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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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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666회 작성일 19-11-0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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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장

2

 

김광진의 화페강연이 있은지 며칠이 지난 늦은저녁이였다.

김광진부부는 남성방송원이 전하는 1947년 12월 3일 황해제철소 제3호용광로 출선식에서 하신 일성장군님의 축사를 청취하고있었다. 어제 저녁에도 듣고 이날 두번째로 듣는 축사였다.

황해제철소 제3호용광로가 복구됨으로써 우리 인민은 자기 손으로 인민경제 여러 부문에 필요한 중요기계들과 레루들을 만들수 있게 되였다는 내용이였다.

김광진부부가 격동된 심정으로 한창 라지오를 듣고있는데 뜻밖에도 일성장군님께서 부르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 일로 부르실가? 영문을 알수 없어 김광진이와 왕수복은 사뭇 긴장해졌다.

그가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장군님의 집무실로 찾아가니 김책, 정준택, 허정숙, 리문도 등 북조선인민위원회 국장들이 회의탁주변에 둘러서있었다.

김광진은 국장들이 서있는 회의탁곁에서 울렁이는 가슴을 진정 못하며 장군님께 정중히 인사를 드리였다.

장군님께서는 흰 종이두루마리를 한손에 드신채 밝은 웃음을 띠우며 회의탁앞으로 걸어나오시였다.

《광진선생, 밤중에 불러서 안됐습니다. 선생한테 좋은 선물을 하나 주자고 불렀습니다.》

그이께서는 회의탁에 종이두루마리를 쭉 펴시였다.

순간 종이장에 새겨있는 표어와 그림을 보고 김광진은 눈이 휙 돌아가도록 놀래였다. 그것은 《우리 나라 돈이 나왔다!》 라는 표어를 새긴 선전화였다. 표어밑에는 여러 사람들이 새돈을 쳐들고 웃으며 서있는 그림이 공장굴뚝을 배경으로 찍혀있었다.

《광진선생, 이 선전화를 집에 붙이시오. 그러되 오늘 밤은 건사해두었다가 래일 아침에 붙여야 합니다. 허허허.》

(아, 화페개혁을 하는구나!)

촌늙은이와 려염집 아낙네들에게도 단번에 리해될수 있는 가슴을 치는 선전화였다.

《래일 화페개혁에 대한 북조선인민위원회법령을 발포하게 됩니다.》

김광진은 별안간 심장이 세차게 뛰놀고 다리가 후들거리였다.

래일은 12월 5일이였다.

《화페개혁법령을 채택한것은 12월 1일입니다. 그러나 화페개혁을 실시할 때까지는 비밀을 지켜야 했으므로 관계일군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체 알려주지 않고 이 선전화를 준비하였습니다.

래일 아침에는 먼 북방 두만강기슭에까지 우리 나라의 모든 거리와 마을, 화페교환소들에 이 선전화가 일시에 나붙게 됩니다.》

(우리 나라 돈이 나왔다!)

김광진은 선전화에 새겨진 9개의 글자를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얼마나 훌륭한 표어인가! 화페개혁의 의의와 중요성을 순수한 고유조선어로 응축집약하여 표현한 그 말속에 나라의 자랑과 기쁨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화페류통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값진 나라의 돈이 없었던탓으로 하여 망국의 설음을 당하여야 했던 비극적인 민족경제사를 돌이켜보게 하는 표어였다.

《십여일전에 선생이 시안의 사상선전부문 일군들과 재정경리일군들에게 리조말기에 있어서의 조선의 화페문제에 대한 강의를 하였는데 반영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선생의 강의는 오늘 우리가 실시하는 화페개혁의 정치경제적의의에 대해 선전한것으로 됩니다. 우리는 비밀관계로 그것을 선전할수 없었지만 선생만은 강한 웅변으로 그것을 선전하였습니다. 오늘은 선생의 소원이 풀리는 날입니다.》

《장군님!》

부지중 선전화종이장에 두손을 짚으며 그는 눈을 꾹 감았다. 굵은 눈물방울이 선전화우에 뚤렁뚤렁 떨어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김책을 비롯한 국장들의 눈굽에도 눈물이 어리였다. 선전국장 허정숙은 아예 손수건을 얼굴에 대고 흐느껴 울었다.

불현듯 김광진의 뇌리에 김일성장군님을 처음으로 만나뵙던 1945년 9월 하순의 간담회가 떠올랐다.

그날 그이께서는 간담회에 모인 평양시의 여러 유지들중에서 김광진을 제일 처음으로 지명하시면서 해방후 경제운영에 대한 소견을 말해보라고 하시였다. 그래서 김광진은 북조선에서 쏘련군표와 일제시기에 발행한 《조선은행권》이 통용되는데 대하여 우려를 표시하면서 지난날 개화파들이 민족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화페개혁을 하려 하였으나 종시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눈물겹게 말씀올렸었다.

《광진선생!》

김광진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머리를 쳐들었다.

《래일부터는 지금까지 류통되던 〈조선은행권〉과 함께 〈붉은 군표〉도 철페되고 오직 우리 나라 돈 〈북조선중앙은행권〉만이 유일한 화페로 류통되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화페교환이 아니라 화페혁명입니다.》

장군님께서는 격동된 목소리로 계속하시였다.

《새 화페의 발행은 인민들의 경제생활을 안정시키고 국가의 경제토대를 튼튼한 기초우에 올려세우며 앞으로 수립할 통일적인 중앙정부의 재정금융토대를 축성하는데서 커다란 의의를 가집니다.

화페개혁은 우리 나라 물품을 인하시키는데서도 획기적인 계기로 될것입니다. 구화페로 쌀 한말 사던 돈으로 신화페로는 쌀 서말을 사게 됩니다. 낡은 화페와 새 화페는 1대 1로 교환됩니다.》

《그러니 결국 화페개혁이자 물가인하입니다.》

김광진이 환성을 터치듯이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렇소! 이제는 그 어떤 제국주의자들도 화페를 가지고 롱간질을 못합니다.》

장군님의 목소리가 우뢰처럼 집무실에 메아리쳤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화페개혁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화페리론》가 김광진은 열광적인 흥분으로 몸을 떨면서 몇번이고 마음속으로 고맙다는 말을 외웠다.

《그렇다고 우리는 〈화페개혁 만세만 불러서는 안됩니다. 이제부터는 북조선중앙은행에서 발권기능을 수행하게 된만큼 발권과 통화조절사업을 잘하여야 합니다. 화페류통을 철저히 계획화하여 화페류통에서 무질서를 근절하고 통화팽창과 같은 비정상적인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러자면 모든 국가기관, 기업소, 협동단체들과 은행기관들에서 례외없이 현금출납계획을 정확히 세우며 현금보유한도를 설정하고 그것을 엄격히 지키는것과 함께 현금취급규률과 질서를 엄수하게 해야 합니다. 무현금 결제제도를 받아들여 은행을 통해서만 경제거래를 하게 해야 합니다. 재정국장과 중앙은행총재는 빨리 이러한 규정들을 만들어 북조선인민위원회의 심의에 제기하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재정국장이 불깃하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대답을 올렸다. 발권과 통화조절사업에 대한 빈틈이 없는 장군님의 실무적조치와 섬세한 파악에 김광진은 또 한번 경이감을 금치 못하였다.

(저처럼 위대한분이 나라의 경제를 지도하고계시니 됐다, 됐어! 이제는 됐어!)

자기의 지나온 인생에서 1947년 12월 4일 이밤처럼 기뻐본적은 드물었다고 김광진은 후날 여러번 회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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