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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선의 아침 제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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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4,219회 작성일 20-01-17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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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력사기록에서

조선인민군이 미제의 《하기 및 추기공세》를 격파한 승리는 적들이 아군의 철벽의 방어선을 돌파할수 없다는 뚜렷한 실증으로 되였다. 미제침략군은 운명적인 1951년의 《하기공세》와 《추기공세》의 어쩔수 없는 패배로 여론의 해일이 백악관과 워싱톤의 벤실버니어거리 1551호 부렐대청사(미정부영빈관)의 창문가를 휩쓸자 조선전선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적재편성에로 넘어갔다.

미제침략군 1기병사단과 24보병사단이 일본으로 철수하고 40, 45보병사단이 1952년초에 전선에 배비되였으며 남조선군을 20개사단으로 늘일 목적밑에 정초에는 한때 해산하였던 남조선군 2군단을 다시 조직하여 금성지구에 배치하였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동지께서는 전전선에 걸쳐 갱도를 기간으로 하는 방어진지를 더욱 튼튼히 꾸리고 방어전에서 적극적인 활동으로 적의 유생력량과 전투기술기재를 끊임없이 소모약화시킬데 대한 현명한 방침을 제시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갱도전, 습격조활동, 저격수조활동, 이동포병중대활동, 비행기사냥군조활동, 땅크사냥군조활동, 직사포활동, 적후파괴조활동, 기동고사포병중대활동, 독립중기조활동 등 독창적인 전법들을 창조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심으로써 적의 유생력량과 무기, 전투기술기재에 치명적타격을 주도록 하시였다.

1211고지 방위자들을 비롯한 전선련합부대군인들은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여러가지 전투기술기재들을 자체로 만들어 일제를 소탕한 항일혁명선렬들의 모범을 본받아 온갖 창의창발성을 발휘하여 갱도공사작업을 다그쳤다. 그들은 화선야장간을 차리고 정, 마치, 곡괭이 등 여러가지 공구들을 자체로 만들어 갱도를 뚫었으며 참호와 교통호를 파고 영구화점들을 구축하였다.

고지의 전사들은 참나무로 밀차길을 놓아 버럭을 운반하였고 탄우속을 뚫고 불탄 나무들을 찍어다동발을 세웠으며 그 과정에 우리 식의 갱도가 완성되였다.

1951년 12월 27일 미극동군사령관 릿지웨이대장으로부터 전선정황에 대한 보고독촉을 받은 미8군사령관 밴플리트대장은 인민군의 진지는 대단히 강화되여 보통의 공격준비타격으로는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되였다고 우는 소리를 했고 극동군사령부직속 통합전략계획작전반성원들도 이렇게 실토했다.

《… 인민군 전선진지는 일부 지구에서는 후방 25마일까지에 달하는 지하보루로 되여있다. 그것은 조선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련결한것으로서 그 구조가 대단히 견고한 까닭에 대부분은 공중 및 야포공격에 대하여 드놀지 않게 되여있다.

그 방위선은 마지노선 및 지크프리트의 량방위선보다 훨씬 더 견고한것으로서 아마 세계에 알려진것중에서 가장 강력한 방위선일것이다.》

《우리의 〈공중우세〉가 인민군측의 〈비행기사냥군조운동〉에 의해 박산나고있다.》

《낮에는 인민군대저격수들의 총알이 날아들고 밤에는 또 벼락같이 족치고 바람같이 사라지는 인민군습격조때문에 옴짝달싹할수 없다.》

《인민군〈땅크사냥명수〉들에 의해 며칠밤사이에 수십대의 땅크를 잃어버렸다. 할수 없이 땅크들을 낮에는 전선에 끌어내고 밤에는 안전한 종심으로 은페시키는 놀음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우리는 한해동안에만도 200여대의 땅크를 잃어버렸다. 그가운데는 전선에 나와 전투에 참가해보지 못한 신형땅크들도 적지 않았다.》

 

4월의 따뜻한 봄빛이 최고사령부 집무실앞마당을 비춰내리고있었다.

김명수부관의 뒤를 따라 집무실에 들어선 홍명희는 인사를 드리고나서 긴 숨을 몰아쉬며 김일과 사업토의를 하고계시는 김일성동지곁으로 다가섰다.

《장군님, 한가지 간절한 청이 있어 왔습니다.》

《건강하셨습니까? 홍선생, 그런데 뭘 새삼스레 이러십니까? 어서 말씀하십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저으기 정색해진 부수상의 얼굴을 유심히 지켜보시였다.

