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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4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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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118회 작성일 19-11-1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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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 장

4

 

서해조선소주변 사람들은 남녀로소를 물론하고 이날 몽땅 떨쳐나와 마을의 언덕산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곧추 가까이 바라보이는 바다처럼 넓은 강 최하류 물기슭에서는 조선소건설자들이 500톤급철선진수식을 준비하고있었다. 그 건너편 황해도 은천군 제도리에도 천여명은 될상싶은 사람들이 물기슭과 언덕주변에 빼곡이 늘어서서 이쪽 진수식장을 건너다보고있었다. 거기 대안에는 여라문척의 거루배와 너벅선, 소형기계배들이 정박해있었다.

조선소 배무이대에 누워있는 덩지 큰 철선은 아침노을에 반사되여 주홍빛으로 번쩍거린다. 진수식을 준비하느라 밋밋이 물매진 배무이대를 오르내리는 건설자들은 노을빛에 물들어 마치 금빛갑옷을 떨쳐입은 전설속의 무사들같이 보이였다.

조선소가 있는 마을에서부터 읍으로 가는 십여리 도로에 수산합작사, 생산합작사, 소비조합상점 판매원들이 여러가지 상품들을 내다놓아서 철선진수식을 구경하러 가는 사람들이 저미끔 이 물건, 저 물건들을 희한스레 지켜보며 값을 물어보기도 하고 사들기도 하였다.

개인장사군들도 차일을 쳐놓고 새벽부터 싸구려를 외웠다. 포전, 어물전, 옹기전 그리고 떡, 지짐, 국수 등 음식점들이 쫙 늘어서서 10리 자동차길이 장마당처럼 법석거리였다.

《자, 오늘은 막눅거리로 팔겠어요. 백냥짜리는 50냥으로, 천냥짜리는 5백냥으로 막눅거리로 팝니다.》

얼굴이 실팍하고 눈이 어글어글한 40대초로 보이는 녀인 하나가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두팔을 휘두르며 큰소리로 손님들을 청했다. 허여멀쑥한 살색과 균형잡힌 몸매로 하여 풍만한 육체미를 보여주는 녀인은 목소리 또한 풍경소리처럼 청아하였다. 사람들이 그 녀자를 구경스럽게 지켜보며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저 녀자가 유명한 여기 민과부요. 배사람들을 녹여내여 음식장사를 해서 말그대로 억냥부자가 됐대요. 평양백과부는 자선사업을 많이 했지만 저 민과부는 1전한푼 남에게 주지 않는 천하 꼼바리라오.》

《그래도 오늘은 막눅거리로 팔겠다고 소리치지 않소.》

《그렇게 홀리지요. 때로는 선술집까지 차려놓는데 그때마다 사내들이 대구 몰려들어 돈을 곽지로 긁어내군 한다지 않소. 다모토리〉를 기울이는 재미보다는 저 녀자의 허들허들한 젖가슴을 구경하는 재미가 더 좋아 모여들지요, 허허허…》

《하하하, 하긴 얼굴이 멀끔한게 잘생겼소. 백과부는 절개가 굳어 한평생 깨끗이 수절했지만 저 녀잔 힘들겠소. 더러 군서나질두 했겠구만.》

《글쎄. 모르지.… 그러나 치근거리다 귀뺨을 얻어맞은 얼간이들이 수두룩하오.》

한쪽에서 민과부를 놓고 이렇게 객담들을 하고있을 때 웬 사람이 그 녀자의 음식함지앞에 다가들며 《아주머니, 오늘같은 날에 다모토리나 소주를 내다놔야지 왜 떡과 어물함지뿐이요.》 하고 시물거리며 말을 걸었다.

《아주버닌 무슨 정신빠진 소릴 해요. 오늘 김일성장군님께서 진수식을 보러 오신다는데 곤드레만드레 취해다니겠어요?》

민과부는 사내에게 눈을 흘기며 퉁을 주었다.

《정말 장군님께서 오신다오? 요즘 큰 회의를 준비하신다는데 웬걸 오시겠소.》

《꼭 오신대요. 그래 마을사람들이 다 나와있지 않나요. 저 강건너편을 좀 보구려.》

민과부는 대안에 하얗게 모여서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웃동을 벗고 속옷바람으로 서있는 사람들이 백여명은 실히 될것 같았다.

