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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조선의 힘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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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394회 작성일 19-12-27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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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께서는 전화를 끝내신 후에도 한동안 송수화기에서 손을 떼지 못하시였다. 좀더 알아보고 좀더 론의해보고싶으시였다. 하지만 전화는 이미 끊어졌고 헐썩거리며 말을 갑자르던 리성조의 갈린 목소리의 여운만이 아직도 그이의 뇌리에 울리고있었다.

《장군님!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서병호는 손으로 피대를 돌려서라도 해내겠다고 했었지만 리성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목소리엔 마음속의 극심한 고통이 들어있었고 량심과 의무간의 심각한 대결이 빚어낸 고뇌와 몸부림이 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손더듬으로 연필을 쥐시였다. 아까부터 펴놓고있던 군수품생산과 관련된 보고서의 어느 한 부분에 의문부호를 크게 그리시였다.

손으로 피대를 돌려가지고는 전선에서 요구하는, 이제 있게 될 강력한 반타격전에 소요되는 그 많은 량의 무기와 포탄을 생산할수 없다. 그것은 불보듯 명백하다.

실정에 어둡고 무책임한 사람들만이 아무런 괴로움도 느끼지 않고 척척 류창하게 대답을 망탕 하는 법이다. 그러나 끝까지 책임지려는 사람들은 심각하게 생각하며 자기가 생각하는바를 말하기 두려워하면서 힘들게 입을 연다.

그이께서는 보고서를 처음부터 다시 읽으시였다. 크고작은 수자들마다 깊은 주의를 돌리시였다. 지금 온갖 애로를 겪으며 후비부대들을 조직하고있으나 그들에게 메워줄 총이 절대적으로 부족된다. 총이 없어 후퇴를 했는데 또 총이 걸려 후비부대들을 더 늘이지 못하고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작은 뙤창가로 다가가시였다. 피기없는 태양이 좁은 골안상공을 지나 뉘엿뉘엿 저물어가고있다. 길건너쪽 학교지붕우에 한무리의 참새떼가 내리더니 바람에 불린 가랑잎들처럼 사방 흩어져버렸다.

저 수수한 단층교사건물에서 어제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가 있었다. 회의에서는 인민군대내에 조선로동당 단체를 조직할데 대한 문제가 토의되였다. 그리하여 민족보위성 문화훈련국을 총정치국으로 개편하고 각급 문화부를 정치부로 개편하며 구분대와 부대들에 정치부 부대장, 구분대장 직제를 내오고 중대에는 당세포를, 대대와 련대들에는 당위원회를 내오도록 하였다.

이것은 지금 량적으로 급격히 증가되고있는 인민군대를 질적으로 더욱 강화하며 조성된 군사정치정세에 비추어 군대내에서 당의 령도적역할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이였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사상적으로 강화된 군대라 해도 총이 없이는 적과 싸울수 없다. 총이 없이는 병사도 부대도 승리도 있을수 없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방구석에 놓인 자그마한 책상앞으로 돌아오시였다. 수첩장을 번지고 《총-전기!》라고 쓰시였다. 하지만 각종 무기와 총포탄생산이 전기에만 걸리고있는것이 아니라는것을 그이께서는 너무도 잘 아시였다. 전선의 수요를 보장할 방대한 사업을 틀어쥐고 내밀 능력있는 일군들이 부족했다. 결단성있고 헌신분투할줄 아는 일군들은 거의 다 전선에 나가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적들의 침공을 저지시키고 결정적인 반공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지금 후방사업 전반을 틀어쥘 아귀센 일군이 절실히 필요하다는것을 절감하고계시였다. 그러한 일군으로서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신것은 김책이였다. 해방후 줄곧 산업부문사업을 맡아보았고 당과 국가의 중요 정책작성의 주되는 참가자이며 만사람에게 잘 알려진 신망있고 권위있는 일군으로서 그이상의 적임자는 없을것이다. 그러나 그는 전선사령관으로서 전선서부 적의 주타격방향에서 피어린 방어전을 지휘하고있다. 그를 전선지휘에서 소환하면 커다란 공백이 생길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밖으로 나서시였다. 찬바람이 불고있었다. 그때 무선통신차가 서있는 체신소쪽에서 키가 후리후리한 남일이 거의 반달음으로 달려오는것이 눈에 띄시였다. 무척 흥분하고있는것 같았다. 언제보나 담담한 빛이던 그의 얼굴이 불에 쪼인듯 상기되여있었다.

《최고사령관동지! 방금 적구에서 최운림동무가 보내온 전문에 의하면 최현동무가 양양과 고성, 통천을 련달아 해방했다고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남일이 올리는 전문을 급히 받아드시였다.