홍명희는 그이곁에 있는 김일이쪽을 두릿거리다가 눈길을 들었다.

《장군님, 래일은… 장군님 탄신날입니다. 어찌 전시라고 그냥 보낼수 있겠습니까. 저희들이 간소한 연회상을, 아니 다과모임을 마련하고저 하오니 참석해주셨으면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홍명희와 김일을 바라보며 웃으시였다.

《동지들의 성의는…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됩니다.

지금… 전선에서는 우리 전사들이 통강냉이로 끼니를 에우고있지 않습니까. 그 보고를 받으니 밥상에 마주앉아도 조밥이나마 목에 넘어가야지요. 그저 모래를 씹는것 같았습니다.

제 심정을 리해해주십시오.》

《장군님… 하지만 탄신 마흔돐이 아닙니까…》

홍명희의 울먹울먹한 음성에 김일성동지께서는 환하게 웃으시였다.

《부수상선생, 이제 전승의 그날에는… 승리의 축하연을 벌립시다. 우리 전사들모두와 함께 말입니다.

어떻소? 김일동무, 그게 더 의의깊고 마음기쁘지 않겠소?…》

《장군님… 전… 홍명희선생과 의견을 같이합니다. 이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건…》

김일이 눈길을 내리깔고 낮고 조용한 젖은 어조로 부르짖었다.

《김일동무, 그만합시다. 하지만 내 허정숙문화선전상이 조직한다는 모임에는 가보겠소. 인민군협주단동무들의 노래야 들어야지. 전선종군작가들도 출연한다는데…

홍선생, 함께 들어봅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눈굽이 축축해진 홍명희쪽으로 돌아서시였다.

《장군님!…》

…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가 끝날무렵 흥분한 남일과 쏘련대사 라즈바예브가 방에 들어섰다.

《무슨 일이요?》

《장군님, 쓰딸린동지가 전문을 보내왔습니다.》

라즈바예브가 김일성동지앞으로 다가가 전신지를 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말없이 전신지를 받아드시였다.

그이께서는 이윽토록 전신지를 들여다보시더니 홍명희와 김일에게 넘겨주시고 창문쪽으로 다가가시였다.

방안에 있던 정치위원회성원들이 모두 전신지를 읽었다.

 

《평양, 김일성동지.

영웅적조선인민에게 식량이 필요하다는것을 나는 알게 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씨비리에 밀가루 5만톤이 준비되여있습니다.

우리는 이 밀가루를 조선인민에게 선물로 보내려고 합니다.

당신의 회답을 전보로 알려주십시오. 당신의 의견에 따라 우리는 밀가루를 즉시 보낼수 있습니다.

당신의 탄생일을 맞으며

쓰딸린

1952년 4월 14일

모스크바. 크레믈리》

 

김일성동지께서는 쏘련대사의 손을 뜨겁게 잡으시였다.

《대사동무…》

김일성동지, 쓰딸린동지께서는 김일성동지의 생신날에 축전을 보내기보다 밀가루를 보내면 더 기뻐하실거라고 말씀하였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옳소, 정말 고마운 일이요. 쓰딸린동지는 내 심정을 잘 아오. 몇장의 축하장을 보내기보다 이렇게 밀가루를 보내오는것이 얼마나 좋소.》

김일성동지의 눈가에 뜨거운것이 번뜩이였다.

그이께서는 일군들쪽으로 돌아서시였다.

《동지들, 우리는 어려운 때 쓰딸린동지의 도움을 받게 되였습니다. 우리 인민들이 좋아할겁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미소를 짓고계시였다.

홍명희는 머리를 숙이였다. 심중이 무거웠고 기쁘기도 하였다. 전쟁은 농사라는 천하지대본을 헝클어뜨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대지를 포화로 휩쓸어버렸다. 우리 장군님께서 전시하의 인민생활때문에 얼마나 걱정하시였던가. 그 어려운 나날 어느 하루인들 마음놓은적이 없으시였다.

그런데…  밀가루 5만톤이라…

지금 이 순간 홍명희는 김일성동지의 지시에 따라 쏘련에 보내준 신형직승기가 모스크바의 이와노브광장에 도착한 날 쓰딸린이 크나큰 격정속에 직승기동체를 매만져봤다는것도, 와씰리 드루가대장을 단장으로하는 비공식대표단을 파견하면서 민주진영의 동방초소를 지켜서신 김일성장군님을 생각하며 한동안 말없이 동쪽하늘을 바라보았다는것도 알수 없었다.