배를 타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젊은이들은 헤염을 쳐서 건너오려는 모양이였다.

《장군님께서 오시면 아주머닌 면목이 없겠소. 선술집을 차려놓고 여기 건설자들의 돈주머니를 얼마나 털어냈소. 그 사람들한테 생선국을 끓여먹으라구 물고기 한마리 선사한적이 있소? 조선소건설자들이 민과부라면 세상 깍쟁이라구 머리를 내저어요.》

《내 왜 여태 깍쟁일 부렸는지 알기나 해요? 이제 모두 눈이 희뜩 뒤집어지는걸 보시라요. 이게 뭔지 알기나 해요?》

민과부는 빈정거리는 사내에게 나무곽을 싼 붉은 보자기를 들어보이였다.

《그게 뭐요? 그 나무곽에 뭐가 있소?》

《재수 떨지 말구 싹 물러가요. 거긴 뭐 건설자들을 위해 선심을 쓴게 있소? 노랭이같은게…》

민과부는 사내에게 화를 내며 손을 홱 내젓고는 큰소리로 손님들을 청했다.

《자, 오늘은 막눅거리예요. 백냥짜린 오십냥으로 팔고요, 천냥짜린 오백냥으로 팔아요. 나라에서 물가를 인하시키는데 민과부도 물가를 인하시켜야지요.》

《하하하.》

사람들은 반죽좋은 민과부의 너스레에 모두 허리를 그러안고 웃었다. 그들속에는 경상1동 녀맹위원장 왕수복이도 있었다. 그는 500톤급철선진수식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뜩새벽에 집을 떠났었다. 남편 김광진이가 자기는 학생수업때문에 갈수 없지만 당신이라도 가보고와서 말해달라고 했었다. 500톤급철선설계자인 문봉히는 왕수복이네 부부와 가까운 사이였다.

왕수복은 언제인가 최윤옥이와 함께 녀맹단체 지원물자를 가지고 조선소에 왔다가 문봉히의 안내로 배무이작업장을 참관한적이 있었다. 그때 문봉히는 김정숙녀사께서 댁에서 기르신 돼지 한마리를 가지고 조선소현장에 찾아오신 일도 있다고 하면서 자기가 쓰고있는 계산척도 녀사께서 구해주신것이라고 자랑했었다.

그때 조선소작업장은 보는것마다가 희한했다.

느린 경사를 지은 기다란 배무이대 량옆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수십개의 쇠기둥이 서있었는데 그 모양이 마치 륵골같아서 조선소사람들은 그것을 배무이대의 륵골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수십명의 로동자들이 륵골들에 두꺼운 철판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있었다.

《저렇게 륵골들에 철판을 붙이면 그것이 곧 철선의 벽으로 됩니다. 원래는 철판을 용접하는것이 좋지만 아직 용접기술이 부족하고 자재도 없어 병접을 합니다. 병접이란 불에 달군 쇠못을 륵골에 박아서 붙이는거지요. 여기 사람들은 불에 달군 쇠못을 병접알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문봉히는 배무이대밑을 내려다보라고 하였다.

배무이대를 받친 수십개의 기둥밑에는 도람통같은 큰 화로들이 늘어서있는데 매개 화로들마다에 두명의 로동자가 붙어서 풀무질을 하고있었다.

왕수복이 서있는 배무이대 바로 밑에서도 두 로동자가 런닝그를 벗어버린 고동색가슴에 땀을 흘리며 풀무질을 하고있었다. 얼마후 한 로동자가 화로안에서 시뻘겋게 단 굵고 긴 병접알을 집게로 꺼내더니 선대우에 대고 《오호! 올라간다!》 하고 소리쳤다.

륵골옆에 철판을 붙들고 서있던 여러명의 로동자들중 한명이 한손에 자그마한 쇠바가지를 들고 밑을 내려다보며 응답하였다.

《보내라!》

순간 배무이대기둥밑에서 《야차!》하는 되알진 고함소리와 함께 새빨갛게 단 병접알이 윙하고 허공을 썰며 날아올랐다.