《어디 봅시다!…》

전문을 읽으시였다. 연거퍼 두번세번 읽고나서 흥분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최현동무답소, 빈손으로 오지 않는다는거요. 그래서 놈들을 치면서 보무당당히 오고있소!…》 그이께서는 부지중 갈린 음성으로 혼자말처럼 뇌이시였다. 《오고있소… 끝내 돌아오고있소!…》

그이께서는 남일에게 전문을 넘겨주시였다.

《곧 최현동무가 북상하는 동해연선에 련락군관들을 파견하시오. 최현동무는 지체함이 없이 최고사령부로 올것. 한개 부대만 함께 오고 기타 부대들은 적구에서 활동하는 부대들과 합세하도록 할것!…》

그이께서는 잠시 머리속에서 최현의 북상로정과 그 시일을 가늠해보시였다. 되도록이면 그를 빨리 오도록 해야 했다. 적의 침공을 저지시키며 새로운 결정적인 반공격을 가하기 위한 그이의 작전적구상에서 최현은 중요한 일익을 벌써 맡고있었다. 그에게 지금 준비되고있고 또 맹렬한 활동을 벌리기 시작한 제2전선의 지휘를 맡기시려는것이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하고 그이께서는 말씀을 이으시였다. 《최현동무를 빨리 오도록 하시오. 련락군관들을 여러 조 편성해서 떠나보내시오. 빨리 올수록 좋소!…》

《알았습니다!》

남일이 힘있게 대답했다.

그때였다. 그이께서는 별안간 가슴이 쿡 쑤시는것을 느끼시였다. 며칠전 최현의 어린 딸이 후퇴도중 잘못되였다는 보고를 받던 일이 상기되신것이다.

최현이 끔찍이도 귀애하던 딸이다. 그애의 손등이 약간 긁히기만 해도 숱진 장미를 흠칫거렸고 밤에 자다가 식은땀만 흘려도 온밤 머리맡에 앉아 담배연기로 방안을 꽉 채운다고 했다. 덜퉁하나 애모쁜 사랑으로 그애의 먼 장래를 축복하던 그였었다. 그러한 최현이 그처럼 사랑하던 딸의 죽음을 알면 얼마나 괴로워하겠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가슴이 저려나시였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먼 산줄기너머로 눈길을 주시였다. 한동안이 지난 후에야 여전히 꼿꼿하게 서있는 남일을 돌아보시였다.

《인젠 박정덕의 사단만 돌아오면 되겠는데… 틀림없이 그들도 돌아오고있을거요. 대전쪽에서 적의 포위에 들었으니까… 전선중부로 들어올수 있소. 그곳에서 활동하는 부대들에 과업을 주어야겠소. 박정덕의 사단이 도착하면 더 후퇴하지 말고 곧장 적후투쟁에 진입하도록 해야 하오.》

《알겠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적후에서 활동하는 최운림이와 리승엽에게 곧 련락하겠습니다.》

그 순간 김일성동지께서는 또 최현을 생각하시였다. 지금 적구의 부대, 련합부대들로 무어진 제2군단을 부군단장인 최운림이 림시 지휘하고있으나 실상은 군사위원인 리승엽의 수중에 쥐여져있다고 한다. 그곳으로 유격전의 능수이며 배심이 드세고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는 범같은 군단장을 속히 파견하여야 했다.

 

그로부터 며칠후 10월도 다 가고있던 어느날 박정덕의 련합부대는 비로소 38°선을 넘어서고있었다. 오불꼬불 잇대여진 끝없는 총창의 흐름이였다. 소나무, 사스래, 전나무들사이로 한결같이 색이 바랜 람루한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지나갔다. 해볕에 철갑모와 장구류들이 번쩍이였고 검누른 말잔등들이 늠실늠실 흘러가기도 했다. 적들의 엠완, 칼빈 소총이며 브로우닝경기들도 많았다. 목다리가 긴 미국제군화를 신고가는 병사도 있지만 태반이 너덜너덜 찢겨진 신발을 칡줄로 동여매고있었다.

담가도 있다. 가파른 비탈을 오르내릴 때마다 담가가 기울어져 극히 조심하였다. 나무가지를 휘여잡고 두발을 벋디디며 서로 을러메듯이 주의를 주군 했다. 그들의 발밑에서는 잡관목들이 꺾어지고 땃들쭉, 매저지 등이 짓뭉개졌다. 바위우에 엉켜붙었던 마른 이끼마저 훌랑 벗겨져버렸다. 대오가 지나가면 길고 긴 오솔길만이 뒤에 남았다.

