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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선의 아침 제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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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4,457회 작성일 20-01-28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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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jpg

제  3  장

 

차창너머 푸릿푸릿 밝아오는 새벽하늘을 원경으로 험준한 산악들이 우줄우줄 흘러갔다.

예로부터 이 동북산악지대는 우리 나라의 천험요새의 하나로 일러왔다. 태백산줄기와 마식령산줄기, 아호비령산줄기들이 가로세로 뻗어 높고 험한 산지를 이루고있으되 황릉산, 태백산, 금강산, 명의덕산, 무직산, 령암산, 오성산 등이 하늘을 꿰지르고 동서남북을 련결하는 도로상에는 마식령, 아호비령, 철령, 추지령, 온정령 등이 있어 하슬라주, 명주, 우수주라고 부르던 중세때부터 나라방위에서 봉화가 타오르던 요새요, 길목마다 발목을 잡는 령이라 군사지형상으로나 교통상으로 대단히 중시되여왔다.

태백산줄기를 사이에 두고 동쪽은 령동지방, 서쪽은 령서지방이라 일컬었고 675년에 여기에 철관성을 쌓은 후부터 철령이북은 관북이라고 불러온다.

지금 넘고있는 이 먹필령은 령서지방과 령동지방을 련결하는 도로상의 주요지점으로서 더우기는 세포군과 회양군 방향에서 전선사령부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잡고있어 위험하기에는 미제공중비적들이 쏘구역으로 삼는 철령이나 온정령 못지 않았다. 밤낮 줄폭탄세례를 받아 령마루를 꿰지른 도로는 험상하게 파괴되여있었다.

차창밖으로는 때이른 단풍숲이 언뜻언뜻 눈에 비쳐든다. 미제침략군이 해를 두고 폭탄을 퍼부어 짓이겨놓았으나 단풍철은 포연속에 신음하는 상처입은 강산에 어기지 않고 찾아든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창밖의 불탄 검은 수림과 대조되는 먹필령의 화려한 단풍숲을 오래도록 바라보시였다.

이젠 날이 밝어 앞이 훤했지만 길이 험해서인지 승용차가 몹시 들추며 전진이 굼떴다. 야간폭격에 패운 길을 급하게 메우고 다진것이 헨둥히 알린다.

밤새 상원, 곡산, 세포, 창도, 신교리를 거쳐 전조등도 켜지 못한채 산길을 달리느라 운전사도 어지간히 지친것 같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동안 차창밖을 내다보시다가 뒤를 돌아보시였다.

《군사위원동무, 이 고장은 예로부터 외적들의 발굽에 여러차례 짓밟혔던 곳이요. 허지만 우리 조상들은 그때마다 이 험준한 산악의 기상을 담아 놈들을 족쳐 몰아냈고....

그이께서는 문득 음성이 갈리시여 말씀을 더 잇지 못하셨다.

(다시는 그 어떤 외적도 이 땅에 발을 붙일수 없을것이다.)

그이께서는 굳센 의지로 마음을 가다듬으며 이제 가보시게 될 전방을 그려보시였다.

승용차행렬이 말휘리를 지나 회양군 상순갑(지금의 금강군)에 자리잡고있는 전선사령부 정문에 들어서자 전선참모장 박정덕중장과 전선사령부 지휘성원들이 달려나왔다.

《잘 있었소? 전선참모장동무!》

김일성동지께서는 차렷자세로 경례를 붙이는 박정덕의 손을 뜨겁게 잡으시였다.

《장군님, 이게 어찌된 일이십니까? 이 험한 전선길을...

박정덕은 더 말을 못하고 두눈을 슴벅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선사령부에 와있는 지원군 부사령원일행과 인사를 나누신 후 쾌활한 어조로 박정덕에게 말씀하시였다.

《우린 손오공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졌으니 너무 걱정할건 없소. 그래 최고사령관이 보고싶은 우리 전사들이 있고 전선지휘관들이 작전을 펴는 전선지구를 찾는게 무슨 큰일이겠소.》

《장군님,... 이건 정말...

박정덕은 억이 막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자 참모장, 어서 들어가기요. 우릴 이렇게 밖에 세워놓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박정덕의 등을 떠미시며 양득지부사령원과 함께 전선사령부건물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선사령부 건물을 둘러보시였다.

《음, 사령부건물들을 집중시키지 않고 골짜기를 따라 쭉 분산배치한건 아주 잘했소.》

《참모장둥무가 오자마자 취한 조치입니다.》

김익이 바투 따라서며 말씀드렸다.

《음, 모든걸 적과의 싸움견지에서 보구 대책한게 좋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전선사령부전경을 부감하시다가 양득지를 돌아보시였다.

《부사령원동무, 갑자기 오느라 수고했겠소. 요즘 선기가 나는데 불편하지 않습니까?》

《견딜만 합니다. 회창으로 사령부를 옮긴 후 조건이 좋아졌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만리장정때의 고생에 비하면 일없습니다. 그땐 홑옷에 죽은 말고기가 다였지요.》

진중한 성격의 양득지를 잘 알고계시는 김일성동지께서는 명쾌하게 웃으시였다.

