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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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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604회 작성일 19-11-0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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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장

3

 

승용차는 곧추 뻗은 서해연선의 긴 도로를 쾌속으로 달리고있었다.

김일성장군님을 모시고 승용차에 앉아있는 김책은 깊은 감회에 잠겨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지금 장군님을 모시고 황해제철소 제2호 해탄로 조업식에 참가하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상반년도 인민경제계획을 완수한데 이어 3, 4분기 첫 출발선에서 세계를 향해 장훈을 부른 황해제철소 제2호해탄로조업은 이제 내외에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될것이였다. 요즘은 우리 나라뿐아니라 자본주의나라 좌익신문들에서까지 《북조선의 인민경제계획은 허황한 꿈이 아니였다.》, 《백년이 가도 일어서지 못한다던 황해제철소에서 평로와 압연기들이 복구된데 이어 제2호해탄로가 일어섰다.》 등등의 기적적인 성과들을 널리 보도하고있었다. 하여 세계가 놀라서 북조선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하게 되였다. 얼마전에는 미국의 녀류기자 안나 루이스 스트롱이 북조선을 방문할데 대한 의사를 표명하고 우리 외무국에 입국신청서를 제출하였다고 한다. 요즘 김책은 사상동향을 알수 없는 이 부르죠아 녀기자에 대해서도 어지간히 신경을 쓰고있었다. 외무국을 통해 알아본데 의하면 스트롱은 수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주로 국가수반급 인물들과 단독 면담을 많이 하는 로련하고 관록있는 백발의 녀기자라고 했다. 그는 팔로군을 따라 중국 연안에도 가보고 동북지방에도 다녀본적이 있는데 아마도 최근 북조선에 대한 이러저러한 소문들이 퍼지고있으니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려는 모양이였다. 그는 해방후 북조선에 찾아오는 첫 외국기자였다. 그러나 아직 외교사업의 의례방식조차 잘 서있지 못한 형편이여서 미국녀류기자와의 사업을 어떻게 조직해야 할지 선듯 안이 서지 않았다. 김책은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산하 선전국장과 외무국장에게 미국기자와의 사업을 잘하도록 과업을 주었으나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흔히 말하기를 부르죠아기자들이란 매서운 눈과 사나운 부리를 가진 매와 같아서 자칫 걸려들면 나라망신을 하기가 십상이라고 한다.

김책은 당장 박두한 이 사업에 대한 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받고싶었다. 그런데 그이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황해제철소를 떠나오실 때부터 말씀이 없이 줄곧 차창밖을 내다보고계시였다. 김책은 문득 제2호해탄로조업식에서 축사를 하실 때 그이께서 이제부터는 제3호용광로와 제1호해탄로복구건설을 다그쳐 금년안으로 조업을 하여야 되겠다고 하시던 말씀이 머리에 짚이였다. 분명 그이께서 하반년도계획에 물려있는 용광로복구때문에 걱정하시는것 같았다. 쇠물과 슬라크가 꽉 엉켜붙은 용광로를 복구하는것은 해탄로복구에 대비도 되지 않게 어려운 일이였다.

승용차는 어느덧 평양을 가까이 하고있었다.

오래도록 말씀이 없으시던 장군님께서 차창에서 눈을 떼고 김책을 돌아보시였다.

《제철소로동자들의 생활수준이 아직 높지 못합니다. 그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데 힘을 넣어야 하겠습니다. 그들모두가 좋은 기와집을 쓰고 흰쌀밥에 고기국을 먹으며 살게 해야 합니다.》

김책은 전혀 뜻밖의 말씀에 눈을 치떴다. 여태 장군님께서는 3호용광로복구건설이 아니라 제철소로동자들의 생활문제에 대해 생각하고계셨던것이다.

그이께서는 해탄로조업식이 끝난 다음 송림시 로동자주택들을 돌아보셨었다.

장군님께서는 승용차가 북조선인민위원회청사마당에 들어설 때까지 제철소로동자들의 생활문제와 관련된 말씀을 하시였다.

차에서 내리신 장군님께서 집무실이 있는 3층복도를 걸어가시는데 마침 서기가 마중나오며 인민위원회 허정숙국장과 당중앙위원회 박창옥선전부부장이 대기하고있다고 알려드리였다.

《미국녀류기자의 방문과 관련하여 가르치심을 받을게 있다고 합니다.》

서기의 보고를 받으신 장군님께서 김책을 돌아보며 같이 들어가 토의하자고 하시였다.

얼마후 서기의 안내를 받아 집무실로 들어온 허정숙, 박창옥이들이 그이께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김책이와 함께 응접탁을 마주하고 앉았다.

《장군님, 이번에 수고가 많으셨겠습니다.》

박창옥이 제2호해탄로조업식을 두고 올리는 인사였다.

