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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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복구전투장은 들끓고있었다. 전기로를 배로 확장하여 복구하는데서 그림자를 던지고있던 문제들이 마침내 다 풀리고말았다.
지층과 암반조사를 비롯하여 종전의 전기로기초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해당한 설계도면도 찾아서 검토한 결과 본래의 15t 남짓하던 전기로기초우에 능히 30t전기로를 올려놓을수 있다는것이 기술적으로 증명된것이였다.
새로운 혁신적발기에 은근히 난색을 보이던 제강소 지배인이나 설비부장은 물론 중공업성의 최일만부상도 별다른 의견을 제기하지 못하였다.
여기에서 고무를 받은 리웅천은 종전의 대형변압기와 경동장치도 몇가지 보강대책을 세우면 능히 그대로 쓸수 있다는 안을 내놓았다. 최일만이조차도 반대하기는 고사하고 한번 성공해보라고 고무적인 말까지 해주었다.
리웅천은 반가움에 앞서 더럭 의심이 갔다.
진심으로 지지하는것인가 아니면 체면때문에 그저 그런 시늉을 한데 불과한것인가?
리웅천으로서는 그들의 내심이야 어떻든 일단 지지를 받았으니 더는 꺼릴것이 없었다. 성미가 콸콸하고 열정적이며 내밀손이 있는 리웅천은 전기로복구현장에서 침식을 하며 일을 밀고나갔다. 로의 변압기실과 배전반실도 그 형체를 완연히 드러내였다.
오늘 리웅천은 제강직장 원료장의 방공호에서 전기로본체제작에 쓸 두꺼운 철판을 파내서 제관작업장으로 가져갔다. 제관공들은 벌써 전기로본체외피제작을 끝내가고있었다.
전기로복구가 예상외로 앞당겨짐에 따라 지금까지 전혀 생각지 않고있던 하나의 대수롭지 않은 문제가 가장 큰 난관으로 앞길을 막아섰다. 그것은 대형변압기운반문제였다.
지금 대형변압기는 전쟁때 달마산기슭에 소개한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이 설비를 운반하자면 많은 품을 들여야 했다.
전기로현장에 있는 대형변압기를 달마산기슭으로 소개할 때 연공들은 권양기쇠바줄에 걸어 그야말로 한치한치 끌어내야 했었다. 이제와서는 반대로 그만한 공력으로 그 중량물을 전기로현장으로 옮겨와야 하는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였다. 문제는 대형변압기를 운반해가야 할 로상에 강냉이밭이 가로막고있는것이였다. 한창 물이 들기 시작한 강냉이를 수확할 때를 기다리자면 아직도 수십일은 실히 걸려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대형변압기운반이 걸려서 전기로조업을 늦출수 있었다.
어쩌면 좋은가?
엄청난 중량물을 허궁 들어서 운반할수도 없고 그럴만 한 기계수단을 빌려올데도 없었다. 그렇다면 강냉이밭을 에돌수 있는 길은 있는가? 그런 길이 있기는 하지만 위험하기 그지없었고 운반날자도 몇갑절 들어야 했다.
이 문제때문에 전기로복구현장에서와 연공들속에서는 론의가 분분했다. 그러나 신통한 안은 누구도 내놓지 못하였다. 성미가 급한 사람들은 운반통로의 강냉이들을 모두 뽑아버리자고 했지만 리웅천은 반대했다. 밥을 먹는 사람으로서 한창 익기 시작하는 강냉이를 뿌리채 뽑아버린단 말인가? 밭주인이 그 말을 들으면 뭐라고 하겠는가?
제관작업장에서 전기로본체외피제작이 끝나가고있는것을 보자 리웅천은 참지 못하고 이름있는 연공인 리창술이와 함께 또다시 대형변압기를 소개시킨 달마산기슭으로 올랐다.
