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18회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18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976회 작성일 20-03-13 16:34

본문

01.jpg

3

 

김일성동지께서는 정부간회담이 있은 다음날 대표단수원들과 함께 붉은광장에 있는 레닌, 쓰딸린묘를 찾으시였다. 광장은 로동계급의 탁월한 수령들을 찾아 경의를 표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있었다.

그이께서는 묘에 화환을 진정하고 조용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불그레한 장식벽등이 낮은 천정과 짧은 복도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는 검스레한 대리석계단을 비치고있었다.

그이께서는 레닌과 쓰딸린의 유해가 안치된 곳에 이르시였다. 쓰딸린은 두팔을 가슴우에 얹고 생전에 그처럼 존경하고 높이 받들던 쏘베트국가의 창건자인 레닌의 옆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범상치 않은 생애의 고난에 찬 력사가 그대로 응결되여있는것만 같은 반백의 머리칼과 얼굴의 깊은 주름살, 강철의 의지가 그대로 어려있는듯 한 엄숙하면서도 끝없이 평온해보이는 표정, 목아래까지 단추를 꽉 채운 소박하면서도 강직한 옷차림… 모든것이 쓰딸린의 생전그대로의 모습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래도록 레닌, 쓰딸린의 령전에 서계시였다.

그이께서는 아버님으로부터 처음으로 레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시던 일, 간고한 항일무장투쟁시기 쏘련이 군사적위협을 받을 때마다 쏘련을 무장으로 옹호하여나서시였고 나라의 광복이 이룩된후에도 여러 차례나 쏘련을 방문하여 조쏘 두나라 관계문제는 물론 국제공산주의운동과 로동운동에서 나서는 문제를 가지고 쓰딸린과 진지하게 협의하던 일들이 떠오르시였다.

특히 수령님께서는 우리 공화국이 창건된후 처음으로 쏘련을 방문하여 쓰딸린과 감격적인 상봉을 하시던 일이 잊혀지지 않으시였다.

그때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쏘 두나라사이의 경제, 문화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하여 친히 우리 나라 정부대표단을 이끌고 쏘련을 방문하시였다. 그이께서 모스크바에 도착하여 크레믈리에 있는 쓰딸린을 방문하시였을 때였다.

당시 쏘련의 국내외정세는 매우 복잡하고 긴장하였다. 전쟁의 후과로 혹심하게 파괴된 경제를 복구개건해야 했고 다른 한편 제국주의자들은 쏘련과 지구상에 새로 출현한 인민민주주의국가들을 포위압살하기 위하여 갖은 책동을 다 하고있었다.

쓰딸린은 매우 분망한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하지만 쓰딸린은 그때까지의 외교관례를 깨뜨리고 김일성동지와 함께 장시간 담화를 나누시였다.

《조선인민은 광복된지 몇해밖에 안되지만 많은 일을 하여놓았습니다. 토지개혁과 산업국유화법령을 비롯한 제반 민주개혁이 조선인민들에게서 커다란 지지를 받고있는것을 우리는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김일성동지의 현명한 령도의 결과입니다.》

쓰딸린은 그이께 담배를 권하며 진심에 넘친 어조로 오래동안 이야기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쓰딸린이 언제나 말을 간결하게 한다는것을 잘 알고계시였다. 더우기 자신에 대한 요구성이 높은 그는 남에 대한 평가에서도 매우 린색하고 신중하였다. 그런 그가 시간가는줄 모르고 화기에 넘쳐 담화를 하였고 우리 인민이 거둔 성과와 김일성동지의 현명한 령도에 대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쓰딸린의 평가에 사의를 표시하시고 우리 인민이 거둔 성과에는 형제적쏘련인민의 사심없는 지지와 성원, 협조가 깃들어있다고 말씀하시였다.