《야차!》

륵골의 로동자는 마치 날아오는 야구공을 받듯이 쇠바가지로 병접알을 받았다. 보다 더 능숙한 로동자들은 집게로 병접알을 받았다. 그다음에 병접알을 철판에 대고 두 로동자가 량쪽에서 연거퍼 망치로 두드려대는데 따따따따 하는 병타소리가 기관총련발사격소리 같았다. 그 병타소리는 수십개의 륵골마다에서 울려나와 참으로 철선건조작업장은 총탄이 우박치는 백열전장같았다. 귀가 멍멍했다.

마을사람들은 벌써 몇달째 밤낮으로 이 요란한 병타소리를 들으며 살고있다고 한다. 밤잠을 자다가도 혹시 병타소리가 멎으면 오히려 마음이 불안하여 잠을 못든다는것이였다.

왕수복이 가장 신비롭게 본것은 날아오르는 병접알을 백발백중 실수없이 받아내는 쇠바가지와 집게를 든 로동자의 신묘한 기술이였다. 병접알을 던지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교예사와 같은 재능의 소유자였다.

밤이면 조선소건설장은 더욱 볼만하다고 한다.

마치 번개의 뒤끝에 우뢰소리가 울려오듯이 수백점의 불꽃들이 튕긴 다음에 기관총소리처럼 울려오는 병타소리, 검은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병접알의 붉은 포물선, 그것이야말로 률동과 선률, 진동과 색채의 조화를 이룬 하나의 예술이였다.

건설장의 병타소리는 사방 몇십리밖까지 메아리쳐가고 병접알이 날아오르는 불의 포물선과 병타하는 망치의 불꽃은 멀리 백리밖 강건너 농촌마을에서도 보인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점점 더 모여들어 조선소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몇달동안 밤낮없이 병타소리로 소란스럽던 조선소건설장이 지금은 조용하였다. 500톤 철의 거물은 묵묵히 배무이대우에 고래처럼 누워서 진수식을 기다리고있다.

철선웃머리는 어제 저녁까지만 하여도 여러 가닥의 쇠바줄에 매여있었는데 지금은 오직 한개의 쇠바줄이 철선을 붙들어놓고있었다. 이제 그 한줄의 쇠바를 끊어놓으면 철선이 배무이대에 설치된 레루를 타고 미끄러져내려가 물우에 뜨게 되는것이다.

돌연히 《만세》의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회색여름옷에 중절모를 쓰신 김일성장군님께서 군중의 환호에 손들어 답례하시며 배무이대쪽으로 걸어가시였다. 그이의 뒤로 김책을 비롯한 여러 국가간부들과 모범로동자들이 따라갔다. 수원들속에는 30대초로 보이는 수수한 무명치마저고리차림의 녀인도 있었다. 농촌과 시내에서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한 젊은 녀인이면서도 류달리 인자하고 다정다감한 인상을 주는 부인이였다.

《아아- 김정숙녀사이시구나!》

왕수복은 저도 모르게 녀사를 향해 달려가려고 하였으나 진을 친 사람들때문에 나갈수가 없었다.

《녀사님! 녀사님!》

왕수복은 정신없이 손을 흔들었다.

질서유지대원들이 김일성장군님께 몰려드는 군중을 막아내느라 땀을 뻘뻘 흘리였다. 하기는 이 수많은 사람들이 철선진수식장으로 몰려들어간다면 무엇이 되겠는가.

우렁찬 환성은 저쪽 강건너편에서도 울려왔다. 대안에 정박해있던 거루배, 너벅선, 소형기계배들이 일제히 닻을 올리고 조선소쪽으로 미끄러져왔다. 너벅선에는 500톤급철선을 건조한 로동계급에게 줄 농민들의 성의인지 쌀가마니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웃동을 벗고 이때를 기다리고있던 백여명청년들이 강물에 뛰여들어 헤염을 치기 시작하였다. 바다처럼 넓은 강은 헤염치는 젊은 수영선수들로 한벌 덮이였다.

일찌기 있어보지 못한 장쾌한 풍경이였다.

군중의 환호에 답례하며 걸어가시던 김일성장군님께서 드디여 철선진수대앞에 이르시였다. 거기서 대기하고있던 조선소지배인이 그이께 허리를 굽혀 절을 올리였다.

장군님께서는 산악같은 철선을 바라보시며 지배인에게 통쾌한 목소리로 물으시였다.