《하하하. 설지에서 풍찬로숙한 야전장군들답소. 참, 이번에 양용동무와 함께 베이징에 다녀왔지요?》

《예, 양용 참모장과 저희들은 어제 화창에 도착하자 남일 총참모장의 비상련락을 받고 오늘 새벽 전선사령부에 도착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시며 양득지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모택동동지가 보고싶군요. 지난해 6월초에 만나본게 마지막입니다.》

양득지가 약간 걸음발을 늦추었다.

《모택동동지와 주은래동지가 이번에 몹시 감심되였습니다. 그분들은 김일성동지께서 보내주신 조선사과들을 받아안고 정말 기뻐했습니다.

모주석은 주덕, 류백승, 서향진, 진의 등소평 등 군사위원회성원들까지 중화원에 불러들여 손수 사과를 한알씩 나눠주며

<동무들, 김일성동지께서 보내주신 조선사과요. 싸우는 조선에서 왔단 말이요. 이게 얼마나 큰 선물인가. 그래서 내 김일성동지를 인덕과 정의의 화신으로 우러르는거요.>하며 눈물까지 보였습니다. 그날 저녁 사과봉지를 주면서 저더러 모안영의 안해 류사제에게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불시에 낯빛을 흐리시였다.

류사제! 모택동은 그 순간 류사제의 남편인 자기 아들 모안영을 생각했을것이다.

모안영... 중국의 견실한 아들딸들... 그들의 더운 피가 이 강산에 얼마나 많이 뿌려졌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화제를 돌리시였다.

《득지동무, 이젠 티베트진주도 결속되였지요?...

《예, 달라이 라마와 핀첸 얼머니관계도 원만히 해결되고 해방군선견대의 라싸진주가 완수되였습니다.》

《결국 대만이 남았구만....

양득지의 눈가에 군인다운 완강한 표정이 살아났다.

《예, 대만뿐입니다. 이 전쟁을 승리적으로 치르면 말입니다.

김일성동지, 이번에 우리 련합사령부는 박정덕참모장의 제의에 따라 전선동부와 중부에서 습격조들을 무어 적지탱점들과 포병화력진지들, 전투기술기재들을 파괴하는 근 40여차의 맹렬한 기습전을 집중적으로 벌렸습니다. 박정덕참모장이 기지가 있고 령활합니다. 우린 많은걸 배웁니다.》

《그렇습니까? 박정덕동무의 보고를 나도 받았습니다. 영용한 지원군전투원들이 2개 중대의 무력으로 적 한개 련대를 대상으로 고지를 사수한 전투는 전쟁사에 남을것입니다. 1급전투영웅인 리문언동무와 중상을 입고도 고지를 지킨 갈홍신전사를 우리 인민은 잊지 않을것입니다.》

작전실에 들어서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전선사령부와 지원군사령부일군들로부터 전선정황을 청취하시고 작전지도앞에 다가가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사색에 잠겨 적아쌍방의 대치선과 전투행동부호들을 살피시다가 물으시였다.

《현재 전선의 쌍방무력배치와 특히 이 전선중부의 오성산, 상감령지역의 적정은 어떻소?》

박정덕장령이 지시봉을 든채 침착한 낯빛으로 보고드렸다.

...지금 적들은 9월말 현재 1선에는 증강된 준군단규모의 15개사단이, 2선에는 3개 사단이 배치되여있으며 아군은 제1제대에 9개군단, 제2제대에 4개 군단이 있습니다.

적무력은 54만명이고 아군은 51만명입니다....

장군님께서 지적하신 오성산일대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금 전선중부의 오성산남쪽기슭의 상감령과 597.9고지, 이 무명고지와 대치하여 미제침략군은 9군단관하의 미7보병사단, 미2기갑사단, 남조선군 2군단의 2사, 9사 그리고 콜롬비아대대, 에티오피아대대를 집중배치했고 미8군직속의 18개의 포병대대와 1개 땅크대대, 5개의 장갑중대 도합 9만 7천명의 병력과 276대의 땅크를 집결했습니다.》

박정덕의 보고에 김일성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전선사령부와 지원군사령부는 이 돌발적인 무력증강배치를 어떻게 보고있습니까?》

박정덕이 다시 대답을 올렸다.

《저희들이 얻어쥔 결론은 두가지입니다. 현재 적들의 행동을 보면 거의나 로출된 상태에서 전선중부에 력량을 급중하고있는데 이것을 전술적기만이라고 보면 전선동부를 다시 노리고있지 않는가 하는것입니다. 놈들은 지금까지 전선중부의 <철의 삼각지대>를 먹는다고 고아댔지만 이렇다 할 공격은 못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전선동부를 주타격방향으로 볼수 있지만 저흰 장군님께서 예견하셨던대로 동부가 아니라 전선중부일것이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지원군사령부는 어떤 립장이요?》

양득지가 정중한 자세로 대답을 올리였다.