《가봐야 헛걸음이야. 강냉이밭을 에돌바에는 강냉이수확철을 기다리는 편이 났지.》
리웅천이보다 나이가 열살이나 우인 리창술은 마지 못해 따라나서기는 하였지만 바쁜 때 공연한 걸음만 시킨다고 불만이였다.
《그래도 무슨 수가 나지겠는지 알겠습니까?》
《무슨 수?》
리창술은 코웃음을 쳤다.
두사람이 대형변압기가 바라보이는 문제의 강냉이밭을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였다.
《저ㅡ저ㅡ저 사람들이…》
이외의 광경에 기겁하듯 놀란 리웅천이 말을 더듬으며 외마디 소리만 내질렀다.
《아니 저 사람들이…》
리창술이 역시 입을 딱 벌린채 너무도 놀라 졸지에 그자리에 굳어져버리고 말았다.
웃동을 벗어붙인 사람들이 정신없이 강냉이밭을 요정내고있었다. 한창 물이 들기 시작한 탐스러운 이삭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강냉이대들이 뿌리채 뽑혀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벌써 변압기가까이로 가는 길이 퍼그나 훤하게 틔여있었다.
《이놈들, 당장 그만두지 못할가!》
리웅천이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지 않아도 변압기를 운반한다면서 남의 강냉이밭에 자그마한 피해라도 줄가봐 엄하게 단속해온 리웅천이였다.
강냉이대를 뽑아던지던 사람들이 하나둘 허리를 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난데없는 간섭자의 호령소리에 놀라거나 당황해하는 기색은 전혀 없이 벌죽벌죽 웃기까지 하였다. 그것이 리웅천의 부아를 부쩍 돋구었다. 더우기 그를 대노하게 한것은 거듭되는 엄포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다시 무지막지하게 강냉이밭을 짓뭉개버리는 행위였다.
《중지하라!》
《중지하라!》
리웅천와 리창술은 겨끔내기로 소리질렀다.
한창 열이 올라 일하던 사람들도 더는 어찌할수 없었던지 모두가 허리를 폈다.
《누가, 누가 이런짓을… 시켰어? 응?》
땀을 철철 흘리며 헐레벌떡 달려온 리웅천이 고아댔다.
《시키긴 누가 시켜요?》
열대여섯살 나보이는 사내녀석이 리웅천의 말에 당돌하게 맞서나섰다.
《뭐야? 이 녀석! 너도 밥먹는 놈이냐? 밭주인이 알면 네녀석의 손목댕이를 분질러버릴게다!》
리웅천은 노발대발하였다.
《주인 말이예요? 하하…》
사내녀석이 불시에 배를 그러안고 깔깔거리였다.
《이것 봐라…》 리웅천이 철없는 어린것을 한대 쥐여박고싶은것을 겨우 참고 강냉이 한이삭을 벗겨서는 어린 녀석의 눈앞에 휘둘러댔다.
《밭주인이 이걸 보면 뭐라겠어? 응?》
철없는 애녀석이 또다시 허리를 꺾으며 경망스레 깔깔대였다.
《이, 이 녀석이…》
리웅천의 노기어린 욕설은 문득 《여보시오!》 하는 위엄기 풍기는 목소리에 뚝 끊어지고 말았다.
《밭주인은 바로 나요! 무슨 의견이 있습니까?》
강냉이대를 뽑아던지던 한사람이 허리를 쭉 펴며 리웅천을 내려다보았다.
리웅천은 그 자리에 굳어진채 입을 항 벌리였다.
자기를 밭주인이라고 선포한 그 사람은 토목수건으로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다시 걸싸게 강냉이대를 뽑아던지다가 아무래도 안되였던지 머리에 감았던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훔치며 선자리에서 굳어져버린 두사람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너무 념려마시우다. 밭임자가 제밭의 곡식을 뽑아던지는데야 누가 뭐라겠소?》
《그래도 그렇지요. 이건 안됩니다.》
리웅천이 더듬거리며 밭주인을 설복하려 하였다.