다음날 저녁, 비행기편으로 평양에 온 쏘련비공식대표단이 건지리에 도착하였다.

단장인 와씰리 드루가대장의 얼굴은 어쩐지 긴장해보였다.

 

×

 

김일성동지께서는 장명선아바이가 가져온 숭늉이든 주전자를 대장앞에 끄당겨놓으시였다.

《와씰리동무, 한모금 드시오. 밤날씨는 아직 산산하구만.》

김일성동지께서 권하시자 드루가는 슬라브인특유의 솔직해보이는 재빛눈에 미소를 담고 두손을 마주 부비고나서 숭늉을 마셨다.

《차가 참 구수합니다.》

드루가는 저녁식사가 끝나고 공식적인 인물들이 다 빠지자 한결 긴장감이 풀린듯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이건 숭늉이라고 하는것입니다. 우리 조선사람들이 예로부터 즐겨 마시는것이요.》

《예, 우리 싸모와르의것과는 맛이 류다르면서도 어쩐지 입에 설지는 않습니다.》

드루가는 감동에 젖어 청자기고뿌를 다시 들다말고 눈을 슴벅거렸다.

김일성동지, 이렇게 뵈옵고보니 몇해전 크레믈리숙소에서 장군님을 모셨던 그 잊을수 없는 시각이 생각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사색깊은 눈길로 청자기잔을 탁자우에 내려놓으시였다.

문득 지나간 그 나날이 그이의 눈앞에 다가오는듯 싶다.

몇해전 김일성동지께서 모스크바를 비공식방문하셨을 때 쓰딸린은 국가전례를 깨뜨리고 자신의 숙소인 크레믈리 《작은 구역》으로 그이를 안내했다.

크레믈리소회의실에서 진행한 회담에서 쌍방은 예상외로 짧은 시간내에 견해의 일치를 보았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쓰딸린에게 직판 비공식방문목적을 털어놓으시였다.

《쓰딸린동지, 지금 미국은 쏘련군이 북조선에 남아있는 한 영구주둔하겠다는 속심을 감추지 않고있습니다. 미국이 장차 조선문제를 유엔에 끌고 가려 하는만큼 주동적인 대책으로 쏘련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일성동지의 단도직입적인 제의에 쓰딸린의 눈가에는 놀란 기색이 떠올랐다.

《?!…》

《쏘련군철수는 혁명의 리익의 견지에서나 우리 나라의 주객관적인 정세로 보아 시급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일성동지의 재삼 말씀에 쓰딸린은 성급히 머리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 아니, 김일성동지. 나 역시 붉은군대철수를 환영합니다. 옳습니다. 때가 왔습니다. 당신의 정세판단은 대단히 명철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난 당신이 다른 형제나라 수반들처럼 원조요청으로 오신줄 알았소. 허허허…》

쓰딸린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실눈을 지었다.

《동양에 영웅호걸들과 지략가들의 일화를 담은 책들이 많다고 하는데 김일성동지의 말씀을 듣고보니 그 책속에서 청년장군이 한사람 빠져나와 크레믈리에 찾아온것 같습니다.

찬성입니다.

오늘 회담은 대만족입니다.》

쓰딸린은 그 길로 숙소를 향해 떠났다.

쥬꼬브원수와 드루가대장이 동행했을뿐 책임부관도 그 장소에는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숙소책임자인 왈렌찌나 이스또미나, 궁전책임료리사 크류치꼬브와 크레믈리 창고책임자 리위트만은 례외였다.

턱수염이 좋은 창고책임자가 음식을 차렸다.

탁자우에는 랭장물고기들도 나타났다.

쏘도전쟁의 영웅이고 전략가인 붉은군대 원수가 곁에 그냥 서있는게 별스러워서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를 돌아보시였다.

《원수동무도 나앉으시오.》

이윽고  쓰딸린은 큰 유리잔을 내려놓고 긴숨을 내쉬였다.

쓰딸린은 총이 굵은 머리칼을 왼손으로 쓰다듬으며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김일성장군, 오늘 정말 내 마음이 기쁩니다. 헌데 이젠 나도 다 됐는가보우. 온통 흰머리칼이니까. 이젠 좀 철이 드는가부다 했더니 인생은 종착점이 됐거든요.》

《쓰딸린동지야… 이 세기에 큰 력사의 자욱을 찍지 않았습니까.