《그것은 응당한 국제주의적의무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 벌린 항일무장투쟁은 국제주의적인 지지성원이 아닙니까? 조선공산주의자들이 손에 무장을 들고 일제와 맞서 싸운것은 제국주의침략으로부터 피로써 우리 쏘련을 옹호한것입니다. 우리 쏘련의 동방초소가 굳건히 지켜진것은 조선공산주의자들의 피어린 투쟁과 떼여놓고 생각할수 없습니다. 오늘 쏘련인민이 평화적인 환경에서 사회주의건설을 잘할수 있는것도 친애하는 김일성동지 같은 진정한 공산주의자, 국제주의전사들의 불굴의 투쟁이 있기때문입니다.》

쓰딸린은 그날저녁 김일성동지의 쏘련방문을 환영하여 성대한 연회를 차리였다. 쓰딸린은 그이더러 자기의 오른쪽 옆자리에 앉으시도록 권하였다. 그는 언제나 자기의 가장 귀중한 손님을 오른쪽 옆자리에 앉히군 하였던것이다.

쓰딸린자신이 축배사를 한 그 연회는 시종 화기에 넘친 분위기속에서 진행되였다.

연회가 끝났을 때였다.

김일성동지, 시간이 허락된다면 우리 함께 영화를 보지 않겠습니까?》

쓰딸린은 몸을 돌리고 얼굴을 낮추 수그린 다음 김일성동지의 귀전에 거의나 소곤거리는듯 한 어조로 말하였다. 안내통역도 미처 그 말을 듣지 못하여 번역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쓰딸린이 무슨 요청을 하고있는가를 너무나 잘 알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스스럼없이 웃으시였다. 그러자 쓰딸린도 코수염을 실룩거리며 빙긋이 웃었다.

《동의합니다.》

그이께서 이렇게 대답하시자 쓰딸린은 더없이 만족해하였다.

그날밤 김일성동지께서는 쓰딸린과 함께 쏘련에서 새로 제작한 예술영화를 두편이나 보시였다. 밤은 상당히 깊었다.

《시간이 퍽 지났는데 저녁식사를 다시 하여야 하겠습니다.》

쓰딸린이 허물없이 김일성동지의 팔을 끼며 말하였다.

《연회가 있었는데 또 식사를 한단 말입니까?》

그이께서는 어지간히 놀라 이렇게 물으시였다.

《우리 나라엔 음식을 많이 먹는자가 일도 많이 한다는 격언이 있답니다.》

쓰딸린은 이렇게 롱담을 하고 또다시 소리를 내지 않고 코수염아래로 히죽이 웃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쓰딸린은 그 웃음을 자기의 요청에 대한 동의로 인정하고 무작정 그이를 식탁에로 이끌었다. 쓰딸린은 식사도중에도 식사가 끝난후에도 김일성동지와 계속 담화를 하였다.

《밤이 너무도 깊어 더는 이야기를 못하겠습니다.》

쓰딸린은 담화가 일단 매듭을 지었을 때 아쉬운듯이 말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 크레믈리궁전을 떠나려 하시자 쓰딸린은 이번에도 그이의 팔을 끼였다. 그리고는 크레믈리궁전의 문밖에까지 나와 그이를 바래워드리였다. 그이께서 초대소에 돌아오시였을 때에는 새벽 3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쓰딸린의 령전에서 그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때도 회고하시였다.

그이께서 쓰딸린을 마지막으로 만난것은 우리 나라와 쏘련사이에 경제 및 문화협조에 관한 협정이 체결된 그날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선어와 로어로 작성된 협정문에 수표를 하시고 쓰딸린과 굳은 악수를 나누시였다.