《강냉이 몇이삭이 뭐이기에 그러시오? 어제야 제강소복구대원으로 뽑힌 맏아들한테서 우리 밭때문에 변압기운반이 늦어진다는걸 알았수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수 있소? 변압기운반이 늦어지면 그만큼 전기로복구가 늦어진다는걸 알고 우리 온 가족이 들고일어났지요. 당장 이 밭 강냉이를 다 뽑아치우자고 말이우다.》
《그러니 이 사람들은 다 한가족이란 말입니까?》
리창술이 자못 놀랍다는듯 물었다.
《그렇지요. 로친넨 시원한 랭국이나 풀어오겠다고 방금 내려갔수다.》
《아, 정말 안됐습니다. 큰소릴 쳐서.》
리웅천은 황황히 사죄를 하고는 자기 소개를 하였다. 그런 다음 가족성원 한사람한사람의 손들을 차례로 굳게 잡아주고 손목댕이가 부러질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소년한테 다가가서는 거듭 사랑과 애정을 담아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의 가슴속으로는 무엇이라 이름할수 없는 뜨거운것이 북받쳐올랐다.
《난 이웃 강서골안에서 나서자란 사람인데 우리 집에서 제강소는 빤히 눈아래 내려다보이지요. 전기로가 황황 불타오르면 우리 농군들도 힘이 솟습네다. 전기로가 숨을 죽인 그때부터 우린 가슴속 한귀퉁이가 무너져내린것처럼 허전하기 그지없었수다. 책임자어른, 부디 전기로를 빨리 복구해주시우.》
주인의 진정어린 말은 리웅천과 리창술의 심금을 세차게 울려주었다.
이날 복구현장으로 돌아온 두사람은 연공들과 함께 변압기를 운반하기 위한 대책을 협의하였다.
《오늘부터 당장 운반작업에 착수해야 합니다. 보시오. 저 하늘의 구름을…》
리창술이 재빛구름이 떠도는 하늘을 가리키며 명령조로 말했다. 한줄기 소낙비만 스쳐가도 달마산골짜기와 대평쪽에서 흽쓸어드는 골개물에 변압기운반로정에 있는 시내가 벌창이 되는 판이다. 리창술의 걱정은 공연한것이 아니였다.
변압기운반작업이 시작되여 겨우 이틀이 지나기 바쁘게 벌써 폭우가 쏟아질 조짐이 나타났다. 누기찬 마파람이 불안스레 휘몰아치고 하늘 한쪽귀퉁이가 꺼멓게 흐려왔다.
현장에서는 긴급 비상회의가 열리고 72시간 철야전투가 선포되였다. 두대의 수동권양기가 배치되고 연공소대력량이 배로 증강되였다.
밤이면 변압기운반작업장에 홰불이 활활 타올랐다. 삽과 곡괭이로 길을 닦는 사람, 변압기받침목을 깔아주는 사람, 권양기를 돌리는 사람, 바줄을 잡아당기는 사람… 작업장은 불도가니처럼 들끓었다.
갈수록 심산이란 말이 있다. 변압기운반전투를 끝내고 전기로복구를 다그치기 위한 현장협의회가 벌어질 때였다. 담배연기가 자욱한 협의회장소로 찾지도 않은 신철이 소리없이 나타나서 리웅천의 귀에 대고 《밖에 좀 나가줄수 없겠습니까?》 하고 소근거리였다.
리웅천은 신철이더러 계집애들처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가고 욱박지르려다가 그의 얼굴이 전에없이 심각해진것을 보고 말없이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요?》
리웅천은 자기도 모르게 한손으로 어깨죽지를 주무르며 물었다. 변압기운반때 갑자기 변압기가 넘어지려 하자 어깨를 들이밀어 막은 어혈로 지금도 어깨죽지가 지끈지끈 쏘았다.