집요하게 《시기상조론》을 주장해오던 그는 상반년계획이 완수된 다음부터 한결 기가 꺾이였다. 제철소복구사업에 대하여 가장 허무주의적으로 대한것도 허가이와 박창옥이였다.

《장군님, 안나 루이스 스트롱이 며칠내 평양으로 들어옵니다.》

집무실에 들어설 때부터 초조해하던 허정숙이 서둘러 찾아온 용건을 말씀올리였다.

《그래요? 허정숙국장이 안내를 맡게 됐다지요? 같은 녀성이고 영어도 잘하니 적임인것 같습니다.》

《외무국 아메리카주담당부서에서 올려보낸 자료와 당중앙위원회 조직부, 선전부의 의견들을 참작해서 안내로선을 이렇게 정했습니다.》

허정숙이 그이께 정중히 문건을 올리였다. 거기에는 안나 루이스 스트롱을 처음 평양곡산공장과 수풍발전소를 참관시킨 다음 금강산휴양각에 들여놓고 며칠동안 금강산구경을 시키게 되여있었다.

《안내로선을 우리가 정한게 아니라 외국기자가 보고싶다고 하는데를 다 보여야 합니다. 미국기자가 금강산구경이나 하자고 오는게 아닐겝니다.》

허정숙이 당황해하며 박창옥을 돌아보았다.

《저… 그렇게 되면…》

박창옥이 엉거주춤 일어나며 《허가이부장동지를 비롯한 일부 일군들은 그렇게 마음대로 풀어놓으면 소똥내 나는 농촌지역에까지 들어가서 허물을 들춰낼수 있다고 걱정하고있습니다. 특히 상대가 적국인 미국의 기자이므로 경각성을 높여야 할것 같습니다.》 하고는 동의를 구하듯 김책을 돌아보았다.

《바로 농촌지역을 많이 보게 해야 합니다.》

장군님께서 집무탁우에 놓인 초물부채를 들고 부치시였다. 응접탁에도 둥근 초물부채가 몇개 놓여있었다. 《부채질들을 하시오. 날이 덥습니다.… 우리가 무얼 감출게 있습니까. 그가 우리 나라에 온 목적을 알아보고 불편이 없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공장에 가보고싶다면 가보게 하고 농촌이나 어촌 어디든지 가보고싶은데를 가보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그가 알고싶은것이 있어 물어보면 인민위원회의 수립, 민주개혁의 실시, 민주선거, 인민경제계획의 수립과 실행정형, 민주문화건설 등 지난 2년간 우리 당과 인민정권이 해놓은 일들을 사실그대로 이야기해주어야 합니다. 우리 인민들의 생활이 아직 높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과거와 대비하여 잘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소똥내가 나면 무어랍니까. 농촌지역을 많이 보여줄수록 좋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집무실로 들어서는 서기를 보시고 말씀을 끊으시였다.

《장군님, 리문도전기처장이 급한 일로 찾아왔습니다.》

《들여보내시오.》

이윽고 집무실에 들어온 리문도는 방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얼핏 둘러보고나서 그이께 말씀올리였다.

《남조선송전선을 당장 끊어버리자고 합니다. 최근 북조선의 전기시설들을 파괴할 임무를 받고 잠입한 미국고용간첩들을 붙잡았는데 그놈들의 자백에 의하면 미군정에서 서울전업회사에 전기세를 지불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했다고 합니다.》

장군님께서 다소 놀라시는듯 부채를 놓고 일어서시였다.

《전기셀 물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계약된 8월 31일까지 기다려보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간첩놈들의 말을 듣고 덤벼칠건 없습니다. 놈들의 도발에 오히려 동무네들이 걸려들수 있소.》

《이상한건 놈들이 전기간첩을 많이 들여보내는겁니다.》

《전기뿐이 아니요. 이번에 황해제철소에서도 세놈의 간첩을 잡아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경제를 허수히 보던 놈들이 북조선에서 상반년도 인민경제계획을 완수하였을뿐아니라 로동자, 사무원들의 로임을 인상하고 물가를 인하시키니 눈이 떼꾼해졌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경제를 물리적으로 파괴할 잡도리를 하고있습니다. 경각성을 높여야 합니다.》

옆벽에 걸린 세계지도에 피끗 고개를 돌리시는 장군님의 눈에서 불빛이 펑긋 일었다.

리문도는 인사를 올리고 인차 나갔다. 뒤따라 집무탁에서 전화종이 울리였다. 그이께서 몇분간 전화를 받고나시자 서기가 또 들어와서 기획국장이 찾아왔다고 하였다.

집무실에 들어선 기획국장은 무역처에서 들어온 래년도 수출계획에 기계배 40척이 들어있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서 왔다고 하였다.

