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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조선의 힘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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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779회 작성일 19-12-2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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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말의 베이징, 아직 이곳은 조선북부의 산악지방처럼 춥지 않았다. 서늘한 바람이 중남해의 둘로 갈라진 중해와 남해의 물결우에 잔무늬를 일으켰고 밝은 달빛은 풍택원의 국향서옥 안뜰에 켜진 정원등과 서로 빛을 다투고있었다.

고요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모택통은 모안영, 류사제와 함께 뜨락을 거닐며 이제 도착하게 될 손님을 기다리고있었다. 모택동이 앞서고 모안영과 류사제는 한걸음 뒤에서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지금 그들은 일찌기 있어본적이 없는 심각한 문제를 토론하고있었다. 모택동은 마당가에 솟아있는 100년 묵은 측백나무 곁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뒤따르던 젊은이들도 소리없이 멎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하고 모택동이 입을 열었다. 《이미 토론을 했었단 말이지. 사제는 동의했느냐?…》

《예, 우린 벌써…》

모택동은 머리를 끄덕였다. 류사제의 옆모습을 살피며 그는 성장한 아들과 함께 나어린 그 며느리가 한없이 돋보이고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결혼한지 겨우 1년밖에 안되는 류사제- 한때 나이 18살이 채 못찼다고 하여 모택동은 누구도 나라의 법을 어길수 없다면서 결혼을 허락치 않아 처녀의 나이 만 18살을 채워서야 식을 올렸었다. 그리하여 깨가 쏟아지는 신접살림을 방금 시작했는데 오늘 사랑스러운 그 남편이 지원군으로 조선전쟁에 나가는데 동의하였다 한다.

모택동은 뜨락가운데로 난 십자길을 따라 또 천천히 걸음을 옮겨갔다.

여기 중남해는 원래 황궁의 공원으로 꾸려졌고 력대 황제들은 풍택원안에 있는 이 ㅁ자형의 집을 서재로 리용한다면서 《국향서옥》이라 불러왔다. 국향서옥의 마당은 잔디밭가운데 동서남북으로 작은 길을 엇가로 내여 잔디밭이 밭전(田)자로 갈라져있었다.

모택동은 동쪽의 서재가까이 걸어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림자처럼 따르고있는 아들 안영이쪽으로 돌아섰다.

《좋다!》 그는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내가 결정하는게 아니다. 이제 팽장군이 오면 네가 직접 부탁해보는게 어떠냐?》

《그렇게 하겠어요.》 모안영이 말했다. 《고마워요, 아버지!》

《음-》

모택동온 서재의 불빛에 드러난 모안영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문득 안영을 끌어안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싶은 생각이 났다. 그러나 참았다. 그는 이미 어린 자식이 아니다. 그리고 모택동은 아직 소년 모안영의 머리를 쓰다듬어본 기억이 없다.

1930년 모택동의 부인 양개혜가 체포되여 장렬하게 희생된 후 지하당조직에서는 어린 모안영과 모안청을 찾아 쏘련에 보냈다. 그곳에서 안영은 15년간 머물러있다가 1946년에야 귀국하였다. 모택동의 눈앞에는 정규교육과 훈련을 받았으며 병사로 독일놈들과 싸웠고 베를린에까지 쳐들어갔던 끌끌한 젊은이가 서있었다.

그때 모택동은 말했다. 리론이란 지식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너는 쏘련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또 쏘련을 보위하는 전쟁에도 참가했지만 중국의 혁명대학에는 못가보았다. 때문에 너는 중국실정을 잘 모르고 단련되지도 못했으니 이빠진 과목을 보충해야겠다.

모택동은 《이빠진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아들에게 알곡종자들을 넣은 배낭을 메워 모범농촌인 오가원에 보냈다. 그곳에서 모안영은 농민들과 침식을 같이하고 고된 로동을 이겨내며 단련하였다.

호종남의 10만대군이 연안으로 쳐들어오던 1947년에 모택동은 섬북에 남고 모안영은 중앙위원회를 따라 황하를 건너 섬서등지에 가서 토지개혁에 참가하였다.