줄기찬 세월이고… 력사입니다.

우리 나라에 이런 시조가 있습니다.

한손에 막대들고 또 한손에 가시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하니

백발이 제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쓰딸린의 눈에 랑만적인 빛갈이 어렸다.

《참 좋은 시입니다.

줄기찬 세대교체라… 내 그래서 김일성동지에게 더 큰 기대를 거는거지요. 부디 이 로병의 객담을 진담으로 들어주시오. 많은 의미에서 이 행성의 운명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쓰딸린의 음색은 밝았으나 내용은 심각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저으기 마음이 무거우시였다.

《?!…》

《이건 나의 진심입니다.》

쓰딸린의 눈가에는 따뜻한 기색이 지나갔다.…

드루가대장이 정중히 눈길을 들었다.

김일성동지, 제가 떠나오기전에 쏘련당정치국회의가 진행되였습니다. 조선의 전선실태에 대해서 론의가 있었습니다.

쓰딸린동지는 결속에서 김일성동지의 전략적로선에 맞게 우리가 유엔과 세계정치무대를 통한 정치, 외교, 정보활동을 다면적으로 벌려 조선을 적극 지원할데 대한 주요발언을 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따뜻한 눈길로 드루가를 바라보시였다.

《고맙습니다. 쏘련동지들의 국제적련대성은 우리 인민에게 큰 힘으로 됩니다.

나의 이 마음을 쓰딸린동지에게 전해주시오.》

《네, 참 우리 정치국에서는 쏘련대외정보기관이 근 반년째 고심하던 미국의 신형직승기를 나포하여 보내준 조선인민군에 대하여 감사와 찬탄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쓰딸린동지께서는 재삼 김일성동지께 인사를 전달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쏘련동지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우리도 기쁩니다.

우리는 프로레타리아국제주의를 중시합니다. 이 원칙을 떠나서 민주진영의 단결이란 있을수 없습니다.

이번에 쏘련동지들이 지원한 밀가루는 싸우는 조선인민에게 정말 큰 힘이 되였습니다.》

드루가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쓰딸린동지는 사실 김일성동지의 탄생 40돐을 앞두고 이모저모 왼심을 썼습니다.

그래서 씨비리의 밀가루와 함께 분사식비행기를 더 보내기로 결정한것입니다.》

《우리 매들이 벌써 시험비행에 들어갔습니다. 얼마전에는 신의주상공에서 공중전이 벌어졌는데 미제침략군비행사들이 혼비백산했습니다.

비행기사냥군조운동과 더불어 미제의 〈공중우세〉는 이미 사라져가고있습니다.》

김일성동지, 한가지…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시며 드루가의 하관이 두드러진 인상적인 얼굴에 눈길을 주시였다.

《…》

《혹시 〈설악산2호〉라는 대호를 기억하십니까?》

《〈설악산2호〉?…》

《그렇습니다. 얼마전 까게베 해외정보부서에서 도꾜선을 통해 미지의 선이 귀측에 전달해달라는 특급정보가 제기되였습니다.

우리의 특수부서에서는 〈설악산2호〉라는 대호가 혹시 김일성동지께서 파견하신 공작조가 아닌지 생각하고있습니다.

정보내용이 심각하여 쓰딸린동지에게 보고되였습니다. 그이께서도 몹시 걱정하면서 사실 이 문제를 이번 저의 방문의 중요과업으로 내세웠습니다.》

문득 김일성동지의 눈가에 반가움의 불꽃이 반짝하고 일었다.

《〈설악산〉이라… 혹시 그 동무의 소식이 아닌지 모르겠구만.

우리가 30년대중엽에 해외로 파견한 조국광복회 특수회원의 비상대호중의 하나가 〈설악산〉이였던것 같소.

리신해라고, 오랜 지하공작원이였는데 〈혜산사건〉이후 련계가 끊어졌습니다. 희생되였다는 통보가 전해졌었는데…》

《예, 알만 합니다. 이걸 보십시오.》

드루가는 가방에서 봉인한 극비문건을 꺼내들었다.

문건을 펼쳐드신 김일성동지의 낯빛이 저으기 무거워지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천천히 문건을 번지시였다.