《당당한 자주독립국가의 뜻깊은 새 력사가 시작되였습니다.》

쓰딸린은 김일성동지를 크레믈리대궁전의 연회장으로 안내해드리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지난날 예속적인 불평등조약만을 강요당하여온 우리 나라의 수치스러운 력사에 영원히 종지부를 찍은 날입니다.》

그이께서 쓰딸린과 나란히 700개의 호화찬란한 방을 자랑하는 크레믈리대궁전의 길다란 복도로 천천히 걷고계시였다. 전통적인 로씨야건축술의 높은 기교를 보여주는 머리우의 높다란 천정에서는 묵직해보이는 수정무리등이 찬란한 빛발을 뿌리고있었다. 그이의 옆으로는 비단 로씨야뿐아니라 온 유럽의 뛰여난 재사들이 창조했다는 조형예술적가치가 큰 조각장식들이 서서히 흘러갔고 그이께서 밟으시며 지나가는 복도에는 아름답고 사치한 주단이 깔려있었다. 로씨야의 장구한 력사가 새겨져있고 세계륙지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쏘련의 상징으로 되고있는 크레믈리의 궁전복도를 지나며 그이께서 생각하신것이 과연 무엇이였던가.

그이의 눈앞으로 사대와 굴종으로 얼룩진 우리 민족의 수난의 력사가 흘러갔다.

큰 나라의 황궁이 먼 발치에 보이기바쁘게 벌써 기가 죽어 벌벌기던 봉건사대부들, 렬강들에 기대를 걸었다가 이국의 하늘아래 배를 가르고 피를 뿌리지 않으면 안되였던 렬사들의 원한에 사무친 울부짖음, 공산주의를 신봉한다면서도 큰 나라의 승인부터 받아보려고 열을 올리던 이 모스크바행…

김일성동지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기시여 쓰딸린과 나란히 크레물리복도를 걷고계시였다. 그이의 발밑으로 민족수난의 력사가 지나갔다. 영영 지나갔다.

성대한 연회장에 이르러 김일성동지와 나란히 자리를 잡은 쓰딸린은 이날도 그전날처럼 그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쓰딸린은 연회가 끝나자 김일성동지와 장시간에 걸쳐 단독회담을 하였다. 회담에서는 국제공산주의운동과 로동운동에서 제기되는 문제로부터 자기 나라 당내부사업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범한 문제들이 허심탄회하게 론의되였다.

쓰딸린은 인상적인 그 커다란 대통으로 담배를 피우다 말고 김일성동지를 한동안 유심히 바라보았다.

《나는 김일성동지가 매우 부럽습니다.》

쓰딸린이 느닷없이 이런 말을 불쑥 꺼내자 그이께서는 웃음섞인 말로 물으시였다.

《무엇이 그렇게 부럽습니까?》

《부러운것이 많지요. 그러나 그가운데서도 가장 부러운것은 김일성동지께서 아주 젊으시다는것입니다.》

《그럼 쓰딸린동지는 늙으셨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 소리높이 웃으며 이렇게 반문을 하시자 쓰딸린은 손을 내저었다.

《사실 나는 늙었습니다. 나이는 어쩔수 없는가 봅니다. 나는 지쳤습니다.》

쓰딸린은 웃지도 않고 저으기 실심한듯 한 어조로 말하였다.

불굴의 정신과 강철의 의자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쓰딸린에게서 뜻밖에 이런 말을 듣게 되니 김일성동지께서는 놀랍기만 하시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인차 쓰딸린이 하는 말에 깊은 심중의 고백이 있다는것을 알고 한동안 아무 말씀도 하지 못하시였다.

쓰딸린은 오랜 습관인듯 왼팔을 절반 구부리고 그 손에 대통을 들고 앉아있었다. 대통에서 담배연기가 모락모락 피여올라 머리우에 연한 안개발처럼 서리였다가는 흔적없이 녹아버리군 하였다. 쓰딸린은 담배에 대해서는 감감 잊어버린듯 눈을 가느스름히 뜨고 자기 생각에만 골똘히 잠겨있었다. 그러다가 기대와 믿음이 어린 주의깊은 눈길로 그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37살, 얼마나 젊습니까. 정치가로서는 한창입니다.》

쓰딸린은 이렇게 말하고 알바니아의 엔베트 호쟈로부터 시작하여 인민민주주의국가지도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꼽으며 그들의 나이가 얼마인가를 상기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쓰딸린이 력사무대에 새로 등장한지 불과 몇해밖에 안되는 인민민주주의국가 여러 지도자들의 나이까지 다 기억하고있는것을 보고 다시금 놀라시지 않을수 없었다.

