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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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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107회 작성일 19-11-2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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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 장

2

 

공화국의 창건은 모든 사람들의 기분을 앙양시키고있었으나 박창옥은 요즘 웬일인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중앙아시아에서부터 모래바람 부는 사막의 광야를 지나 조선으로 들어온지도 어언 3년, 그동안 해놓은 일이 과연 무엇이였던가.

조선으로 나올 때의 포부와 꿈은 자못 원대했었다. 쏘베트로씨야에서 터득한 지식과 사업경험의 잠재력을 발휘해서 무엇인가 큰 일을 해놓으리라 생각했다.

허나 민주개혁, 인민경제계획, 공화국창건 등 경륜적인 사변으로 이어진 민주건국의 실천행정에서 그의 리론과 웅변들은 모조리 부정당하여 맑스주의리론가, 실천가로서의 자기의 초상이 보잘나위없이 초췌해졌다는것을 자인하지 않을수 없게 되였다.

그동안 박창옥은 많은 과오를 범하였다. 오기섭의 《직맹리론》과 같은 반당적인 론설이 나와서 사상투쟁이 벌어진것도 박창옥이 당기관지 주필로 사업하던 기간에 있은 일이였다. 오기섭의 오유는 직접, 간접으로 그의 사업과 련관되여있었다.

박창옥이 저지른 거의 모든 과오들은 고질적인 난치의 병인 사대주의병과 관련된것들이였다.

눈을 감고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는 박창옥의 뇌리에 문득 장시우의 집에서 술놀이를 하던 일이 불쑥 떠올랐다. 그날 그는 저가락으로 소고기편육을 집으면서 《역시 식도구만 보아도 로씨야의 포크나 나이프가 제일이야.》하고 무심중 뇌이였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중국출신의 간부가 무슨 소리를 하는가, 왁새부리같은 중국의 긴 저가락이 제일 좋다고 반박하였다. 저가락이 길어서 멀리 앉아서도 아무 음식이나 다 집어먹을수 있는 유리성이 있다고 하면서 지어 그는 유럽의 어느 유명한 바이올린연주가는 찔러서 먹는 공격적인 포크에 비해 점잖게 집어서 먹는 저가락사용의 발견이 자기 음악에 커다란 변화를 주었다고 실례까지 들어 말하였다.

《미국의 어느 미래학자도 앞으로 저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세계를 지배할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이고도 모자라서 중국의 긴 저가락을 사용하면 64개의 근육과 30여개의 관절이 동시에 움직여서 늙은이들의 치매증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말이 모자라게 된 박창옥은 얼굴에 울기를 올리면서 중국의 긴 나무저가락은 원시인들이 나무꼬챙이로 짐승고기를 꽂아 먹은데로부터 유래된 미개한 식도구라고 비웃었다. 장시우의 집에서 술추렴을 하며 말다툼을 한 일이 장군님께까지 알려져 지적을 받게 되였다.

장군님께서는 일부 간부들이 술놀이를 자주 벌리고있는데 대해 지적하시고 우리 일부 간부들이 얼마나 사대주의가 심한지 음식상앞에서까지 로씨야의 포크가 좋다, 중국의 긴 저가락이 좋다 하고 언쟁을 했다고 한다, 로씨야의 음식을 먹는데는 로씨야의 포크가 편리할수 있고 중국료리를 먹는데는 중국의 긴 저가락이 쓰기 좋을것이다, 또한 조선음식을 먹는데는 조선숟가락과 조선저가락이 제일 쓰기 편리하다, 조선저가락으로는 김치도 집고 깨잎절임도 한짱씩 떼여내고 녹두묵이나 콩장도 집어먹을수 있으니 아주 편리하지 않는가, 그러니 조선에서는 조선식으로 하고 로씨야에서는 로씨야식으로 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로씨야의것이 좋다, 중국것이 좋다 하고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하시였다. …

문득 전화종이 울리여 박창옥은 명상에서 깨여났다.

그는 까닭없이 불안을 느끼며 송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순간 그는 흠칫 놀라며 일어섰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찾으시는 전화였다.

《부장동무, 이제 곧 내 방으로 오시오.》

《예, 알겠습니다.》

박창옥은 얼른 일어나서 거울을 들여다보며 열어헤친 저고리단추들을 여미고 헝클어진 머리칼에 빗질을 하였다.

(무슨 일로 부르실가?)

얼마후 전혀 영문을 모른채 장군님의 집무실로 들어서는 박창옥은 한껏 긴장되여있었다.

접견탁의자에 김책, 홍명희부수상들이 앉아있었다. 요즘 방직기계문제로 바삐 다니는 김책이까지 와있는것이 심상치 않게 생각되였다. 더우기 불길한 예감이 드는것은 두 부수상의 얼굴빛이 매우 좋지 못한것이였다.

