훔치였다.

마침 저녁보도시간이 되였다. 장군님께서 시계를 들여다보시고 이제 좋은 보도가 나온다고 하시며 방씨에게 라지오를 틀어보라고 하시였다.

방옥단은 방안으로 들어가 아래방 문가에 놓여있는 라지오스위치를 돌리였다.

남방송원이 전국적으로 화페교환이 성과적으로 결속되여 근로자들의 생산의욕이 한층 더 고조된데 대한 보도를 하고있었다.

《다음소식, 평남도인민위원회 위원장 리주연동지가 오늘 12월 17일 평안남도적으로 계획을 완수하고 김일장군님께 승리의 전보를 올리였습니다.

전보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북조선인민위원회 김일성위원장 앞

평안남도내 기업소 년간계획 완수

12월 15일까지 100. 9프로, 도내 42개공장

1947년 12월 17일

평남도인민위원회 위원장 리주연

《아주머니, 이젠 가보겠습니다. 편안히 계십시오.》

장군님께서 마당으로 나오시였다.

방옥단이 황급히 따라나왔다.

장군님께서는 불밝은 거리를 감회롭게 둘러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이께서는 이해를 마감짓는 날까지도 계속 현지시찰의 길을 이어가시면서 수많은 근로자들을 생산현장에서 혹은 집무실과 저택에서 만나주시였다.

범가죽과 메돼지를 선물로 가지고온 평강군 리목리 리수덕부부포수를 만나시여 사진기와 사냥총을 선물로 주신것도, 흥남지구 인민공장 로동자대표들과 담화를 나누신것도 이해 12월 하순에 있은 일이였다. 그무렵엔 북조선인민위원회 국장, 처장들도 년간계획을 완수한 산하공장, 기업소들에 내려가 축하연설을 하느라 매일과 같이 바쁘게 돌아다녔다.

1947년 12월 31일.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당중앙위원회와 북조선인민위원회의 책임일군들을 부르시여 1948년도 사업방향을 제시하시였다.

두번째로 실시하는 1개년 인민경제계획에서는 일제식민지통치의 후과인 경제의 식민지적편파성과 기형성을 퇴치하고 민족경제의 자립적토대를 축성하는데 큰 힘을 넣어야 하였다. 그리고 수백여종의 물품가격을 대폭 인하시켜 인민생활을 더 한층 향상시켜야 했다.

《동무들, 우리는 승리하였습니다. 전세계 인민앞에 100점 만점의 시험지를 내놓았으며 자기의 힘, 자기의 손으로 완전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할수 있다는것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10년이 걸려도 할수 없는 일을 북조선에서는 1-2년동안에 해놓았다는것을 세계가 인정하게 되였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북조선이 동방의 민주발전의 등대로 되였으며 세계에 이름나게 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만하지 말고 새해에 보다 더 자랑스러운 승리를 쟁취하여야 할것입니다.

자, 이제는 모두 돌아가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지나온 한해를 회고하며 즐겁게 보내시오.》

장군님께서는 말씀을 마치면서 집무실에 모인 책임일군들의 얼굴을 정겹게 더듬어보시였다. 그이께서는 불현듯 책임일군들의 좌석에서 커다란 공백을 발견하고 얼굴빛을 흐리시였다.

두사람의 자리가 비여있은것이였다. 그들은 안길, 김용범이였다.

안길은 지난 12월 13일 화페교환을 끝내고 온 나라 인민들이 환희로 들끓고있을 때 심장의 고동을 멈추었다.

야속하게도 생활은 장군님앞에서 가장 기쁜 시각이 찾아올 때마다 가장 슬픈 변고를 일으키군 하였다.

(그들의 념원을 꽃피워주자!)

장군님께서는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창문쪽으로 고개를 돌려 1947년의 마지막 저녁노을을 바라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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