《가보면 알수 있습니다. 같이 갑시다.》
리웅천은 말없이 신철의 뒤를 따라갔다.
제강직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반나마 무너진 벽체에 의지하여 꾸린 자그마한 자재창고가 있었다. 창고의 당반에는 연필꽁다리만 한 나사로부터 육중한 축류에 이르기까지 제강소안팎을 뒤져 찾아낸 귀중한 부속품들과 자재들이 종류별로 배렬되여있었다.
리웅천이 창고마당에 이르렀을 때 림시창고를 맡아보고있는 금희가 눈물이 글썽하여 리웅천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푹 떨구는것이였다.
《무슨 일이냐?》
리웅천은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는것을 감촉하고 다우쳐 물었다.
《보십시오.》 신철이 마당에 놓인 경동치차를 가리켰다. 《금희동무가 석유걸레로 치차를 닦다가 이발에 금이 간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뭐요?》
리웅천이 대뜸 눈알을 굴리며 소리질렀다. 무슨 당치 않는 소리를 하는가고 을러메는것이였다.
육중한 전기로를 움직이는 경동치차는 두개가 한쌍을 이루는데 하나의 길이만 해도 3∼4m가 잘되였다. 이발 하나는 내화벽돌 두장을 합친것보다 더 컸다.
경동치차앞에 쭈그리고앉은 신철이 말없이 치차의 이발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리웅천이 그곳을 눈박아 보니 분명 해빛에 실금이 간것이 알렸다. 신철이 쥐여주는 확대경으로 거듭 확인해보았으나 틀림없었다.
《여기에도 금이 있습니다.》
신철이 다른 하나의 이발을 또 가리켰다.
《아!》
리웅천은 일어설념도 못하고 쭈그리고앉은채 탄식을 하였다. 그러지 않아도 겨우 15t 남짓한 전기로를 떠받들고있던 경동치차에 30t의 전기로를 올려놓을수 있겠는가고 도리머리를 흔들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발에 금까지 갔으니 리웅천이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되였다. 소문이 어떻게 나갔는지 전기로복구현장에서 용해공들과 수리공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저마다 경동치차이발에 금이 간것을 보고 너무도 억이 막혀 입도 벌리지 못하였다. 어차피 대형경동치차를 새로 부어서 가공하여야 하겠는데 아직은 제강소에 그럴만 한 주강로도 가공설비도 없었다.
(그러니 더는 자체로 복구할수 없단 말인가?)
고민과 과로, 어깨죽지의 타박상으로 하여 리웅천은 온몸이 지긋지긋하고 열도 나는것 같았다. 그래서 알약을 먹고 현장전투지휘부의 딱딱한 쇠침대에 군용모포를 뒤집어쓰고 누워서 땀을 내였다. 끙끙 앓음소리를 내는 가운데서도 줄곧 머리속에서 맴도는것은 금이 간 경동치차문제였다.
마침내 그는 만사를 제쳐놓고 함흥에 있는 기계공장을 찾아가기로 결심을 내렸다. 전문기계공장이니 그곳에 가면 경동치차를 새로 부어서 가공하든가 아니면 다른 어떤 보강대책을 세울 방도라도 나질것 같았다.
그는 일단 결심을 다지자 즉시에 출장수속을 하였다.
그가 경동치차도면을 말아들고 강선역으로 막 나가려는데 뜻밖에도 일남이가 찾아왔다.
《무슨 일이냐?》
리웅천은 주밋거리는 아들애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커다란 눈과 까만 고수머리는 아버지를 닮았지만 할말도 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 그 소심한 성품은 아버지와 아직 친숙해지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어질고 얌전하기만 한 안해의 아련한 성미를 닮은것이 분명하였다.