《지배인동무! 이 배가 하늘에서 떨어졌소, 땅에서 솟아났소?》

《장군님!》

500톤철선에 눈물없이는 추억할수 없는 만단사연이 깃들어있는 저 지배인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배인동무, 오늘은 기쁜 날인데 눈물을 그치시오. 내 이제 오면서 보니 어떤 직장에서는 일을 하는것 같은데 휴식을 시키시오. 씨름경기도 하면서 명절처럼 즐겁게 보내시오.》

그이께서는 그동안 조선소로동자, 기술자들이 수고하였다고 하시면서 조선사람의 힘으로 이런 큰 철선을 건조한것은 우리 나라 력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시였다.

《내가 늘 말하군 하지만 우리 조선사람들은 옛날부터 높은 선박기술을 가지고있었습니다. 어떤 사학자들은 고대의 기술문화에 대해서 말할 때면 그리스를 으뜸으로 꼽는데 그것은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선박건조기술을 비롯해서 고대의 모든 문화와 과학기술을 보면 동방이 훨씬 앞섰댔습니다. 동방의 기술을 유럽에서 배웠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16세기에 벌써 세계에서 처음으로 철갑선인 거북선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부패무능한 봉건통치배들에 의하여 우리 나라의 선박기술은 제대로 발전할수 없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통분하신듯 잠시 말씀을 끊고 먼 하늘을 올려다보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너무도 분하시여 이 말씀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복하시였다.

《46년 10월 10일이였소. 삭주군에 가보니 압록강연안 산골마을사람들속에 신의주에 가보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이 많다고 했소. 배가 없어서 일군들도 도에 회의를 가자면 몇십리씩 돌아서 다녀야 했습니다. 로인들한테서 그런 말을 들으면서 배를 보내줄 형편이 못되여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땐 배도 없었고 선박기술자도 한명밖에 없었습니다.》

그이께서는 말씀을 끊고 산업국장을 돌아보며 문봉히가 왜 보이지 않는가고 물으시였다.

《진수식준비를 하느라 작업장에 있는것 같습니다. 제 데려오겠습니다.》

산업국장이 급히 자리를 떴다. 얼마후 작업복차림의 문봉히가 장군님앞에 와서 깊이 허리를 굽히였다.

《장군님!》

《오, 문봉히동무! 동무들, 바로 이 동무요. 이 동무가 유일한 선박기술자였습니다. 이 동무가 압록강려객선도 만들고 80톤짜리 기계배도 무어냈습니다. 500톤급 저 철선도 이 동무가 설계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세계적으로 볼 때 500톤급철선이란 큰게 아니지만 물질기술적토대가 미약하고 선박을 건조해본 경험이 부족한 조건에서도 짧은 기간에 500톤급철선을 건조한것은 자랑할만 한 일이라고 하시였다.

《여기 조선소동무들이 이룩한 오늘의 성과는 온 나라 인민들을 크게 고무하고있습니다. 동무들의 소식을 듣고 교통국과 전기부문 로동자들은 당이 걱정하고있는 양덕-천성, 개고-고인간의 철도를 전기화할데 대하여 결의해나섰고 자동차부속품공장에서는 조만간 네바퀴짜리 뜨락또르를 만들어 내놓겠다고 하였습니다. 자동차시제품생산도 마지막고비에 들어섰습니다. 이 모든것은 건국사상총동원운동이 이룩한 자랑스러운 결실들입니다.》

박수갈채와 만세의 환호성이 울리였다.

환호성이 가라앉자 지배인이 눈을 슴뻑이면서 그이께 배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청을 드리였다.

그이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겨 멀리 푸른 수면을 바라보시였다. 이 나라 동해와 서해에서 파도를 가르며 배고동소리 높이 장엄하게 내닫는 수백수천의 철선대렬이 눈앞에 안겨오시였다. 그이께서는 미래의 바다를 생각하며 말씀하시였다.

《내 생각에는 배의 이름을 우리 나라 조선업이 새로 부흥발전한다는 뜻에서 신흥이라고 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신흥호〉! 어떻습니까?》

지배인은 만년필을 꼬나들고 수첩 한장이 가득차도록 《신흥호》라는 글자를 크고 진하게 새겨놓았다.

그이께서는 계속하시여 조선업은 수산업과 수상운수, 해상무역뿐아니라 해안방어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하시며 남쪽하늘에 시선을 보내시였다.