《저도 전선참모장동지와 거의 같은 견해입니다. 하지만 일부 작전일군들과 지휘원들속에서는 다른 의견도 제기됩니다. 신임사령관인 클라크로서는 릿지웨이에 비한 군사작전적우위를 시급히 시위하려는 조급성과 모험심이 있으므로 실제로 이 지역에 력량을 집중하여 달려들되 아군의 움직임을 보면서 기동로가 발달된 전선서부에서 주타격을 가하지 않겠는가 하는 견해들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광막을 친 창문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이께서는 예리한 눈길로 작전지도를 보시다가 방안을 가득채운 전선사령부 장령들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부 지휘원들을 쭉 둘러보시였다.

《동지들, 우리가 련합사령부 주요지휘원들을 다 모이게 한건 시간이 없기때문이요. 터놓고 말합시다. 우리가 이미 예견한대로 적들의 새로운 공세가 가까왔다는것은 믿을만 한 정보선을 통해서도 이미 확증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갑론을박할 시간적여유가 없소.

이미 년초부터 미제침략군이 큰규모의 새로운 공세를 벌릴것이라는데 대해서는 알고있은 사실이고...

우리의 생각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나는 클라크가 이미 전선중부의 오성산지역을 장악하기 위한 결심이 섰으며 기본적인 공격전투조직도 끝났다고 봅니다. 적들의 이번 공세의 주타격방향은 금화 동쪽으로부터 평강 남쪽 상가산까지의 지역일것입니다. 그 근거는 결론부터 말하면 미군의 당면목표가 전선중부를 돌파한 다음 전선동부 산악지대를 장악하려는때입니다.》

김일성동지의 뜻밖의 말씀에 전선사령부와 련합사령부일군들은 놀란 눈빛들을 번뜩이며 얼굴들을 쳐들었다.

《놀랄것도 의아해할것도 없습니다. 나의 말이 너무 멀리 에돈것같은데 생각해보시오.

만약 미군이 기동로가 발달하고 평원지대인 서부에 강력한 력량을 최대로 집중하면 일정하게 진격로가 열릴수 있다는건 누구도 부인할수 없습니다. 하지만 왜 미제침략군이 숱한 희생을 내면서까지 지난해에 두차례의 공세를 바로 이 전선동부에 들이댔는가? 우리 나라의 지형상 동부산악지대를 장악해야만 전선중부와 서부를 쉽게 견제하면서 원산, 양덕 이북에로의 전과를 확대할수 있기때문입니다. 그럼 왜 적들이 이번에는 직접 동부산악지대가 아니라 전선중부를 주타격방향으로 설정하는가.

지난해의 두차례의 공세의 교훈에도 기인되지만 현재 미제침략군은 아이젠하워의 정치무대에로의 돌입으로 정권교체라는 불안한 시기에 들어섰으므로 군부도 눈치보기에 바쁘고 추종국가들도 때를 기다리며 왼새끼꼬기를 하고있기때문에 클라크는 필요한 전력을 갖추는데 일종의 제한을 받고있소.

장차 실권을 틀어쥘 아이젠하워의 신임을 받고있는 클라크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전공을 세워야 할판에 사실 호미난방격이 되였소.

지금의 클라크로서는 릿지웨이의 전철을 밟기도 죽을 맛이지만 갱도화된 전선동부를 정면돌파하기란 주먹으로 바위치기라 부득불 최대의 힘을 모아 전선중부의 오성산지대를 점령하고 중주지대를 장악한 다음 동부산악지대를 협공하여 통천계선으로부터 평강남쪽 계선까지 뚝 자르고 아군의 보급로들을 차단함으로써 갱도속에서 완강하게 방어하는 아군을 제압하자는것이요. 왜 협공이라고 하는가. 상륙작전과 공중타격의 능수인 클라크가 동해안에 대한 상륙작전과 미극동공군에 큰 기대를 걸고있기때문이요. 우리가 년초부터 서해안에 전략적방어지대를 형성한만큼 적들의 눈길이 동해쪽으로 간거요. 하지만 그들은 크게 오산했고. 동해안역시 강력한 방어지대가 꾸려졌거든. 다시말하지만 적들의 주타격바향은 전선중부의 금화, 평강, 철원을 련결하는 삼각지대이며 보조타격방향은 평강-신고산, 련천-이천방향입니다. 나의 견해에 의하면 미군의 상륙지점은 통천일대입니다. 교활한 클라크가 통천상륙작전기도를 은페하기 위해 고성이나 원산앞바다에서 연극을 놀수도 있다는것을 언제나 명심해야 합니다.》

김일성동지의 일목료연하신 분석을 주의깊게 듣고있던 양득지가 탄성을 올렸다.

《정말 명철하신 통찰력이십니다. 모든게 눈에 선명해집니다.》

《이제는 적들의 기도가 무엇이지 깨달았습니다. 장군님께서 예견하신대로 지금 미16군단과 태평양함대 분합대들이 일본과 부산항에서 동해안쪽으로 기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남조선군 1군단도 배비변경하고있습니다. 저희들은 적들의 전략적기도를 그렇게까지는 분석해보지 못하고있었습니다.》

박정덕이 경탄에 차서 부르짖자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 손을 내저으시였다.

