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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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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244회 작성일 20-03-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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렬차는 서서히 평양역구내로 들어서고있었다.

김일성동지는 차창가에 서서 아침안개가 엷게 깔린 차창밖을 내다보시였다. 보름전에 전후 처음으로 함경북도를 현지지도하기 위하여 수도를 떠나실 때만 하여도 평양역사건물은 아직 형체조차 들어내지 못하고있었다.

그런데 벌써 무성한 숲처럼 빨대목이 촘촘하게 들어서고 기중기들이 반원을 그으며 벽돌과 세멘트혼합물들을 들어올리고있었다.

렬차는 건설중인 역사를 지나 가설역구내에 멎어섰다.

그이께서는 승강대에서 내리시여 마중나온 당과 정부의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신후 무개차량에서 방금 하차한 승용차를 타고 당중앙위원회로 향하시였다.

그이께서는 함경북도를 현지지도하시는 과정에 제기된 일련의 문제들을 가지고 현지에서 내각협의회를 소집하고 대책적문제들을 토의하시였으며 당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만 따로 평양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를 열고 토의하기로 사전에 포치하시였던것이다.

그이께서는 집무실에 들어서시자 서기를 불러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 준비정형에 대하여 문의하시였다.

《령세농민들의 생활을 개선할데 대한 문제는 2∼3일안에 협의하는것으로 보고 준비를 하고있습니다.》

서기는 이렇게 말하며 해당한 문건들을 책상우에 놓았다.

그이께서는 책상에 마주앉으시여 문건의 표제를 피끗 보시였다.

《국가에서 보는것과 도자체로 보는 목장사업에도 시급히 극복하여야 할 문제들이 있는데 그것도 함께 토의하기로 했습니까?》

《예, 그렇게 준비하고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책상우에 놓인 문건을 앞으로 당겨놓고 첫장을 넘기시였다.

서기는 그것으로 일단 담화가 끝났다는것을 느끼였다. 하지만 서기는 돌아서나갈 생각을 못하고 앞상끝에 머물러선채 머뭇거렸다.

《무슨 할 말이 있소?》

그이께서 문건에서 눈길을 드시고 물으시였다.

《조금전에 박부위원장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수령님께서 언제 현지지도에서 돌아오시는가를 물었습니다. 아마 긴요하게 말씀드릴 일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렇소?》 그이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다시 말씀을 이으시였다. 《오후 6시부터 7시사이에 만나자고 하시오. 그전에는 밀린 일들이 있어서 시간을 내지 못할것 같소. 또 제기된것은 없소?》

《없습니다. 조국의 평화적통일을 위한 제네바외상회의 진행정형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외무성대표단이 수령님의 접견을 받을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그 문제는 시간적으로 그리 급하지 않으므로 래일사업일정에 예견하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시오.》

그이께서는 이렇게 동의를 주신 다음에도 서기의 표정에서 눈길을 떼지 않으시였다. 서기가 아직도 무엇인가 보고할것이 있으면서도 선뜻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는것을 감촉하시였던것이다. 머나먼 현지지도의 길에서 쌓이고쌓인 피로를 풀기도전에 자꾸만 사업부담을 끼쳐드리는것 같아 자제하는것이 틀림없었다. 그이께서는 서기에게 사소한것이라도 제기된것이 있으면 서슴없이 다 이야기하라고 일깨워주시지 않을수 없었다.

문득 서기가 빙그레 웃었다. 무슨 문제인가 머리속에 떠오른것이 분명하였다.

《어서 이야기하시오.》

그이께서 서기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않고 재촉하시였다.

《별다른것이 아닙니다. 며칠전에 한 로동자가 찾아온 일이 있었는데…》

서기는 또다시 호인다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다소 어이없어 하는 미소이기도 하였다.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후에?》

《예, 그래도 늦지는 않습니다. 그 로동자동무는 지금 합숙에서 대기하고있으니 아무때 불러도 무방합니다.》

《그러니 그 동무는 합숙에서 며칠째 나를 기다리고있는것이 아닙니까?》

서기는 갑자기 말문이 막혀 얼른 대답을 드리지 못하였다. 그이의 얼굴에 심중한 표정이 비낀것을 띠여보았던것이다. 그러자 서기의 얼굴에 자기가 경솔하게 처신하였다는 자책의 빛이 떠올랐다.

《그 동무는 어째서 왔고 이름은 무엇이라고 합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책상우에 펼쳐놓았던 문건들을 밀어놓고 서기를 지켜보시였다.

《강선제강소에서 용접공을 오래 했다는 림…》

서기는 그만 이름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하긴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과 대상하는 그는 그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낱낱이 기억할수는 없었다. 그는 로동자의 이름을 적어둔 사업일지를 찾아보려고 자기 방으로 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다.