그것은 미중앙정보국이 미극동군사령부 정보국과 대만정보국과의 긴밀한 련계속에 작성한 북조선군의 두뇌진들에 대한 암살테로명단과 방법, 자금지출 등 구체적인 정보자료였다.

이름들, 인물자료들, 테로조직의 규모와 대호로 된 첩자명단, 기간과 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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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기간과 방도…

《김일성동지, 해당기관의 통보에 의하면 〈설악산2호〉는 녀성으로 판명되였습니다.

정보가 너무 심중한것만큼 련락선이 없는 상태에서 부득불 모험적인 행동으로 우리 까게베선을 리용한것 같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 문건에 눈길을 주시였다.

그이의 안광에 문득 고뇌의 빛이 어리였다.

《그… 리신해동무에게 딸이 한명 있었소. 짐작이 갑니다. 대끝에서는 대가 나올수밖에 없지요.

그가 지금 어디서 어떤 신분으로 사업하고있습니까?》

김일성동지의 물음에 드루가대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대단히 로련한 인물입니다. 이 정보도 간접적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렇단 말이지요.》

김일성동지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겨 조용히 뇌이시였다.

백설의 밀림, 공골말의 울음소리, 모닥불가, 전사는 밤을 새우며 혁명의 진리를 새겨안고있었다.

그와 함께 새우시던 그 밤…

그것은 먼 추억이였다.

빨찌산부대가 동강밀영을 떠날 때였다. 오중흡련대장이 그를 바래주었다. 그때 김주현동무도 따라섰었지.

벌써 15년 세월이 흘렀다.

문득 김일성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말파리에 함께 타고왔던 눈동자가 류달리 까만 명민한 소녀의 칠흑같은 검은 머리가 떠오르시였다. 가냘픈 몸매의 소녀였다. 이태전 장질부사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떠주었다는 하얀 털목수건…

그 털목수건을 날리며 말파리가 밀영을 떠날 때 소녀는 소심하게 손을 흔들었다.

모든것이, 세월은 흘렀어도 생생히 떠오르는것이 이상하시였다.

그래, 그때 그이께서는 소녀에게 무엇인가 주고싶으시였으나 손에는 아무것도 없으시였다.

그렇지, 그때 김정숙동무가 소녀에게 전리품인 은으로 된 빗을 준것 같아. 은빗이였어.

그 소녀가 성장하여 아버지의 뒤를 잇고있구나.

그러니 리신해동무는?… 동경제국대학을 다니다가 우리를 찾아온 동지였지… 잠간 만났지만 심장에 영원히 남은 동지였다.

동지에 대한 그리움과 뜨거운 사랑이 그이의 심장을 아프게 하였다.

《쓰딸린동지는 김일성동지의 신변안전을 두고 몹시 근심하고있습니다.

적들이 귀측의 수뇌부를 노리고있는것만큼 매사에 주의해달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젖은 눈길로 드루가를 바라보시였다.…

드루가대장이 숙소로 떠난 후 그이께서는 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밤은 깊었는데 할 일은 많다.

서해안과 동해안에 대한 전략적방어지대형성완성을 놓고 래일은 군사위원회를 소집해야 한다.

류경수, 최현, 박정덕동무들은 어찌된 일인가? 이제는 그곳으로 갔던 련락군관들이 도착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김명수를 돌아보시였다.

《명수동무, 래일 오후엔 평천리고사포부대에 나가봐야겠소. 갔던 길에 류경수동무가 걱정하는 그 전사의 부모소식도 알아보고…》

사실 김일성동지께서는 며칠전부터 류경수의 일이 속에서 내려가지 않아 해당부문일군들에게 전사의 부모를 시급히 찾을데 대한 임무를 주시였다.

그런데 이 사연을 어떻게 알았는지 박정덕군단장에게서 어제 전화가 왔다.

평천리에 강원도에서 소개하여온 가정이 있는데 래력이 비슷하다는것이였다.

집주인인 령감이 무던하게 생긴 처녀와 로친을 이끌고 식량구입차로 승호리에 있는 조카네 집에 갔는데 인츰 집에 도착할것이라는 통보를 해온것이다.

《헛 참, 그 박정덕이 사람이 엉큼하단 말이요. 류경수의 속내를 어떻게 알았을가?》

김일성동지께서 혼자소리로 말씀하시자 보위상곁에 서있던 리을설이 뒤더수기에 손을 가져갔다.