사단장 박정덕은 락타등처럼 생긴 어느 한 산중턱에서 멎어섰다. 잠시 지도를 들여다보고있는데 등뒤에서 말투레질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머리를 돌려보니 사단장의 3명 련락병중에서 제일 좌상인, 박정덕보다 7년이나 나이가 더 우인 고기남이 점백이말의 주둥이를 다독여주고있었다. 말이 소란을 피운것이 자기의 잘못이기라도 한듯이 고기남은 사단장쪽을 흘끔흘끔 바라보군 했다.

박정덕은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이번엔 반대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참모부의 군관들사이를 헤치며 척후대대의 한 군관이 달려왔다.

《사단장동지!》

그가 엄청나게 큰 소리로 보고를 시작했으므로 박정덕은 한팔을 가볍게 내저었다.

《무슨 일이요?》

《사단장동지! 령너머 큰길쪽으로 적들의 기동부대가 움직이고있습니다.》

《력량은?》

《증강된 미군보병련대입니다. 땅크 12대, 자동포 6문, 자동차 28대…》

《됐소. 계속 전진하오. 그러되 놈들이 도발하면 즉시 반격할수 있도록 만단의 준비를 갖추시오.》

《알았습니다. 사단장동지!》

그를 돌려보내고 생각하였다. 지금 적들의 기본집단은 북상하는데만 주력하고있다. 후방에 남은 부대들은 힘이 딸려 될수록 접전을 피하고있다. 특히 박정덕이 지휘하는 련합부대가 전쟁 초시기에 벌써 명성을 날린 《라이온(사자)사단》이라는것을 알고있는 적들은 길목을 막아나서는것도 꺼리고있다. 그리하여 어떤 때엔 뻐젓이 서로 마주보며 가기도 했다. 큰길에서는 적들이, 산릉선에서는 인민군대오가 북으로 북으로 행군했다. 적들은 자동차를 타고 갔고 그들은 걸어서 갔다.

그러나 있을수 있는 정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근위18련대를 우회시키라고 참모장에게 명령했다. 도발하는 경우엔 즉시 포위할것!… 그이상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지칠대로 지친 병사들이건만 전투의 총성이 울리면 결사적으로, 무자비하게 싸운다는것을 그는 잘 알고있었다.

다시 지도를 펴놓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점백이말이 또 요란스럽게 호용소리를 질렀다. 고기남 련락병이 성을 내며 무어라고 웨쳤지만 대가리를 흔들며 갈개였다. 성급한 투레질소리가 연신 울렸다.

그때에야 박정덕은 첨병구분대가 앞서간 릉선 저쪽에서 말탄 사람들이 달려오는것을 발견하였다.

우리편이다. 아군기마수들이다!… 첫순간에 느낀 벅찬 예감이였다. 앞서간 대오에서 환성을 지르는듯 했다. 술렁거리는 소리가 파도치듯 밀려왔다.

박정덕은 급히 군복옷섶을 쥐여당겼다. 숨가쁜 기대와 바라마지 않던것에 대한 예감에 가슴이 뻐근해졌다.

자동총을 둘러멘 기마병 셋이 사민 한사람을 앞세우고 달려왔다. 점백이말이 세차게 푸릉푸릉 코김을 불었다. 그러자 저쪽에서 달려온 말들이 앞머리를 버쩍 쳐들었다. 부그그 거품이 이는 아가리를 쩍 벌리고 이상한 소리를 질러대는놈도 있었다.

누런색상의에 승마바지를 입은 사민은 모지름을 쓰며 고삐를 당겼다. 성급하게 구는 말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그는 우정 큰 소리로 물었다.

《당신이 부대장이요?》

장령견장을 단 박정덕을 향한 물음이였다. 박정덕은 잠자코 있었다. 여전히 말안장우에 앉아 빙빙 돌아가는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을뿐이였다. 누구던지?… 본것 같으면서도 생각나지 않았다.

《왜 그러오?》 박정덕이 되묻자 말탄 사람이 신경질을 부렸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소?》

그때에야 별안간 생각이 났다. 박정덕은 한발 앞으로 나서며 거수경례를 했다.

《서울제4보병사단 사단장 박정덕입니다!》

《아!-》

말탄 사람은 갈개는 말때문에 또 한바퀴 빙 돌았다. 승마바지에 친 누런 각반이며 역시 누런 웃옷에 달린 4개의 주머니 등이 괴이했다. 왜정때의 협화복 비슷했다. 누런색 모자역시 옛 시절의 관헌들을 상기시켰다.

《그러니 동무가 그… 박정덕이군?》

《…》

《언제 임명됐소? 언제부터 사단장인가말이요?》

《…》

말이 성급하게 구는통에 또 빙빙 돌아가고있어 자초지종을 설명할수가 없었다. 그를 따라온 자동총수들조차 민망해하는듯 했다. 그들은 모두 말에서 내려 고삐를 잡고있었다. 유독 그 사람만이 자기의 요란스러운 직급을 기어이 상기시키려는듯 내리지 않았다.