《됐소. 문제는 미제침략군이 전선동부의 아군을 견고한 갱도진지에서 끌어내여 소멸하자는데 이번 공세의 또 다른 목적이 있는만큼 이 위험성을 잊어서는 안되겠소. 만약 적들이 전선중부지대를 돌파한 다음 그 주력이 토언지역에 상륙하는 적들과 함께 회양분지쪽에 투하되는 항공륙전대들과 합세하면 전선동부는 고립무원한 상태에 떨어지게 되오. 내가 말하자는 위험성은 바로 여기에 있소.》

김일성동지의 말씀에 전선사령부 작전실에는 잠시 무거운 고요가 깃들었다.

지원군사령부 일군들이 통역을 사이에 두고 굳어진 얼굴들로 수군거린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근엄한 모습으로 그들을 둘러보시다가 양득지에게 시선을 멈추셨다.

《부사령원동무, 오성산을 지켜낼수 있겠습니까?》

김일성동지! 지켜내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주십시오.》

《아니, 나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내가 말하는 그 위험성이란 우리로서 허용할수 없는 만약 경우이고... 클라크나 그 사령부의 어리석은 망상을 알려주는데 불과한것이지요. 물론 그 위험성을 지내 과소평가하는것은 만용입니다. 나는 지원군동지들을 굳게 믿습니다. 내가 오늘 전선사령부와 지원군사령부 지휘성원들을 다 모이게 한것은 바로 이번 공세의 엄중성을 바로보고 미제침략군의 작전적기도를 단호히 짓부셔버릴 방책을 토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나의 결심은 이렇습니다.

우선 나는 근 10여만의 병력이 밀려들 전선중부지대에 가능한껏 모든 력량을 집중하여 적의 첫 공격부터 단호한 반타격으로 좌절분쇄하자는것입니다. 동시에 전선사령부는 그곳에 증강될수 있는 적의 병력집중을 최대한 막고 분산섬멸시키기 위한 작전으로 전선전반에 걸쳐 다양한 방식의 공격기습전투를 벌려야 하겠습니다. 특히 전선사령부는 전선동부의 여러곳에서 강력한 타격전을 벌려 적들로 하여금 주타격방향에 더이상 무력을 집중할수 없게 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원산, 통천일대의 해안방어밀도를 강화하여 적의 사소한 상륙기도도 그 즉시로 좌절분쇄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전선중부, 특히 오성산일대의 포병화력체계를 빈틈없이 강화하여야 하겠습니다. 현재상태로 볼 때 지원군전선은 포병이 좀 약한것이 문제입니다. 때문에 전선참모장동무! 현재 가지고있는 전선사령부직속의 예비포병무력전부를 오성산지대방어에 인입시켜야 하겠습니다.》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전선참모장동무는 방금 제기한 방향에 따라 지원군사령부와의 구체적인 협동작전을 수립하여가지고 최고사령부에 올려오시오. 전선사령부관하 군단들의 행동방향에 대해서는 이제 총참모장동무가 알려줄것이요. 그중에서 한가지를 말한다면 이번 작전기간 72군단을 전선사령부에 다시 배속시키겠소. 그동안 최현이 통천지구의 전략적방어지대를 기본적으로 축성하였소. 71군단과 협동하게 해야겠소.》

《최고사령관동지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긴장해진 박정덕을 한참 지켜보시다가 문득 눈가에 미소를 지으시였다.

《한번 본때있게 싸워봅시다. 일찌기 김종서장군이 쓴 <제승방략>이라는 병서가 있는데 적의 기도를 알면 방어가 든든하고 든든한 방어로부터 적을 공격할수 있다고 했소. 춘추시기 오나라의 손무가 쓴 병법에도 자기 식의 주장이 있소. 그 손무의 병법도 후세사람들이 참고했지. 양득지동무, 그 책의 3편과 4편에 말이요. 흥미있는 견해들이 있지않소? 례하면 <적의 작전계획을 파탄시키는 법>, <불패의 지형을 리용한다>, <승리는 오산이 없다>.》

양득지의 얼굴에 감격의 빛이 어렸다.

《전 모주석이 가끔 중국 옛 병서와 황제들의 말을 외워서 일부사람들이 난처해하는걸 목격했는데 이젠 리해가 됩니다. 그리고 오늘 수상동지의 작전전술적명안을 받으니 미음이 든든합니다.》

《득지동무, 아마 이번 공세는 중부와 동부, 해안 세 전선이 다 주타격방향격이 될수 있소. 이게 바로 쌍방의 두뇌전으로 복잡해지는 현대전의 특징이라고 볼수있소. 그렇다고 탕개를 늦춰서는 안되오. 아까도 언급했지만 첫 타격을 무조건 견뎌야 하오. 그리고 포병대의 기동은 미제침략군통수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불의에 은밀히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적을 혼비백산하게 두들겨팰수있소.》

김일성동지, 명령을 무조건 관철하겠습니다.》

감동에 젖은 양득지의 눈빛이 번뜩이였다.

《정덕동무, 포병련대를 3개쯤 보내줄수 없을가? 지원군병사들이 걱정되서 그러오.》

《장군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전선사령부 예비대를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박정덕과 양득지의 벌개진 얼굴을 주시하시다가 굳센 의지가 비낀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동무들, 피로써 맺어진 조중친선의 위용을 떨쳐 이번 적의 <공세>를 추풍락엽으로 만듭시다.》

작전실안에는 숭엄한 고요가 깃들었다.