《80톤급이하의 기계배 40여척을 쏘련에 수출하겠다는데 무슨 소린지 리해되지 않습니다.》

《쏘련에 배를 수출한다구요?》

박창옥이 놀라면서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쏘련측의 요구에 의해 싸할린섬에 끌배와 끌림배를 수출하기로 했습니다.》

장군님께서 그 사연을 자상히 말씀하시였다. 《태평양전쟁때 싸할린섬 어업자들의 배가 다 마사져 고기를 못 잡는다고 합니다. 쏘련은 선박공업력사가 있는 나라이지만 전쟁피해복구사업때문에 먼 변방인 싸할린섬의 고기배들까지 돌봐줄 여유가 없는것 같습니다. 쏘련측에서 거리가 가까운 우리 나라에서 려객선과 기계배들을 건조했다는 말을 듣고 80톤급이나 40톤급의 철선을 40척만이라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리도 배가 모자라지만 싸할린섬에는 조선어업자들이 많으니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지금 동해조선소에서 수출용배를 건조하고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선박공업유치원생》이 《대학생》한테 배를 수출하고있으니 희한한 일이라며 웃으시였다.

기획국장이 나간 다음에도 전화종이 연방 울리고 각 부문 일군들이 급한 용무를 가지고 잇달아 찾아와서 허정숙, 박창옥이들은 오랜 시간 앉아서 기다려야 했다.

 

7월 하순에 북조선에 입국한 미국녀류기자 안나 루이스 스트롱은 보름남짓이 평양주변과 동서해안일대를 돌아보고 스스로 기자회견을 요청하였다.

그날 로동신문사 회의실에는 수십명의 국내기자들이 대기하고있었다.

얼마후 허정숙선전국장이 얼굴에 주름살이 많은 외국의 한 할머니를 데리고 회의실 연단으로 나왔다. 안나 루이스 스트롱은 허정숙의 소개를 받고 백발을 숙여 인사를 한 다음 격식없이 북조선을 방문한 자기 인상을 말하였다.

《기자선생여러분! 저는 오늘까지 보름남짓이 귀국의 도시와 농촌들을 편답하면서 참으로 강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처음 평양교외의 한 농촌마을을 찾아가보았습니다. 90여호의 농가가 있는 그 마을은 지난날 기와집이라고는 지주집 한채뿐이였는데 해방후 22세대의 기와집이 새로 생겨났다고 했습니다. 제가 갔을 때에도 여러채의 기와집을 새로 짓고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평안남도의 2개 시와 14개 군을 료해하여 본에 의하면 신축가옥이 1만 6천여세대, 전기를 새로 끌어들인 농가호수는 2만 6 300세대, 라지오를 새로 구입한 세대는 2천 9백여세대, 재봉기를 사들인 집이 2 700여세대나 되였습니다.… 저는 많은 교육기관들을 참관하고 수십명의 각계층 사람들과 인터뷰를 해보고는 김일성장군님을 꼭 만나뵈와야 하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그 소원을 성취하였습니다.

저는 오늘 김일성장군님을 만나뵈온 첫 순간에 완전히 매혹되였습니다.

김일성장군님의 영채로 빛나는 안광, 만면에 흐르는 인애깊은 밝은 미소를 보고 저는 대뜸 그이는 희세의 영웅이며 세계적인 위인이시라는것을 깊이 느낄수 있었습니다.

김일성장군님은 정말 가을의 찬서리도 순간에 녹이는 해빛과도 같은 정열적인분이시며 령롱한 달밤에 서늘한 바람이 부는것과 같은 부드러운분이십니다.

저는 당신들이 왜 장군님, 장군님 하면서 그이를 높이 존경하는지 이제야 똑똑히 알았습니다. 저도 조선사람처럼 그이를 김일성장군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계속하여 스트롱은 북조선에 와서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것은 지난날 막돌처럼 버림받던 사람들이 값진 인간대접을 받으며 살아가는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인민들속에서 로동영웅, 농민영웅으로 높이 떠받들리우고있는 김고망, 김회일, 전두현, 김제원, 오천행, 최군마들은 다 지난날 소, 돼지처럼 천대받던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북조선은 자기가 아직까지 보지 못한 가장 훌륭한 민주국가라고 하였다.…

허가이는 기자회견에서 한 미국녀류기자의 인상담을 들으면서 자신에 대한 환멸감으로 번민하게 되였다. 자기가 그렇게도 걱정했던 소똥내 나는 농촌이 세계 각처를 다 돌아다닌 미국의 할머니를 크게 감동시킨 사실은 자기 사고에 시대착오적인 엄청난 탈선이 있다는것을 말해주고있었다. 그것은 무서운 일이였다.

안나 루이스 스트롱은 그후 미국으로 돌아가 김일성장군님과 북조선의 민주정치에 대하여 극구찬양하는 《북조선방문기》를 발표하여 아메리카주와 유럽일대에 파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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