《림형관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이께서 서기의 기억을 튕겨주시였던것이다.

《림형관, 옳습니다. 림형관입니다. 키가 작고 단단하게 생긴…》

서기의 얼굴이 밝아졌다.

《림형관동무가 나를 찾아왔을 때에는 아주 긴요한 문제가 있어서일것입니다. 그를 빨리 불러주시오.》

《수령님, 그 동무는 중앙당합숙에서 대기하고있으니 수령님께서 아침식사를 하신 다음에 불러도 늦지는 않을것입니다.》

《나야 기차를 타고오느라고 할수 없이 아침식사를 못하였지만 림형관동무는 식사를 했을것입니다. 그가 며칠째 합숙에서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있다는데 더는 미룰수 없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이번에 김철과 성강을 돌아보면서 강선제강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습니다. 외국의 원조에 의하여 강재를 생산하게 된 성진제강소복구가 늦어지고있는 형편에서 강선에서 자체로 하루빨리 강제를 생산해내는것은 매우 절실한 문제입니다.》

서기는 자기의 생각이 짧았다는것을 깨닫고 서둘러 림형관을 불러오기 위한 조직사업을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뒤짐을 지고 방안을 천천히 거니시였다.

갑자기 뻐스의 발동소리가 요란하게 들리여 그이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밖을 내다보시였다. 대형뻐스가 배기가스를 뿜어올리며 느슨하게 올리받이를 이룬 청사앞도로를 지나고있었다. 뻐스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찬것이 멀리서도 똑똑히 보였다.

그이께서 함경북도현지지도를 떠나시기전까지만 하여도 청사앞도로는 조용하였다. 그런데 지금보면 그 도로로는 지나가고 지나오는 뻐스들이 그칠사이 없고 건설자재들을 가득 실은 화물차들이 꼬리를 물고 질주하고있었다. 더구나 청사앞도로가 올리막을 이루다보니 그리로 지나는 자동차들의 소음이 높았다. 대동교가 복구되고 보통강쪽으로 빠지는 도로보수가 끝남에 따라 동평양쪽에서 대동교를 넘어 보통교쪽으로 빠지는 자동차, 뻐스들이 거의다 청사앞도로를 리용하고있었다.

《소음이 너무 심해서 청사앞도로를 지나는 뻐스로선을 돌리게 하려고 합니다.》

소리없이 방에 들어선 서기가 그이께 나직이 말씀올렸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조용한 도로보다 자동차들로 붐비는 도로가 보기 더 좋습니다. 현재로서는 뻐스로선을 돌리자고 해도 돌릴만한 변변한 도로가 없지 않습니까.》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림형관동무는 오지 않는가고 물으시였다.

《대기실에 와있습니다. 제가 들여보내겠습니다.》

서기는 급히 돌아섰다. 그이께서는 림형관이 들어서기를 기다리지 않고 그를 마중하여나가시였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림형관이 들어섰다.

《수령님, 안녕하십니까.》

《오, 림형관동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안됐습니다.》

그이께서는 림형관의 손을 잡고 그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며 정겹게 말씀하시였다.

《저는 오히려 편안하게 휴식하였습니다. 그런데 수령님께서는 머나먼 현지지도의 길에서 얼마나 수고하시였습니까.

수령님께서 불편하기 그지없는 렬차칸에서 숙식을 하며 현지지도하신다는 말을 듣고 우리 강선사람들은 몹시 걱정합니다.》

그이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림형관의 불깃해진 눈에 이슬이 맺히였다. 그이의 얼굴이 한결 수척해지신것을 보았던것이다.

《몰라서 그렇지 렬차숙소란것이 그리 불편한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거처지가 철길우를 타고 부단히 움직이다보니 편리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허허허.》

그이께서는 림형관을 안심시키려는듯 미소를 지으시며 그의 손을 잡아 쏘파에 앉히시였다. 그리고 자신께서는 림형관의 옆자리에 앉으시였다.

《이번에 함북도안의 공장, 기업소들을 돌아보는 길에 성진제강소에도 들렸댔는데 성진제강소 압연기복구는 아직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있었습니다.》

《쏘련에서 복구해주기로 되지 않았습니까?》

《조쏘 두나라간의 공동콤뮤니케에도 그런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복구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강선제강소에서 분괴압연기복구를 자체로 하기로 한것은 아주 잘한 일입니다.》

그이께서는 여전히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시고 말씀하시였다. 하지만 림형관의 얼굴은 오히려 흐려지였다. 림형관은 넓은 쏘파에 될수록 작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쓰듯이 몸을 옹송그리고 앉아있었다.