 

×

 

미제침략군의 대공세를 짓부시기 위한 조중지휘성원들의 모임이 끝나자 양득지일행은 급히 전선사령부를 떠나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작전실 뒤켠에 앉아 무엇인가를 부지런히 쓰고있는 군사위원 김익을 한참 지켜보시다가 이윽고 박정덕에게로 돌아서시였다.

《전선참모장동무, 전사들을 만나보기요. 사령부직속구분대를 좀 돌아보고 다음은 73군단과 71군단에 나가야겠소.》

박정덕이 소스라쳐 놀라며 남일이쪽을 바라보았다.

《장군님, 거긴 … 최전선입니다. 총폭탄이 그칠새없는 전선길을 달려야 합니다.》

박정덕의 눈에는 불안감이 짙게 떠올랐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손을 내저으시였다.

《박정덕이, 그렇게도 내 마음을 모르겠는가?…》

남일이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섰다.

《최고사령관동지, 이건 당중앙위원회의 결정에 … 위반됩니다. 저는 군사위원회를 대표해서 절대로 찬성할수 없습니다. 이건 … 전선의 운명, 아니 우리 혁명의 생사존망을 좌우하는 심중한 문제입니다. 부탁입니다. 결심을 … 돌려주십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난처하신 기색이였다.

《총참모장동무, 동무까지 내앞을 막아서려오? 생각들 해보시오. 이 최고사령관이 무엇때문에 있는가. 어려워도 위험해도 힘들어도 갈길은 가야 합니다. 전사들은 나를 보고싶어하는것이고… 나역시 그들을 만나서 힘을 주고 고무를 주고 락관을 주고… 부탁이요. 제발 내 앞길을 막지 말아주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작전실문을 나서시였다. 누군가가 차렷자세로 경례하는 바람에 우뚝 멈춰서시였다.

《안녕하십니까? 최고사령관동지!》

《아니, 이게 누구요?》

《전선사령부 참모부직속 통신군관 김인정입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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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헛참, 머리를 그렇게 단발해치우니 몰라보겠소. 인정동무도 여기 전선에 나와있었구만.》

김인정은 얼굴이 발그레해가지고 수집은듯 조용히 속삭였다.

《장군님, 그리고 그 … 〈축구선수〉 전무성동무도 73군단에 내려와있습니다.》

《오, 전무성이도?》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웃으시며 뒤를 돌아보시였다.

《박정덕이, 좋지 않아. 이건 뭐요? 직무가 높아졌다고 옛날 제 부하들까지 다 데리고 전선으로 나와? 게다가 처벌을 받았던 사람까지…

총참모장동무, 이런건 뭐라고 하지? … 저 김익군사위원이 원칙이 강한줄 알았더니 물렁팥죽이야.》

김익이 얼른 앞으로 달려나왔다.

《최고사령관동지, 정찰국장동무가 파견했습니다. 처벌은 인차 벗었고 …

이번에 전무성동무가 854.1고지전투에서 한몫 단단히 했습니다.》

롱담을 진담으로 받는 김익에게서도 놀랄만큼 고지식한데가 느껴져 웃고마시였다.

남일은 아직도 속이 내려가지 않는지 걱정스레 박정덕을 돌아보며 굳어진 얼굴근육을 풀지 않는다.

그는 조용히 돌아서서 그냥 박정덕을 윽달군다.

《전선참모장동무, 빨리 선발대를 류경수동무네가 있는 속사리쪽으로 파견하시오. 그런데 도로는 어떻소?》

《말이 … 아닙니다.》

박정덕이 락심하여 중얼거렸다.

얼굴이 먹장처럼 흐려진 리을설과 김명수가 가는 로정토론때문인지 박정덕에게 다가가 뭐라 수군거리며 현관문밖으로 나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인정에게로 돌아서시였다.

《인정이, 그래 〈랭전〉은 풀렸나?》

김인정의 얼굴이 금시 또 발갛게 물들었다.

《아직 … 〈공방전〉입니다. 전 그 동무더러 영웅이 되기 전엔 앞에 얼씬두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허허, 〈공방전〉이라?! 내 알기엔 전무성동무가 훌륭한 싸움군이야. 이번 854.1고지공격때도 한몫 단단히 했다던데 전쟁이라고 해서 남녀의 감정까지 짓눌러선 안되지. 서로간 주고받는 정이 혁명동지들사이의 진심으로 될 땐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거야. 힘차고 밝고 락관적인것이 혁명동지들간의 정이지. 그런 감정을 귀중히 여기라구.》

《장군님, 명심하겠습니다. 저도 이젠 전쟁은 … 사랑이란걸 깨달았습니다.》

울먹울먹하는 김인정의 음성이 불현듯 가슴을 흔드는것을 느끼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인정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였다.

《인정이, 그 말 한마디는 잘했소. 우리의 전쟁이 사랑이란 말이지. 그래 사랑이 이 전쟁을 이겨내게 하고 우리들로 하여금 승리로 이끌게 하고있지.》

김일성동지께서는 섬약하면서도 억세게 느껴지는 김인정의 강인한 모습을 따뜻이 여겨보시였다.