《장군님, 류경수군단장은 평양에 올 때마다 전사의 소식을 알아보다가는 박정덕군단장에게 가서 식사를 대접받군 합니다.》

《두사람이 마주앉으면 아마 마음이 통할게요.

을설동무, 그래 박정덕동무가 경수에게 뭘 대접하던가?…》

리을설의 입이 삐죽이 나왔다.

《장군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보다 낫습니다.

전번엔 콩나물에… 참, 잉어매운탕까지 곁들였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만 웃으시고말았다.

《박정덕이네가 남새는 궁해도 살줄 알거든. 콩나물이라… 여보, 보위상동무, 좀 발전한것 같애?

이 최고사령부보다 식사질이 높아졌단 말이요.》

최용건이 두손을 모아잡고 미간을 모았다.

《장군님, 제 얼마전 련합사령부에 갔다오던길에 74군단에 들렸댔습니다. 포격납고문제랑 대공화력문제랑 거진 해결되였습니다. 그리고… 남새종자를 굉장히 가져왔습니다.

전번에 보니 전사들과 함께 웃동을 벗어젖히고 진거름을 나르며 형제산앞벌에 배추씨를 뿌리고있었습니다. 제법 농사군냄새가 나더란 말입니다.》

《박정덕이가?》

《예, 그 남새종자를 저 단동에 가서 중국사람들에게서 얻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용건은 약간 어성을 높이였다.

《군단장이 후불로 남새종자를 얻어온것입니다.

후방총국에서 하는 말이 중국사람들이 박정덕이가 남새종자값을 물어주지 않아 매일 항의한다는것입니다.

박정덕이 일은 제끼는데 가는 곳마다에서 소리가 납니다. 그래서 제가 박정덕동무를 좀 다불러댔는데 그가 하는 말이 참 걸작입니다. 종자값을 가을에 물기로 계약했으니 그런 뛰뛰한 소리는 듣지 말라는것입니다. 가을까지 돈이 안되면 자기가 남새장사를 해서라도 다 물어주겠다는겁니다.

헛 참, 하여튼 여간한 배짱군이 아닙니다. 허허허.》

김일성동지께서도 어이가 없어 또 웃으시고말았다.

《그건 그렇고, 보위상동무, 박정덕이 식사대접은 합디까?》

최용건의 얼굴이 붉어졌다.

《예… 식사는… 그만하면 괜찮았습니다.

그… 콩나물도 있고 어디서 났는지 단고기장까지…》

솔직한 최용건의 말에 김일성동지께서는 너그럽게 웃으시였다.

《그럼 됐소. 보위상동무가 단고기장값을 해야지. 박정덕이한테 무슨 돈이 있겠소. 보위상동무, 한번 눈을 꾹 감고 우리가 대신 물어주기요. 남새야 전사들이 먹는것인데…》

최용건의 넓은 미간의 주름이 펴지였다.

《장군님, 제 벌써 대책을 세웠습니다.

사실 전사들이 염장무신세를 면하게 된거야 박정덕군단장의 공로가 아닙니까. 속으로는 그가 대견하더군요.》

《좋소. 역시 보위상이 보위상이요! 김명수동무, 판문점공작조를 들여보내시오.…》

…이튿날 오후 군사위원회가 끝난 후 김일성동지께서는 평천리의 고사포부대를 돌아보시고 류경수군단 전사의 부모소식도 알아보셨으나 아직 주인내외가 도착하지 않았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도시의 동쪽교외로 차를 돌리게 하시였다. 폭격에 험하게 패워 길이 말이 아니였다. 패주리산을 지나 한참 가재걸음을 하다가 덕동입구의 굽인돌이에 이르렀을 때였다. 승용차가 멈춰서더니 연방 경적을 울렸다. 사색에 잠기였던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시였다. 오전에 내린 비로하여 주위에는 안개가 뽀얗게 끼였다. 앞으로 달려나갔던 김명수가 급히 되돌아왔다.

《무슨 일이요, 명수동무?》

《장군님, 마주오던 차 한대가 고장이 나서 길을 막아섰습니다. 좁은 외통길이여서… 제가 에도는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였다.

《이런 때야 돌아갈게 아니라 도와주는게 옳지. 명수동무는 차속내를 잘 모르니 운전사동무, 함께 가보기요.》

뒤차에서 리을설과 공정수가 황급히 내려서자 그이께서는 손을 저으시였다.