바로 보름전 6월 8일 미국비행사들이 고기잡이를 하는 남조선어부들을 폭격연습의 대상으로 삼고 수십분동안이나 폭격과 기총사격을 하였다. 그 결과 20명의 어부가 즉사하고 수십명이 부상당했으며 11척의 고기배가 침몰되였다.

《최근 놈들은 38분계선에서 자주 불질을 하고있습니다. 놈들이 바다에서도 무슨짓을 할지 모릅니다.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함선도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 해안방어를 강화해야 합니다.》

《장군님! 함선도 만들겠습니다.》

문봉히가 군인처럼 꼿꼿이 서서 힘차게 대답을 올렸다.

장군님께서는 철선진수대를 중심으로 반달형으로 진을 친 수천명의 군중을 둘러보시였다.

《모두 진수식을 기다리고있는것 같습니다. 선실을 빨리 돌아보고 진수식을 합시다.》

장군님께서 선실을 돌아보고 나오시자 지배인이 번쩍거리는 누런 금도끼를 올리였다.

《이게 뭐요? 금도끼가 아니요?》

《금도색을 한 도끼입니다. 세계적으로 선박진수식을 할 때엔 금도끼로 쇠바줄을 끊습니다. 장군님께서 진수식테프를 끊어주시면 우리모두의 크나큰 영광으로 될것입니다.》

장군님께서는 금도끼를 받아들고 잠시 생각깊이 들여다보시다가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내가 끊을것이 아니라 신흥호〉를 건조한 여기 조선소로동계급이 끊어야 합니다. 그래야 의의가 있습니다.》

장군님께서 조선소로동계급이 끊게 하라고 거듭 이르시여 지배인이 누구인가를 소리쳐불렀다. 두명의 청년이 지배인앞으로 달려왔다. 이윽고 금도끼를 받아든 두 젊은이는 철선과 련결된 굵은 쇠바줄을 감고 서있는 철기둥밑으로 걸어갔다. 수천명군중의 시선이 두 젊은이에게 집중되였다.

한 젊은이는 금빛도끼를, 다른 한 젊은이는 은백색장검모양의 절단기를 거머쥐고 기둥에 비끄러맨 쇠바줄을 노려보고있었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심연속같은 정적이 흐른다. 그 깊은 정적을 누비며 물새소리가 들려온다.

마침내 지배인이 노한듯 한 음성으로 《끊으라!》 하고 소리치자 어디선가 둥둥 북소리가 울리였다.

《얏차!》

《얏차!》

용감한 두 《무사》가 철선을 비끄러맨 쇠바줄에 고함을 지르며 《장검》을 내리쳤다. 쇠바줄이 뭉청 끊어지면서 500톤의 철선 《신흥호》가 진수대의 레루를 타고 서서히 미끄러져내려갔다. 기다란 쇠배는 바다같이 넓은 강하류의 푸른 물기슭에 첨버덩 떨어졌다. 순간 고래가 물줄기를 내뿜듯이 철선우로 뽀얀 물갈기를 날리였다.

《만세! 만세! 김일성장군 만세!》

우뢰같은 만세의 함성이 산과 들에 메아리쳐갔다.

그것은 새 조선의 부흥을 알리는 민주건국의 장엄한 환호성이였다.

왕수복이도 장군님과 녀사를 향해 만세의 환호성을 힘껏 터치였다.

녀사께서는 조용히 서서 500톤급철선을 정겹게 바라보고계시였다.

《김정숙녀사님!》

왕수복은 존경하는 녀사를 부르고 또 불렀다.

이날은 1948년 6월 23일이였다.

이날 조선소로는 수백가마니의 애국미와 수십만원의 기부금이 들어왔다.

《꼼바리과부》로 유명한 민과부는 그때까지 모아둔 10만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나라에 바치였다.

이날 평양방송은 서해조선소에서 500톤급철선진수식을 성대히 진행한데 대하여 크게 보도하였다. 이어서 《5. 10단독선거》와 더불어 피의 항쟁으로 번져진 남조선정세를 보도한 뒤끝에 《4월남북련석회의 수행기자로 입북하였던 동아일보사 기자 박천수, 취중에 미군정의 중대비밀을 북조선사람들에게 루설하였다는 죄로 즉각사형을 받았다고 합니다.》라는 소식을 전하였다.