이런 견실하고 슬기롭고 아름다운 인간들이 이 땅을 지켜섰을진대 무엇이 두려웁고 무엇을 서슴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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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께서 73군단장 류경수와 함께 하루밤을 지내고 고사포병들도 만나시고 다시 전선길에 오르셨을 때는 동이 틀무렵이였다.

승용차행렬이 속사리 밤나무골을 떠나 71군단이 있는 전선가까이의 도하장입구에 이르자 적 폭격기떼가 나타났다.

주변 가까운데서 폭음이 울리고 불기둥들이 솟구친다. 선두차들이 속도를 죽이고 경적을 울린다.

《장군님, 아무래도 돌아서시여야 할것 같습니다.》

뒤자리에 박정덕과 함께 앉아있던 남일이 몸을 일으키며 걱정어린 어조로 말씀올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폭격지점들을 살피시다가 희붐해지는 새벽빛속에 고개를 돌리시였다.

《지금 최현군단장동무가 우리를 기다리고있을거요.》

《장군님, 제가 이 전선참모장동무에게 장군님의 작전안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었으니만치 참모장동무가 최현동무를 만나 알려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장군님, 그렇게 해주십시오.》

적기들을 노려보는 박정덕은 아예 울상이였다.

그이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저으시였다.

《안되오. 72, 71군단에 들리자는건 단순히 작전문제때문만이 아니요. 예까지 왔다가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가면 마음이 걸리거든.》

김일성동지께서는 탐조등불빛이 희미해져가는 최전선하늘을 바라보시며 조용히 뇌이시였다.

갑자기 도하장부근의 갈림길에서 야무진 호각소리가 울렸다.

빨간 완장을 끼고 위장망을 쓴 몸매가 호리호리한 녀성군인이 기발을 추켜든채 차들을 멈춰세운다. 짧은 곤색 모직치마에 보위색옷을 가뜬하게 입은 자그마한 몸매의 녀성군인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야전차에서 내리시여 그 녀성군인에게로 다가가시였다.

《수고하누만. 우린 급한 일때문인데 통과시켜줄수 없을가.》

《안됩니다.…》

목소리가 여간 오돌차지 않다. 야무진 호각소리에 못지 않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웃음을 지으시였다.

새벽빛과 강변의 안개를 헤가르는 탐조등의 불빛이 엇갈리는 순간 처녀군인의 입에서는 호각이 떨어져 봉긋한 가슴노리에서 달랑거리고 금시 두눈이 만월처럼 커졌다.

《어마나, 장군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전사 김상금… 교통정리근무수행중입니다.》

차렷자세로 규정보고를 하던 처녀는 말끝을 채 맺기 바쁘게 두손을 모아잡고 어쩔바를 몰라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감격에 젖은 녀성군인을 대견스레 바라보시며 따뜻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처녀전사가 대단하오. 전선의 관문을 지켜서있구만.…》

녀성군인의 눈가에 맑은것이 맺혀 파들거렸다.

《장군님, 이앞으로는 더 나가시지 못합니다.》

《그래? … 우린 저 불타는 강을 건너야 하오.》

《장군님, 앞에는 … 앞에는 최전선입니다.》

처녀전사는 울먹이는 소리로 안타까이 말씀드린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애어린 녀전사의 두손을 꼭 잡으시였다.

《전사동무, 고맙소. 고마와! 하지만 이 최고사령관은 전선으로, 우리 전사들을 찾아가야 하오. 이게 바로 전쟁승리로 가는 길이야.》

《장군님!》

애어린 처녀는 목메인 소리로 웨치며 젖은 눈길로 그이를 우러러 보았다.

어딘가 낯익은 모습이다. 반짝이는 새별눈이며 오똑한 코날아래 짧은 인중.

김일성동지께서는 부지중 미소를 머금으시였다. 전선길에서 만나는 전사마다 다 낯이 익고 친근한 자식들로 여겨지시는것은 무엇때문일가.

《그래 처녀동문 언제 전선에 나왔나?》

《장군님, 지난해 봄에 입대했습니다.》

처녀군인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도하장부근으로 다가오는 포차들의 동음을 가볍게 누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허리에 두손을 얹으시였다.

《허, 그럼 이젠 구대원이구만. 고향은 어디요?》

《순안군 평원면 원화리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반색을 하시였다.

《원화리?! … 암치네벌이 있는 … 가만, 이름이 김상금이라 했지? 그럼 혹시 아버지이름이 김봉덕이 아니요?》

《어마나, 장군님께서 어떻게 저의 아버지를 …》

놀란 처녀군인이 수기를 든 두손을 가슴앞에 모아쥐였다.

《그러니 동무가 봉덕농민의 딸 김상금이구만. 세상은 넓고도 좁다더니…》

김일성동지께서는 남일과 박정덕, 김명수를 돌아보시며 밝은 미소를 지으시였다.