《동무들은 좀 휴식하오.》

《알았습니다. 장군님, 그런데… 저…》

리을설이 머뭇거리자 김일성동지께서는 주춤 걸음을 멈추시였다.

《왜 그러오?》

《장군님, 잠간 쉰다면 공정수동무를 저기 보이는 소학교에 다녀오게 하려고 합니다.》

《차를 수리하자면 시간이 좀 걸릴것 같구만. 그래 저 소학교에 누가 있게?》

김일성동지께서는 안개발속으로 희미하게 드러나는 자그마한 단층교사를 바라보시였다. 높지 않은 벼랑에 바투 붙여지은 교사였다.

《저 소학교 녀교원이 드문히 공정수동무를 찾아오군 하는데 오빠라고 부르며 몹시 따릅니다.》

리을설은 정색해서 공정수를 두둔하는 눈치다.

《오빠라… 그럼 빨리 갔다오게 하시오.》

김일성동지의 말씀이 떨어지기바쁘게 공정수가 무슨 책꾸레미 같은걸 한아름 안고 급히 안개속으로 달려갔다. 벌써 어둠이 내려앉고있었다.

《저 공정수동무가 그사이 소학교아이들에게 줄 공책과 연필을 좀 마련했습니다. 뭐 허정숙문화선전상에게 졸랐다던지…》

리을설의 설명에 김일성동지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공정수동무가 좋은 생각을 했구만. 그런데 그걸 왜 혼자서 해.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동무들도 다 도와나서야지.》

김일성동지께서는 대견한 눈길로 한참 공정수의 뒤모습을 바라보시다가 고장난 차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굥고롭게도 외통길에 퍼더앉은것은 번호판만 보아도 대뜸 알리는 야전군사우편차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우편차앞으로 다가가시였다.

《어디로 가는 우편차요?》

엄한 낯색을 한 김명수곁에 옹색해서 긴장하게 서있던 두 군인이 차렷자세를 하며 경례를 올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전선동부의 72군단 우편차입니다. 전선우편물을 가지고 들어오다가 그만 차가… 죄송합니다.》

기통수완장을 두른 다부진 군인은 보고를 하다말고 손을 군모뒤로 가져갔다. 기통수뒤에 운전사인듯싶은 애리애리한 젊은 군인이 당황해서 나사틀개를 만지작거렸다.

《오, 최현군단장동무네 전사들이구만. 그래 어디가 고장이요?》

《저…》

김명수가 그들을 흘겨보다가 돌아섰다.

《어디서 이런 애숭이운전사가 나타났는지… 피대가 끊어졌다고 합니다. 곡산에서 끊어진걸 겨우 이어서 예까지 왔다는데…》

김명수의 말에 두 군인은 감히 얼굴을 들지 못했다.

《명수동무, 뭘 그러오. 전선우편차가 아닌가. 후방의 부모처자들은 전선용사들의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고있소. 이게 얼마나 크고 중요한 사업이요. 이 동무들이 전선길을 얼마나 달렸으면 피대가 다 나갔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데리고 온 운전사에게로 돌아서시였다.

《우리에게 예비피대가 있겠지?》

《아니, 그건… 장군님!》

운전사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당황해하자 김명수가 제꺽 응수해나섰다.

《장군님, 그건 안됩니다. 우리 운전사동무가 살점처럼 아끼는건데…》

《우리 전사들을 위한 일인데 뭘 아낄게 있나. 어서 이 동무들에게 가져다주시오.》

김명수와 운전사가 급히 달려갔다가 되돌아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를 수리하고도 자책과 격정에 젖어 어쩔바를 몰라하는 두 군인에게로 돌아서시였다.

《자, 동무들. 어서 떠나시오.》

《장군님, 길이 험한데 저희들이… 저희들때문에…》

기통수가 눈물이 글썽해서 목메인 소리를 하자 김일성동지께서는 자애깊은 미소를 지으시였다.

《기통수동무, 전선의 편지가 중요하오. 동무들은 정말 중요한 초소를 맡고있소. 미제를 족치는 전사들의 소식이 후방인민들을 전시증산투쟁에로 크게 일떠세우거든.》

《최고사령관동지!》

기통수와 우편차운전사가 그이의 팔에 매달리며 눈물을 흘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의 어깨를 부여안으시였다.

《자, 어서! 후방의 인민들이 동무들을 기다리고있소.》

이윽고 최고사령관동지께서 타신 야전차와 전선우편차는 엇갈려 어둠속을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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