지금 28살난 모안영은 베이징기계공장 당지부 부서기로 공작하고있으나 또 조선전선에 탄원해나섰다. 결국 그들 부자는 부단한 그리고 오랜 리별의 운명을 타고난것만 같았다.

모택동은 시계를 보았다. 인제는 손님이 도착할 시간이 된것 같았다. 바로 그때 장서기가 다가와 팽덕회의 도착을 알렸다. 모택동은 서두르며 남쪽의 응접실로 어서 모시라고 말했다.

응접실에는 알뜰한 식탁이 준비되여있었다. 모택동이 조선전선으로 떠나는 팽덕회를 위해 따로 차린 간소한 연회였다. 식탁에 마주앉자 류사제가 상보를 벗겼다. 가지수는 많지 않았으나 보기드문 갖가지 료리들이 놓여있었다. 팽덕회는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이게 누구의 솜씨입니까. 대단합니다!》

모택동이 대답했다.

《류사제의 솜씨요. 물론 재정은 내가 부담했고.》

류사제는 주전자를 기울이며 간단한 시중을 들다가 소리없이 자리를 떴다. 식탁에는 세사람만이 남았다.

모택동은 허두의 잡다한 여담이 없이 단번에 본론을 끄집어내는 성미였다. 이번에도 그는 팽덕회가 좋아하는 꿩료리를 옮겨놓으며 직판 본론에 들어갔다.

《당신은 지원군사령원 겸 정치위원인만큼 모든 지원군 장병들에게 우리 당중앙위원회가 왜 이 중대한 결심을 했는가 하는것을 잘 인식시켜야 하오.》 그는 잠시 생각해보고나서 말을 이었다. 《전번 정치국회의때에도 말했지만 우리 중조 두 나라는 순치의 관계에 있소. 조선을 돕는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요. 조선의 안전은 곧 우리 중국의 안전과 밀접히 결부되여있단말이요. 더 구체적으로 봅시다. 지금 모스크바에 가있는 주은래동무가 보내온 소식에 의하면 최근 미국정계에서는 조선전쟁을 끝내고 아시아의 지극히 중요한 지역을 보호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고 하오. 그 지역이란 대만과 인도지나를 의미하는바 이것은 바로 미국이 앞으로 3개의 주요 방향 즉 조선, 대만, 인도지나에서 중국을 공격하려 한다는것을 말하는것이요. 그러니 우리가 눈앞에 번져오는 침략의 불길을 수수방관할수 있겠소? 우리는 절대로 적들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게 할수는 없소!…》

일단 말을 시작하면 모택동은 어느 한 시점을 주의깊게 끈덕지게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침착하고 조리있게 말을 이어가면서도 그는 민활하게 생각을 굴리며 분석하고 종합하군 했다.

《물론 방금 해방된 우리 나라로서는 힘에 부치는 일이 아닐수 없소. 아직 절대다수의 농민들이 빈궁에서 헤여나지 못했고 토지개혁은 지금 진행중에 있소. 그런데 국내의 반동세력과 변강지역에서 준동하고있는 200만의 비적들과 국민당 잔여분자들, 특무들을 숙청해야 하고 티베트문제도 있소. 하지만 이 모든것보다 더 절박하고 사활적인 문제는 우리 조국의 안전을 지키는것이요!…》

모안영이 빈잔들을 채웠다. 모택동은 비로소 자기의 고정된 시점에서 눈길을 옮겼다. 그는 잔을 들다 말고 담배갑을 열었다. 모안영이 불을 붙여주자 웃으며 말했다.

《덕회, 무슨 생각을 하오?… 혹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는게 아니요?》

《아닙니다. 주석동지! 전 듣고있습니다.》

《지금 어떤 사람들은…》하고 모택동은 가늘게 눈을 쪼프렸다. 《우리의 렬세한 장비를 가지고 미군과 싸우는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하고있소. 게다가 조선전선은 제공권도 없다, 미국놈들이 제공권을 휘두르며 날치고있는데 우리는 고사무력조차 변변히 없는 형편이다, 이렇게 내놓고 말한다고 하오.》

그러자 팽덕회의 얼굴이 검붉어졌다. 그는 약간 어성을 높여 말했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주석동지! 조선동지들도 비행기는 없지만 얼마나 잘 싸웁니까. 제국주의침략세력이 다 달려들지 않았더라면 전쟁은 아마 두달전에 끝났을것입니다.》

모택동은 소리내여 웃으며 팽덕회에게 잔을 권했다.