《어쩐지 처음부터 낯이 익다했소. 딸은 아버지를 닮는댔지.… 상금동무, 동무 아버지는 원화리에서 전시식량증산을 위한 일에서 제일 으뜸이래. 동무랑 생각해 그럴거야. 내가 이번 봄에 원화리에 가서 동무 아버님을 만났댔어. 그때 동무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구. 그곳 마을사람들이 다 좋더군. 동무네집 보리밭을 봤는데 작황이 좋아.》

김일성동지께서는 눈물이 글썽해서 고향소식을 듣는 상금이를 대견한 눈길로 보시다가 짐짓 노여운 표정을 지으시였다.

《그런데 상금이, 왜 고향에 편지를 자주 하지 않나. 그건 좋지 않아. 부모님들 생각을 해야지. 더구나 상금인 외동딸이구 또 당당한 인민군전사인데 효성과 인사례절에도 밝아야지.》

《장군님, 편지를 꼭꼭 … 자주 하겠습니다.》

김상금이 젖은 음성으로 말씀올리자 그이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음, 그래야 해. 상금동무의 편지가 부모들에게는 큰 힘으로 될거요. 싸우는 전선의 소식이 고향사람들을 일떠세우거든. 이걸 잊지 말라구.》

《장군님, 명심하겠습니다.》

김상금이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절절히 말씀올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고 포차들과 보병행렬이 다가오는 도하장부근을 일별하시다가 김상금에게 허리를 굽히시며 속삭이듯 물으시였다.

《상금이, 그래 이젠 떠나도 되겠지?》

《예?!》

김상금은 그제야 정신이 든듯 소스라치며 눈을 크게 떴다. 김일성동지를 우러르는 그의 눈가에 핑 하고 또다시 눈물이 가득 고여오른다.

《장군님, 앞에는 … 앞에는 …》

김일성동지께서는 빙그레 웃으시였다.

《그래, 앞에는 … 바로 상금이같은 우리 전사들이 있지. 그래서 내가 가야 하는거야.》

《장군님!》

처녀의 량볼로는 두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슴에 뜨거운것이 마쳐옴을 느끼시며 상금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였다.

《상금이, 이 신호기발을 더 높이 들라구. 동무의 그 작은 손에 움켜쥔 기발을 따라 전선이 움직이오. 얼마나 중요한 초소요!》

《최고사령관동지, 명심하겠습니다. 초소를 잘 지키겠습니다.》

이윽고 승용차행렬은 두손을 가슴에 꼭 모아쥐고 안타까움과 격정의 눈물을 흘리는 녀성군인을 뒤에 떨군채 도하장으로 전진해나간다.

김상금은 곧바로 서서 정중하게 손을 귀가에 가져간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창밖으로 손을 드시며 따뜻이 답례를 보내시였다.

《장군님, 앞에는 최전선입니다!》

녀전사의 불같은 목소리가 오래도록 메아리치며 그이의 심중을 그냥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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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행렬이 불탄 나무숲이 덮인 동금강천상류를 따라 얼마쯤 달리니 옛 건물의 축대만 남은 장안사터가 나타났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무거운 눈길로 몇개의 으깨여진 주추돌이 널린 장안사터를 살펴보시였다.

미제공중비적들의 폭격으로 산산이 흩날려버려진 절간터였다.

장안사는 680년에 세운 금강산의 4개 큰 절중의 하나였다. 아무런 군사대상물도 아닌 력사유적에까지 폭탄을 퍼붓다니… 현대의 야만들…

문득 머리속에 종군기자 월프레드 버체트가 쓴 기사가 떠오르시였다.

《…공습이 시작된지 10분밖에 안되였으나 벌어진 광경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 알고있었던것과는 전혀 다른 류형의 전쟁이라는것을 느끼게 하는데 충분하였다. 즉 이 전쟁이 그 어느 군대나 군사시설물의 타격만을 목적으로 하는 전쟁이 아니라 생명과 지혜의 터전인 땅자체의 파괴와 지상의 모든 문명을 없애려는 무서운 악으로 느껴졌다. 이것은 벌써 전쟁이 아니라 살륙이며 신성한 인류와 력사에 대한 도전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마음이 아프시여 두눈을 감으시였다. 평양교외의 덕동에서 보았던 불탄 교사에 나딩구는 불탄 흑판이 떠오르시였다. 거기에 써있던 녀선생의 소박한 백묵글씨… 아이들의 꽁다리연필…

(그래, 우리는 철저힌 인간증오사상으로 길들여진 짐승들과 싸움을 하고있다. 증오로 물젖은 야만의 무리들… 신천의 원한… 거제도의 절규… 도시들의 몸부림…

하지만 우리 인민은 네놈들과 피의 결산을 할것이다. 우리의 결산은 무자비하고 단호할것이다.)

승용차는 71군단 지휘부앞에서 멎었다.

지휘부앞에는 두명의 쌍보초가 서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지휘부건물을 보시고 어지간히 놀라시였다.

《군단장동무, 동무네 군단지휘부가 이 표훈사에 자리잡고있소?》

《그렇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건물들을 미처 지을새가 없어 표훈사를 지휘부건물로 쓰고있습니다.》

박정덕과 함께 뒤따르던 남일이 비죽이 웃으며 한마디 던졌다.