하지만 적들이 남북련석회의를 목격하고 돌아온 박천수에게서 심리적동요가 일어난것을 알아차리고 즉각처형해버린 사실에 대하여 알고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서해조선소에서 500톤급철선 진수식을 한지 사흘후, 즉 6월 26일 아침 평양방송에서는 이날 낮 12시에 특별중대방송이 있다고 알리였다.

12시가 가까와오자 리은실은 그날 아침차로 출장지에서 돌아온 김춘선이와 라지오를 마주하고 사무실에 나란히 앉았다.

《부장동지, 무슨 방송일가요?》

리은실이 호기심이 동하여 조용히 묻자 김춘선은 눈섭을 구핏거리면서 아마 전조선적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와 관련된 보도일것이라고 하였다.

음악이 울려나오던 라지오에서 드디여 남성방송원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청취자여러분! 이제부터 북조선인민위원회결정 제155호를 랑독해드리겠습니다.

북조선인민위원회결정 제155호

구암저수지와 례의저수지의 관개용수를 남조선 연백지방에 공급함에 대한 결정서》

리은실은 너무도 뜻밖이여서 흠칫 놀라며 김춘선을 돌아보았다.

방송원의 목소리가 계속 울려나왔다.

《38도선이북에 있는 구암저수지와 례의저수지는 38도선이남 연백지방의 수전 1만 3 000정보의 관개용수를 공급하고있었다. 북조선인민위원회는 8. 15해방직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3년동안 구암저수지와 례의저수지 복구사업에 막대한 재료와 인력과 재정을 투입하였다. 1947년도에만도 1 500만원의 거액을 투하하여 복구건설을 진행하였던것이다.

이와 같이 북조선인민위원회는 구암, 례의저수지의 복구수리와 그의 관리에 거액의 재정과 재료와 인력을 소모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정측의 태공과 방해로 말미암아 8. 15해방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38도선이남 연백지방의 관개용수사용료를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38도선이남 농민들은 관개용수사용료를 3년동안이나 남조선수리조합에 납부하여왔다.

북조선인민위원회는 수차에 걸쳐 관개용수공급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미군정측과 서한을 교환하였다. 그러나 미군정측은… 고의적으로 태공하여왔으며 더우기 38도선이남 농민들이 자진적으로… 관개용수문제해결을 교섭하려는것까지도 방해하여왔다.

이와 같은 사정은 북조선인민위원회로 하여금 본의는 아니나 부득이 관개용수사용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구암저수지와 례의저수지로부터 38도선이남 연백지방에 급수하는것을 당분간 보류하게 하였던것이다.

미군정측이 남조선동포들의 비참한 처지에 대하여 하등의 관심도 가지지 않고있으며 대책도 취하려 하지 않을뿐아니라 도리여 남조선동포들의 처지를 악화시킬 목적으로 관개용수조절문제를 고의적으로 태공하며 속한 기일내에 관개용수사용문제에 대한 부채를 청산하려 하지 않고있으나 북조선인민위윈회는 남조선동포들의 비참한 처지를 구원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결정한다.

미군정측은 관개용수사용료에 관한 문제를 속한 기일내에 해결하려 하지 않고있으나 남조선동포들의… 요청에 의하여 1948년 6월 27일부터 구암저수지와 례의저수지의 관개용수를 38도선이남 연백지방에 급수할것이다.…》

또다시 음악이 흘렀다. 업무부 부원들은 미국놈들을 욕하면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그러나 김춘선은 눈을 감은채 돌부처처럼 앉아있었다.

리은실은 그제야 경성온포료양소에 다녀온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면서 부탁받았던 편지는 희망사진관 주인이 간첩으로 체포되였기때문에 군내무서에 바쳤다고 불안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하였다.

그런데도 김춘선은 까딱이 없었다. 다만 낯빛만이 점점 컴컴해졌다.

한참만에 자리에서 일어선 김춘선은 갑자기 현기증이 일어나는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비칠거리더니 벽에 몸을 기대였다.

《부장동지, 왜 그러세요?》

리은실은 달려와서 그를 부축하였다.

김춘선은 무슨 뜻에서인지 세차게 머리를 저었다.

《부장동지의 얼굴이 점점 축가셔요.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봐야 하잖겠어요?》

또다시 김춘선은 머리를 저으며 땅이 꺼지게 긴 한숨을 쉬였다. 그러는 그의 눈에는 멀건 눈물이 그렁하게 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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