그이께서는 림형관에게 편히 앉으라고 이르시고나서 제강소 책임일군들의 안부를 물으시고 분괴압연기복구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나서고있는 축세기축용접문제를 해결했는가고 물으시였다.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부족점이 좀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만해도 대단합니다. 수고가 많았습니다.》

그이께서는 더없이 기뻐하시며 전후 처음 강선제강소를 찾으시였던 그날 림형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압연계통복구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나섰던 축세기축용접을 자기가 맡아서 기어이 해내겠다고 결의다지던것을 회상하시였다.

그날 림형관은 앞에 앉은 사람들의 잔등에 가리워 눈에 띄우지조차 않았다. 분괴압연기복구에서 가장 중요한 축세기축용접문제가 심각히 론의에 올랐을 때에야 그는 비로소 자기의 모습을 나타내며 자리에서 일어 섰다. 체소한 몸집에 나직나직 말하는 그에게서는 특별히 주의를 끌만한것이 없었지만 그가 다진 결의는 매우 놀랍고 감탄을 자아내는것이였다. 그때문에 그에 대한 첫 인상이 그이의 머리속에 깊이 새겨졌는지도 모른다. 사실 엄청난 고압이 걸리는 축세기축을 일반용접봉도 없는 형편에서 자체로 용접하여 해결하겠다는것은 감히 엄두도 낼수 없는것이였다. 그런데 그 용접문제를 림형관이 그이앞에 다진 결의대로 기본적으로 자체로 해결한것이였다.

《특수용접봉은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자체로 만들었는데 실패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축세기복구에 지장을 주었습니다. 제가 일을 쓰게 못했습니다.》

《아니, 그런말은 말고… 그런데 특수용접봉 만드는 일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습니까?》

《온 가족이 달라붙었습니다.》

그이께서는 온 가족이라면 누구누구인가, 그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도와주었는가고 깊이 파고드시였다. 그리고 분괴압연기수압시험에서 실패가 거듭되였는데 질좋은 가죽바킹문제가 초보적으로 해결되여 이제는 전망이 열리게 되였다고 말씀드렸을 때에도 그 문제에 깊은 관심을 돌리시였다.

림형관은 그이를 찾아뵙게 된 목적과는 달리 이야기가 전혀 딴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당황했다. 그러나 그이께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속 파고드시기에 일일이 대답을 드리지 않을수 없었다.

그이의 안색이 흐려지시였다.

《그런 일들이 어찌 림형관동무나 가족들에게만 한한 일이겠습니까? 가죽이김공의 경험을 가지고도 그렇게 말할수 있습니다. 그의 경험이 귀중하긴 하지만 그 부문의 전문기술자들의 방조를 받는것이 좋습니다.》

《저희들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자그마한 경험만 믿고 내밀다보니 많은 날자가 흘렀습니다.》

《알만합니다. 내가 도와주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비로소 한 시름이 놓이는듯 밝게 웃으시였다.

림형관은 그이께 분괴압연직장복구에서 벌어지는 심상치 않은 사변들을 말씀드릴 때가 되였다고 생각하였다. 그러자니 그의 마음은 더없이 괴로왔다. 하지만 말씀드리지 않을수 없었다. 그이께서 림형관이한테서 찾아온 용건을 들으시려는듯 한동안 말씀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시였던것이다.

《수령님, 분괴압연직장복구공사는 중단되였습니다.》

림형관이 비로소 얼굴을 들고 그이께 말씀올렸다.

《중단되다니? 그건 무슨 소립니까?》

그이께서는 저우기 놀라시였다.

림형관은 그이께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인 최일만이와 국장인 한윤호가 몇번 강선제강소에 내려와 분괴압연직장 가열로공사에 대하여 료해하더니 반쏘분자들과 불순암해분자들이 책동하고있다고 내놓고 시비하고 위협하였다는것을 말씀올렸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지 얼마 안되여 압연기사 신철이 종적도 없이 사라지고 복구현장에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크고작은 사고들과 없어지거나 파괴된 설비들과 부속품들에 대한 책임까지 전부 신철에게 넘겨씌우고 조서를 작성하였다고 말씀드렸다.

《이제는 그 혐의가 리웅천기사장에게까지 뻗치고있습니다. 그는 지금 사업에서 손을 떼고 어데론가 가서 검토를 받고있습니다. 사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것 같습니다.》

림형관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자기가 걱정하고있는것까지 죄다 말씀드리고 모두었던 한숨을 후 내쉬였다. 그러자 심신을 무겁게 짓누르던 시름이 한결 가셔지고 답답하던 가슴도 시원히 열리는듯 얼굴에 조금 화색이 돌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쏘파에서 일어나 저으기 무거운 안색으로 방안을 거니시였다.

《그런 일이 있었구만.》

생각에 잠겨 무겁게 옮겨놓으시는 그이의 발자국소리만이 방안에 드리운 정적을 깨뜨리였다.