《앉으시오. 먼저 이걸 좀 읽어보시오.》

장군님께서 하얀 모조지뚜껑을 한 문건을 내미시였다.

문건을 받아쥐는 박창옥의 눈에 《검열》이라는 글자가 크게 확대되여 비쳐들었다.

그는 가슴을 울렁거리며 문건뚜껑에 찍힌 글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수풍발전소 언제 에프론에 대한 검열조사보고서》

박창옥은 의아해졌다. 자기가 왜 발전소검열조사보고서를 읽어야 하는지 의문을 품은채 뚜껑을 번지였다. 그것은 내각기술검열조사조의 기술책임을 맡은 박원구라는 쏘련태생의 공학전문가가 올려보낸 글인데 내용이 자못 심각하였다.

매해 장마철마다 조금씩 패여나가군 하던 수풍발전소 언제 에프론이 최근에 수습할 사이도 없이 급작스레 파손되여 전면적인 개건공사를 해야 된다고 하였다. 그것은 방대한 자재와 로력이 요구될뿐아니라 물과의 힘겨운 투쟁을 하여야 하고 새로운 수리공학적문제를 풀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공사였다. 그중에서도 제일 심각한 문제는 에프론개건공사를 하는 기간에는 전기생산을 중지해야 된다는것이였다. 만약 수풍발전소에서 전기생산을 멈추게 되면 수풍에서 전기공급을 받고있는 수많은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이 다 멎어버리게 된다. 그런데 전면적인 에프론개건공사를 하자면 적어도 2~3년은 걸려야 된다고 하였다.

검열조사보고문에는 이런 의견이 첨부되였다.

《저는(박원구) 이미 1947년 가을에 수풍발전소 에프론상태가 좋지 않으므로 리지찬지배인에게 유능한 쏘련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에프론개건설계를 작성하고 보강공사를 할데 대하여 권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배인은 에프론이 언제의 안전성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고 하면서 해방된지 얼마 안되는 시기에 그런 큰 공사를 벌리지 말고 1키로와트라도 전기를 더 생산하여야 한다고 고집하였습니다. 결과 오늘과 같은 엄중한 지경에 이르게 되였습니다. 때문에 이제라도 시급히 전기생산을 중지하고 전면적인 에프론개건공사를 진행해주실것을 요청합니다.》

《이거 정말 야단입니다. 도대체 그 지배인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입니까?》

박창옥이 김책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아닌게 아니라 큰일이였다. 전기생산을 중지하고 2~3년동안이나 에프론개건공사를 하느라면 나라의 경제는 아예 마비되고말것이였다. 그렇다고 파손된 에프론을 그대로 방임해두면 보다 더 엄중한 후과를 빚어낼수 있었다.

《지배인이 기술자들의 의견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제 고집만 부렸다는게 사실입니까?》

장군님께서 김책에게 물으시였다.

《예, 사실입니다. 그는 지금도 기술조사부의 의견을 접수하지 않습니다. 이제보니 틀려먹었습니다.》

김책은 어찌나 격분했는지 얼굴빛이 하얗게 바래졌다. 하기는 한 일군의 고집이 나라의 경제에 혼란을 일으켰으니 성을 내지 않을수 없었다. 올해 4. 4분기 인민경제계획과 래년도부터 실시되는 2개년인민경제계획이 당장 결딴나게 되였다.

김책은 방직기계문제로 단동으로 가던 도중에 수풍소식을 듣고 되짚어 평양으로 돌아왔었다.

《이렇게 많이 파손됐는데도 접수하지 않는단 말입니까?》

장군님께서 의아해하시였다.

《전기생산을 중단하지 말고 국부적인 보강을 하면 된다는겁니다. 그러나 리문도전기처장까지도 왜놈들이 한 에프론설계와 시공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기때문에 꿰진 옷을 깁듯이 소극적으로 보강한다면 얼마 못 가서 또 파손된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도 그 의견이 옳은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기생산을 중단해야 된다니 큰 문제입니다.》

김책이 한숨을 내쉬였다.

장군님께서는 더는 아무 말씀도 못하시였다.

(2~3년동안 수풍발전소를 멈추다니?)

리지찬이가 벌써 대중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안하무인의 인간으로 변해버렸는가?

장군님께서는 그를 지배인으로 임명하실 때 보신 자서전의 첫머리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으시였다.

《나는 1915년 5월 5일 전라남도 목포앞의 등대섬에서 태여났다. 세상에 태여나자 눈에 익고 귀에 익혀진것은 캄캄한 밤에 껌벅껌벅 비치는 등대불과 크고작은 파도소리, 고동소리뿐이였으며 입에 익힌것은 어죽뿐이였다. 세상과 동떨어져 살다나니 나는 열살까지 세상에 글이라는것이 있는줄도 모르는 까막눈으로 지냈다.》

이런 사람이 오늘 큰 발전소의 지배인으로 되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되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잠시 생각을 더듬으시던 그이께서는 자신의 결심을 부수상들에게 말씀하시였다.