《왜 대답이 없소?》

박정덕은 앞으로 나가 그의 말고삐를 틀어잡았다. 천천히 그리고 억세게 조이자 진정하지 못하고 갈개던 말이 대가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어룽머룽한 눈으로 고삐를 꽉 조이는 박정덕을 쳐다보았다.

《말이 순하군요.》 박정덕은 빙긋 웃었다. 말의 주둥이를 툭툭 건드리고나서 갈기를 쓸어주었다. 《그런데 배때끈을 너무 조인것 같군요. 그러면 말이 불안해합니다.》

《…》

승마바지를 입은 사나이는 말없이 흘끔 치떠보았다. 손에 감아쥐였던 고삐를 풀고 천천히 말에서 내렸다. 그러자 박정덕은 그와 같이 온 자동총수에게 고삐를 넘겨주었다.

《안녕하십니까!》

비로소 나누는 인사였다.

《음, 반갑소.》 그는 손을 내밀며 박정덕을 깐깐히 훑어보았다. 《아- 소문에 듣던바 그대로군. 좋소. 젊은 친구… 우린 동무네가 포위되여 몽땅 잘못된줄만 알았지. 헌데 멀쩡하니 살아들있거던!… 응?… 아무튼 좋은 일이지. 그런데 이보 젊은 친구, 혹시 포위됐었다는것도 뜬소문이였는가?…》

《포위됐던건 사실입니다.》

《오- 그러니 포위를 뚫고나왔군…》 그는 멀리 끝없이 잇대여진 행군대오를 살폈다. 《장하단말이요… 인젠 최고사령부에서 왜 동무를 그리 신임했는지 리해가 가오. 응? 젊은 친구!》

《…》

박정덕은 대답을 피했다. 웬일인지 그가 자꾸 《젊은 친구》라고 하는것이 기분에 거슬렸다. 그 말이 나올 때마다 이가 쏘는듯 미간을 찡그렸다.

물론 젊음이란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기쁨이고 자랑이다. 그러나 빈정거리는듯 한 그 사나이의 야릇한 어조는 구역질이 나도록 지겨웠다.

박정덕이 은근히 외면하는 눈치를 알고 그가 또 말을 걸었다.

《그런데 동무! 여기서 뭘하고있소?》

《아군부대들과 련계를 가져볼 방도를 생각하고있었습니다.》

《그래 방도를 찾았소?》

《아직…》 박정덕은 머리를 저었다. 《무선기가 파괴되여 우린 지금까지 최고사령부에도 보고를 드리지 못하고있습니다.》

《음-》 그 사나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작고 세모진, 찌르는듯 차거운 눈길로 이쪽을 살피면서 재빨리 말하였다. 《그건 나에게 맡기오. 내가 직접 보고드리지, 응?!…》

박정덕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왜?》 그가 따지듯 물었다. 낮으나 새된 목소리였다. 《미덥지 않아서 그러오?》

《…》

이번에도 박정덕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기분을 몹시 상하게 한듯 했다.

《이보, 사단장! 행군속도를 다그치시오. 저녁까진 전체 련합부대를 가려주리에 집결시켜야 하오. 들었소? 내가 나가 천리길을 헤쳐온 병사들과 담화하겠소.》

《그렇지만 우린 아직… 최고사령부와 련계를 못가지고있으므로 우선…》

《동무!》 별안간 그는 날카롭게 쏘았다. 가늘게 쪼프린 두눈이 매서웠다. 《내 이미 말하지 않았는가. 전체 련합부대 군인들에게 조성된 정세와 관련된 당의 전략적구상을 해설하겠단말이요.… 군단 군사위원으로서 하는 말이라는걸 명심해두오!》

그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자기 말께로 갔다. 아무말없이 말에 뛰여오르자 그를 따라온 자동총수들도 말에 올랐다. 채찍소리가 울렸다. 가파로운 산중턱, 길아닌 길이였지만 마구잡이로 달려갔다. 끝없이 잇대여진 두줄기 행군대오를 맞받아달리는것이였다. 얼마후 말을 달리면서 뭐라고 웨치는것 같았다. 천리길을 헤쳐온 전사들에게 무슨 전투적인 인사의 말을 했거나 아니면 격동적인 구호를 웨친 모양이였다.

박정덕은 잠자코 그쪽을 바라보고있었다. 련락병이 그에게 점백이말을 끌어온것도 알지 못하고 고개를 기웃하면서 자근자근 솔잎만 씹고있었다.

누군가 수군거렸다.

《군단 군사위원이라니… 누구요?》

《오- 리승엽!》

참모부의 한 군관이 역시 낮은 소리로 대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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