《나는 동무가 그렇게 나올줄 알았소. 정말이요. 자 어서 드오.》

모택동은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리고나서 잠시 빗나갔던 화제에로 말머리를 돌렸다.

《우린 공산주의자들이요.》 심각하게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겨 그는 말을 이었다. 《프로레타리아국제주의정신에 충실한 공산주의자들이요. 그래서 우리는 조선의 정세를 외면할수가 없소. 더우기 우리 중국혁명은 조선동지들과의 혈연적관계속에서 이어져왔소. 팽동무도 잘 아는것처럼 조선의 수많은 우수한 아들딸들이 중국혁명을 도와 피를 흘렸소. 특히 항일전쟁은 수많은 조선동지들의 희생적인 투쟁과 떼여놓고 생각할수 없소. 그런데 이제와서 그들이 흘린 고귀한 피의 대가를 외면하면 되겠소? 그럴수 없소. 지난날 어깨곁고 싸우던 전우들과 그들이 바친 값높은 피의 성원을 잊는다면 우리가 무슨 혁명가이며 공산주의자들이겠소. 아니, 절대로 그럴수는 없소!》

류사제가 종려나무화분을 들고 들어와 원래 위치인 책장옆에 놓았다. 책을 사랑하고 책과 떼여놓고서는 자기의 생활을 말할수 없는 모택동은 수천권의 장서와 그곁의 종려나무를 특별히 관심했다. 그래서 류사제는 낮에 해빛쪼이기를 하고는 어김없이 그것을 제자리에 가져다놓군 하였다.

모택동은 류사제가 나가자 웃음을 머금고 팽덕회를 건너다보았다.

《덕회, 내 아들이 당신과 함께 조선전선에 가겠다오. 나더러 허락해달라고 하는데 내게야 무슨 권한이 있소. 당신은 사령원이니까 이애를 병사로 받아주지 않겠소?》

팽덕회는 깜짝 놀란듯 했다. 손에 든 잔을 떨굴번 하면서 허둥지둥했다.

《아니, 그건 안됩니다. 그건 위험합니다!》

모택동은 새 담배대를 꺼내들었고 모안영은 초조해나서 의자에서 엉거주춤 일어나있었다.

《팽아저씨, 왜 안됩니까! 나도 쏘련에 있을 때 군복을 입고 독일놈들과 싸웠다는걸 잘 아실텐데요.》

《안영이, 그건 안돼. 자넨 아버지와 너무 오래동안 떨어져있었어. 그리구…》

《팽아저씨!》

《글쎄 안된다니까.》

그때 팽덕회의 눈치를 살피던 모택동이 정색해서 말했다.

《안영이 대신 내가 정식 청원을 해도 안되겠소?… 덕회, 어서 결심하오.》

한동안 물속같은 침묵이 흘렀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마침내 팽덕회는 말했다. 《내가 안영이를 맡아주겠소. 그런데 안영인 꼭 내가 시키는 일만 해야 돼!》

《그러지요. 전선에만 나갈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다 좋습니다.》

모안영이 기뻐하는것을 보고있던 모택동이 병을 들고 3개의 잔을 모두 채웠다.

《그럼 이 잔을 당신네 두사람의 출전을 위하여 듭시다.》 모택동은 두사람이 잔을 들기를 기다렸다가 엄숙하게 말하였다. 《팽동무, 안영이, 조선에 나가면 김일성동지를 잘 받들어 중조 두 당, 두 나라, 두 인민간의 전투적우의를 빛내여야 하오. 그럼 승리를 위하여!…》

어느덧 달빛은 국향서옥 안뜰을 환히 비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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