《에프론설계가 잘못된것이 확실하다면 기술조사조의 의견대로 아예 다 뜯어버리고 새 치마(에프론)를 만들어야겠습니다. 몇백년 쓸수 있도록 든든하게… 그러되 전기부문, 수리공학부문 전체 로동자, 기술자들이 힘과 지혜를 합쳐 전기생산을 중지하지 않고 에프론을 전면개건할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겠습니다. 다른 길이 없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집무탁을 짚으며 일어나시여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내 생각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지금 선천군당 위원장사업을 하고있는 최재하동무를 수풍발전소 지배인으로 임명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뒤 박창옥이 조심스레 일어나서 기술자도 아니고 기업소 경영경험도 없는 최재하가 수풍발전소와 같은 큰 생산기업소 지배인사업을 해내겠는지 우려된다고 하였다. 최재하는 1946년 10월 10일 장군님의 접견을 받은 얼마후부터 수풍면당 위원장으로 사업하다가 삭주군당 부위원장을 거쳐 태천군당 위원장으로 다음에는 선천군당 위원장으로 조동되여 현재까지 그곳에서 당사업을 하고있었다.

《최재하동무는 일제시기부터 수풍발전소에서 다년간 로동을 했습니다. 해방후 그곳에서 세포위원장사업도 했습니다. 그는 왜정때 에프론공사에도 참가해본 사람입니다. 그는 최근 군당위원장사업도 아주 잘했습니다. 나는 이 동무가 가야 수풍발전소의 난국을 타개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박창옥은 즉시에 장군님의 의견에 공감하였다.

《간부문제는 앞으로 절차를 밟아 더 토론해봅시다. 늘 말하는것이지만 간부사업은 신중히 하여야 합니다. 기술조사보고문에도 씌여있는것처럼 수풍발전소 지배인은 한키로와트의 전기라도 더 생산하고싶어하는 동무입니다. 내 보기에는 그 동무가 일욕심은 있지만 주관주의가 심하다보니 계속 고집을 부리는것 같습니다. 잘 교양합시다.》

장군님께서는 수풍에프론개건공사를 위한 강력한 기술연구집단을 꾸리는것과 함께 이 개건공사에 전인민적인 관심을 돌리게 해야 한다고 하시였다.

《여기서 중요한것은 사상선동사업입니다. 그래서 박창옥동물 불렀습니다.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에서 에프론개건공사를 위한 사상사업을 틀어쥐고 해야 하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기술연구집단을 꾸리는 사업은 자신께서 직접 책임지고 조직하겠다고 하시였다.

이제 자연과의 치렬한 격전을 벌려야 했다.

전면적인 에프론개건공사를 하자면 수풍호의 물을 다 뽑아내야 하였다. 만약 물을 뽑아내지 않으면 장마철엔 호수의 물이 넘쳐나서 부득불 일류수문을 열어놓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의 타격에 의해 공사중에 있는 에프론구조물이 파괴되여 처음부터 공사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수풍과 같은 대규모의 에프론을 전면개조하자면 적어도 3년이상 걸려야 하므로 장마철을 피할수 없다.

《수풍호의 물을 뽑아내는 공사만 하여도 보통 품이 많이 드는 공사가 아닌데 거 참 야단이로군!》

홍명희는 억이 막혀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한숨을 내쉬였다.

장군님께서는 오직 하나의 방도가 있다고 하시였다. 그것은 래년도 장마철전으로, 다시말하여 갈수기에 에프론개건공사를 완공하는것이였다.

《이제부터 한 서너달동안에 에프론공사를 완공하면 전기생산을 중지하지 않아도 됩니다. 3년동안에 할 일을 석달동안에 할수 없겠는가? 그것도 최상의 질을 보장하면서… 할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적경영방식으로 이런 공사를 하자면 힘이 제한되여 있지만 우리는 전체 인민의 힘을 동원시킬수 있기때문에 무제한한 잠재력을 능히 발휘할수 있습니다.

제2의 길이 없으니 죽으나사나 전체 인민에게 호소해서 해내야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주먹으로 집무탁을 가볍게 내리치며 단호히 말씀하시였다.

《장군님, 이제부터 제가 수풍에 나가 살겠습니다.》

김책이 일어나서 비장한 결심을 다지였다.

《부수상동무, 수풍은 걱정말고 하던 일을 계속하시오. 방직기계말입니다.》

김책은 마음이 무거웠다. 장군님께 큰 짐을 얹어드리고 떠나자니 걸음이 떨어질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장군님의 지시에 의해 그날 저녁으로 방직기계 해결을 위한 출장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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