《이 동무들이 중들처럼 절간에 박혀 작전계획을 수립하고있은것 같습니다. 아마 석가모니의 령험이라도 빌리고싶었던 모양입니다, 허허.》

《…》

김일성동지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주위를 둘러보시였다.

만폭동의 가운데나 다름없는 곳이여서 이곳에서는 망군대, 비로봉 등이 노을비낀 하늘을 배경으로 뚜렷하게 바라보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표훈사를 돌아보시였다.

교환수들의 목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령산전을 지나 명부전, 웅진전, 어실각, 룡파루를 살펴보시고나서 다시 중심건물인 반야보전앞으로 나오시였다.

떠오르는 해빛에 건물을 올려다보시였다.

앞면 3칸에 바깥 7포, 안 9포의 두공을 복잡하게 짜올리고 합각지붕을 얹었으며 건물전반에 화려한 단청을 입혔다. 우가 약간 훌쭉하게 오무라든 두리기둥을 세우고 네 모서리두공에는 신령스러운 표정의 사나운 룡의 대가리를 주었다. 우리 선조들의 높은 미의 세계와 슬기가 뚝뚝 흐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속으로 혀를 차시였다.

반야보전안으로 들어서시려던 김일성동지께서 문득 걸음을 멈추시였다.

길고 네모진 거뭇한 형체가 눈에 띠우신것이다. 그것은 깨여진 기와장이였다.

그이께서는 깨여진 기와장을 조심스레 집어드시였다. 정교한 비파무늬가 새겨진 우아하고 그 질이 여간 단단해보이지 않는 한쪽 귀퉁이가 뭉텅 떨어진 기와였다. 기와장을 드신 손이 가볍게 떨리시였다.

그이께서는 가슴이 미여지는듯 아프시였다. 그저 들여다 보시기만 했다. 불쑥 엄한 눈길로 군단지휘성원들을 돌아보시였다.

《동무들은 … 조상들의 넋과 땀이 깃들어있고 유구한 력사가 슴밴 이 기와장이 땅에 떨어져 딩굴 때 그래 가슴이 아프지 않던가?…

미제침략자들에 의해 깨여진 이 기와장들을 밟고 지나다닐 때 가슴이 떨리지 않던가 말이요.

온 강토가 끓었던 임진왜란이나 지어 일제의 폭정속에서도 꿋꿋이 지켜낸 민족의 유산들이 이 전쟁에서 피해를 입고있는데 동무들은…》

김일성동지께서는 고개를 푹 떨구는 군단장을 보시며 안타까이 말씀하시였다.

《군단장동무, 우리가 왜 이 전쟁을 하오? 원쑤들로부터 조국과 민족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겠소. 이 땅의 흙 한줌, 풀 한포기마저 귀히 여기고 아껴야 할 우리가 조상들의 피땀이 스며있는 이런 민족유산을 귀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가 무슨 애국자겠소. 즉시 71군단지휘부를 옮겨야겠소.》

《장군님, 죄송합니다. 제가 청맹과니가 돼서 … 즉시 옮기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이곳을 지휘부로 쓰는것은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적을 보존하는 면에서도 그렇지만 군사적으로 봐도 맞지 않소. 웅장화려한 표훈사는 미제공중비적들의 표적으로 될게 아니요.》

《장군님, 알겠습니다. 말씀을 듣고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군단장, 그런데 표훈사의 주지는 어데로 갔소?》

아직도 노여움이 풀리지 않은 물으심에 71군단장은 송구스럽게 대답올렸다.

《장군님 … 그 로인은 지금 우리 지휘부식당에서 화구일을 돕고있습니다.》

《주지가 식당일을?》

《저 … 내강리 세포위원장을 하던 로인인데 할아버지때부터 선조들이 표훈사에 있었다고 합니다. 뭐 서산대사와 너나들이 하던 령훈대사의 후손이라던지… 자기는 전쟁이 끝나고 숨이 질 때까지 절도 지키고 인민군대 뒤바라지를 하겠다고 우기기에 로친과 함께 식당일을…》

《훌륭한 로인입니다. 한데 로동당원이 불교승에 불목하니라?!… 전례없는 일이구만.》

김일성동지께서 허구프게 웃으시자 71군단장은 한결 풀려진 기색으로 대답올렸다.

《로인의 아들은 포병중대장인데 … 장군님, 제 군단지휘부를 제꺽 옮기고 표훈사주변에 고사포 한개 소대를 배치하겠습니다.》

《좋소. 그 말 한마디에 내 속이 좀 내려가누만. 그리고 전사들에게 이르시오. 력사유적과 함께 나라의 자랑인 이 금강산을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서도 미제침략자들을 몰아내는 싸움을 잘해달라고 말이요!…

군단장동무, 내 오래간만에 만나 싫은 소리를 해서 안됐소만 정말 부탁이야. 서울해방전투때를 생각해보라구. 인민들의 생명과 시내의 력사유적때문에 포도 쏘지 않지 않았나. 이걸 잊지 말라구.》

《장군님, 이제부터 제 전사들을 애국주의사상으로 교양하는데 모를 박겠습니다!》

《음, 난 군단장의 대답을 믿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71군단장의 어깨를 부여안으시며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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