그이께서는 비로소 쓰딸린이 이 문제를 가지고 여간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것을 알게 되시였다.

《나는 늙었습니다.》

쓰딸린은 다시 반복하여 말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어떤 힘이 되는 말이라도 하고싶어 쓰딸린에게 정어린 눈길을 보내시였다. 순간 쓰딸린의 주의깊은 눈길과 부딪쳤다. 헤아릴수 없이 깊은 사색과 걱정, 기대 등이 착잡하게 얽힌 그 눈길을 그이께서는 그후 오래동안 잊으실수 없었다.

《국제공산주의운동과 로동운동 그리고 새로 탄생하여 형성된 사회주의진영의 운명은 김일성동지와 같은 젊은 지도자들에게 크게 달려있습니다. 나는 김일성동지를 굳게 믿습니다.》

쓰딸린은 이렇게 말하고 김일성동지의 손에 자기의 손을 얹었다. 쓰딸린의 심중의 고백은 그이께 큰 충격을 주었다.…

지금 레닌의 옆에 조용히 누워있는 쓰딸린의 시름에 잠긴듯 한 얼굴을 바라보시며 김일성동지께서는 쓰딸린이 당부하던 그 말을 다시금 되새겨보시였다. 쓰딸린은 마치도 그때 불과 몇해가 지나지 않아 레닌의 령구옆에 이렇게 누워있으리라는것을 미리 내다보고 그날저녁 그토록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는지도 모른다. 그이께서는 쓰딸린이 유언처럼 남긴 말을 두고두고 잊으실수 없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레닌과 쓰딸린의 령전에 경의를 표시하고 불그레한 장식벽등의 불빛이 어려있는 대리석계단을 천천히 오르시였다. 문득 쓰딸린이 서거하였을 때 그의 령구를 발인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에서 흐루쑈브를 본 생각이 나시였다. 그때 흐루쑈브는 쏘련공산당 지도부성원들의 직급별서렬에서 세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위치에서 쓰딸린의 령구를 발인하고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령구를 한쪽 어깨에 메는둥마는둥하고 따라가는 그의 눈과 축 늘어진 두볼, 만만치 않게 꼭 다문 입가에는 어딘가 모르게 야심가의 심상치 않은 빛이 번득이고있었다.

사실 그가 이번 회담에서 한 언행만 보아도 공산주의자로서의 초보적인 도리는커녕 사회주의나라들의 호상관계규범을 란폭하게 위반한 너무나도 거만하고 독선적이고 파렴치한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회담에서 한 흐루쑈브의 말을 다시 되살려볼수록 그가 한 말들이 일찌기 쓰딸린이 조쏘 두 나라 호상간의 관계문제를 두고 한 말과는 근본적으로 차이난다는것을 다시 확인하지 않을수 없으시였다. 아니 이것은 단순한 차이정도가 아니라 쓰딸린이 취한 그 립장을 다 뒤집어엎는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승용차가 아까부터 앞에서 대기하고있었으나 승용차에 오르실 생각은 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그앞을 거니시였다. 붉은 광장의 포도우에 그이께서 옮겨놓으시는 발자국소리가 무겁게 울리였다.

아시아대륙과 유럽대륙의 경계선을 넘는 특별렬차에서 심중에 스며들기 시작한 불안과 걱정은 국제공산주의운동과 로동운동의 발전선상에 좋지 못한 일이 있으리라는 예감으로 증폭되면서 그이의 심신을 꽉 틀어잡는것이였다.

《나는 김일성동지를 굳게 믿습니다.》

문득 쓰딸린이 의미심장하게 하던 그날의 그 말이 그이의 심중을 울리였다. 그이께서는 자신의 어깨가 예상밖의 엄청난 짐을 더 짊어진것처럼 무거워짐을 느끼시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