그이께서는 집무실의 더위를 가시려는듯 창문을 활짝 열어놓으시였다. 그러자 청사앞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발동소리가 집무실에 가득 찼다. 짐을 골박아실은듯 한 화물자동차가 안깐 힘을 쓰며 앞도로를 지나갈 때에는 집무실의 창문이 지렁지렁 울리기까지 하였다.

그이께서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창밖을 내다보시다가 천천히 돌아서시였다.

《그러니 리웅천동무와 안해는 또 생리별을 당한 셈이구만.… 전쟁전에는 북과 남으로 갈라져있다보니 여러해 생리별을 당했고 전쟁때에는 적과 싸우느라 갈라질수밖에 없었지.… 이제는 함께 잘 사는줄만 알았는데…》

림형관은 자기의 보고가 자기가 생각한것보다 훨씬 더한 아픔을 그이께 드렸다는것을 깨닫자 송구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수령님께 위안의 말씀이라도 드리고싶었으나 무슨 말로 어떻게 위안을 드렸으면 좋을지 도무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람문제를 그렇게 다루다니, 어쩌면 그럴수 있는가. 어쩌면…》

수령님께서는 혼자 말씀처럼 나직이 말씀하시였으나 그 목소리는 비상한 힘을 가지고 방안을 울렸다. 그만큼 그 목소리는 저력이 있었고 듣는 사람의 심금을 세차게 뒤흔들었다.

《수령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강선로동계급은 수령님만 믿고 삽니다. 수령님께서 계시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림형관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절절하게 말씀드리였다.

《옳소. 크게 걱정할것이 없습니다. 제강소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대체로 짐작할만 하니 인차 바로 잡혀질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확신에 넘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그리고는 다시 방안을 거니시다가 아직도 가슴속에 내려가지 않는것이 있는듯 신철이며 리웅천이며 그밖에 여러 강선사람들의 생활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시였다. 그 과정에 리웅천의 5살짜리 아들애 일남이가 페염에 걸려 강선제강소 병원에 입원하였다는것을 알게 되시였다.

수령님께서는 몹시 놀라시였다.

《차도가 있습니까?》

그이께서 다급히 물으시였다.

《예, 열은 좀 내린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일남의 병세가 중하지 않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워낙 아이가 충실치 못하다보니…》

《알만합니다.》 수령님께서는 더이상 묻지 않으시였다.

그사이 시간이 퍼그나 흘러 림형관은 떠날시간이 되였다는것을 느꼈다.

《수령님, 그럼 저는 강선으로 나가겠습니다.》

수령님께서는 헤여지기 아쉬운듯 한동안 아무 말씀없이 림형관을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시였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다심한 어조로 물으시였다.

《더 부탁할것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용접과 피혁가공기술자들은 내가 수소문해서 제강소에 더 보낼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고맙습니다.》

《부탁할것이 또 있으면 서슴없이 말하시오.》

그이께서 림형관의 어깨에 다정히 한손을 얹으시였다.

《없습니다.》

림형관은 그이께 더는 걱정을 끼쳐드릴수 없다고 생각하고 고집스럽게 같은 말을 반복했다.

《허허… 림형관동무는 없다고 말하지만 그 얼굴은 많은것을 이야기해주고있습니다. 얼굴이 몹시 축갔습니다. 평양에 들어왔던 걸음에 며칠 푹 쉬여야겠습니다. 저녁에는 영화관람도 하고…》

《수령님, 저는 벌써 여러날 중앙당합숙에서 높은 대접을 받으며 마음껏 휴식하였습니다. 더는 지체할수 없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강선에 내려가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럼 점심식사라도 하고 떠나는것이 어떻습니까?》

그이께서 어쩔수 없는듯이 한걸음 양보하시였다.

《점심은 강선에 내려가 먹어도 됩니다. 수령님을 뵈웠으니 여기서 더는 할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나도 어쩌지 못하겠군. 허허허.》

《죄송합니다. 사실은 일감이 너무 밀려놔서…》

림형관은 그이의 앞에서 자기가 너무 고집을 부렸다는 생각이 갈마들자 갑자기 몸둘바를 몰라하며 말끝을 마무리하지 못하였다.

그이께서는 림형관의 그 심정을 풀어주시려는듯 그의 잔등을 다독여주며 다시 웃으시였다.

《나야 형관동무의 심정을 잘 알지. 제강소가 복구되여 자기 궤도에 들어설 때 내 다시한번 강선에 나가겠습니다. 그때 만납시다.》

《그때를 기다리겠습니다.》

림형관은 눈물이 글썽하여 그이를 우러렀다.

그이께서는 서기를 불러 승용차를 내여 림형관을 강선에까지 데려다주도록 이르시였다. 림형관이 사무실을 나간후에도 그이께서는 오래도록 창가에 서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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