《말해라!》
리웅천은 아들애앞에 쪼그리고앉으며 재촉했다. 아들애의 피기 없는 얼굴과 가는 목이 이 순간 류별나게도 리웅천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내가 가정에 너무도 무관심하지 않는가?)이런 자책이 순간적으로 그의 뇌리를 스쳤다. 일남이는 손에 꼬깃꼬깃 움켜쥐고있던 쪽지를 아버지앞에 내밀었다.
《일남이아버지! 오늘이 일남의 생일이라는것을 잊지 않으셨겠지요. 아무리 바빠도 저녁에 집에 들어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깨알같이 잘게 박아 쓴 안해의 글발이였다.
리웅천은 아들애앞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하지만 발걸음은 떼지 못하였다. 말없이 아버지의 동정을 살피는 일남의 커다랗고 유순하기 그지없는 그 눈을 내려다보는 리웅천의 눈앞에 아들애가 갓 출생했을 때 있었던 한가지 일화가 생각났다.
일남이는 몹시도 보채는 아이였다.
갓난애는 일단 울음을 터뜨리기라도 하면 달랠 재간이 없었다. 리웅천은 생각다못해 범의 코수염까지 주조해낸다는 이름있는 한 주물공에게 부탁하여 구리종 하나를 부어내게 하였다.
방울을 달고 흔들자 맑고 아름다운 종소리는 그야말로 은방울소리 못지 않았다. 그때부터 리웅천은 애가 울면 구리방울을 흔들었다. 그런데 방울소리도 애한테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아이참, 갓난애는 소리를 듣지 못한대요.》
보다 못해 안해가 귀띔하였다.
《뭐 듣지 못한다? 그러니 아직 귀가 열리지 않았나?》
리웅천이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자 안해도 발그레 얼굴을 붉히며 따라웃었다. 지금 하나밖에 없는 귀여운 자식을 내려다보는 리웅천은 말없이 아버지의 동정만 살피며 서있는 아들애가 차라리 자기의 바지가랭이를 부여잡고 같이 가자고 갓난애때처럼 그렇게 보채기라도 하였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것 같았다. 리웅천은 역으로 나가던 길을 에돌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는 달마산아래에까지 일남이를 바래워주었다.
《일남아, 아버지가 급한 일이 있어 출장을 가니 어머니한테도 그렇게 말해라. 네 생일은 후에 내가 출장갔다와서 쇠도록 하자꾸나, 그렇게 하지?》
리웅천은 아들애를 달래였다.
《엄마가 꼭 오랬어.》
일남이가 용기를 내여 겨우 몇마디 번지였다.
《엄마한테 그렇게 말해라, 출장 갔다와서 집에 들린다고…》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는 일남의 순한 양 같은 그 눈에 눈물이 핑 고이는것을 리웅천은 보았다. 리웅천은 코허리가 시큰해져서 인차 돌아서고 말았다. 더는 돌아보지 않고 역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렇게 큰 기대를 가지고 떠난 출장길이였으나 허탕을 치고말았다. 그곳 기계공장도 제강소와 마찬가지로 혹심하게 파괴된데다가 대형경동치차 같은것을 가공할만 한 대형설비는 원래부터 없었다.
(그러니 이젠 전기로복구를 포기해야만 하는가?)
리웅천은 떡심이 풀려 제강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제강소에서는 전혀 뜻밖의 일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쏘련을 방문하는 우리 나라 정부대표단의 한 수원으로 리웅천이 선발된것이였다.
리웅천은 자기 우로도 숱한 책임일군들이 있는데 유독 자기가 선발되였다는것이 종시 믿어지지 않아 내각에 거꾸로 확인전화를 걸었다가 호된 책망을 받았다.
《당장 내각에 도착하시오! 시간이 없단말이요!》
내각사무국장의 그처럼 성난 목소리를 리웅천은 처음 들었다.
정부대표단의 출발을 며칠 앞두고 수령님께서 직접 리웅천을 대표단수원으로 선발하시였다는것을 리웅천자신이 알게 된것은 썩 후날에 있은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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